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공세·시작
"요원이 딱 봐서 요원같이 생겼으면 오래 못 살아요."
브레멘 난민 격리 구역 바깥.
반쯤 열린 차 창문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던 J의 얼굴에,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불쑥 들이밀어졌다.
누구냐!?
푸흡! 이런 데서 당당하게 졸고 계시다니, 배짱 한번 두둑하시네요~
모, 몰리도 씨...?
전 또 어떻게 찾아냈어요?
길가에 차를 세워 두면 당연히 보이죠.
네에...? 이상하네, 분명 제대로 위장했는데...
그나저나, 안젤리아 씨도 함께인가요? 그 사람이 분명...
에이, 안젤리아 씨가 저희를 따돌렸을까 봐요?
그렇게는 안 되죠! 주석님께 당부받은 일인데, 안젤리아 씨 혼자 위험한 곳에 가게 둘 리가 있겠어요?
당신이 따라오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만...
흥, 저도 프로라고요!
그리고 홉스 씨도 경호해 주시는데!
그 털북숭이 아저씨는 영 믿음직스럽지가...
누가 뭐래도 특경 출신인걸요! 딱 봐도 듬직하잖아요.
당신이야말로, 전~혀 특수요원처럼 안 보이는데요?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안다 해 주시죠, 일이랍시고 허구한 날 포커페이스로 지내는 그 답답한 놈이랑 같은 취급 받긴 싫습니다.
그거 케인 씨 말하는 거예요?
제 눈엔 그분이 더 제대로 된 요원 같아 보이는데요.
요원이 딱 봐서 요원같이 생겼으면 오래 못 살아요.
오오... 그럼 당신이 그렇게 말했다고 본인한테 조언할게요.
어, 아, 그런 거 말고 좀 더 재밌는 주제로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
재밌는 주제요?
그게 그러니까, 제가 일하면서 다양한 여성분들과 만나봤지만, 당신처럼 귀여운 분은 처음이라서 말입니다.
어때요, 일 끝나면 같이 식사라도...?
당신이 일을 똑바로 하시면, 고려는 해볼게요.
여기 아이스 커피요.
어이쿠 고마우셔라. 음... 맛이 되게 좋네요.
이제 잠 깼죠? 모일 시간 됐어요.
다른 분들은요?
그 말과 함께 몰리도는 도로 끝을 가리켰다. 리벨리온이 주위를 경계하는 가운데, 안젤리아는 홉스와 대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 너머로, 지평선까지 쭉 이어진 격벽이 보였다.
대충 졸음이 가신 J는 차에서 내려, 몰리도와 함께 안젤리아 일행에 합류했다.
크흠... 좋은 아침입니다~
5분이나 늦었어.
아예 안 오는 줄 알았다고.
무슨 소리십니까, 저 없이 어떻게 움직이시려고요.
그쪽이야말로, 당신네만 올 예정 아니었습니까?
그러려곤 했는데, 나오자마자 이 둘이 끈질기게 따라와서 말이지.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만, 울릭 주석께선 저희에게 당신의 안전을 맡기셨습니다.
긴급 상황이 아닌 이상, 저희에게 통보도 없이 은신처를 벗어나지 말고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하하... 저도 부탁드릴게요.
안젤리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주석님한테 저 죽도록 혼날 거라고요.
그리고, 여러 부서의 협조를 얻으려면 제 도움이 꼭 필요하실걸요?
저러는데 별수 있나.
참 정당한 이유네요.
그래서, 준비는 단단히 하셨습니까?
사람 한 명 잡는 일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 파월이란 자식, 아직 저 난민 구역 안에 있다는 정보가 확실해?
여기 보안팀의 출입 기록에 확실하게 적혀 있습니다, 어제 들어간 기록은 있지만 나왔단 기록은 없어요.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진 게 아닌 이상, 아직 저 안 어딘가에 있겠죠.
그런데 이 양반, 휴대전화 같은 건 전혀 안 쓰는 데다 접선 위치와 시간을 툭하면 바꿔대서 말입니다...
구역 자체가 워낙에 넓어서, 찾아내려면 시간 좀 걸리겠어요.
저 안에 있다면 찾을 수 있어. 아니, 반드시 찾아내야 해.
패러데우스와 자독당에 대한 단서가 전부 이놈과 엮여 있다고.
혹시나 해서 묻는다만, 저기에 무슨 비밀 지하 통로 같은 건 없지?
구역을 에워싼 격리벽은 지하 5m까지 묻힌 콘크리트 격벽입니다. 그보다 깊게 땅굴을 팠다면, 진작에 방위군한테 들켰죠.
정말 그렇게 빈틈없길 바라지.
아무튼, 어떻게 들어갈 거야?
방위군한테 연락해 뒀습니다. 인형 아가씨들의 통행증까지 다 준비했어요.
어... 사실 저도 안젤리아 씨가 여기로 오시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준비해놨어요.
그게 꼭 필요해?
단순히 통행증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일종의 신분증명서기도 하거든요.
이걸 지니지 않고 격벽 근처의 접근 금지 구역에 다가가는 순간, 자동 방어 포탑이 불법 침입자로 간주하고 벌집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
너네 독일인들은 난민을 참 다정하게도 대하는군.
으... 이, 이것도 다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예요.
아무튼 통행증을 보여 주면 안의 경비병들도 얌전히 우릴 보내 줄 거고, 난민들도 함부로 건들지 못할 거예요.
그냥 들어가는 것보단 훨씬 안전해요.
안전 문제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저 안의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는 전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적과 조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고로 몰리도 씨는 역시 밖에서 기다리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요.
네에?!
그, 그럴 순 없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주석님이 절대 떨어지지 말라고 하셨어요!
솔직히 나도 J의 의견에 찬성이야.
여태까진 단순 방문에, 예상 밖이었긴 해도 다 상정 범위 내의 위협이었어.
하지만 이번엔 본격적인 작전이거니와, 난민 구역 자체가 위험천만하단 건 너도 알잖아.
총격전도 분명 적어도 한 번은 벌어지겠지.
그런 상황에서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데, 너 총은 쏠 줄 알아?
아, 아뇨...
하지만 난민 구호 단체는 정부가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고, 제가 아는 사람도 꽤 많아요!
안에서 정보를 확인해야 그 파월이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잖아요?
제 신분도, 여러분보다 난민들에게 말을 걸기 더 용이할 테고요!
저 말곤 다 인상이 사나운 분들뿐인데, 누가 보면 바로 도망갈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번엔 슈타지의 요원님도 함께잖아요. 저 지켜 주실 거죠, J 씨~?
하하하,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야.
기꺼이 봉사해드리죠, 아가씨~
내통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난민 구호 단체의 관계자와 대면하진 않을 것 같지만 말이지.
그래도 각오가 됐다면, 마음대로 해.
네! 반드시 도움이 되어 보일게요!
안젤리아는 대충 손을 흔들면서, 주위를 경계 중인 리벨리온에게 다가갔다.
아가씨들, 준비됐지?
준비됐습니다.
준비해도 놀라는 게 돌발 상황이지만요.
안티아는 어때요?
난... 루치아를 믿는다.
돌발 상황은 경험 없는 인형이나 놀라지. 우리 중에 경험이 제일 적은 애가 누구더라?
그래그래, 내가 괜한 걱정했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아무런 추가 지원도 없이 바로 난민 구역에 들어간다니.
이렇게 엉성한 계획은 안젤리아답지 않은데?
누군가가 우리가 쫓을 실마리를 몽땅 끊어 버렸으니, 좀 과격하게 나가야지. 이렇게라도 안 하면 진짜 관광 여행밖에 안 돼.
전 찬성이에요~
대놓고 보이는 미끼일수록, 어리석은 사냥감이 더 잘 걸려드는 법이죠.
몇 번이고 우려먹어도 효과 만점이라니까요?
나를 따르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어디서 삐끗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당장은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데 집중해야 해.
안젤리아는 리벨리온을 이끌고 다시 몰리도에게 돌아왔다.
좋아, 다 모였으니 계획을 간결하게 설명하지.
우리의 이번 목표는, 저 난민 격리 구역에서 그 고아원의 인신매매를 담당한 중개인, "파월"을 찾아내는 거다.
격리구 내의 세 구역을 돌아다닌다니, 녀석의 다음 접선 지점과 시기를 알아내서 그때 덮쳐야 해.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자독당과 패러데우스 간에 아동 인신매매가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돼.
그리고 이 파월이, 인신매매의 실행인이자 그 두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녀석 입에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생포해야 해.
거기에 한 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인형 아가씨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번엔 은밀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괜히 소란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고아원장의 죽음은 자독당의 압력 때문이 확실하니, 놈들이 우리가 그 접선인을 붙잡으려 한다는 걸 알면 그놈도 입막음하려 들 겁니다.
이번 작전에 대한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안젤리아 씨의 부탁대로 다른 데다간 한마디도 안 했어요. 물론 당신들도 그랬겠죠?
네, 안젤리아 씨가 저와 홉스 씨만 따라오는 걸 허락하셨거든요. 저야 여기로 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다른 동료들한테도 말은 안 했어요.
홉스 씨는요?
경호 임무는 저 한 명으로도 충분히 수행 가능합니다.
다들 입단속 잘한 모양이네요.
명심하세요,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들만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격리구 내로 진입하면 바로 나뉘어서 움직인다. 이렇게 많이 뭉쳐서 돌아다니면 시선이 끌려.
그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지?
흩어진다면 저 혼자선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애당초, 안젤리아 씨께서 난민 구역으로 가실 셈이었단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네 허락 따윈 필요 없어.
그리고 벌써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날 막진 못할 텐데?
그러므로 저도 이번 생포 작전에 직접 참여하겠습니다만, 당신도 신중하게 행동해 주십시오.
난민촌을 격벽과 기총으로 도시로부터 격리한 것은, 다 저 안이 도덕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범죄자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방위군은 저 난민들이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만 하지, 구역 내의 치안을 유지할 능력은 전무합니다.
난민에 편견이 꽤 있는 거 같다?
경호원으로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집단 범죄라도 발생한다면, 저희는 뼈도 못 추릴 겁니다.
그래? 그럼 안에서 우리 몰리도 양이나 더 신경써.
네 말 듣고 벌써 벌벌 떨고 있잖아.
저, 저 저저 저 아, 안 떨고 있어요...
아무튼, 네 충고는 귀담아듣도록 하지. 내 호위만 따로 행동시키겠어.
대신, 여기 모두 내 지시에 절대복종하도록. 내 말 듣기 싫으면 지금 당장 차 타고 돌아가든가.
......
따르겠습니다.
질문 더 없지? 그럼 출발한다.
전체 대사 보기 (81줄)
브레멘 난민 격리 구역 바깥.
반쯤 열린 차 창문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던 J의 얼굴에,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불쑥 들이밀어졌다.
누구냐!?
푸흡! 이런 데서 당당하게 졸고 계시다니, 배짱 한번 두둑하시네요~
모, 몰리도 씨...?
전 또 어떻게 찾아냈어요?
길가에 차를 세워 두면 당연히 보이죠.
네에...? 이상하네, 분명 제대로 위장했는데...
그나저나, 안젤리아 씨도 함께인가요? 그 사람이 분명...
에이, 안젤리아 씨가 저희를 따돌렸을까 봐요?
그렇게는 안 되죠! 주석님께 당부받은 일인데, 안젤리아 씨 혼자 위험한 곳에 가게 둘 리가 있겠어요?
당신이 따라오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만...
흥, 저도 프로라고요!
그리고 홉스 씨도 경호해 주시는데!
그 털북숭이 아저씨는 영 믿음직스럽지가...
누가 뭐래도 특경 출신인걸요! 딱 봐도 듬직하잖아요.
당신이야말로, 전~혀 특수요원처럼 안 보이는데요?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안다 해 주시죠, 일이랍시고 허구한 날 포커페이스로 지내는 그 답답한 놈이랑 같은 취급 받긴 싫습니다.
그거 케인 씨 말하는 거예요?
제 눈엔 그분이 더 제대로 된 요원 같아 보이는데요.
요원이 딱 봐서 요원같이 생겼으면 오래 못 살아요.
오오... 그럼 당신이 그렇게 말했다고 본인한테 조언할게요.
어, 아, 그런 거 말고 좀 더 재밌는 주제로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
재밌는 주제요?
그게 그러니까, 제가 일하면서 다양한 여성분들과 만나봤지만, 당신처럼 귀여운 분은 처음이라서 말입니다.
어때요, 일 끝나면 같이 식사라도...?
당신이 일을 똑바로 하시면, 고려는 해볼게요.
여기 아이스 커피요.
어이쿠 고마우셔라. 음... 맛이 되게 좋네요.
이제 잠 깼죠? 모일 시간 됐어요.
다른 분들은요?
그 말과 함께 몰리도는 도로 끝을 가리켰다. 리벨리온이 주위를 경계하는 가운데, 안젤리아는 홉스와 대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 너머로, 지평선까지 쭉 이어진 격벽이 보였다.
대충 졸음이 가신 J는 차에서 내려, 몰리도와 함께 안젤리아 일행에 합류했다.
크흠... 좋은 아침입니다~
5분이나 늦었어.
아예 안 오는 줄 알았다고.
무슨 소리십니까, 저 없이 어떻게 움직이시려고요.
그쪽이야말로, 당신네만 올 예정 아니었습니까?
그러려곤 했는데, 나오자마자 이 둘이 끈질기게 따라와서 말이지.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만, 울릭 주석께선 저희에게 당신의 안전을 맡기셨습니다.
긴급 상황이 아닌 이상, 저희에게 통보도 없이 은신처를 벗어나지 말고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하하... 저도 부탁드릴게요.
안젤리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주석님한테 저 죽도록 혼날 거라고요.
그리고, 여러 부서의 협조를 얻으려면 제 도움이 꼭 필요하실걸요?
저러는데 별수 있나.
참 정당한 이유네요.
그래서, 준비는 단단히 하셨습니까?
사람 한 명 잡는 일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 파월이란 자식, 아직 저 난민 구역 안에 있다는 정보가 확실해?
여기 보안팀의 출입 기록에 확실하게 적혀 있습니다, 어제 들어간 기록은 있지만 나왔단 기록은 없어요.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진 게 아닌 이상, 아직 저 안 어딘가에 있겠죠.
그런데 이 양반, 휴대전화 같은 건 전혀 안 쓰는 데다 접선 위치와 시간을 툭하면 바꿔대서 말입니다...
구역 자체가 워낙에 넓어서, 찾아내려면 시간 좀 걸리겠어요.
저 안에 있다면 찾을 수 있어. 아니, 반드시 찾아내야 해.
패러데우스와 자독당에 대한 단서가 전부 이놈과 엮여 있다고.
혹시나 해서 묻는다만, 저기에 무슨 비밀 지하 통로 같은 건 없지?
구역을 에워싼 격리벽은 지하 5m까지 묻힌 콘크리트 격벽입니다. 그보다 깊게 땅굴을 팠다면, 진작에 방위군한테 들켰죠.
정말 그렇게 빈틈없길 바라지.
아무튼, 어떻게 들어갈 거야?
방위군한테 연락해 뒀습니다. 인형 아가씨들의 통행증까지 다 준비했어요.
어... 사실 저도 안젤리아 씨가 여기로 오시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준비해놨어요.
그게 꼭 필요해?
단순히 통행증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일종의 신분증명서기도 하거든요.
이걸 지니지 않고 격벽 근처의 접근 금지 구역에 다가가는 순간, 자동 방어 포탑이 불법 침입자로 간주하고 벌집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
너네 독일인들은 난민을 참 다정하게도 대하는군.
으... 이, 이것도 다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예요.
아무튼 통행증을 보여 주면 안의 경비병들도 얌전히 우릴 보내 줄 거고, 난민들도 함부로 건들지 못할 거예요.
그냥 들어가는 것보단 훨씬 안전해요.
안전 문제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저 안의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는 전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적과 조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고로 몰리도 씨는 역시 밖에서 기다리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요.
네에?!
그, 그럴 순 없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주석님이 절대 떨어지지 말라고 하셨어요!
솔직히 나도 J의 의견에 찬성이야.
여태까진 단순 방문에, 예상 밖이었긴 해도 다 상정 범위 내의 위협이었어.
하지만 이번엔 본격적인 작전이거니와, 난민 구역 자체가 위험천만하단 건 너도 알잖아.
총격전도 분명 적어도 한 번은 벌어지겠지.
그런 상황에서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데, 너 총은 쏠 줄 알아?
아, 아뇨...
하지만 난민 구호 단체는 정부가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고, 제가 아는 사람도 꽤 많아요!
안에서 정보를 확인해야 그 파월이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잖아요?
제 신분도, 여러분보다 난민들에게 말을 걸기 더 용이할 테고요!
저 말곤 다 인상이 사나운 분들뿐인데, 누가 보면 바로 도망갈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번엔 슈타지의 요원님도 함께잖아요. 저 지켜 주실 거죠, J 씨~?
하하하,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야.
기꺼이 봉사해드리죠, 아가씨~
내통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난민 구호 단체의 관계자와 대면하진 않을 것 같지만 말이지.
그래도 각오가 됐다면, 마음대로 해.
네! 반드시 도움이 되어 보일게요!
안젤리아는 대충 손을 흔들면서, 주위를 경계 중인 리벨리온에게 다가갔다.
아가씨들, 준비됐지?
준비됐습니다.
준비해도 놀라는 게 돌발 상황이지만요.
안티아는 어때요?
난... 루치아를 믿는다.
돌발 상황은 경험 없는 인형이나 놀라지. 우리 중에 경험이 제일 적은 애가 누구더라?
그래그래, 내가 괜한 걱정했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아무런 추가 지원도 없이 바로 난민 구역에 들어간다니.
이렇게 엉성한 계획은 안젤리아답지 않은데?
누군가가 우리가 쫓을 실마리를 몽땅 끊어 버렸으니, 좀 과격하게 나가야지. 이렇게라도 안 하면 진짜 관광 여행밖에 안 돼.
전 찬성이에요~
대놓고 보이는 미끼일수록, 어리석은 사냥감이 더 잘 걸려드는 법이죠.
몇 번이고 우려먹어도 효과 만점이라니까요?
나를 따르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어디서 삐끗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당장은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데 집중해야 해.
안젤리아는 리벨리온을 이끌고 다시 몰리도에게 돌아왔다.
좋아, 다 모였으니 계획을 간결하게 설명하지.
우리의 이번 목표는, 저 난민 격리 구역에서 그 고아원의 인신매매를 담당한 중개인, "파월"을 찾아내는 거다.
격리구 내의 세 구역을 돌아다닌다니, 녀석의 다음 접선 지점과 시기를 알아내서 그때 덮쳐야 해.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자독당과 패러데우스 간에 아동 인신매매가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돼.
그리고 이 파월이, 인신매매의 실행인이자 그 두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녀석 입에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생포해야 해.
거기에 한 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인형 아가씨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번엔 은밀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괜히 소란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고아원장의 죽음은 자독당의 압력 때문이 확실하니, 놈들이 우리가 그 접선인을 붙잡으려 한다는 걸 알면 그놈도 입막음하려 들 겁니다.
이번 작전에 대한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안젤리아 씨의 부탁대로 다른 데다간 한마디도 안 했어요. 물론 당신들도 그랬겠죠?
네, 안젤리아 씨가 저와 홉스 씨만 따라오는 걸 허락하셨거든요. 저야 여기로 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다른 동료들한테도 말은 안 했어요.
홉스 씨는요?
경호 임무는 저 한 명으로도 충분히 수행 가능합니다.
다들 입단속 잘한 모양이네요.
명심하세요,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들만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격리구 내로 진입하면 바로 나뉘어서 움직인다. 이렇게 많이 뭉쳐서 돌아다니면 시선이 끌려.
그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지?
흩어진다면 저 혼자선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애당초, 안젤리아 씨께서 난민 구역으로 가실 셈이었단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네 허락 따윈 필요 없어.
그리고 벌써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날 막진 못할 텐데?
그러므로 저도 이번 생포 작전에 직접 참여하겠습니다만, 당신도 신중하게 행동해 주십시오.
난민촌을 격벽과 기총으로 도시로부터 격리한 것은, 다 저 안이 도덕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범죄자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방위군은 저 난민들이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만 하지, 구역 내의 치안을 유지할 능력은 전무합니다.
난민에 편견이 꽤 있는 거 같다?
경호원으로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집단 범죄라도 발생한다면, 저희는 뼈도 못 추릴 겁니다.
그래? 그럼 안에서 우리 몰리도 양이나 더 신경써.
네 말 듣고 벌써 벌벌 떨고 있잖아.
저, 저 저저 저 아, 안 떨고 있어요...
아무튼, 네 충고는 귀담아듣도록 하지. 내 호위만 따로 행동시키겠어.
대신, 여기 모두 내 지시에 절대복종하도록. 내 말 듣기 싫으면 지금 당장 차 타고 돌아가든가.
......
따르겠습니다.
질문 더 없지? 그럼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