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사냥 Ⅰ
"리코의 연구니까. 리코가 평생을 바친 성과를 그 자식에게 넘기고 싶진 않아."
......
카리나, 파견 나간 두 소대로부터 연락은?
30분 전 정기 보고를 받았습니다.
어... 상황은 어떻대?
두 소대 모두 별다른 이상 없이 임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 지휘관님.
그, 그래...
저... 카리나?
무슨 일이신가요, 지휘관님?
슬슬 말 좀 해주면 안 될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니...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들어왔습니다.
16LAB의 통신 요청입니다.
......
어휴, 하필 이런 때에...
연결해 줘.
지휘관, 바쁠 텐데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
음? 어째 안색이 무지 안 좋다?
새벽에 페르시카 씨 때문에 깬 후로 다시 못 자서 말입니다...
이번엔 무슨 일이시죠?
아아, 잘 못 잤구나.
전혀 미안함이 안 느껴지네요...
설마, 여기 오려던 걸 취소하려고 연락하신 건 아니겠죠?
에이, 그럴 리가.
그냥 가기 전에 하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현재 저희 상황 아시잖습니까...
지금 하벨 씨가 의뢰하신 일만으로도 바빠 죽겠다고요, 이 이상 임무를 수행할 인원도 부족합니다.
미안해 지휘관, 그래도 내가 부탁하려는 일도 하벨 씨의 의뢰랑 관련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은 마.
하벨 씨가 지휘관한테 자료를 왕창 주고 분석해 달라고 했지?
그거 나도 봤는데, 어쩌면 지휘관이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연락한 거야.
그거 정말 고마운 일이군요.
그래서, 철혈의 지휘 개체... 보스 인형 중 하나를 조사할 필요가 생겼어. 지휘관한테도 익숙한 녀석일걸?
누구 말입니까?
우로보로스.
......
그 녀석은 페르시카 씨의 실험실에 있지 않나요?
그때 404가 완전히 박살내고 마인드맵 코어만 가져왔어.
고위 철혈 인형의 AI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복구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손상됐지.
과연 404소대라고 할까... 정말 용서가 없군요.
그래서 말인데, 그 자료에서 봤지? 패러데우스가 철혈의 마인드맵의 구조를 연구하는 중이라는 거.
아마 M4만이 아니라, 엘더 브레인도 역붕괴 현상으로 사라져서일 거야.
철혈의 오가스 의식도 M4처렴 유적과 공명할 수 있단 뜻이니까.
윌리엄도 분명 그걸 알아냈을 테니... 서둘러야 해.
즉, 패러데우스보다 먼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싶단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거야.
......그리고, 리코의 연구니까.
리코가 평생을 바친 성과를, 그 자식에게 넘기고 싶진 않아.
...그래서, 제가 어떡하면 되겠습니까?
오, 해 줄 거야?
어휴...
왜 난 항상 거절을 못해서...
어떡하면 되는지나 어서 말씀해 주세요.
헤헤, 정말 고마워.
당시 우로보로스가 주둔했던 그 기지에 녀석의 마인드맵 백업과 예비 소체가 아직 남아있을 거야.
그걸 가져와 준다면, 철혈의 마인드맵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연구할 수 있어.
거기 위치는 아직 대충 기억하지?
네, 대충은요. 과거 작전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 뭔가 발견하면 바로 연락드리죠.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
내가 그쪽으로 이사하기 전에 회수 가능할까? 그럼 도착하자마자 바로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데.
노력해보겠습니다.
통신 종료.
지휘관은 모니터를 끄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이딴 게 무슨 휴가야...
페르시카 씨가 여기로 오신다고요?
음? 아...
그래, 새벽에 대뜸 전화한 이유가 그래서야.
그렇군요...
올 땐 아마 하벨 씨도 얼굴을 비추겠지.
귀찮은 사람들밖에 없다니까 정말...
카리나, 지금 작전 수행 가능한 인형 있어?
......
카리나?
네?!
아, 현재로선 바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형은 없어요.
우리가 인력난이라니 거 참... 아, 걔들은 어떨까? 아직 마인드맵 디버그 준비 중인 애들 있잖아.
그 애들이요? 임무 수행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마인드맵 결함 때문에 저번 작전에도 차출되지 않은 인형들인걸요.
그리고 지금은 백업 복구 작업을 처리하느라, 그 애들은 예정이 엄청 밀린 상태예요.
그래도 문제 있는 건 인격 쪽만이지?
수색 임무에 인격 교정까지 필요하진 않잖아. 페르시카 씨도 서둘러 달라 했고.
그렇지만...
우리 아가씨들을 믿어보자고. 고작해야 수색 정찰 임무니까, 별일 없을 거야.
그리고, 지금 우리에겐 다른 지원군도 있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임무 배정할게요.
"불가능이란 없다" 라는 말이 있지만, 인형들은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인형들에겐 "한계"란 "종점"을 의미한다.
......
괜찮아?!
손상이 심각해서 움직일 수도 없어... 난 무리야, 너희 먼저 가!
바보같은 소리 마! 아무도 안 두고 갈 거야!
하지만 이제 탄약도 다 떨어졌잖아! 얼마 버티지도 못한다고!
조심해!
총알 세례에 코앞까지 덮쳐온 철혈들이 쓰러졌다.
이 악물고 조금만 더 힘내, 그 녀석이 나타났다간――
그 녀석이란, 나를 말하는 거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할 새도 없이, 방어선이 잇따른 폭발에 삼켜졌다.
방금까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던 인형 소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궤멸했다.
겨우 생존한 소대장은 크레이터 속에 쓰러진 채,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먼지구름 속... 철혈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네놈의 연민이 부른 화는, 죽어서 후회하거라.
......
우로보로스 AI 모의전 기록, 재생 종료.
...좋았어.
AUG PARA!
네, 대장님!
우리의 현재 위치와 이 소대에 관해 설명해 봐라.
어, 그러니까... 현재 위치는 S06 구역 외곽의 영지고, 우리는 임시 편성된 해당 구역 조사 소대... 맞죠?
그리폰 전술인형 행동 수칙 제2항 제7조, "작전 회의 중 사적인 잡담은 엄금."
징계할 수준은 아니다만, 지난번 내 소대에서 규율을 위반한 인형이 어떻게 됐는지 명심하도록.
죄송해요 대장님, 그치만 VHS랑 더 친해지고 싶은걸요~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요, 헤헤헤...
그런데, 그 수칙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건가요?
인간?
AUG PARA가 가용 인원에서 제외된 원인이, 메모리 이상으로 인한 자기 인식 오류거든.
마인드맵 오작동이로군... 허나 자기 인식 오류 수준이라면 작전 수행에 지장은 없다.
진작에 디버그를 받았어야 할 네가, 지금 이 소대에서 지휘관님께 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해라. 받은 일도 못 하겠다면, 반품될 각오나 하도록.
당연히 노력해야죠! 여기서 인형들이랑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으니까요~ 헤헤헤.
헌데, 부관님께서 우리에게 편입시킨 인형은 한 명이 아닐 텐데. VHS, 나머지 둘은 어디 있지?
말이 나오자마자, 저 멀리서 바이크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더니 몬드라곤의 바로 앞에서 급정거했다.
여어, 여기서 대판 싸울 수 있다길래 왔다!
참, 오던 길에 길 잃은 녀석도 데려왔는데, 얘도 너네 대원이냐?
류, 류 소총 신고합니다!
어머나 귀여워라~ 류 씨라 불러도 돼요? 바닥에 총알 떨어뜨렸어요~
앗! 죄죄, 죄송합니다! 멀리 간대서 평소보다 많이 챙겼더니...
류, 지금이 몇 시지?
히익! 죄송합니다...!
음? 뭔데? 지금이 몇 신지가 그렇게 중요해?
관심인형에겐 당연히 중요치도 않겠지만...
그리폰 전술인형 행동 수칙 제1항 제3조, "시간 엄수." 정해진 시각을 지키는 것은 전장에서 소대의 생존에도 직결되는 요소다.
규율도 어기면서 마인드맵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자각조차 못한다니, 말 그대로 처참하군.
말 참 재수없게 빙빙 돌려서 하는데, 하고 싶은 말 있음 똑바로 하지?
PM1910, 네가 얌전하지 않단 건 이미 숙지하고 있다.
마인드맵 오작동으로 인한 호위 대상을 위협하는 돌발행동으로 물의를 빚어, 네가 소속됐던 소대는 그대로 해산될 뻔했지.
캬하핫! 그럼 내 성질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도 잘 알겠구만!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네가 선봉을 맡아라.
안 그래도 찜한 자리였어! 나보다 어울리는 녀석은 없지!
PM1910은 한껏 의기양양한 자세를 취한 뒤, 앞장서서 S06 구역으로 돌입했다.
후아아... 싸움이라도 나는 줄 알았어요.
그리폰의 현재 상황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 지휘관님은 믿고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전술인형이 필요로 하신다.
너희는 저마다 마인드맵에 오류가 있을 뿐이지, 작전 수행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소대를 이끄는 한, 전심전념으로 너희를 지도해 함께 철혈의 우로보로스에 관한 정보를 회수할 것이다.
...한 시간 후, S06 구역의 우로보로스의 옛 기지 인근.
퍼엉!
크하하하핫! 죽어라 철혈의 찌끄레기 자식들아――!!
으으... PM1910 씨 무서워요...
류 씨, 위험해요!
한 차례 총성이 지나간 그제서야, 류 소총은 자기 바로 옆에 쓰러진 디너게이트를 눈치챘다.
어라!? 어, 언제 여기까지...?
그리폰 전술인형 행동 수칙 제1항 제6조, "전투 중엔 정신 집중."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다음에 파괴되는 건 너다. 알았나?
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귀여운 류 씨는 다음에도 제가 지켜줄게요~
그나저나, 류 씨는 어쩌다 이 소대로 오게 됐어요?
자, 잘 모르겠어요... 전장에서 계속 철혈한테 쫓겨다니다, 마인드맵 디버그를 받으라고 송치됐단 것밖엔...
쫓겨다녔다니, 반격은 안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철혈이야 팍팍! 하고 해치우면 되잖아요.
오... 오오! 그렇죠, 제가 해치우면 되죠! 그런데... 자꾸 그들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숨바꼭질하는 느낌이지만,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게 고민까지 할 일이냐? 그냥 우리가 갈기는 쪽으로 같이 쏘면 되잖아!
그쵸... 죄송합니다...
류 씨는 제조되고 나서 아무런 전투 테스트도 받아본 적 없어요?
바, 받아봤어요!
그런데 아직도 요령을 잘 모르겠어서...
기록 읽기 오류인가 보군.
걱정 마라, 내 지시에 따라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되니까.
VHS, 정문의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라.
알았어.
상황은 어떻지?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그런데요?
시스템 내의 신호 식별 기록을 뽑아서 대조해 봤는데, 꽤 최근에나 출현한 식별 코드 그룹이 있네. 철혈도, 그리폰도 아니야.
네?! 그럼 적이 또 있어요!?
또 다른 신진 세력이 아니라면, 패러데우스겠군.
식별된 구체적인 시점도 알 수 있나?
대충 1주 전.
쳇, 벌써 왔다갔다고? 약삭빠른 자식들!
...잘됐군.
놈들의 기록이 남아있다면, 추가적으로 그들의 목적과 행방도 조사할 수 있으니.
그리고...
뭐가 더 있지?
기지 내부에 다수의 적대적 신호를 포착.
하, 찌끄레기들이 쥐구멍에 숨어가지고! 다 박살내 줄 테니까 빨랑 문이나 열어!
적의 규모도 파악 못한 상황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해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VHS, 일부라도 충분하니 저 적들에게 침투할 수 있겠나?
실전 기회구나, 한번 해볼게.
좋아, 부탁하마.
전체 대사 보기 (130줄)
......
카리나, 파견 나간 두 소대로부터 연락은?
30분 전 정기 보고를 받았습니다.
어... 상황은 어떻대?
두 소대 모두 별다른 이상 없이 임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 지휘관님.
그, 그래...
저... 카리나?
무슨 일이신가요, 지휘관님?
슬슬 말 좀 해주면 안 될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니...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들어왔습니다.
16LAB의 통신 요청입니다.
......
어휴, 하필 이런 때에...
연결해 줘.
지휘관, 바쁠 텐데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
음? 어째 안색이 무지 안 좋다?
새벽에 페르시카 씨 때문에 깬 후로 다시 못 자서 말입니다...
이번엔 무슨 일이시죠?
아아, 잘 못 잤구나.
전혀 미안함이 안 느껴지네요...
설마, 여기 오려던 걸 취소하려고 연락하신 건 아니겠죠?
에이, 그럴 리가.
그냥 가기 전에 하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현재 저희 상황 아시잖습니까...
지금 하벨 씨가 의뢰하신 일만으로도 바빠 죽겠다고요, 이 이상 임무를 수행할 인원도 부족합니다.
미안해 지휘관, 그래도 내가 부탁하려는 일도 하벨 씨의 의뢰랑 관련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은 마.
하벨 씨가 지휘관한테 자료를 왕창 주고 분석해 달라고 했지?
그거 나도 봤는데, 어쩌면 지휘관이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연락한 거야.
그거 정말 고마운 일이군요.
그래서, 철혈의 지휘 개체... 보스 인형 중 하나를 조사할 필요가 생겼어. 지휘관한테도 익숙한 녀석일걸?
누구 말입니까?
우로보로스.
......
그 녀석은 페르시카 씨의 실험실에 있지 않나요?
그때 404가 완전히 박살내고 마인드맵 코어만 가져왔어.
고위 철혈 인형의 AI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복구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손상됐지.
과연 404소대라고 할까... 정말 용서가 없군요.
그래서 말인데, 그 자료에서 봤지? 패러데우스가 철혈의 마인드맵의 구조를 연구하는 중이라는 거.
아마 M4만이 아니라, 엘더 브레인도 역붕괴 현상으로 사라져서일 거야.
철혈의 오가스 의식도 M4처렴 유적과 공명할 수 있단 뜻이니까.
윌리엄도 분명 그걸 알아냈을 테니... 서둘러야 해.
즉, 패러데우스보다 먼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싶단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거야.
......그리고, 리코의 연구니까.
리코가 평생을 바친 성과를, 그 자식에게 넘기고 싶진 않아.
...그래서, 제가 어떡하면 되겠습니까?
오, 해 줄 거야?
어휴...
왜 난 항상 거절을 못해서...
어떡하면 되는지나 어서 말씀해 주세요.
헤헤, 정말 고마워.
당시 우로보로스가 주둔했던 그 기지에 녀석의 마인드맵 백업과 예비 소체가 아직 남아있을 거야.
그걸 가져와 준다면, 철혈의 마인드맵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연구할 수 있어.
거기 위치는 아직 대충 기억하지?
네, 대충은요. 과거 작전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 뭔가 발견하면 바로 연락드리죠.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
내가 그쪽으로 이사하기 전에 회수 가능할까? 그럼 도착하자마자 바로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데.
노력해보겠습니다.
통신 종료.
지휘관은 모니터를 끄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이딴 게 무슨 휴가야...
페르시카 씨가 여기로 오신다고요?
음? 아...
그래, 새벽에 대뜸 전화한 이유가 그래서야.
그렇군요...
올 땐 아마 하벨 씨도 얼굴을 비추겠지.
귀찮은 사람들밖에 없다니까 정말...
카리나, 지금 작전 수행 가능한 인형 있어?
......
카리나?
네?!
아, 현재로선 바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형은 없어요.
우리가 인력난이라니 거 참... 아, 걔들은 어떨까? 아직 마인드맵 디버그 준비 중인 애들 있잖아.
그 애들이요? 임무 수행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마인드맵 결함 때문에 저번 작전에도 차출되지 않은 인형들인걸요.
그리고 지금은 백업 복구 작업을 처리하느라, 그 애들은 예정이 엄청 밀린 상태예요.
그래도 문제 있는 건 인격 쪽만이지?
수색 임무에 인격 교정까지 필요하진 않잖아. 페르시카 씨도 서둘러 달라 했고.
그렇지만...
우리 아가씨들을 믿어보자고. 고작해야 수색 정찰 임무니까, 별일 없을 거야.
그리고, 지금 우리에겐 다른 지원군도 있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임무 배정할게요.
"불가능이란 없다" 라는 말이 있지만, 인형들은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인형들에겐 "한계"란 "종점"을 의미한다.
......
괜찮아?!
손상이 심각해서 움직일 수도 없어... 난 무리야, 너희 먼저 가!
바보같은 소리 마! 아무도 안 두고 갈 거야!
하지만 이제 탄약도 다 떨어졌잖아! 얼마 버티지도 못한다고!
조심해!
총알 세례에 코앞까지 덮쳐온 철혈들이 쓰러졌다.
이 악물고 조금만 더 힘내, 그 녀석이 나타났다간――
그 녀석이란, 나를 말하는 거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할 새도 없이, 방어선이 잇따른 폭발에 삼켜졌다.
방금까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던 인형 소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궤멸했다.
겨우 생존한 소대장은 크레이터 속에 쓰러진 채,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먼지구름 속... 철혈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네놈의 연민이 부른 화는, 죽어서 후회하거라.
......
우로보로스 AI 모의전 기록, 재생 종료.
...좋았어.
AUG PARA!
네, 대장님!
우리의 현재 위치와 이 소대에 관해 설명해 봐라.
어, 그러니까... 현재 위치는 S06 구역 외곽의 영지고, 우리는 임시 편성된 해당 구역 조사 소대... 맞죠?
그리폰 전술인형 행동 수칙 제2항 제7조, "작전 회의 중 사적인 잡담은 엄금."
징계할 수준은 아니다만, 지난번 내 소대에서 규율을 위반한 인형이 어떻게 됐는지 명심하도록.
죄송해요 대장님, 그치만 VHS랑 더 친해지고 싶은걸요~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요, 헤헤헤...
그런데, 그 수칙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건가요?
인간?
AUG PARA가 가용 인원에서 제외된 원인이, 메모리 이상으로 인한 자기 인식 오류거든.
마인드맵 오작동이로군... 허나 자기 인식 오류 수준이라면 작전 수행에 지장은 없다.
진작에 디버그를 받았어야 할 네가, 지금 이 소대에서 지휘관님께 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해라. 받은 일도 못 하겠다면, 반품될 각오나 하도록.
당연히 노력해야죠! 여기서 인형들이랑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으니까요~ 헤헤헤.
헌데, 부관님께서 우리에게 편입시킨 인형은 한 명이 아닐 텐데. VHS, 나머지 둘은 어디 있지?
말이 나오자마자, 저 멀리서 바이크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더니 몬드라곤의 바로 앞에서 급정거했다.
여어, 여기서 대판 싸울 수 있다길래 왔다!
참, 오던 길에 길 잃은 녀석도 데려왔는데, 얘도 너네 대원이냐?
류, 류 소총 신고합니다!
어머나 귀여워라~ 류 씨라 불러도 돼요? 바닥에 총알 떨어뜨렸어요~
앗! 죄죄, 죄송합니다! 멀리 간대서 평소보다 많이 챙겼더니...
류, 지금이 몇 시지?
히익! 죄송합니다...!
음? 뭔데? 지금이 몇 신지가 그렇게 중요해?
관심인형에겐 당연히 중요치도 않겠지만...
그리폰 전술인형 행동 수칙 제1항 제3조, "시간 엄수." 정해진 시각을 지키는 것은 전장에서 소대의 생존에도 직결되는 요소다.
규율도 어기면서 마인드맵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자각조차 못한다니, 말 그대로 처참하군.
말 참 재수없게 빙빙 돌려서 하는데, 하고 싶은 말 있음 똑바로 하지?
PM1910, 네가 얌전하지 않단 건 이미 숙지하고 있다.
마인드맵 오작동으로 인한 호위 대상을 위협하는 돌발행동으로 물의를 빚어, 네가 소속됐던 소대는 그대로 해산될 뻔했지.
캬하핫! 그럼 내 성질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도 잘 알겠구만!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네가 선봉을 맡아라.
안 그래도 찜한 자리였어! 나보다 어울리는 녀석은 없지!
PM1910은 한껏 의기양양한 자세를 취한 뒤, 앞장서서 S06 구역으로 돌입했다.
후아아... 싸움이라도 나는 줄 알았어요.
그리폰의 현재 상황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 지휘관님은 믿고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전술인형이 필요로 하신다.
너희는 저마다 마인드맵에 오류가 있을 뿐이지, 작전 수행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소대를 이끄는 한, 전심전념으로 너희를 지도해 함께 철혈의 우로보로스에 관한 정보를 회수할 것이다.
...한 시간 후, S06 구역의 우로보로스의 옛 기지 인근.
퍼엉!
크하하하핫! 죽어라 철혈의 찌끄레기 자식들아――!!
으으... PM1910 씨 무서워요...
류 씨, 위험해요!
한 차례 총성이 지나간 그제서야, 류 소총은 자기 바로 옆에 쓰러진 디너게이트를 눈치챘다.
어라!? 어, 언제 여기까지...?
그리폰 전술인형 행동 수칙 제1항 제6조, "전투 중엔 정신 집중."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다음에 파괴되는 건 너다. 알았나?
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귀여운 류 씨는 다음에도 제가 지켜줄게요~
그나저나, 류 씨는 어쩌다 이 소대로 오게 됐어요?
자, 잘 모르겠어요... 전장에서 계속 철혈한테 쫓겨다니다, 마인드맵 디버그를 받으라고 송치됐단 것밖엔...
쫓겨다녔다니, 반격은 안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철혈이야 팍팍! 하고 해치우면 되잖아요.
오... 오오! 그렇죠, 제가 해치우면 되죠! 그런데... 자꾸 그들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숨바꼭질하는 느낌이지만,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게 고민까지 할 일이냐? 그냥 우리가 갈기는 쪽으로 같이 쏘면 되잖아!
그쵸... 죄송합니다...
류 씨는 제조되고 나서 아무런 전투 테스트도 받아본 적 없어요?
바, 받아봤어요!
그런데 아직도 요령을 잘 모르겠어서...
기록 읽기 오류인가 보군.
걱정 마라, 내 지시에 따라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되니까.
VHS, 정문의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라.
알았어.
상황은 어떻지?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그런데요?
시스템 내의 신호 식별 기록을 뽑아서 대조해 봤는데, 꽤 최근에나 출현한 식별 코드 그룹이 있네. 철혈도, 그리폰도 아니야.
네?! 그럼 적이 또 있어요!?
또 다른 신진 세력이 아니라면, 패러데우스겠군.
식별된 구체적인 시점도 알 수 있나?
대충 1주 전.
쳇, 벌써 왔다갔다고? 약삭빠른 자식들!
...잘됐군.
놈들의 기록이 남아있다면, 추가적으로 그들의 목적과 행방도 조사할 수 있으니.
그리고...
뭐가 더 있지?
기지 내부에 다수의 적대적 신호를 포착.
하, 찌끄레기들이 쥐구멍에 숨어가지고! 다 박살내 줄 테니까 빨랑 문이나 열어!
적의 규모도 파악 못한 상황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해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VHS, 일부라도 충분하니 저 적들에게 침투할 수 있겠나?
실전 기회구나, 한번 해볼게.
좋아, 부탁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