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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 이성질체

피의 신념Ⅱ

"모두가 살아남길 바라기에, 저희는 계속 싸워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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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도가니인 베오그라드의 거리.

RO635는 측면에서 사격했지만, 니모겐은 가볍게 피했다.

피함과 동시에, 니모겐은 팔에서 촉수를 뻗어, 2층에 있던 RO635의 발을 휘감곤 그대로 지상으로 내팽개쳤다. RO635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니모겐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가슴을 짓밟으며 웃었다.

RO635

이 더러운 발 치워...!

니모겐

히햐하하하! 쓰레기가 나름대로 노력은 했구나? 시시하기 짝이 없었지만!

히히히, 역시 그리폰은 이것밖에 안 돼!

콰앙!

방금 니모겐이 서 있던 그 자리에 유탄이 날아들어 폭발했다.

RO635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서둘러 가까운 엄폐물로 몸을 숨겼다.

RO635

콜록콜록... 야, SOP2! 나까지 죽일 셈이야?!

하지만 그 유탄이 아니었다면 RO635는 그대로 니모겐에게 목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이윽고, 연기를 뚫고 한 그림자가 다른 방향의 엄폐물로 달려갔다.

니모겐의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미소가 만연한 인형이었다. 그녀의 눈은 순식간에 몇 미터를 이동한 니모겐을 주시하고 있었다.

M4 SOPMOD II

에헤헤, 미안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아무튼 지금 막 도착했어!

SOP2는 RO635가 있는 쪽을 향해 히죽 웃으며 유탄을 재장전했다.

니모겐

오호라, 이제야 좀 재미있어 보이는 장난감이 나타났네? 이히히...

M4 SOPMOD II

응? 요즘 니토는 되~게 건방져졌다?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은데 입방정만 엄청 늘었네~?

니모겐

그러니까 난 니토가——

M4 SOPMOD II

네가 니토가 아니면 뭔데? 불에 타든 안 타든, 쓰레기는 쓰레기인 것처럼, 너도 그냥 니토야.

니모겐

킥킥킥... 나 조금 열 받았어. 저번에 날 열 받게 한 녀석은 피떡으로 만들었는데, 인형은 고철로밖에 못 만들어서 참 아쉽네~

M4 SOPMOD II

거 봐, 입만 살아가지곤. 그딴 헛소리에 겁먹을 SOPMOD II가 아니라고!

니모겐

아무래도 넌 날 잘 모르나 보구나. 잘 됐다,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 네 머리통을 뽑아서 말이야! 히히히히!!

RO635

SOP2! 지금은 주석을 모시고 이탈하는 게 급선무야! 저놈이랑 실랑이 벌일 시간 없어!

지휘관님도 지금 성당으로 통하는 길을 거의 다 뚫었다셔!

M4 SOPMOD II

그럼 적당히 무승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쉽네!

니모겐

히히히, 그렇게 나와야지. 정말 마음에 들어~

그럼 어디 한번 덤벼 봐!

퍼펑! 타타탕!

총성과 탄환이 교차한다.

매섭게 화력을 퍼부어도 검은 소녀를 막아낼 순 없었지만, 움직임을 늦출 수는 있었다.

그 틈을 타, RO635는 주석과 함께 그 아수라장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RO635

여기는 RO635! 구조팀과 합류하여 현재 적의 추격을 따돌리는 중입니다!

카리나

<color=#00CCFF>알았어!</color>

<color=#00CCFF>대성당으로 곧장 달려와! 돌격팀이 길을 확보하긴 했지만, 적의 공격이 거세서 오래 유지하진 못해!</color>

RO635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갑니다!

콰앙!!

총성과 웃음소리가 서로 섞여, 괴기한 광경을 자아냈다.

SOP2는 전투에 집착하지 않고, 적의 공격을 피하고 함정을 설치하면서 거리를 벌려 나갔다.

RO635

나이스, SOP2!

M4 SOPMOD II

헤헤, 이제야 좀 할만 하네. 계속 잔챙이들만 상대하느라 지겨웠는데.

니모겐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는 거야~?

RO635

SOP2, 조심해!

니모겐이 순식간에 촉수로 SOP2의 목을 휘감았다. 하지만 니모겐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SOP2는 역으로 촉수를 잡아 뜯곤 그대로 당겨, 끌려온 니모겐을 걷어찼다.

M4 SOPMOD II

빠~앙. GAME OVER.

SOP2는 유탄을 발사했고, 나가떨어진 니모겐은 착지함과 동시에 유탄에 맞았다. 폭발을 뒤로 하며, SOP2는 RO에게 돌아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M4 SOPMOD II

미안해 RO, 무승부란 게 의외로 어렵더라.

RO635

너 이 자식, 폼이나 잡고... 어휴 됐어, 빨리 지휘관님과 합류하자!

대성당.

지휘관의 지휘 아래, 전술인형들은 주위의 감염자들을 처리하며 성당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카리나

K 씨가 단숨에 돌파할 수 있을 거라 하지 않았어요? 말한 거랑 다르잖아요!

적의 공격도 너무 거센데, 정말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주변에 감염생물까지 너무 많아요!

루이스 기관총

으엑... 피가 여기저기 튀어서 기분 나빠...

너무 징그러워! 더는 못 참겠다고!

P22

조금만 더 버텨 봐, 아직 호위팀이 오지 않았어. 걔네가 VIP를 데리고 합류할 때까지...

아, 다행이다. 저기 온다!

10분 후.

...전장의 어느 지점.

니모겐

히히히히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잠깐 저 쥐새끼들 보고 들떠 있으라고 해... 어차피...

어차피 결국엔 모두 내 손에 잿더미가 될 테니까...!

그래... 다 불태울 거야...!

키키킥... 용서 못해... 용서 못해!

토막토막 썰어 버리겠어!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고 있으라고...!

15분 후.

대성당 앞.

M4 SOPMOD II

지휘과――안!

RO635

지휘관님! 무사하십니까!

지휘관

난 괜찮다. 지금은 바깥도 한동안 안전할 거다. 중장비 부대도 안전한 구역에 배치를 끝마쳤다.

M4 SOPMOD II

임무 완료! RO랑 VIP 모두 무사히 데려왔어!

RO635

(야, 아직 싸움 안 끝났어...)

M4 SOPMOD II

헤헤, 임무 잘하고 칭찬받는 게 뭐 어때서?

지휘관

미안하지만, 지금은 휴식할 시간이 없다.

패러데우스도 ELID도 아직 상당수가 남아 있어...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M4 SOPMOD II

걱정 마, 적이 몇이나 남았든, 내가 다 해치울게!

아까 그 하얀 놈들의 두목이 RO한테서 VIP를 잡아가려고 하길래, 내가 빵! 하고 해치웠어!

기념으로 부품 몇 개 뜯어오고 싶었는데...

카리나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이상한 잔해를 안 가져와서 다행이야...

또 그런 걸 봤다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구...

M4 SOPMOD II

근데 정말 이상한 녀석이었어. 아무리 봐도 니토인데 자기 입으론 니토가 아니래.

그리고 녀석이 웃는 걸 보면, 뭐랄까... 왠지 오싹했어!

그말을 듣자, 마음이 덜컥했다.

그 오싹한 느낌... 역시 그때 본 건 니토였다. 대체 놈은 무슨 속셈이지?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지휘관

SOP2, 그 "니토"는 확실히 처치했어?

M4 SOPMOD II

니토인데 자기 이름은 "니모겐"이고 니토랑은 다르다 하고, 이상했다니까...

아, 해치웠냐고? 그때 유탄으로 날려 버리긴 했는데, 확실히 해치웠는지는 모르겠어. 가서 시체 확인하고 올까?

지휘관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아주 잘했다, SOP2.

오싹한 미소, 주석을 노린 테러와 그리폰을 향한 공격... 분명 무언가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 지금은 성당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울릭 주석

괜찮으신가요?

상냥한 안부가 내 의식을 다시 현실로 되돌렸다.

울릭 주석

저기, 괜찮으신 건가요?

방금 전부터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지휘관

...네, 괜찮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렸군요.

울릭 주석

음... 이런 상황에서 염치없는 말이지만...

지금 성당에는 많은 피난민이 있습니다. 지원은 언제 오나요?

지휘관

지원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석께선 성당 안에서 계십시오. 밖은 위험합니다.

카리나, 주석을 안으로 모셔.

카리나

네. 주석님, 성당으로 돌아가요. 여긴 너무 위험해요.

울릭 주석

알겠습니다...

울릭 주석은 발길을 돌리다 말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울릭 주석

지휘관님. 실례지만, 당신은 이곳 출신이 아니죠? 안전국의 요원도 아닌 것 같고, 당신은 대체...

지휘관

전 그저... 틈에 끼어 살아남기 바쁜 안전계약사원입니다.

잠깐 표정을 정리하고, RO635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한 뒤 지시를 내렸다.

RO635

재배치된 선봉 제대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네요...

이제 어떡하죠?

방금 전의 전투로 이미 큰 피해를 입었어요. 여기서 계속 소모전을 치르게 되면, 방어선도 얼마 안 가 붕괴되고 말 겁니다.

콰아앙!

연달아 일어나는 폭발의 충격파가 견고한 대성당을 두들겼다. 성당 안에선 이따금씩, 신에게 버림받은 공예품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RO635

치잇... 제압 포격이에요.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저희의 병력을 줄일 속셈인 거겠죠. 어떡하면 좋죠, 지휘관님?

지휘관

여길 포기할 수밖에 없겠군. 성당 안에서 농성한다면 더 버틸 수는 있겠지만...

카리나, 통신은 아직도 먹통인가?

카리나

지금 그리폰 후방 지원팀과의 연락까지 두절된 상태예요. 일단 휴대용 무전기로 K 씨와 통신을 시도하고 있어요. 통신 방해가 심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지휘관

과연 우리만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콰앙!

또다시 포격이 덮쳤다. 방어선이 휩쓸렸지만, 가까스로 진형을 유지했다.

RO635

지휘관님! 당장 후퇴하지 않으면 방어선은 물론 지휘관님까지 위험합니다!

지휘관

제기랄, 모든 제대에게 전한다! 지금 당장 성당 안으로 후퇴하라!

...10분 후.

대성당 내부.

각 제대를 수습하고, 성당 내부에 다시 방어선을 구축했다.

다행히 거리가 멀어, 후퇴 도중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RO635

성당 내부는 안전합니다. 현재 잔여 병력과 피해 상황도 파악을 끝냈어요.

전 지금부터 다른 제대들과 함께 성당을 방어하러 가겠습니다.

카리나

지휘관님, 연결됐어요!

삐이이...

카리나

K 씨, 들리세요?!

지금 대성당 안으로 후퇴했는데, 적은 여전히 몰려오고 있어요! 후방 지원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고요! 언제 저희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줄 거예요!?

치지직——

<color=#00CCFF>지금 도시 곳곳이——</color>

——치지직——

<color=#00CCFF>지원을 보내기 어렵——</color>

카리나

그러니까, 빨리 지원을 보내달라고요!

다음 지시는 뭐죠? 여긴 지금 대피한 민간인에 아이들까지 있어요! 빨리 지원이 오지 않으면――

——통신이 끊어졌다.

카리나

으아아아! 이 빌어먹을 고철덩어리가 꼭 이럴 때만 고장 나냐아아아!

오다가 충격으로 망가진 건가...? 예비 부품! 예비 부품이 있을 텐데...!

지휘관님, 어쩌면 좋죠? 아무래도 당분간 지원은 없을 것 같아요...

지휘관

달리 방법이 없다면, VIP를 데리고 더 멀리 후퇴해야 해.

하지만 이곳의 민간인을 버리고 갈 수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해야만 하는 건가...

카리나

지휘관님...

기운내세요, 제가 금방 무전기를 고칠게요. K 씨가 이곳으로 후퇴하라고 말한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어? 주석님? 아까 여기 계셨는데?

지휘관님, 큰일이에요! 주석님이 사라지셨어요!

콰광!

포격에 성당의 돌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돌기둥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깨진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SOP2가 그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M4 SOPMOD II

으아아, 다 부서지는 건... 어, 주석? 주석 여기 있어! 카리나! 주석 찾았어!

SOP2가 주석을 발견하곤 크게 외쳤다.

주석은 그곳에서 누군가를 감싸 지키고 있었다.

아이였다. 몸을 바들바들 떨며 울고 있는 어린 아이였다.

M4 SOPMOD II

그 애를 지켜주려고 한 거야?

너무 위험하잖아! 더 큰 돌덩이가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럤어?!

진동과 돌조각을 맞은 탓인지, 주석은 약간 휘청이면서 일어섰다.

주석이 껴안고 있던 아이도, 정신을 차리곤 주석의 품에서 빠져나와 성당의 구석으로 달려가 다시 숨었다.

RO635

괜찮으십니까?

주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초조한 얼굴이었다.

지휘관

크흠...!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성당 하나쯤이야, 저희가 충분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주석께선 안심하고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울릭 주석

아뇨, 제 안전이 걱정돼서가 아닙니다.

지휘관

네?

울릭 주석

방금 여러분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 철수에 관해서...

지휘관

...죄송하지만, 정말 다른 수가 없을 경우 저희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울릭 주석

친절한 지휘관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지휘관

...말씀하시죠.

울릭 주석

될 수 있는대로, 이곳의 피난민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

지휘관

저들을 버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울릭 주석

저 역시, 혼자 떠나지 않겠습니다. 제 목숨은 아무 상관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저 자신에게 여러분의 보호를 받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한낱 장기말에 불과해요.

M4 SOPMOD II

하지만 우리 임무는 주석을 보호하는 건데? 그리고 그 뭐냐, 무슨무슨 연합의 주석 대행이라며. 대단한 사람 맞잖아.

울릭 주석

아니요, 전혀 대단하지 않습니다. 저 혼자 살기 위해, 다른 무고한 이들을 버릴 수는 없어요.

저의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바로 저들을 위한 노력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RO635는 방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예 마비된 듯한 얼굴이었다.

RO635

......

저도 이해가 가요...

울릭 주석

여러분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한, 피난민들은 총탄과 감염자를 피해 달아나는 것보다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저를 데리고 여기서 나간다면, 여기에 남겨질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래도 안 됩니다"라는 말을 참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난 이 사람만큼 철저하지 않아서겠지.

울릭 주석

저는 국련인인 동시에 루크사트주의자이기에, 신 소련과 이곳의 사람들에게 배척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죄가 없습니다. 어느 쪽의 국민이든, 이런 절망의 구렁텅이 같은 국면에서 해방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RO635

그래서 이 회담에 참여하신 건가요?

울릭 주석

네. 제 꿈은 갈등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간의 갈등, 사람간의 갈등...

여기로 오기 전, 국련의 정보기구가 돌발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미리 경고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로 인해 희생될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행원의 숫자까지 줄였지만... 결국 그들도 저 때문에 희생되고 말았군요...

나도 모르게, 저 구석에 숨은 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울릭 주석

지휘관님, 무리한 요구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여기서 철수하신다면, 제게도 무기를 주시고 싸우게 해주세요.

제가 죽거나 무언가로 변해 버린다 하여도, 마지막까지 제 꿈을 관철하게 해주세요.

지휘관

<color=#A9A9A9>(차별 없는 평화라...)</color>

나는 주석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인하고, 악의도, 망설임도 없고,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지휘관

전 주석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뻔한 대답이겠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이 성당을 지키겠습니다.

울릭 주석

감사합니다.

방금 당신께 한 말이 공갈이나 다름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건, 바로 당신뿐입니다.

당신은 선량한 분이세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당신의 힘을 정의로운 일을 위해 발휘해 주세요.

지휘관

그게 당신들이 말하는 "세상을 새로 쓸 칼날"입니까?

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밖은 포성이 끊이질 않았다.

몇 분 후, 대성당 후방 외곽.

카리나

후방의 거주 지역에서도 피난민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공격팀은 그들을 안전하게 호위해줘!

다른 제대는 계속해서 저지 사격 개시!

카리나

TEC! 너도 가!

TEC9

넷?! 저, 저건 인간이잖아요!

X95

제가 갈게요.

TEC9는 대신 여기를 사수해 주세요!

...10분 후.

X95는 인간 두 명을 호위하며, 다른 인형들과 함께 성당 안으로 철수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구출되어 기뻐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X95

<color=#A9A9A9>카리나 씨, 이 두 사람, 어딘가 불편한 걸까요...?</color>

카리나는 그 둘을 한번 보더니, 한숨을 쉬며 X95에게 작은 소리로 말해주었다.

카리나

전쟁이 덮친 곳에는 항상 저런 사람들이 있지...

익숙해져야 해.

X95가 멍하니 서서 카리나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던 그때, 무언가가 그녀의 등에 날아들었다.

뒤돌아 보니, 방금 구출받은 그 피난민들이었다.

구석에 쪼그려 앉은 채, 떨리는 손으로 돌멩이를 몇 개 쥐고서 X95를 노려보고 있었다.

X95

저기...

탁!

X95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여성이 돌을 던졌다.

성당 조각상의 파편이 X95의 왼눈 가까이에 맞았다.

인간 남성

너... 인간이 아니지?! 지금 밖에서도 인간이 아닌 것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너도 마찬가지지!?

인간 여성

마, 맞아! 우리 집이... 우리 집이 포격에 사라졌어! 흑... 이 나쁜...!

X95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가, 몸을 숙였다.

인간 남성

뭐, 뭐 하려는 거야! 우릴 죽일 셈이야!? 이 괴물――

X95

...죄송해요.

X95는 돌을 던지려는 남자의 손을 막지 않고, 그저 나지막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이에 놀라 손을 멈추었다.

X95

정말, 죄송해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당신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저도 이해할 수 있어요.

인간 여성

인간도 아니면서, 뭐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거야?! 누가 믿을 줄 알고!?

네녀석들이 우릴 여기로 데려와 줬다고 고마워할 줄 알아!?

다 너희 인형들 때문에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거야! 너희만 없었으면, 우리 집도...!

X95

......

...그 말에 반론의 여지는 없어요.

하지만 저희도, 되도록 무의미한 싸움은 피하고 싶어요... 하지만 저희 인형에게 그런 선택권은 자주 주어지지 않죠...

두 사람은 말을 잇지 못했다.

X95

그래서,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이것만은 믿어 주세요. 인형들도, 당신의 편이랍니다.

모두가 살아남길 바라기에, 저희는 계속 싸워나갈 거예요.

만약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해도, 다치고 죽는 건 오직 인형만이길 바라요.

그들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고개를 떨구고, 여자는 흐느껴 울었다.

그런 두 사람을 다독인 후, X95는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X95

패러데우스로 인한 피해 때문에, 인형에 대해 예민해진 것 같아요...

카리나

미안해... 내가 갔어야 했는데...

X95

아뇨, 괜찮아요. 저 두 분은 잘못이 없어요.

카리나 씨, 이 싸움은 언제 끝날까요?

카리나

글쎄... 빨리 끝나면 좋겠지...

X95

네... 그래야 아무도 더 다치지 않을 테니까요...

카리나

......

정말이지... 이 세상 모든 싸움이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