고양이와 생쥐Ⅲ
"이게 유일한 길이야."
지프차는 어느 유적 앞에서 멈춰 섰다.
목표가 이동을 정지.
누군가 차에서 내린다... 검은 머리에 검은 옷.
바로 저 사람이다... 낮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소녀.
니토... 저자가 하얀 세력의 "세례자"인가...?
하지만 어째서 특징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거지? 마치... 인간처럼...
그때, 그 소녀가 AN94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AN94는 긴장하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나를 본 건가? 그럴 리가... 3km나 떨어져 있는데...
뒤에서 기척을 감지한 AN94는 바로 뒤돌아 총을 겨눴다.
...뒤에서 나타나지 말라고 한 건 바로 너였을 텐데.
말도 않고 갑자기 뛰쳐나간 게 누군데 그래.
상황은 어때?
목표는 현재 3km 떨어진 유적 앞에 있다.
3km? 어디 보자... 응? 의심되는 신호가 아예 없는데?
하지만 저기, 니토가 있다.
군 주둔지로 이동하기 전, 놈이 내 레벨 2 플랫폼에 전자 공격을 감행했다.
그때 놈의 느낌을 기억했다.
뭐!? 너 해킹당했어?!
왜 아까 안 말한 거야?
말해야 할지 고민되어서다...
직후 계속해서 반복 점검했지만, 내 마인드맵에 백도어를 남기진 않았다.
이건 분명 도발이다. 놈은 나한테 그런 수단 따위 필요 없다고 여긴 거다...
네 마인드맵 방화벽은 군용급 아니야?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놈은 날 얕본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이다.
너 화났어? 거참 별일이네.
......
접근할까?
놈의 해킹 가능 범위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니,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 신중해야지.
뭐라 대화하는지는 들려?
이미 지향 감청 설비를 가동했다.
...감청 결과를 공유하겠다.
(이 녀석... 표정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지금 화가 단단히 났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성격은 아닐지도 모르겠네.)
네, 바로 이곳입니다.
아아, 이게 인간의 대피소야?
보기에 수백 년은 묵은 것 같은데.
네, 저희 정부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방어 시설로서, 여기보다 안전하고, 의미가 깊은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동화는 다 배경이 이런 곳이구나.
"난 네게, 내가 어떻게인지 아껴두었던 나 자신의 작은 알맹이를 바친다. --말로 통하지도 않고, 꿈으로 소통하지도 않고, 시간도, 기쁨도, 역경도 닿지 않은 중심의 심장을."
당신이 그렇게 시적인 것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랑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제 업무는 그다지 시적이지 않은지라. 자, 들어가시죠, 머큐로스(Mercurows) 씨.
차의 문을 닫고, 소녀는 장교의 재촉을 받으며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머큐로스...? 무슨 이름이래.
니토가 그사이에 개명이라도 했나?
이전에 봤던 니토와는 무언가가 다르다...
니토를 상대했던 기억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쳇...
건물 벽이 너무 두꺼워서 소리가 안 들려.
암석 재질이기에, 음파의 투과율이 격감해서다.
저곳은 과거에 베오그라드 요새라 불렸던 곳으로, 1979년 국가 주요 문화재로 지정, 보존되었다.
기원전 3세기 때 켈트족이 세운 방어 시설로, 주 건물은 17세기에 보수를 받았다.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있어 저곳은 영광과 안녕의 상징이다.
너한테 그런 역사 지식까지 있는 줄은 몰랐는걸?
AK12는 호기심이 강해, 언제라도 질문을 받을 것에 대비해 충분한 자료를 준비했다.
비록 이번에는 너와 한 조를 짜게 되었지만, 예비 방안은 많을수록 문제를 해결하기 수월해진다.
그래서, 이곳의 인문 자료를 사전에 다운로드했다.
준비성이 꼼꼼하네.
아무튼, 계속 여기서 있어봤자 소용없어. 놈들이 요새 안으로 들어갔으니, 우리도 좀 더 가까이 가보자.
몇 분 후, AR15와 AN94는 요새 내부로 잠입했다.
저 니토... 아니, 머큐로스라는 녀석은 전에 봤던 니토와는 확실히 달라...
설마 너와 직접 접촉하다니,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어.
나는 성격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를 종합해보면, 확실히 AK12보다도 개방적이다. 그렇기에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 뭐든지 AK12를 기준으로 삼는 것 좀 그만둬.
걔 말고 참고할 만한 다른 사람 없어?
안젤리아도 있지만, 그녀는 인간이기에 인형과 비교할 수 없다.
아니 그래도... 어휴, 말을 말아야지.
그런데, 요새 밑에 왜 이렇게 갈림길이 많아? 대체 어디가 어디로 통하는 거지...
요새 지하의 비밀 통로는, 과거 왕족이 비밀리에 병력을 파견하거나 자신이 피난하기 위한 것이다. 이리저리 얽혀 있으니,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밀 통로라... 확실히, 뭔가를 숨기기에는 안성맞춤이네.
안젤리아 말대로, 넌 직감이 뛰어난 것 같네.
머큐로스가 어디 있는지 알겠어?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아서, 소리를 통해 위치를 추적 중이다.
신호를 감춰야 할 잡병들은 덩그러니 도시에 버려놓고서, 정작 "세례자"는 신호도 없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니...
부하랑 통신하지 않으면 지휘는 어떻게 한대?
그건 나도 모른다... 쉬잇, 지금 또 대화하고 있다.
AN94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로 저 멀리서의 대화를 감청했다.
정말 놀랐어.
의견 일치를 위해서 엄청 오래 협상할 줄 알았더니, 벌써 다 된 거야?
저와 제 동지들 모두 한마음 한뜻입니다. 외부와 협력할 준비도 끝마쳤죠.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서야?
마치 달만을 보고 싶어 다른 별들을 없애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저는 문학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군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사악한 사상이 도시를 침범해 국민을 더럽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새로운 빛은 새로운 관점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게 뭐가 나빠?
우리도 너희에게 새로운 빛을 가져왔잖아. 안 그래, 장교 아저씨?
당신과 그들은 다릅니다.
루크사트주의는 완전히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저희의 동포가 벽 바깥을 떠돌고 있을 때, 그놈들은 그 벽을 더 높게 쌓을 궁리만 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절대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놈들과 타협이라니...
거짓된 평화에 속아 살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가족들이 그 거짓 덕분에 평화롭게 살 수 있다 하여도.
피의 대가를 치를지언정, 저희에겐 모두를 일깨울 의무가 있습니다!
응, 그 모두의 피를 말이지.
아주 멋진 말이야, 박수 박수.
함께 모두를 깨우자, 전쟁의 초연으로!
메아리치는 발소리를 여과하면서, AR15는 정신을 집중해 소리를 분석했다.
잠시 후.
저기 있잖아, 장교 아저씨. 내 착각인 거야, 아니면 아까부터 땅이 아래로 기우는 거야?
우리가 찾는 거... "스피라에나 노드"는 이 아래의 핵 벙커에 있는 거야?
반 유적 협약을 맺은 후, 관련 시설은 모두 영구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깊은 지하에 묻힌 고대의 비밀이, 용사에게 발굴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꽤 낭만적인걸?
지하보다 튼튼한 방어 시설은 없죠.
약간의 가공을 거치면, 대지가 바로 인류의 가장 견고한 요새가 되는 겁니다.
그래, 대지의 보호를 받으면서, 언젠가는 대지로 돌아가지.
참 시적이야... 아까 문학이랑은 안 친하다면서, 이제 보니 꼭 그런 건 아닌가 보네.
크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께 영향을 받았나 보군요.
자, 이쪽입니다.
이 아래가 바로 저희――
......
끊어졌어.
어째서지? 아직 감청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을 텐데.
...나도 들리지 않는군.
차단 구역으로 들어간 건가?
아니면 이미 들켰는지도...
...아니야, 우리가 도청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면, 우린 벌써 적에게 포위당했을 거다.
전투 유닛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아.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고.
포위당한 게 아니라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감청이 불가능해지자, AR15과 AN94는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이제 거의 다 왔어...
......
이 차단문 너머로 들어간 거였구나.
이 요새가 수백 번의 전쟁을 겪고도 이렇게 온전한 건 수 차례 보수를 받은 덕분이다.
이런 현대식 방음 차단문이 있는 것도 이상할 것 없지. 흔적으로 보아, 설치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최신형이다.
아마 이것이 열리는 소리를 잡음으로 판단하고 여과한 것 같다.
그런 것 같네.
보초도 없는 것 같으니, 쫓아가자.
그래.
두 인형은 조심스럽게 차단문을 열어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갈림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
......
갈라져 수색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그렇겠지. 다행히도, 여긴 어둡고 감시기도 보이지 않아. 내부는 옛 모습 그대로 둔 건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겠어?
사방이 막혀 있다... 센서와 감청 장치 모두 반응이 없어.
......
그럼... 아무거나 골라봐.
...왼쪽으로 가보자.
그 직감이 맞기를 바라.
서로 앞뒤로 번갈아 경계하면서 전진하자.
알았다.
그렇게 10분 후, 두 인형은 방금 있었던 곳과 똑같은 위치로 돌아왔다.
뭐야, 한 바퀴 돌아온 건가?
이거 완전 미로잖아!
이곳의 통로는 특수한 각도로 설계되어, 방향감각을 혼란시키는 것 같다. 적의 갑작스런 습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칫... 이런 정성은 다른 곳에나 좀 쓸 것이지...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보자. 방금 걸었던 길은 다 기록했으니까, 같은 길은 배제할 수 있어.
반드시 그 머큐로스란 놈을 따라잡아야 해. 그리고...
AR15, 솔직히 우린 지금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설령 목표를 찾아 파괴한다 해도, 퇴로 확보가 매우 어렵고, 추격까지 당할 것이다.
우선 통신이 가능한 곳까지 이동한 후, 안젤리아에게 연락해 다른 지시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노드"가 바로 이 밑에 있다는 걸 알아냈는데,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잖아.
머큐로스가 여기서 뭘 할 셈인지는 몰라도, 이대로 물러났다간 다시는 이 요새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할지도 몰라.
...아니면 다른 묘안이라도 있어?
너와 말다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때 울려 퍼진 둔탁한 금속음에, 두 인형은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 소리는...
차단문인가?
차단문이 잠겼다...
열 수 있겠어?
AK12라면.
못한단 거네.
넌 할 수 있나?
......
...하아.
AR15는 힘없이 한숨을 쉬었고, AN94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네가 휴대한 폭약이라면 이 문을 파괴할 수 있을 거다.
이건 "노드"를 파괴할 때 써야 돼... 어쩔 수 없지. 계속 내려가자.
...이제 이 길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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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차는 어느 유적 앞에서 멈춰 섰다.
<color=#A9A9A9>목표가 이동을 정지.</color>
<color=#A9A9A9>누군가 차에서 내린다... 검은 머리에 검은 옷.</color>
<color=#A9A9A9> 바로 저 사람이다... 낮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소녀.</color>
<color=#A9A9A9>니토... 저자가 하얀 세력의 "세례자"인가...?</color>
<color=#A9A9A9>하지만 어째서 특징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거지? 마치... 인간처럼...</color>
그때, 그 소녀가 AN94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AN94는 긴장하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나를 본 건가? 그럴 리가... 3km나 떨어져 있는데...
뒤에서 기척을 감지한 AN94는 바로 뒤돌아 총을 겨눴다.
...뒤에서 나타나지 말라고 한 건 바로 너였을 텐데.
말도 않고 갑자기 뛰쳐나간 게 누군데 그래.
상황은 어때?
목표는 현재 3km 떨어진 유적 앞에 있다.
3km? 어디 보자... 응? 의심되는 신호가 아예 없는데?
하지만 저기, 니토가 있다.
군 주둔지로 이동하기 전, 놈이 내 레벨 2 플랫폼에 전자 공격을 감행했다.
그때 놈의 느낌을 기억했다.
뭐!? 너 해킹당했어?!
왜 아까 안 말한 거야?
말해야 할지 고민되어서다...
직후 계속해서 반복 점검했지만, 내 마인드맵에 백도어를 남기진 않았다.
이건 분명 도발이다. 놈은 나한테 그런 수단 따위 필요 없다고 여긴 거다...
네 마인드맵 방화벽은 군용급 아니야?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놈은 날 얕본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이다.
너 화났어? 거참 별일이네.
......
접근할까?
놈의 해킹 가능 범위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니,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 신중해야지.
뭐라 대화하는지는 들려?
이미 지향 감청 설비를 가동했다.
...감청 결과를 공유하겠다.
<color=#A9A9A9>(이 녀석... 표정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지금 화가 단단히 났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성격은 아닐지도 모르겠네.)</color>
네, 바로 이곳입니다.
아아, 이게 인간의 대피소야?
보기에 수백 년은 묵은 것 같은데.
네, 저희 정부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방어 시설로서, 여기보다 안전하고, 의미가 깊은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동화는 다 배경이 이런 곳이구나.
"난 네게, 내가 어떻게인지 아껴두었던 나 자신의 작은 알맹이를 바친다. --말로 통하지도 않고, 꿈으로 소통하지도 않고, 시간도, 기쁨도, 역경도 닿지 않은 중심의 심장을."
당신이 그렇게 시적인 것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랑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제 업무는 그다지 시적이지 않은지라. 자, 들어가시죠, 머큐로스(Mercurows) 씨.
차의 문을 닫고, 소녀는 장교의 재촉을 받으며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머큐로스...? 무슨 이름이래.
니토가 그사이에 개명이라도 했나?
이전에 봤던 니토와는 무언가가 다르다...
니토를 상대했던 기억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쳇...
건물 벽이 너무 두꺼워서 소리가 안 들려.
암석 재질이기에, 음파의 투과율이 격감해서다.
저곳은 과거에 베오그라드 요새라 불렸던 곳으로, 1979년 국가 주요 문화재로 지정, 보존되었다.
기원전 3세기 때 켈트족이 세운 방어 시설로, 주 건물은 17세기에 보수를 받았다.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있어 저곳은 영광과 안녕의 상징이다.
너한테 그런 역사 지식까지 있는 줄은 몰랐는걸?
AK12는 호기심이 강해, 언제라도 질문을 받을 것에 대비해 충분한 자료를 준비했다.
비록 이번에는 너와 한 조를 짜게 되었지만, 예비 방안은 많을수록 문제를 해결하기 수월해진다.
그래서, 이곳의 인문 자료를 사전에 다운로드했다.
준비성이 꼼꼼하네.
아무튼, 계속 여기서 있어봤자 소용없어. 놈들이 요새 안으로 들어갔으니, 우리도 좀 더 가까이 가보자.
몇 분 후, AR15와 AN94는 요새 내부로 잠입했다.
저 니토... 아니, 머큐로스라는 녀석은 전에 봤던 니토와는 확실히 달라...
설마 너와 직접 접촉하다니,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어.
나는 성격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를 종합해보면, 확실히 AK12보다도 개방적이다. 그렇기에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 뭐든지 AK12를 기준으로 삼는 것 좀 그만둬.
걔 말고 참고할 만한 다른 사람 없어?
안젤리아도 있지만, 그녀는 인간이기에 인형과 비교할 수 없다.
아니 그래도... 어휴, 말을 말아야지.
그런데, 요새 밑에 왜 이렇게 갈림길이 많아? 대체 어디가 어디로 통하는 거지...
요새 지하의 비밀 통로는, 과거 왕족이 비밀리에 병력을 파견하거나 자신이 피난하기 위한 것이다. 이리저리 얽혀 있으니,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밀 통로라... 확실히, 뭔가를 숨기기에는 안성맞춤이네.
안젤리아 말대로, 넌 직감이 뛰어난 것 같네.
머큐로스가 어디 있는지 알겠어?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아서, 소리를 통해 위치를 추적 중이다.
신호를 감춰야 할 잡병들은 덩그러니 도시에 버려놓고서, 정작 "세례자"는 신호도 없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니...
부하랑 통신하지 않으면 지휘는 어떻게 한대?
그건 나도 모른다... 쉬잇, 지금 또 대화하고 있다.
AN94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로 저 멀리서의 대화를 감청했다.
정말 놀랐어.
의견 일치를 위해서 엄청 오래 협상할 줄 알았더니, 벌써 다 된 거야?
저와 제 동지들 모두 한마음 한뜻입니다. 외부와 협력할 준비도 끝마쳤죠.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서야?
마치 달만을 보고 싶어 다른 별들을 없애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저는 문학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군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사악한 사상이 도시를 침범해 국민을 더럽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새로운 빛은 새로운 관점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게 뭐가 나빠?
우리도 너희에게 새로운 빛을 가져왔잖아. 안 그래, 장교 아저씨?
당신과 그들은 다릅니다.
루크사트주의는 완전히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저희의 동포가 벽 바깥을 떠돌고 있을 때, 그놈들은 그 벽을 더 높게 쌓을 궁리만 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절대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놈들과 타협이라니...
거짓된 평화에 속아 살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가족들이 그 거짓 덕분에 평화롭게 살 수 있다 하여도.
피의 대가를 치를지언정, 저희에겐 모두를 일깨울 의무가 있습니다!
응, 그 <color=#FF0000>모두의</color> 피를 말이지.
아주 멋진 말이야, 박수 박수.
함께 모두를 깨우자, 전쟁의 초연으로!
메아리치는 발소리를 여과하면서, AR15는 정신을 집중해 소리를 분석했다.
잠시 후.
저기 있잖아, 장교 아저씨. 내 착각인 거야, 아니면 아까부터 땅이 아래로 기우는 거야?
우리가 찾는 거... "스피라에나 노드"는 이 아래의 핵 벙커에 있는 거야?
반 유적 협약을 맺은 후, 관련 시설은 모두 영구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깊은 지하에 묻힌 고대의 비밀이, 용사에게 발굴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꽤 낭만적인걸?
지하보다 튼튼한 방어 시설은 없죠.
약간의 가공을 거치면, 대지가 바로 인류의 가장 견고한 요새가 되는 겁니다.
그래, 대지의 보호를 받으면서, 언젠가는 대지로 돌아가지.
참 시적이야... 아까 문학이랑은 안 친하다면서, 이제 보니 꼭 그런 건 아닌가 보네.
크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께 영향을 받았나 보군요.
자, 이쪽입니다.
이 아래가 바로 저희――
......
끊어졌어.
어째서지? 아직 감청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을 텐데.
...나도 들리지 않는군.
차단 구역으로 들어간 건가?
아니면 이미 들켰는지도...
...아니야, 우리가 도청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면, 우린 벌써 적에게 포위당했을 거다.
전투 유닛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아.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고.
포위당한 게 아니라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감청이 불가능해지자, AR15과 AN94는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이제 거의 다 왔어...
......
이 차단문 너머로 들어간 거였구나.
이 요새가 수백 번의 전쟁을 겪고도 이렇게 온전한 건 수 차례 보수를 받은 덕분이다.
이런 현대식 방음 차단문이 있는 것도 이상할 것 없지. 흔적으로 보아, 설치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최신형이다.
아마 이것이 열리는 소리를 잡음으로 판단하고 여과한 것 같다.
그런 것 같네.
보초도 없는 것 같으니, 쫓아가자.
그래.
두 인형은 조심스럽게 차단문을 열어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갈림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
......
갈라져 수색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그렇겠지. 다행히도, 여긴 어둡고 감시기도 보이지 않아. 내부는 옛 모습 그대로 둔 건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겠어?
사방이 막혀 있다... 센서와 감청 장치 모두 반응이 없어.
......
그럼... 아무거나 골라봐.
...왼쪽으로 가보자.
그 직감이 맞기를 바라.
서로 앞뒤로 번갈아 경계하면서 전진하자.
알았다.
그렇게 10분 후, 두 인형은 방금 있었던 곳과 똑같은 위치로 돌아왔다.
뭐야, 한 바퀴 돌아온 건가?
이거 완전 미로잖아!
이곳의 통로는 특수한 각도로 설계되어, 방향감각을 혼란시키는 것 같다. 적의 갑작스런 습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칫... 이런 정성은 다른 곳에나 좀 쓸 것이지...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보자. 방금 걸었던 길은 다 기록했으니까, 같은 길은 배제할 수 있어.
반드시 그 머큐로스란 놈을 따라잡아야 해. 그리고...
AR15, 솔직히 우린 지금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설령 목표를 찾아 파괴한다 해도, 퇴로 확보가 매우 어렵고, 추격까지 당할 것이다.
우선 통신이 가능한 곳까지 이동한 후, 안젤리아에게 연락해 다른 지시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노드"가 바로 이 밑에 있다는 걸 알아냈는데,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잖아.
머큐로스가 여기서 뭘 할 셈인지는 몰라도, 이대로 물러났다간 다시는 이 요새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할지도 몰라.
...아니면 다른 묘안이라도 있어?
너와 말다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때 울려 퍼진 둔탁한 금속음에, 두 인형은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 소리는...
차단문인가?
차단문이 잠겼다...
열 수 있겠어?
AK12라면.
못한단 거네.
넌 할 수 있나?
......
...하아.
AR15는 힘없이 한숨을 쉬었고, AN94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네가 휴대한 폭약이라면 이 문을 파괴할 수 있을 거다.
이건 "노드"를 파괴할 때 써야 돼... 어쩔 수 없지. 계속 내려가자.
...이제 이 길밖에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