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특이점
"적에게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지휘관은 적의 후방으로 침투한다..."
기지 내부.
우측 주의.
수신.
병사 1개 분대가 헐레벌떡 지나갔지만, 아무도 귀퉁이의 그늘에 숨어 있는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와 K는 서로를 엄호하면서, 군의 시야를 피하기 위해 엄폐를 유지하며 이동했다.
병사와 자율 유닛을 재편성해라! 당장은 적과 교전하지 말고 아군과의 합류를 최우선으로 한다!
기지 내부로 진입한 군부대는 어지간히도 다급했는지, 편제가 완전히 흐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총성은 여전히 끊기지 않았고, 아직까지 생존한 그리폰의 전술인형들이 잔존 군부대를 끈질기게 교란하면서 그들의 결집을 방해했다.
지휘관님, 들리세요?
잘 들려.
군부대는 현재 아군 제대와 근거리 교전 중이라, 바로 쳐들어오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그래서 우리 제대를 재결집할 수도 없고, 인형도 이제 몇 남지 않아서 밀어붙이기는커녕 어떻게든 견제하는 게 전부예요... 이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도 못해요.
알았다, 서두를게.
지휘관, 전방에 상황 발생.
확인했어, 놈들이 수문 바로 위에 임시 지휘부를 만들었군. 성가시게 하필이면...
저쪽의 장교도 우리가 이렇게 나오리라 예측했겠지.
수문을 확보하려면 놈들의 지휘부부터 처리해야 한다.
네 인형 제대로 공격해볼 만한가?
수가 많진 않지만,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쯧... 카리나, 들리니?
네, 지휘관님.
지금부터 군의 주둔 지점으로 침투할 테니, 지금 바로 남은 제대로 제압 사격 실시해서 놈들의 주의를 끌어 줘.
적들의 눈이 쏠린 틈을 타서 지나갈 거니까 진격까진 필요 없어.
하지만 지휘관님이...
명령 실시.
...네, 실시하겠습니다.
곧바로 총성이 한층 더 요란해졌고, 군 병사들과 자율 유닛들이 교전 지점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눈먼 탄들이 엄폐물을 넘어 가까운 벽에 날아와 박히면서, 영 불쾌한 소리를 냈다.
꽤 위험해 보이는데, 정말 괜찮겠나?
언제는 뭐 안전했던가?
그럼 행운을 빌지. 네가 벌집이 되면 묵념은 해 주겠어.
그딴 건 됐으니까 너도 할 일이나 해. 통신 종료.
전방에는 이제 엄폐물도 없었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다.
허리춤에 폭탄을 단단히 묶고, 나는 최대한 바닥에 엎드려 천천히 기어갔다.
매류코프가 맞았다! 당장 후방으로 데려가!
놈들을 제압할 수가 없어! 수류탄 남는 사람 없어?!
아까 다 던지고 없어!
젠장, 총알도 몇 발 안 남았잖아!? 교대 바란다!
지금 간다!
중사님께 철갑탄 더 보내 달라 연락해!
그리고 증원도! 놈들에게 밀린다!
그쪽도 철갑탄 다 떨어졌단다! 빌어먹을, 부상자는 아직 움직일 수 있으면 탄띠 잡고, 최대한 절약하면서 쏴!
멀지 않은 곳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피탄당한 병사는 다른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 후방으로 이송됐지만, 부상자들 모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인 만큼, 함부로 신체를 노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근거리 교전에선 인간보다 순발력이 월등한 전술인형들이 유리했다. 차례차례 병사들의 팔과 무기에 총구멍이 났고,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의료병들은 필사적으로 부상자들을 지혈했고, 다른 병사들은 부상병의 탄창을 건네받아 전선으로 돌아갔다.
총성과 비명이 메아리치는 통로에서, 병사들의 시선이 교전 지점으로 쏠린 틈을 타 나는 빠르게 포복 전진했다.
군의 임시 지휘부에서 또다시 1개 분대가 교전 지점 방향으로 뛰어갔다. 총구의 플래시가 흔들거리며 몇 번이고 내 얼굴을 비쳤지만, 다행히 그들은 정신없는 와중이라 바닥에 엎드린 나를 보지 못했다.
그들이 지나간 뒤, 나는 몸을 일으켜 뜀걸음으로 반대편 엄폐물 뒤로 숨었고, 그제야 잠깐 숨을 돌리며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약 10m 앞에 군 소대의 엄폐물이 있지만, 수문이 지휘부의 엄폐물 바로 뒤에 있어 도저히 우회가 불가능했다.
카라스코 소대는 뭐 하고 있어? 당장 이쪽으로 복귀하라 해!
카라스코 소대는 전멸했습니다! 현재 9-1, 9-3 소대가 측면으로 우회해 놈들의 화력 포인트를 포위하려 합니다!
Сука! 포위하는 건 됐다!
지금은 저딴 인형들과 실랑이나 벌일 때가 아니라고! 대위님이 우릴 기다리신단 말이다!
하지만 적의 방해가 너무 끈질겨 탄약 소모가 심각합니다!
서로 엄호하면서 복귀하도록 해! 전원 집결하면 대위님을 쫓아간다!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제 증원은 없는 겁니까?
밖에서 터지는 소리 못 들었나?
일개 PMC가 저런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빌어먹을 앞잡이 놈들...!
대위님이 제어실까지 도달할 수만 있다면 동지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는다. 빨리 다른 소대에게 연락――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엄폐물 내의 두 사람은 머리에서 피를 쏟았다.
나는 신속히 안으로 진입해 확인 사살을 한 뒤, 그중 한 명의 무기와 무전기를 가지고 수문으로 달음박질쳤다.
내 총성은 혼란스러운 교전 상황에 묻혔고, 적 병사들은 자신의 지휘관이 사살된 것을 깨닫지 못했다. 덕분에, 폭탄을 설치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
폭탄과 기폭 장치의 상태가 양호한 것까지 확인했으니, 이제 안전거리까지 물러나 폭파하기만 하면 된다.
기폭 스위치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주머니에 넣은 뒤, 조금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던 통신기를 들었다.
지휘관, 나다.
폭탄 설치 완료했다.
그래, 이쪽도 막 끝낸 참이야.
먼저 이탈해, 약간 말썽이 생겼어.
설마, 놈들의 지휘관을 해치운 건 아니겠지?
도저히 우회가 불가능했거든.
역시. 조심해라, 분대 하나가 널 찾기 시작했다.
알았다. 일단 안젤리아와 연락해서 어떻게 할지 판단하지.
통신이 가능할까?
전파 방해도 사라졌으니 될 거야. 그럼 끊는다.
안젤리아 씨, 제 말 들립니까?
잘 들려.
지금 바쁘니까 짧게 말해.
폭탄 설치를 완료하여,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습니다.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고르가 지하 2층으로 진입해서 지금 리벨리온과 함께 추격 중이야.
AR팀은 아직 지하 1층에서 다른 기갑들과 교전 중인데, 현재 상황은 나도 몰라.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도록 준비해.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철수할 겁니까?
우리가 철수하든 말든, 아무리 늦어도 5분 후에 자동 폭발하도록 설정해.
너도 그동안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대피하고.
군을 제압할 수 있다면 이런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상황이 변했어. 지금 스타피쉬가 작동하려는 낌새가 있어.
방심했어... 예고르를 막더라도, 전에 스피라에나 코어와 접촉한 적이 있는 M16이 스타피쉬 가동 권한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하여간, 애당초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기지였어. 지금 상황에선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밖에.
알겠습니다. 모두를 대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통신 종료.
M4, 지휘관이다. 그쪽 상황은 어떻지?
댄들라이입니다, 지휘관님. AR팀은 현재 전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 옛 대원도 현장에 나타났습니다.
교전 중지하고 복귀하라 전달해.
스타피쉬가 가동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는 안젤리아의 연락을 받았다. 5분 후에 수문을 폭파하겠어.
불가능합니다. 적과 접전을 벌이고 있어, 바로 이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루니샤가 M16A1을 쫓으러 가는 것을 말릴 방도가 없습니다.
치잇...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두 돌아올 수 있게 해. 정확히 5분 뒤에 수문이 폭파되니까, 꾸물거리다간 모두 물속에 잠기고 말아.
노력하겠습니다.
부탁한다. 통신 종료.
카리나, 들리니? 지금 폭탄 설치가 끝났으니 제대를 최대한 높은 곳으로 피신시켜. 정확히 5분 뒤에 폭파한다.
알겠... 네!? 그럼 지휘관님은 어떡하시려고요?!
어째선진 몰라도 지금 병사들이 지휘관님 방향으로 물러나고 있어요! 다시 공격해볼까요?
아니, 더 이상의 모험은 하지 마. 난 알아서 빠져나갈 테니까 걱정 말고, 어서 서둘러. 통신 종료.
프라체코프! 네 소대도 함께 따라와!
Сука блять! 9-3, 소위님이 당했다! 적이 침투했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빨리도 왔군...
병사들이 점점 엄폐물로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 이 손에 들린 장비와 기폭 스위치만으로 저놈들과 정면을 맞붙는 건 무모한 짓이겠지.
그리고, 지금은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하지만 병사들이 벌써 포위망을 짰으니, 이제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기는 무리다.
찾았다!
!!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개죽음이다. 나는 노획한 소총을 난사해, 놈들이 엄폐물을 찾는 틈을 타 전력으로 질주했다.
빌어먹을 쥐새끼가 저기 있다, 쏴라!
총알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소총을 떨어뜨리는 걸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있는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바닥을 뒹굴며 마지막 총알을 피하면서, 골목길 안으로 몸을 던졌다.
길을 막아! 놓치지 마라!
병사 두 명이, 내가 숨어 있는 골목을 향해 사격했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이 점사하면서 골목의 귀퉁이로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고개를 내미는 정신 나간 짓은 하지 않았다.
탁! 구르르르... 뭔가가 이쪽으로 굴러왔다.
...수류탄!
크윽!
콰앙!
가까스로 엎드려 폭발은 피했지만, 워낙에 가까웠던 탓에 이명이 일어났다.
땀이 쏟아진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인지, 격렬한 움직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옷 안에 손을 넣어 보니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적이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나는 머리에 흐르는 땀을 털어내고, 기폭 스위치를 쥐었다. 손가락은 아직 멀쩡했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 발악할 준비를 마쳤다.
정말 익숙한 상황...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소꿉놀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음을 실감했다.
사장님, 이력서 넣을 때 이렇게 위험한 직장이라 하신 적 없잖습니까...
하아... 하하하, 위험수당을 청구할 수 없는 게 참 아쉽네.
점점 커지는 병사들의 총성이 귀청을 때렸다.
이대로라면 곧 엄폐물을 넘어오겠지.
하지만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다 죽는 꼴을 당하긴 싫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엄폐물에서 일어나 총을 겨눴다.
...그리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병사의 총구가 아니라, 조금 먼 거리의 어디선가.
뭐야?!
방금 소리는 권총이 아니야.
뭐지? 이 타이밍에 지원군이라니, 어디서?
탕! 탕!
다시 들려온 총성과 함께, 병사 한 명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다른 병사는 곧바로 뒤돌아 습격자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지만, 역시 속수무책으로 급소를 피격당해 쓰려졌다.
골목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휘관 구출은 추가 유료 서비스인 거 알지? 돌아가면 영수증에 0 하나 더 붙여 줘.
404...?
안녕 지휘관, 기적 같은 타이밍에 지원군 도착이라니 기분이 어때?
다만 긴장 풀기엔 아직 일러. 침투한 건 나랑 416뿐이거든. 어쨌든 우리가 지휘관을 데리러 갈게.
금방 갈 테니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
수문이 곧 폭발할 거야.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해.
그래? 그럼 서둘러야겠네. 위치가 노출된 이상 벗어나긴 쉽지 않겠지만.
휴우... 내키진 않지만, 녀석들한테 도와 달라 해야겠네.
전체 대사 보기 (95줄)
기지 내부.
<color=#00CCFF>우측 주의.</color>
수신.
병사 1개 분대가 헐레벌떡 지나갔지만, 아무도 귀퉁이의 그늘에 숨어 있는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와 K는 서로를 엄호하면서, 군의 시야를 피하기 위해 엄폐를 유지하며 이동했다.
병사와 자율 유닛을 재편성해라! 당장은 적과 교전하지 말고 아군과의 합류를 최우선으로 한다!
기지 내부로 진입한 군부대는 어지간히도 다급했는지, 편제가 완전히 흐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총성은 여전히 끊기지 않았고, 아직까지 생존한 그리폰의 전술인형들이 잔존 군부대를 끈질기게 교란하면서 그들의 결집을 방해했다.
<color=#00CCFF>지휘관님, 들리세요?</color>
잘 들려.
<color=#00CCFF>군부대는 현재 아군 제대와 근거리 교전 중이라, 바로 쳐들어오지는 못할 거예요.</color>
<color=#00CCFF>하지만 그래서 우리 제대를 재결집할 수도 없고, 인형도 이제 몇 남지 않아서 밀어붙이기는커녕 어떻게든 견제하는 게 전부예요... 이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도 못해요.</color>
알았다, 서두를게.
<color=#00CCFF>지휘관, 전방에 상황 발생.</color>
확인했어, 놈들이 수문 바로 위에 임시 지휘부를 만들었군. 성가시게 하필이면...
<color=#00CCFF>저쪽의 장교도 우리가 이렇게 나오리라 예측했겠지.</color>
<color=#00CCFF>수문을 확보하려면 놈들의 지휘부부터 처리해야 한다.</color>
<color=#00CCFF>네 인형 제대로 공격해볼 만한가?</color>
수가 많진 않지만,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쯧... 카리나, 들리니?
<color=#00CCFF>네, 지휘관님.</color>
지금부터 군의 주둔 지점으로 침투할 테니, 지금 바로 남은 제대로 제압 사격 실시해서 놈들의 주의를 끌어 줘.
적들의 눈이 쏠린 틈을 타서 지나갈 거니까 진격까진 필요 없어.
<color=#00CCFF>하지만 지휘관님이...</color>
명령 실시.
<color=#00CCFF>...네, 실시하겠습니다.</color>
곧바로 총성이 한층 더 요란해졌고, 군 병사들과 자율 유닛들이 교전 지점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눈먼 탄들이 엄폐물을 넘어 가까운 벽에 날아와 박히면서, 영 불쾌한 소리를 냈다.
<color=#00CCFF>꽤 위험해 보이는데, 정말 괜찮겠나?</color>
언제는 뭐 안전했던가?
<color=#00CCFF>그럼 행운을 빌지. 네가 벌집이 되면 묵념은 해 주겠어.</color>
그딴 건 됐으니까 너도 할 일이나 해. 통신 종료.
전방에는 이제 엄폐물도 없었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다.
허리춤에 폭탄을 단단히 묶고, 나는 최대한 바닥에 엎드려 천천히 기어갔다.
매류코프가 맞았다! 당장 후방으로 데려가!
놈들을 제압할 수가 없어! 수류탄 남는 사람 없어?!
아까 다 던지고 없어!
젠장, 총알도 몇 발 안 남았잖아!? 교대 바란다!
지금 간다!
중사님께 철갑탄 더 보내 달라 연락해!
그리고 증원도! 놈들에게 밀린다!
그쪽도 철갑탄 다 떨어졌단다! 빌어먹을, 부상자는 아직 움직일 수 있으면 탄띠 잡고, 최대한 절약하면서 쏴!
멀지 않은 곳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피탄당한 병사는 다른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 후방으로 이송됐지만, 부상자들 모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인 만큼, 함부로 신체를 노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근거리 교전에선 인간보다 순발력이 월등한 전술인형들이 유리했다. 차례차례 병사들의 팔과 무기에 총구멍이 났고,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의료병들은 필사적으로 부상자들을 지혈했고, 다른 병사들은 부상병의 탄창을 건네받아 전선으로 돌아갔다.
총성과 비명이 메아리치는 통로에서, 병사들의 시선이 교전 지점으로 쏠린 틈을 타 나는 빠르게 포복 전진했다.
군의 임시 지휘부에서 또다시 1개 분대가 교전 지점 방향으로 뛰어갔다. 총구의 플래시가 흔들거리며 몇 번이고 내 얼굴을 비쳤지만, 다행히 그들은 정신없는 와중이라 바닥에 엎드린 나를 보지 못했다.
그들이 지나간 뒤, 나는 몸을 일으켜 뜀걸음으로 반대편 엄폐물 뒤로 숨었고, 그제야 잠깐 숨을 돌리며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약 10m 앞에 군 소대의 엄폐물이 있지만, 수문이 지휘부의 엄폐물 바로 뒤에 있어 도저히 우회가 불가능했다.
카라스코 소대는 뭐 하고 있어? 당장 이쪽으로 복귀하라 해!
카라스코 소대는 전멸했습니다! 현재 9-1, 9-3 소대가 측면으로 우회해 놈들의 화력 포인트를 포위하려 합니다!
Сука! 포위하는 건 됐다!
지금은 저딴 인형들과 실랑이나 벌일 때가 아니라고! 대위님이 우릴 기다리신단 말이다!
하지만 적의 방해가 너무 끈질겨 탄약 소모가 심각합니다!
서로 엄호하면서 복귀하도록 해! 전원 집결하면 대위님을 쫓아간다!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제 증원은 없는 겁니까?
밖에서 터지는 소리 못 들었나?
일개 PMC가 저런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빌어먹을 앞잡이 놈들...!
대위님이 제어실까지 도달할 수만 있다면 동지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는다. 빨리 다른 소대에게 연락――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엄폐물 내의 두 사람은 머리에서 피를 쏟았다.
나는 신속히 안으로 진입해 확인 사살을 한 뒤, 그중 한 명의 무기와 무전기를 가지고 수문으로 달음박질쳤다.
내 총성은 혼란스러운 교전 상황에 묻혔고, 적 병사들은 자신의 지휘관이 사살된 것을 깨닫지 못했다. 덕분에, 폭탄을 설치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
폭탄과 기폭 장치의 상태가 양호한 것까지 확인했으니, 이제 안전거리까지 물러나 폭파하기만 하면 된다.
기폭 스위치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주머니에 넣은 뒤, 조금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던 통신기를 들었다.
<color=#00CCFF>지휘관, 나다.</color>
<color=#00CCFF>폭탄 설치 완료했다.</color>
그래, 이쪽도 막 끝낸 참이야.
먼저 이탈해, 약간 말썽이 생겼어.
<color=#00CCFF>설마, 놈들의 지휘관을 해치운 건 아니겠지?</color>
도저히 우회가 불가능했거든.
<color=#00CCFF>역시. 조심해라, 분대 하나가 널 찾기 시작했다.</color>
알았다. 일단 안젤리아와 연락해서 어떻게 할지 판단하지.
<color=#00CCFF>통신이 가능할까?</color>
전파 방해도 사라졌으니 될 거야. 그럼 끊는다.
안젤리아 씨, 제 말 들립니까?
<color=#00CCFF>잘 들려.</color>
<color=#00CCFF>지금 바쁘니까 짧게 말해.</color>
폭탄 설치를 완료하여,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습니다.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color=#00CCFF>예고르가 지하 2층으로 진입해서 지금 리벨리온과 함께 추격 중이야.</color>
<color=#00CCFF>AR팀은 아직 지하 1층에서 다른 기갑들과 교전 중인데, 현재 상황은 나도 몰라.</color>
<color=#00CCFF>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도록 준비해.</color>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철수할 겁니까?
<color=#00CCFF>우리가 철수하든 말든, 아무리 늦어도 5분 후에 자동 폭발하도록 설정해.</color>
<color=#00CCFF>너도 그동안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대피하고.</color>
군을 제압할 수 있다면 이런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color=#00CCFF>상황이 변했어. 지금 스타피쉬가 작동하려는 낌새가 있어.</color>
<color=#00CCFF>방심했어... 예고르를 막더라도, 전에 스피라에나 코어와 접촉한 적이 있는 M16이 스타피쉬 가동 권한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color>
<color=#00CCFF>하여간, 애당초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기지였어. 지금 상황에선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밖에.</color>
알겠습니다. 모두를 대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통신 종료.
M4, 지휘관이다. 그쪽 상황은 어떻지?
<color=#00CCFF>댄들라이입니다, 지휘관님. AR팀은 현재 전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 옛 대원도 현장에 나타났습니다.</color>
교전 중지하고 복귀하라 전달해.
스타피쉬가 가동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는 안젤리아의 연락을 받았다. 5분 후에 수문을 폭파하겠어.
<color=#00CCFF>불가능합니다. 적과 접전을 벌이고 있어, 바로 이탈할 수 없습니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루니샤가 M16A1을 쫓으러 가는 것을 말릴 방도가 없습니다.</color>
치잇...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두 돌아올 수 있게 해. 정확히 5분 뒤에 수문이 폭파되니까, 꾸물거리다간 모두 물속에 잠기고 말아.
<color=#00CCFF>노력하겠습니다.</color>
부탁한다. 통신 종료.
카리나, 들리니? 지금 폭탄 설치가 끝났으니 제대를 최대한 높은 곳으로 피신시켜. 정확히 5분 뒤에 폭파한다.
<color=#00CCFF>알겠... 네!? 그럼 지휘관님은 어떡하시려고요?!</color>
<color=#00CCFF>어째선진 몰라도 지금 병사들이 지휘관님 방향으로 물러나고 있어요! 다시 공격해볼까요?</color>
아니, 더 이상의 모험은 하지 마. 난 알아서 빠져나갈 테니까 걱정 말고, 어서 서둘러. 통신 종료.
프라체코프! 네 소대도 함께 따라와!
Сука блять! 9-3, 소위님이 당했다! 적이 침투했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빨리도 왔군...
병사들이 점점 엄폐물로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 이 손에 들린 장비와 기폭 스위치만으로 저놈들과 정면을 맞붙는 건 무모한 짓이겠지.
그리고, 지금은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하지만 병사들이 벌써 포위망을 짰으니, 이제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기는 무리다.
찾았다!
!!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개죽음이다. 나는 노획한 소총을 난사해, 놈들이 엄폐물을 찾는 틈을 타 전력으로 질주했다.
빌어먹을 쥐새끼가 저기 있다, 쏴라!
총알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소총을 떨어뜨리는 걸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있는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바닥을 뒹굴며 마지막 총알을 피하면서, 골목길 안으로 몸을 던졌다.
길을 막아! 놓치지 마라!
병사 두 명이, 내가 숨어 있는 골목을 향해 사격했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이 점사하면서 골목의 귀퉁이로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고개를 내미는 정신 나간 짓은 하지 않았다.
탁! 구르르르... 뭔가가 이쪽으로 굴러왔다.
...수류탄!
크윽!
콰앙!
가까스로 엎드려 폭발은 피했지만, 워낙에 가까웠던 탓에 이명이 일어났다.
땀이 쏟아진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인지, 격렬한 움직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옷 안에 손을 넣어 보니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적이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나는 머리에 흐르는 땀을 털어내고, 기폭 스위치를 쥐었다. 손가락은 아직 멀쩡했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 발악할 준비를 마쳤다.
정말 익숙한 상황...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소꿉놀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음을 실감했다.
사장님, 이력서 넣을 때 이렇게 위험한 직장이라 하신 적 없잖습니까...
하아... 하하하, 위험수당을 청구할 수 없는 게 참 아쉽네.
점점 커지는 병사들의 총성이 귀청을 때렸다.
이대로라면 곧 엄폐물을 넘어오겠지.
하지만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다 죽는 꼴을 당하긴 싫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엄폐물에서 일어나 총을 겨눴다.
...그리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병사의 총구가 아니라, 조금 먼 거리의 어디선가.
뭐야?!
<color=#A9A9A9>방금 소리는 권총이 아니야.</color>
<color=#A9A9A9>뭐지? 이 타이밍에 지원군이라니, 어디서?</color>
탕! 탕!
다시 들려온 총성과 함께, 병사 한 명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다른 병사는 곧바로 뒤돌아 습격자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지만, 역시 속수무책으로 급소를 피격당해 쓰려졌다.
골목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color=#00CCFF>지휘관 구출은 추가 유료 서비스인 거 알지? 돌아가면 영수증에 0 하나 더 붙여 줘.</color>
404...?
<color=#00CCFF>안녕 지휘관, 기적 같은 타이밍에 지원군 도착이라니 기분이 어때?</color>
<color=#00CCFF>다만 긴장 풀기엔 아직 일러. 침투한 건 나랑 416뿐이거든. 어쨌든 우리가 지휘관을 데리러 갈게.</color>
<color=#00CCFF>금방 갈 테니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color>
수문이 곧 폭발할 거야.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해.
<color=#00CCFF>그래? 그럼 서둘러야겠네. 위치가 노출된 이상 벗어나긴 쉽지 않겠지만.</color>
<color=#00CCFF>휴우... 내키진 않지만, 녀석들한테 도와 달라 해야겠네.</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