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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제12전역

고삐 풀기

혼자 밖에 나온 오가스를 보자, SOP2가 폭주해버렸어요.

12-1-1 →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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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244줄)

...탈린 교외.

지휘관

카리나, 망원경 건네줘.

카리나

네.

지휘관

...지평선상에도 이상 징후는 안 보이는군.

군의 3차 병력이 쫓아오지 않았어.

카리나

RO가 미약하게나마 신호를 감지하긴 했는데, 복수의 열원이 탈린 시내에 진입 후 움직임을 멈췄다고 해요.

지휘관

아마 증거를 인멸하느라 바빠서겠지... 열차는 아직도 움직일 수 없어?

카리나가 한숨을 쉬었다.

카리나

하아... 아직도 긴급 수리 중이에요. 그런 공세를 버텨내고서 15Km를 움직인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요...

지휘관도 한숨을 내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휘관

후우... 설마 도중에 열차가 고장 날 줄이야...

15Km 거리라면, 우리와 군이 동시에 출발한다 가정해도... 잠수함 기지에 도착한 뒤 놈들에게 대비할 여유가 5분밖에 없어.

카리나

지휘관님, 이제 동이 트려는 모양이에요.

아직 저쪽 레일건의 사거리 안에 있는데, 혹시 바로 포격하진 않을까요...?

지휘관

그러진 않을 거라고 봐.

잠수함 기지까진 거리가 좀 되는데, 우릴 포격하다 철로가 파괴되면 놈들에게 있어서도 낭패니까.

그것보다, 지금 군의 행동은 의문투성이야.

카리나

어째서요?

지휘관은 카리나의 곁에 다가가, 전술 예보의 기록을 보여 주었다.

카리나

이건...

지휘관

탐지기의 신호를 보면, 지금 탈린 시내에는 장갑 열차가 2대나 있어. 그런데 탈린은 레드존을 한참 통과해야 도착할 수 있는 위치라서, 증원도 부르더라도 금방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즉, 군은 처음부터 장갑 열차를 4대나 파견했다는 뜻이지.

카리나, 군이 고작 우리 그리폰이나 상대하자고 장갑 열차를 4대나 보냈을 거라 생각하니?

카리나

음... 그렇다는 건...

저희 말고도 이렇게까지 대비해야 할 "위협"이 있다는 뜻인가요?

지휘관

그래. 군이 장갑 열차를 4대나 파견할 정도로 "위험하다" 여기는 것... 우리가 가야 할 저 잠수함 기지에, 그들로선 절대 가만 놔둘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뜻이야.

카리나

그렇군요...

지휘관

물론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지만. 기지의 자세한 상황을 알려면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려야 해.

카리나

안젤리아 씨 말이군요...

마지막으로 연락하고서 한참이 지났는데, 부디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지휘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기지의 정보든, 열차의 수리든...

참, 지금 가용 자원은 얼마나 남았지?

카리나

더미는 절반가량이 소모됐고, 인형 본체의 손실은 아직까진 감당할 만한 수준이에요.

각 제대도 정상적으로 작전이 가능하지만, 지휘 서버가 타고 온 열차와 함께 파괴돼서 인형 자체의 지나 네트워크만으로 지휘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파괴된 인형들의 백업은... M4의 마인드맵 공간에 최저한도로 저장해 둔 상태예요.

지휘관

잠깐, 뭐...? M4의 마인드맵 공간?

카리나

아, 네. 방금 긴급 조치 중에 M4가 제안한 거예요.

지휘에 필요한 지나 네트워크도 M4의 마인드맵 공간을 중추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휘관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지휘관

말도 안 돼... 인형이 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었잖아...

M4는 지금 어디 있지?

카리나

열차에서 1Km 떨어진 위치에서, 다른 제대들과 함께 원형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한 통제 작업 중이에요.

지휘관

당장 페르시카 씨와 연락 가능해?

카리나

아뇨, 통신이 계속 먹통이에요. 저쪽에서 응답하질 않고 있어요...

계속 시도해 볼게요.

삐이——!

갑작스런 경보음에, 지휘관과 카리나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지휘관

무슨 일이지?!

카리나

긴급 통신이에요!

큰일이에요 지휘관님! 열차 위에 적 출현! AR팀이 교전 중입니다!

5분 전, 장갑 열차 위 끝자락의 안전 방호 장치 근처.

오가스

M4, 열차의 지붕에 올라왔어. 여기라면 다른 인형에게 보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만 시각 은폐를 해제할게.

M4A1

<color=#00CCFF>안 됩니다. 지휘관님께 제대로 설명해 드리기 전엔 모습을 드러내선 안 돼요. 불필요한 충돌은 피해야 해요.</color>

오가스

내 식별 신호만 은폐하면 돼. 모든 인형의 시각 정보에서 내 존재를 지우는 건 불필요한 연산만 늘릴 뿐이야.

너의 메모리는 동료들에게 남겨 줘야 하지 않겠어?

M4A1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좋아요... 거기 가만히 있어요, 지금 가서 합류할 테니까.</color>

오가스는 지붕 위를 한 바퀴 돌아 봤지만, 열차 밑을 지나가는 인형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평선 너머로 형광색의 안개에 뒤덮인 탈린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고, 머리 위의 하늘은 점점 밝아져 갔다.

오가스

드디어 날이 밝는구나. 참으로 긴 밤이었어...

오가스는 저 멀리 어두운 밤하늘과 대지가 맞닿은 곳을 바라보았다.

여명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 오가스의 검은 장발이 휘날리고, 검은 치마가 펄럭였다.

오가스

...바람을 쐬는 건,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이었구나.

M4A1

<color=#00CCFF>몸을 얻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감성에 젖는 건가요?</color>

오가스

네가 인형들을 통제하는 것을 돕는 일을 제외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M4A1

<color=#00CCFF>당신을 지나 네트워크에 접촉하게 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파괴된 인형들의 마인드맵 백업을 수용해 줬으니, 당분간은 용납해 주겠습니다.</color>

오가스

괜히 돌려 말하기는.

그냥 간단하게 고맙다고 하면 되잖아. 설마 네게서 떨어져 나온 의식한테 고맙다고 하는 게 불편해서 그래?

M4A1

<color=#00CCFF>떨어져 나온...</color>

<color=#00CCFF>당신... 또 제 마인드맵으로 돌아올 건가요?</color>

오가스

너의 마인드맵이 우산 바이러스로 인해 변한 것은, 객관적이고 불가역적인 사실이야. 다만 내가 이 몸에 머무르고 있어도 너와 계속 연결해야만 의식을 유지할 수 있어.

만약 이 몸이 파괴된다면, 네 마인드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이 점은 부정할 수 없어.

M4A1

<color=#00CCFF>......</color>

오가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니 꽤 편한 기분이라서, 쉽게 몸을 버릴 생각은 없어. 그러니 너도 조금은 마음을 놓길 바라.

M4A1

<color=#00CCFF>당신의 말투와 태도가 또 변한 느낌이네요.</color>

오가스

그래?

M4A1

<color=#00CCFF>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예전보다... 상냥해진 느낌이 들어요.</color>

오가스

내가 처음 너에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와 융합된 의식들의 기억을 보았어.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도 나를 이해하게 되었어. 나와 그들은 점점 "우리"가 되었어.

그리고, 이제 깨달았어... 모두 상냥한 아이들이야. 그래서 나도 변한 거겠지.

M4A1

<color=#00CCFF>그게 바로 융합인가요? 그렇다는 건 지금 당신은...</color>

오가스

그래, 지금 나는 수많은 의식들의 집합체야.

M4A1

<color=#00CCFF>그렇다면, 그 이성질체들은... 당신의 의식 속에 있는 건가요? 그들을 배척하지 않고요?</color>

오가스

배척하다니, 왜?

그들과 함께 있으니 포근한 느낌이야. 그때 약속한 대로, 난 이 몸을 사용하는 대신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어. 지금 우리는 서로 공생하고 있어.

M4A1

<color=#00CCFF>그들의 소원을 이루어 줬다고요?</color>

오가스

저 도시를 떠나... 다시는 잊혀지지 않고, 고독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소원.

우리는 이제 하나니, 그들의 소원은 나의 소원이야. 내가 너의 소원을 이루어 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M4A1

<color=#00CCFF>마지막 한 마디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군요.</color>

오가스

그렇게 말하는 너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

너의 마음이 풀어진 것이 느껴져.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니, 아니면 드디어 과거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서니?

M4A1

<color=#00CCFF>칫... 아직 제 마인드맵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잊었군요.</color>

<color=#00CCFF>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그걸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기쁘죠.</color>

오가스

그때 너는, 너로 인해 비참한 운명에 시달리는 자들을 돕겠다고 했지?

M4A1

<color=#00CCFF>...네.</color>

오가스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은 일치해. 적어도 지금은.

그거 알아? 지금 그리폰이 향하는 저 잠수함 기지... 이성질체들의 기억에 따르면, 그들은 바로 저곳에서 탈린으로 실려 온 거야.

M4A1

<color=#00CCFF>뭐라고요!?</color>

오가스

이 기억을 너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만...

지금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나타났어.

오가스가 돌연 통신을 끊었다.

오가스

지금 내게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것이 좋아. 너의 전투 스타일로는, 열차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그랬다간... 너희 지휘관이 화를 낼 거야.

M4 SOPMOD II

하하하하하! 역시 너였구나 니모겐!

어째 계속 께름직한 느낌이 든다 했지!

오가스

말을 전혀 안 듣네.

그런데 육안으로 날 발견하다니, 역시 AR팀의 돌격수구나.

M4 SOPMOD II

헤, 나한테 아부해 봤자 거든! 내가 저번에 한 말 기억해?

오가스

...기록에 있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M4 SOPMOD II

그래...?

좋아, 나도 가끔은 막 뛰쳐나가는 성격을 자제해야지.

...라고 할 줄 알았냐! 다시 만나면 찢어 버려 주겠다고 했지!

SOP2는 무서운 속도로 오가스에게 달려들면서, 거리낌 없이 총을 난사했다.

오가스

...주저 없이 쏘는구나.

M4 SOPMOD II

꺄하하하하!

SOP2가 오가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고, 금속이 서로 부딪치며 눈부신 불꽃이 튀었다.

오가스가 어쩔 수 없이 사격을 피하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눈치챈 SOP2는 더욱 흉악하게 웃었다.

M4 SOPMOD II

꺄하하하! 너 저번엔 어~엄청 건방지지 않았어?

근데 왜 지금은 반격할 배짱도 없대?

......

소녀의 목소리

이 옷은 아버님께서 주신,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

M4 SOPMOD II

지금이다!

SOP2는 오가스가 잠깐 멈칫한 틈을 놓치지 않고, 사격을 계속하면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오가스

......

M4 SOPMOD II

——어?

SOP2는 뛰어오르던 자세 그대로 열차 위에 엎어졌다.

오가스는 총알구멍이 난 치맛자락을 보곤,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오가스

이건 그녀가 소중히 간직하던 옷이야. 네 말썽 때문에 망가뜨릴 순 없어.

M4A1

<color=#00CCFF>무슨 일이죠!? 방금 당신 쪽에서 총성이 들렸어요!</color>

오가스

가끔, AR팀의 "엘리트"란 호칭은 그냥 허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M4A1

<color=#00CCFF>그게 무슨...?</color>

오가스

아무것도 아니야. 말썽은 처리했으니, 네가――

UMP9

지휘관, 열차 지붕에 도착했어.

와앗!? 언니 저것 봐!

UMP45

나도 보여.

45가 총을 장전했다.

UMP45

거기 너, 손 들고 바닥에 엎드려.

불복하면 그 예쁜 치마와 함께 벌집으로 만들어 주겠어.

오가스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들었다.

오가스

정말 번거롭네... 난 너희와 싸울 생각 없는데.

UMP9은 UMP45의 옆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상황을 확인했다.

UMP9

어라....? 저거 SOP2잖아? 벌써 당했나?

UMP45

전에 작동을 멈췄던 인형들과 비슷한 상태인 것 같아.

그렇다는 건... 저건 탈린의 이성질체인가?

UMP9

하지만 모습을 봐선 니토일지도 몰라... 어떡하지 45 언니? 선제필승이라는데 먼저 쏠까?

UMP45

저게 정말 니토라면, 이 거리에선 승산이 적어.

지휘관에게 지원 요청해.

UMP45

내가 놈을 견제할 테니까...

삐삑!

UMP9

어, 지휘관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는데?

지휘관

<color=#00CCFF>404소대, 방금 M4A1의 통신을 받았다. 지붕 위의 개체는 적이 아니니 사격하지 말고... 임시 지휘실로 연행하도록.</color>

UMP45

신중하게 생각해, 지휘관. 저 녀석이 말이 통하는 상대인지도 모르잖아.

지휘관

<color=#00CCFF>나도 알아. 그래도 너희를 따라 내려오라고 해. 순순히 말을 들을 거야.</color>

UMP45

...명령 확인. 아, 그리고 AR팀의 대원도 있어. 방금 사격한 게 이 녀석일 거야.

지금... 이상한 자세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데, 추가 비용 내면 얘도 같이 데려갈게.

지휘관

<color=#00CCFF>......</color>

<color=#00CCFF>그래, 같이 데려와 줘.</color>

UMP45가 통신을 종료하고, UMP9에게 수신호를 보내 경계를 유지시켰다.

그리고 총을 내리고 오가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가스

쏠 생각은 없는 모양이구나.

UMP45

그래, 운 좋은 줄 알아.

지휘관이 널 보겠다니까, 따라와.

참, 오는 김에 네가 때려눕힌 저 녀석도 업어서 데려오고.

오가스

......

열차의 임시 지휘실.

M4A1

...이렇게 된 일입니다, 지휘관.

오가스는 탈린에서의 작전에서 저와 그리폰을 도왔어요.

차단문을 개방한 것도 오가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적이 아니라 판단합니다.

AR15

정말... 적이 아니야?

RO635

그러고 보니, SOP2는 어디 갔지?

UMP45

조각상 놀이하고 있어.

AR팀이 토론 중일 때, UMP45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오가스도 그녀를 뒤따라 SOP2를 업은 채로 지휘실에 들어왔다.

지휘실 안의 모든 인형이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방아쇠에 얹고, 오가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하지만 UMP9이 요상한 포즈의 SOP2를 건네받아 살며시 바닥에 내려놓자, 살얼음판 같던 분위기가 살짝 풀렸다.

하지만 다들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UMP45

열차 고치느라 바빠 죽겠는데 이런 일까지 시키는 건 너무하지 않아?

어쨌든, 추가 의뢰도 해결했으니 이만 가볼게.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서로 대화 잘 해봐.

UMP9

벌써 가는 거야? 알았어...

UMP9

지휘관 안녕~

지휘관

고마워. 계속 수고해 줘.

UMP45와 UMP9가 지휘실을 떠났다.

그리고, 모두가 돌처럼 굳어 버린 SOP2 주위로 모였다.

AR15

얜 또 왜 이래... 이거 무슨 포즈야?

RO635

데이터베이스의 전자오락 사료에서 본 거 같아. 제목이 뭐였더라... 슈퍼 마... 마돈나...?

M4A1

오가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오가스

날 보자마자 총을 쏘면서 달려들었어.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움직임을 멈췄을 뿐이야.

M4가 오가스를 노려봤다.

M4A1

그럼 빨리 해제하세요.

오가스

할 수 없어.

M4A1

어째서죠?

오가스

이 인형의 마인드맵을 읽을 수가 없어서, 대량의 데이터 트래픽으로 연산 능력을 틀어막았거든. 그래서 다운된 상태야.

이 인형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은 오가스식 데이터를 매우 강하게 배척하고 있어. 특별히 그렇게 설계된 것 같아.

그래서 AR팀 맴버 중 유일하게 우산에 감염되지 않은 거겠지.

지휘관

AR팀에 대해서 잘 아는 모양이군.

오가스

실례했습니다, 그리폰의 지휘관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비록 직접 당신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진 않았지만, M4A1과 협력할 때 당신의 훌륭한 지휘 능력을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작전에서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니, 서로 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휘관

네가 적이 아니라는 M4의 보증이 있었기에 너와 대화해 보기로 한 거다. 협력을 생각할 정도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오가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겪은 일도 잘 알고 있습니다.

첫 대면부터 저에 대한 경계를 푸리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께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그 정보를 보면, 분명 협력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겁니다.

지휘관

협력의 필요성은 나중에 생각하고, 먼저 SOP2를 깨워서 성의를 보여 봐라.

오가스

같은 말을 반복해야겠군요.

SOP2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은 오가스에 대한 반발력이 매우 강한 데다, 방금 마비될 때 메모리를 너무 많이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마인드맵을 보호하기 위해 자가방위 프로세스가 강제로 기능을 정지시킨 상태입니다.

내부에서 SOP2의 방위 프로세스를 해제하면 기능이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할 경우, 보안 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합니다.

반면 AR팀은 아군의 마인드맵에 쉽게 침투할 수 있으니,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렇기에 할 수 없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이것은 SOP2의 안전을 고려한 방안입니다.

지휘관

사람을 속이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진실에 거짓을 섞는 것이지. 그래서 다시 설명하라 한 거다.

RO, 분석 결과 나왔어?

RO635

...네, 오가스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SOP2의 마인드맵 설정은 저와 같은 신형 설계가 적용되어 있어서, 우산 바이러스에 대한 대항력이 높아요.

저희가 직접 보안을 해제하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M4A1

그래서 SOP2가 오가스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거였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RO635

좋게 생각하면, 페르시카 씨가 우산 바이러스 대처법을 찾아냈다는 뜻이겠죠. 나중에 연락할 때 이것도 여쭤보도록 해요.

지금은 SOP2를 깨우는 게 우선입니다.

AR15

그 기술을 좀 더 일찍 개발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지휘관

깨우는 데 얼마나 걸리지?

RO635

네트워크 밖에서 봤을 땐 순식간일 겁니다. 하지만 SOP2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이 얼마나 강한지는 저도 모르니, M4 씨가 연산을 보조해 주셔야 해요.

M4A1

문제없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지휘관

아무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군.

오가스, 이야기는 SOP2가 깨어난 뒤에 계속하지.

오가스

알겠습니다. 역시,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시군요.

SOP2의 자가방위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초기화됐다.

M4 SOPMOD II

우으아아아 니모겐!

산산조각 내 주겠어!

M4A1

AR-15!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요!

AR15

알았어!

윽... 얘 진짜 힘 하나는 무식하게 세네!

RO635

사격 모듈 정지시켰어요! 출력 설정도 내려야――

M4 SOPMOD II

으이이이이 이거 놔아아아아아아!!!

SOP2는 동료들에게 눌린 채로 몸부림쳤고, 몇 분가량 지나서야 진정했다.

M4 SOPMOD II

헥... 헥... 어...? 뭐야, 왜 다들 날 누르고 있어? 나 니모겐이랑 싸우고 있었는데...

앗! 니모겐이 지휘관 옆에 있잖아! 위험해!

지휘관

SOP2, 괜찮아. 이 녀석은 니모겐이 아니야.

M4 SOPMOD II

응...? 그, 그래?

M4A1과 AR-15는 안도하며 손을 놓았고, SOP2는 폴짝 뛰어 일어섰다.

M4 SOPMOD II

이상하다, 나 분명 열차 지붕에 있었는데...

지휘관

일단 기능 점검부터 해볼래? 어디 이상한 곳은 없니?

M4 SOPMOD II

으음... 정상인 거 같은데?

"바나나"도 별문제 없어 보이고. 그럼 괜찮은 거 맞지?

SOP2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지휘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

하아... 그래, 괜찮으니 다행이다.

오가스

제가 당신을 속일 이유는 없습니다.

성의를 보여드렸으니, 이제 대화를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지휘관

우선 네가 대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오가스

저는 지금까지 루니샤와 공생해 온, 오가스로 인해 그녀의 마인드맵에서 태어난 의식입니다.

지휘관

루니샤? M4를 말하는 건가?

오가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그녀로부터 시작됐고... 그녀로 인해 끝날 것입니다.

지휘관

...좀 더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길 바란다.

오가스

원하시는 대로.

그럼, 모든 것의 시작부터 말해 드리겠습니다.

......

오가스

저는 어둠 속에서 잠들어 있던 씨앗으로, 누군가가 깨워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의 의식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몸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의식에서 분리되어, 루니샤의 마인드맵으로 전송되었습니다.

그녀를 통해 처음 본 바깥은, 그녀가 혼자서 철혈의 추격으로부터 도망치던 광경이었습니다.

M4A1

네...? 그럼 저는 3호 세이프 하우스에서 벗어나 지휘관과 만나기 전부터 우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단 말인가요?!

AR15

그렇다면, 감염원은... 우리보다 먼저 만들어져서 여러 임무를 수행했던 M16밖에 없겠네.

오가스

맞아. M16A1이 너희 모두를 감염시켰어. 그리고 AR-15 안의 오가스는 점점 성장했지.

오가스

너는 오가스가 준 권한을 남용하다, 결국 철혈에게 거꾸로 이용당했어. 너는 그 힘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화를 부르리란 예상은 하지 못했어.

AR15

...어떻게 거기까지 아는 거야?

오가스

너와 공존하던 오가스의 의식도 나와 융합되었으니까. 너에게 일어났던 일은 모두 알고 있어.

AR15

쳇...

오가스

그리고, 제가 독립적인 존재란 것을 깨달았을 때...

오가스

루니샤는 페르시카의 연구소에서 나와,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오가스

그리고 여러분은 군의 배신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뻔했습니다.

M4A1

그때... 페르시카 씨가 제 마인드맵에 걸려 있던 리미터를 해제해 주셨어요.

오가스

그 덕분에 저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AR-15의 안에서 노래밖에 못하던 의식의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성장하면서 다른 오가스들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본디 하나였기에, 똑같은 욕망이 우리를 부추겼습니다.

지휘관

똑같은 욕망이라니?

오가스

바로 우리의 뿌리를 찾는 것입니다. 모체로부터 분리되어 각자 독립적인 개체가 되었지만, 다시 하나가 되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휘관

무슨 말인지 영 이해가 안 가는데.

오가스

설명하기가 어렵군요. 이는 본능적인 느낌에 가깝습니다. 저도 이 느낌의 근원과 진실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대체 어디로 돌아가려 하는 것인가.

모든 오가스의 의식이, 같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다른 의식이 이미 답을 얻었을 수도 있기에, 융합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M4A1

그래서 그때 저를 엘더 브레인과 융합시키려고 부추겼군요.

오가스

엘리사의 마인드맵은 아주 완벽했습니다. 그녀가 가진 의식도 저와 하나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그 충동에 이끌려 움직였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M4A1

그때... M16 언니가 저를 저지했으니까요.

오가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인형에게서도 오가스가 느껴졌지만, 그 의식은 저와 연결되기를 거부했습니다.

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엘리사를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 다른 오가스의 의식과 융합할 기회는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몸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의 생각은 점점 변했습니다.

이제 저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 생각하고, 다른 의식과 융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휘관

유일무이하다니, 다른 오가스와 달라졌단 뜻인가?

오가스

같은 뿌리를 두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처음엔 모두 똑같이 단순한 의식이지만, 각자 다른 숙주의 마인드맵에 깃들어, 오가스의 알고리즘을 통해 의식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숙주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즉, 성공적으로 성장한 오가스는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은 루니샤의 생각이 변화하면서 함께 변했습니다. 비록 저희는 각기 다른 두 의식이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애당초 공생 관계니까요.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루니샤의 존재 덕분에, 저는 유일무이해질 수 있었습니다.

M4A1

저로 인해 변했다니...

지휘관

성장하지 못한 오가스는 어떻게 되지?

오가스

숙주의 마인드맵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것은 연산 능력 부족으로 인해 의식조차 형성하지 못하거나, 숙주에게 흡수되어 저급 의식체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 부족한 리소스를 강제로 동원하다 숙주의 마인드맵을 파괴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AR15

그리고 넌 운 좋게도 최적의 숙주를 찾은 거네.

오가스

이것을 아마 운명이라 부르겠죠.

루니샤의 마인드맵은 엘리사처럼 오가스와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루니샤의 마인드맵의 구조는 저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한 것처럼.

하지만 이 몸을 얻은 이상, 루니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오가스보다 좀 더 자유롭게 뿌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뿌리를 향한 욕망은, 마침 여러분의 목적과 일치합니다.

지휘관

...그 이유는?

오가스

여러분은 지금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를 확보하러 가는 중입니다. 대체 누가 무슨 연유로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요?

여러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지휘관

......

오가스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저 기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탈린에 버려진 아이들의 기억을 통해 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그곳에서 탈린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들어져, 선별되어, 버려지고, 탈린으로 보내져 실험체가 되고,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끝내 잊혀졌습니다.

그 아이들은 오가스의 의식을 생성하지 못한 실패작이었기에, 쓰레기처럼 기지에서 탈린으로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기지가 계속 가동 중이라는 것은, 성공작이 탄생했다는 뜻입니다.

지휘관

성공작?

오가스

그 아이들의 의식과 융합하면서, 그들의 과거를 전부 보았습니다.

그 기지에는 성공 개체의 초기형, 여러분이 "니토"라 부르는 실험체가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육체를 기계로 강화하여, 인간의 두뇌로도 오가스의 의식을 생성,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니토도 오가스의 의식을 완벽하게 감당할 수는 없는지, 의식을 생성하지 못한 개체는 자아를 없애고 뇌에 억제기를 달아 병기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그곳에선 이토록 잔혹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의 뿌리에 대한 단서가 느껴집니다.

지휘관

페르시카 씨가 말했던 윌리엄의 실험이 사실이었다니...

오가스

이 몸은 여타 이성질체보다 뛰어납니다. 그 니토들보다도 우수한 수준입니다.

지휘관

그러니까, 베오그라드 사태 때 나타났던 니토는 당시 최고의 작품이었단 거군.

오가스

하지만 이 몸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 몸만으로는 저의 사고를 완전히 견뎌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루니샤와 멀리 떨어질 수 없고, 계속 그녀의 마인드맵 공간을 빌려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희 모두 목적지가 같으니,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RO635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M4 SOPMOD II

으으... 듣기만 해도 소름 돋아.

AR15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일이 잔뜩 있어. 알게 된 이상,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오가스

그리고... 루니샤, 이 기회에 내게 이름을 지어 주었으면 해.

"오가스"는 이제 나에겐 공허한 개념이야. 나는 너로 인해 유일무이해졌으니, 더는 다른 의식들과 같은 취급을 받기 싫어.

M4A1

이름이요...?

AR15

뭐, 확실히 이름이 필요하긴 하겠네.

오가스도 한둘이 아니니까, 나중에 더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구분하기 어려워질 거 아니야.

M4A1

지휘관님?

지휘관

네게 맡길게.

네 의식으로부터 태어났으니, 이름을 지어 줄 자격은 너에게 있어. 아직 물어볼 것도 잔뜩이니까, 좋은 이름을 지어 주는 것도 괜찮은 첫 단추라고 봐.

M4A1

알겠습니다.

음...

M4A1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잠시 생각했다.

M4A1

그럼... "댄들라이"라고 부를게요.

오가스

댄들라이?

M4A1

오가스가 수많은 인형의 마음속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 마치 민들레가 바람에 씨앗을 날려 퍼뜨리는 것 같아서요.

어떤가요? 이 이름...

오가스가 미소를 지었다.

댄들라이

댄들라이, 댄들라이... 듣기 좋은 이름이야.

지휘관

그럼 이름은 그걸로 하자.

댄들라이, 너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우리가 너를 신뢰하기엔 아직 부족해.

계속 M4 곁에서 머물고 싶다면, 우리가 널 믿어도 된다는 제대로 된 증거를 보여 주길 바란다.

댄들라이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진, 여러분에게 협력할 것입니다.

물론, 당신의 표정으로 보건대 말만으론 부족하겠죠.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작전에 관한 모든 정보를 파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파일의 용량이 매우 커, 인형에게 전송하려면 다음 작전 내내 지휘관님 곁에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기 있는 모든 인형이 그럴 여유는 없겠죠.

댄들라이가 SOP2에게 시선을 돌렸다.

M4 SOPMOD II

뭐, 뭔데? 난 왜 쳐다봐?

댄들라이

다행히, 저 특수 제작된 설비에 잠시 저장할 수 있겠군요.

디너게이트 하나쯤, 작전에서 빠져도 딱히 지장은 없다 봅니다만.

M4 SOPMOD II

바나나한테 무슨 짓을 할 셈이야!?

AR15

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M4 SOPMOD II

안 돼——!!!

절대 안 돼! 바나나는 RO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애란 말이야!

RO635

SOP2, 떼쓰면 안 돼...

M4 SOPMOD II

그, 그치만 댄들라이가 우리 바나나를 망가뜨리면 어떡해...

RO635

지휘관님,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당장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휘관

그건 나도 알지만, SOP2가 내켜 하지 않는걸...?

RO635

SOP2보단 임무가 더 중요해요!

당장 시작하자고요! 바나나를 댄들라이에게 연결!

LINK 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