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난수
EP.13.25 · 이중난수

드림박스·끝

"왜냐면 그들은 진짜 좋은 꿈을 항상 자기가 가지니까."

-41-3-12

1 / 124
전체 대사 보기 (123줄)

동녘이 밝아지기 시작할 때가 돼서야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했다. 안젤리아의 버얼 고아원 방문 일정도 드디어 마무리 지을 때가 온 것이다.

안젤리아

홉스, 모두를 여기로 불러와 줘. 발표할 게 있어.

홉스

발표 말씀입니까?

무슨 건에 대해서입니까?

안젤리아

그냥 시키는 대로 해.

홉스

...분부대로.

AK-12와 AK-15, RPK-16, 몰리도, 클로네 선생, 아담, 앤드류... 차례차례 거실로 들어왔다.

안젤리아는 AK-12를 시켜 소파 위에 잠든 릴리안을 침실로 데려가게 했다.

홉스

안젤리아 씨, 모두 모였습니다. 경찰도 곧 도착합니다. 그런데, 저도 모든 인원을 심문해본 결과 역시 이 사건은 난민이 저지른 강도 살인 사건이라 생각됩니다.

그럼 남은 일은 경찰에게 맡기면 될 터인데요.

안젤리아

왜 강도 살인이라 생각해?

홉스

고아원을 봉쇄한 뒤 전원의 알리바이를 조사했습니다.

조사단 여러분은 물론, 앤드류와 아담도 원장의 추정 사망 시각 이후에 고아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클로네 선생은 계속 아이들과 함께였죠.

현장의 모든 사람에게 원장을 살해할 동기가 없으니, 외부 침입자의 범행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안젤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안젤리아

확실히, 여기엔 원장을 살해할 동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범인이 없다는 말은 아니지.

홉스

이 중에 원장의 살해범이 있단 말입니까?!

안젤리아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안젤리아

하아... 아니오, 아무도 원장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원장은 자살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술렁였고, 클로네는 아예 비명을 질렀다.

클로네

말도 안 돼요, 자살이라뇨! 원장님이 그러실 리가...!

안젤리아

원장이 자살한 이유는, 어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원장이 자살을 선택하게 만든 범인은 뒤늦게 현장을 훼손해, 원장이 밝히려던 진실을 묻어버리려 했죠.

클로네

네...? 진실을 밝히다니요?

안젤리아

이 사건의 과정은 우연과 사고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제게 한 방향을 가리켰죠.

범인이 지능적이란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우리를 혼란시킬 계획을 구상했으니까요.

몰리도

저희를 혼란시키다니... 뭘요?

안젤리아

우리가 원장이 살해됐다 단정짓게 만들어, 원장이 자살했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 거죠.

저희가 범인을 찾느라 구석구석 이 잡듯 뒤지는 동안, 원장이 진정으로 알리고 싶었던 정보는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안젤리아는 지금 자리에 앉은 모든 이들의 얼굴을 훑어봤다. 모두가 각기 다른 표정이었다.

그 표정들을 본 안젤리아는 자신의 추측을 확신했고, 목청을 가다듬은 뒤 말을 이었다.

안젤리아

먼저, 범행 수단. 범인은 살해 현장을 만들어 우리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의자나 엉망진창인 발자국, 마취제로 흠뻑 젖은 수건...

다 눈속임이었죠. 정말 중요한 증거는 범인이 이미 인멸한 뒤였습니다.

홉스

그게 무슨 물건입니까?

안젤리아

원장이 남긴 유서입니다.

클로네

유서요?

안젤리아

다행히, 원장이 남긴 이 훈장을 제가 찾아냈습니다.

안젤리아가 봉제 인형에서 찾은 십자훈장을 꺼내 들었다. 검붉은색의 훈장은 조명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

안젤리아

이 훈장은 구 독일 연방이 전쟁 기간에 다시 발행한 철십자 훈장이자, 동시에 "자독당"의 심볼 중 하나입니다.

구 연방의 퇴역 군인들이 많은 자독당의 테러리스트들은 이 훈장으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했죠.

물론, 원장이 이 훈장의 소유자는 아니었겠지만, 우연으로 가졌을 리는 없죠. 이 고아원에 "자독당"의 감시꾼이 숨어있다는 다잉 메시지인 겁니다.

클로네

자독당이요?!

그 테러조직 말씀입니까?

안젤리아

네, 지금 이 불우한 아이들을 구하는 고아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테러리스트가 숨어있습니다.

제 말이 맞죠, 앤드류 씨?

앤드류

...?!!

안젤리아

원장의 유서는 이미 당신이 태워버렸겠지만, 증거를 찾아 복구하는 것도 시간문제지.

앤드류

대, 대체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슨 근거로 제가 범인이란 거죠?!

안젤리아

방금 원장을 죽인 사람은 없다고 했잖아.

뭐, 그렇다고 네가 냉혈한 킬러가 아니란 뜻은 아니지만.

앤드류

저는 평범한 경비원일 뿐이라고요...!

안젤리아

그래?

내 부하를 기습했을 땐 전혀 "평범한 경비원" 같지 않던데.

앤드류

...!!!

안젤리아

아무 기척도 내지 않고 걔의 뒤로 접근한 실력에는 역시 나도 감탄했어.

입으로는 난민들이 강도질을 벌였댔지만, 아마 이 근방의 난민들은 진작에 네가 다 말끔히 처리했겠지.

그 방공 터널 안의 해골들, 다 네 작품이지?

앤드류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당신 부하의 일이 저와 무슨 관계죠? 증명할 수 있습니까?!

안젤리아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걸로 분명 죽었겠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부하는 인간이 아니라서 말이야. 네 지문도 걔 얼굴에 고스란히 남았어.

다음부터 인형을 상대할 때는 먼저 인형과 인간의 차이점부터 공부하도록 해.

앤드류

큭...!

안젤리아

이제 할 말 없지? 얌전히 손 들고——

앤드류

——!

돌연 앤드류가 총을 뽑아, 안젤리아를 향해 쏘았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예상 못한 안젤리아 가까이 있던 아담이, 놀라운 순발력으로 안젤리아를 덮쳐 총탄을 피했다.

총알은 안젤리아가 있던 자리를 꿰뚫었고, 옆에 있던 홉스가 바로 총을 뽑아 앤드류의 머리를 맞춰 사살했다.

안젤리아

으윽... 역시 너였냐, J.

변장은 진짜 저질 취미라니까.

J

변장마저 소용없을 만큼 제가 잘생겼단 뜻인가요?

안젤리아

루치아랑 뭘 그렇게 떠들어댔어? 누구한테 들켰으면 어쩌려고?

J

아 그거요? 일부러 티 낸 겁니다.

근데, 이봐요 아저씨, 대체 무슨 짓이에요? 제가 저 망할 자독당 자식의 신용을 얻으려고 한 달 넘게 잠입 조사 중이었는데.

안전국에서 이 단서를 찾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요?

안젤리아

너 알바를 동시에 두 자리나 뛰었냐?

홉스

제 임무는 안젤리아 씨의 경호입니다.

안젤리아

고맙기도 하셔라.

안젤리아는 J를 휙 밀어내고 일어섰다.

그리고 이미 피투성이가 된 앤드류의 웃옷의 주머니에서, 똑같이 생긴 훈장을 꺼냈다.

안젤리아

이걸 계속 지니고 다니다니, 멍청하긴.

역시 이 녀석이었네. 아쉽게도 이젠 심문도 못하지만.

경찰이 고아원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했다.

안전국의 차량도 뒤이어 도착했다.

고아실의 사람들은 모두 거실에 격리됐고, 안젤리아 일행은 2층에서 안절부절하는 클로네 선생과 아이들을 내려다봤다.

RPK16

안티아 찾았어요~ 당연히 멀쩡하고요.

다만, 터널의 상당히 개성적인 냄새가 몸에 배어서 말이죠... 밤새 목욕해도 안 지워질 거예요.

그런데 당사자를 찾지도 못했으면서 지문이 남았다고 허세를 부리다니.

대단하다 할지, 무모하다 할지...

안젤리아

아무렴 어때.

안티아나 정밀 검사해 줘. 내일 또 임무 있으니까.

RPK16

정말 사람을 잘 부려먹으신다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루치아 "대장님"이 그런 기회를 제게 양보하지 않을걸요?

안젤리아

아무래도 좋으니까 얼른 검사하고 제자리서 대기해. 곧 돌아간다.

노크 소리가 함께 J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담"으로서의 분장을 지우고 평소의 옷차림이었다.

안젤리아

홉스는?

J

경찰의 취조를 받고 있겠죠 뭐. 아무리 상호협조 위원회 사람이라도, 절차는 밟아야 하니까요.

안젤리아

절차라...

우리가 나가자마자, 저 돈 먹은 경찰들이 전부 덮어버리진 않겠지?

J

안전국이 끼어들었는데, 자기네들이 덮어지기 싫으면 안 하겠죠.

안젤리아

안전국까지 나섰는데, 왜 바로 이 자독당의 소굴로 들이닥치지 않은 거야?

J

저희는 첩보요원이지 길거리의 순경이 아니니까요.

한 조직의 말단을 잡아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런데 진짜, 댁들은 왜 그렇게 제가 맡는 사건을 죄다 망치는 겁니까?

안젤리아

얼마나 들였는데?

J

반년이요. 그들 조직의 중간관리직까지 침투하려 했는데...

자질구레한 나머지는 전부 루치아 양에게 말해놨습니다.

겨우겨우 이 아담이란 녀석을 잡아서 이 커넥션을 확실하게 짚어내기 직전이었는데...

댁들이 아주 위풍당당하게 여길 들이닥쳐서 이 지경이라고요.

안젤리아

......

그럼 넌 왜 현장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장실에 들어갔어?

J

그 시계에 녹음펜을 숨겨놨거든요.

겉보기엔 누추한 고아원인데, 전파 차단 조치가 어찌나 잘 되었던지 원.

카메라도 도청기도 다 무용지물이더라니까요. 자독당 놈들이 아무 기록도 남기기 싫어서겠지만요.

당신들이 지루하게 여기로 오는 동안, 그 앤드류 녀석이 엉망진창인 원장실 창문으로 나오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안에서 뭔 일이 있었나 확인하려고, 녀석이 사라진 뒤 후딱 녹음펜을 챙겨 나왔죠.

안젤리아

내용 공유해 줘.

J

앞부분은 다 원장이 릴리안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다예요. 당신은 이런 거 흥미 없으시죠?

당신이 듣고 싶은 건... 아마 이 부분.

앤드류의 목소리

제길, 왜 하필 이런 때에!

네가 우릴 배신해? 하지만 절대 마음대로 하게 두진 않겠――

우레 소리와 함께, 책상 위 탁상시계의 분침이 정각을 가리키며 소리를 내었다.

안젤리아

시간도 일치하고, 내 추측과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네.

몰리도

하지만 전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그러니까, 원장님은 앤드류에게 살해당했단 건가요?

안젤리아

내 말을 어디로 들었어? 자살했다니까.

몰리도

그럼 앤드류가 왜 당신을 쐈어요...?

안젤리아

내가 그놈의 계략을 간파했으니까.

몰리도

그러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안젤리아

우선, 이 원장의 유서부터 보도록 해.

안젤리아가 휴대폰으로 파일 하나를 몰리도에게 보여주었다.

몰리도

존경하는 안젤리아 특사님, 저는 버얼 고아원의 원장 이자벨라입니다.

고아원을 경영한 계기는 가계를 위해서였습니다만, 아이들과 만나면서 세상에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단 이상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험난한 세상이라, 고아원을 유지하는 건 몹시 힘든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일부 아이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파월 씨가 "자독당"의 일원임은 알았지만, 그가 제시한 조건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제게 상류층 인사 중에 특별히 뛰어난 아이를 입양할 의사가 있는 자가 있다며, 고아원을 운영하고도 남을 거금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로써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겠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데려갔을 터였던 아이들의 해골을 보았습니다.

그제서야 그 모든 것이 사기극임을 깨달았습니다. 애당초, 상류층의 인사가 아이를 입양한다는데 왜 애를 상자에 "실어" 달라 했겠습니까?

저는 바로 그 모든 것을 고발하려 했지만, 제 주변인들은 물론 경찰마저 매수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매일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걸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든 아이들이 불행해질 겁니다. 이 모두 제 우매함으로 비롯된 일입니다.

저는 이미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직 죽어서만 이 죗값을 치를 수 있겠죠. 부디 제 죽음으로 이 고아원에 일어난 끔찍한 범죄가 파헤쳐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

만나보지도 않았건만 이런 부탁을 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안젤리아

이제 알겠어?

몰리도

그러니까... 원장님은 저희가 여길 온다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요?

안젤리아

유서에 쓰인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처한 곤경에서 벗어날 방도가 전혀 없었어. 그래서 유일한 희망을 우리에게 걸었지.

몰리도

하지만 유서는 앤드류가 태워버렸다면서요? 이건 어디서...

안젤리아

우리가 오기 전에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누가 우리가 찾아내기도 전에 훔칠 걸 우려해서 하나 더 준비해 릴리안의 인형 속에 숨겨놨더군.

우리가 갑작스레 방문을 예약한 탓에, 그녀 본인도 계획을 꼼꼼히 짤 시간이 부족했을 거야.

하지만 목숨을 바쳐 아이들을 지키겠다 결심한 건, 분명 아주 오래전부터 애태우고 자책했단 뜻이겠지.

불쌍한 사람 같으니...

몰리도

아하, 유서는 2개였군요!

안젤리아

그래, 원장이 한 수 더 생각한 덕분에, 비록 사고로 원래 계획이 틀어졌어도 범인은 도망치지 못하게 됐지.

몰리도

네? 사고요?

안젤리아

우리가 한 시간이나 늦은 사고 말이야.

원장은 계속 감시받는 상태니, 감시꾼에게 자살을 들킬까 봐 우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자살했어.

릴리안이 8시경에 원장실을 떠났잖아? 그때까지만 해도 원장은 살아있었어.

우리가 오는 시간에 맞춰 일을 벌여서, 아무도 현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할 셈이었던 거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는 폭우 때문에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어.

방금 들은 J의 녹음에 따르면, 앤드류는 9시경에 원장이 자살한 것을 발견했어. 그땐 우리가 거의 도착했을 때지.

우리가 들이닥치기 전에 현장을 훼손하느라 단순한 수작밖에 못한 거야.

내가 리벨리온과 함께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원장이 자살했단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거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녀석을 특정하지 못했겠지.

원장 말대로 경찰도 죄다 자독당에 매수됐다면, 이 사건은 분명 강도 살인 사건으로 마무리됐을 거야.

우리가 떠난 뒤에도 아동 인신매매가 이루어진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을 테고.

그랬다면, 원장의 죽음은 무의미해졌겠지.

몰리도

주석님께 요청해서 외지 경찰을 투입해 이 안건을 처리하도록 할게요.

그런데, 그럼 그 방공 터널의 시체들은 뭐죠?

안젤리아

자독당은 난민이라면 아주 이를 갈며 증오한다면서? 그럼 앤드류 그놈은 평소에도 주변을 떠도는 난민들을 꾸준히 "청소"했을 게 뻔해.

그리고 작은 유골들은... 아마 상자 속에서 질식해 죽어서 거기에 버려진 거겠지.

원장은 아마 우연히 거기서 아이들의 유골을 발견하고, 그들을 고발하기로 다짐했을 거야.

몰리도

정말... 너무하네요...

안젤리아

여긴 너무 위험해. 저 애들을 계속 여기다 둘 순 없어.

그 원장은 놀라울 따름이야. 분명 우리가 현장에 있을 거라 예상하고, 매수된 경찰이 오더라도 대놓고 어쩌지 못하도록 만들 거라 믿었어.

우린 이제, 자독당 놈들이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을 딴 곳으로 보낼 수 있어.

이게 원장이 행한 최대한의 저항이야.

몰리도

다른 고아원에 연락해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아이들을 보호하는 고아원을 인신매매의 소굴로 만들다니.. 절대 용서 못해요.

안젤리아

용서받지 못할 악행은 세상에 차고 넘쳤어.

그러니 누군가가 꼭 나서서 저항해야 해. 다만, 그 저항엔 엄청난 대가가 따르지. 목숨을 잃는 건 예사야.

홉스

안젤리아 씨, 몰리도 씨, 경찰과의 협의를 끝마쳤습니다. 이제 돌아가도 됩니다.

안젤리아

그래. 그럼 가자, 몰리도.

몰리도

오, 오오! 네!

안젤리아가 갑자기 문턱에서 멈춰 섰다.

몰리도

음? 왜 그러세요?

안젤리아

먼저 차에 가서 기다려, 잠깐 J랑 몇 마디 더 얘기하고 올 테니.

몰리도

어... 네.

가요, 홉스 씨.

안젤리아는 두 사람이 방을 나가는 걸 지켜본 뒤, 문을 닫고 J와 마주했다.

J는 이미 준비됐다는 표정으로 안젤리아의 질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젤리아

J, 지금 가진 정보로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지?

그 아이들은 어디로 보내졌어?

J

원장이 고발하려 한 사실은 진작에 파악했지만, "원래 아담"과 그의 거래 기록만으론 별로 수확이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여태까지 여기에 잠복할 필요도 없었죠.

안젤리아

그럼, 이게 있으면 어때?

J

이건... 계좌 정보인가요?

엥... 아담 본인 거잖아?

좋아요, 바로 부서로 보내 조사하겠습니다. 아담의 개인 정보에서도 이 계좌에 대한 건 하나도 없었어요.

이건 또 어디서 찾았어요?

안젤리아

원장이 인형 속에 남긴, 진짜 단서야.

J

네? 아깐 유서가 들었댔잖아요.

안젤리아

그 유서는 루치아가 필기장의 필기 흔적으로 재현한 거야.

예비 유서 따윈 처음부터 없었어.

J

네에...?! 그럼 그건...

안젤리아

유서는 자독당에게 던진 미끼였어. 원장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전달하려 한 진짜 단서는 바로 이거지.

J

흐음... 이 은행 계좌와 영수증을 대조해 보면, 상당히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잘 처리하죠.

안젤리아

부탁해.

단, 한 가지 명심할 게 있어. 원장은 자기 주변 곳곳에 적이 숨었음을 알았기에 이렇게 은밀하게 감췄어.

J

그 말은 즉...

안젤리아

그녀처럼, 우리 주위에도 공공의 적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지. 중요한 정보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아직 너희를 완전히 신뢰하진 않지만, 적어도 넌 K와 같은 부서니 다른 사람보단 믿을 만하겠지.

목표가 확정되면 너도 우리랑 같이 움직여.

J

괜찮겠어요? 상층부에 인원을 더 요청할 수 있는데요.

안젤리아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알잖아. 너네 쪽에 간첩이 없도록 신경이나 써.

J

......

철저하게 단속하죠. 소식을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