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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5 · 이중난수

거미줄

"한자 동맹의 자유 도시, 브레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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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color=#FFFF00>원활한 스토리 감상을 위해, 먼저 "삼각공세·시작"을 열람하시기 바랍니다.</color>

......

관문을 지키던 군관은 몰리도와 한바탕 입씨름한 뒤, 안젤리아 일행을 곁눈질하면서 초소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난민 격리 구역을 가로막는 관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격벽 위의 먼지가 잔뜩 쌓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방송

한자 동맹의 자유 도시, 브레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안젤리아

뭐야 저건? 난민 구역이 무슨 관광지인 줄 아나...

J

저도 처음 듣는군요. 원래 저런 게 있었던가요?

몰리도

여기가 브레멘 시내로 향하는 관문이거든요. 난민을 도심지에 수용하는 정책에 워낙 반발이 거세서 결국 유명무실하게 됐지만요.

난민을 도시로 들여보내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가 상당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회에서부터 아주 오래 토론해야 할 거예요.

홉스

허나 지금 저희가 신경쓸 일은 아닙니다.

안젤리아

그러니까 난민 구역이 저 지경이지.

루치아.

AK12

듣고 있어.

안젤리아

난 인간 친구들이랑 여기 상황을 좀 더 알아볼 테니까, 애들 데리고 빠르게 주변 정찰해 봐.

AK12

알았어.

정문에서부터 이어진 길바닥은 의외로 난민촌치곤 깨끗한 편이었다. 하지만 거리 양옆으로 늘어진 벽돌집과 목제 건물들은, 대부분이 3차 대전 이전에 세워진 아주 낡은 것들이었다.

안젤리아

...스산하네.

몰리도

낮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대부분 이렇다 할 직장도 없고, 여긴 이용할 만한 상점이나 여가 시설도 없으니까요.

난민들은 보통 정부의 배급을 받을 때나 외출해요.

안젤리아

변변찮은 놈들이 활동하기엔 안성맞춤이군.

파월도 참 좋은 자리를 잡았어.

몰리도

물론, 저희 상호협조 위원회도 각종 재건 작업이나 지원 모금 활동 등에 참여했어요.

가장 우선적으로 이곳을 사람이 살기 적합한 곳으로 만들었죠.

버려진 건물들을 빼면 진흙탕이랑 잡초밖에 없는 곳이었거든요.

안젤리아

그래? 좋은 일 했네.

하지만 지금도 슬럼가랑 본질적으로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몰리도

으...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잖아요...

안젤리아

한 걸음부터라.

저기 저 우리 시선 피하는 사람들 보여? 저 피부색, 저복사 감염증이야.

몰리도

으으...

안젤리아가 잠깐 발걸음을 멈춰,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냄새를 맡아보았다.

안젤리아

...게다가 약물 남용까지.

몰리도

약물이요?!

J

진통제, 수면제, 기타등등... 병을 고치진 못하지만 마음은 달래 줄 수 있는 것들이죠.

안젤리아는 담배꽁초를 버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자세가 구부정한 난민들 여럿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일행을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젤리아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들은 무어라 중얼거리며 골목 깊숙이 도망쳤다.

홉스

왜 그러십니까.

안젤리아

여기...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험악한걸.

홉스

흥... 저딴 약에 절은 놈들은 이런 곳에선 더없이 흔한 족속입니다.

J

홉스 씨 당신, 꽤 보수적인 마인드십니다?

홉스

...정치적인 발언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의견 피력이 감사 대상은 아닐 텐데.

J

아니 제가 뭐 의심이라도 했어요? 우리 부서에도 난민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보는 녀석들이 많다고요.

그래도 뭐... 사람이 희망을 잃고 구원받을 길조차 없어진다면, 다른 것에 의존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긴 하죠.

안젤리아

여기서 저복사 감염증 치료는 제공하지 않나 본데.

몰리도

브레멘 시 정부가 난민들을 위한 종합 의료 체계 및 시설을 구축하려 노력 중이긴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화이트존 밖의 의료 자원은 너무나도 한정적이에요. 일반 국민들조차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 복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인걸요.

의료진의 인력 부족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 난민 구역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난민 구호 단체를 계속 지원하고 최소한의 의료 물자를 확보해 주는 게 전부예요.

홉스

그렇다고 이딴 곳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돼선 안 됩니다.

안젤리아

그래서 너네 상사께선 다 그냥 여기서 대충 살다 죽으라고 방치했단 거지?

몰리도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저희 상호협조 위원회도 계속 난민 문제 관련 의제를 추진하고 싶지만, 아무도 투자하려 하질 않아요.

그래서 의료 체계 구축 같은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엔 강도 높은 격리 조치가 최선일 수밖에 없어요.

인권을 위한답시고 저복사 감염증이 퍼지는 것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비감염자라도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안젤리아

그야말로 세계 정세의 축소판이구만.

AN94

<color=#00CCFF>안젤리아, 보고할 것이 있다.</color>

안젤리아

말해.

AN94

<color=#00CCFF>가능성 있는 구역을 정찰한 결과, 파월로 의심되는 인물을 발견했다.</color>

<color=#00CCFF>외모와 거동으로 추정컨대 가능성이 매우 높다.</color>

<color=#00CCFF>현재 해당 목표는 난민 구호 센터로 이동 중. 정보에서도 언급된 접선 지점이다.</color>

안젤리아

알았다, 바로 그쪽으로 가지. 너희는 들키지 않게 거리 유지해.

AK12

걱정 마, 한참은 떨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주변의 난민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별로 우호적으론 안 보여.

안젤리아

최대한 저자세를 유지해. 난민촌이지만, 분명 자독당 녀석들이 숨어있을 거야. 분명 어제 일을 들었겠지.

AK12

어휴, 진작부터 우리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겠네.

안젤리아

바라던 바야.

목표 관측 기록이나 보내 줘 봐.

AN94

<color=#00CCFF>시각 기록 동기화 중.</color>

AN-94와의 시야가 연결됐다.

한 뚱뚱한 남자가 연거푸 두리번대며 골목길로 들어가더니, 어느 집의 문을 두드리곤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골목길 더 깊은 곳에서는, 젊은이들 몇 명이 한 노인을 집단 구타하고 있었다. 노인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품에 끌어안은 종이봉투에서 굴러떨어진 배급 통조림을 필사적으로 주으려 했지만, 그 손도 짓밟혔다.

AN94

<color=#00CCFF>목표가 관측 범위 이탈. 그리고, 저 노인은...</color>

안젤리아

우린 치안 유지하러 온 게 아니야.

AK12

그런 초보적인 실수 안 해, 안티아는 그저 보기 안쓰러워하는 것뿐이야.

레나테, 그쪽에선 목표 관측 가능해?

우리 관측 범위를 이탈했어.

RPK16

<color=#00CCFF>여기선 아주 잘 보여요.</color>

<color=#00CCFF>잔뜩 긴장한 사람을 구경하니 왠지 기분이 좋네요.</color>

AK12

그럼 그 뚱땡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

안티아, 자리 교대하자.

AN94

<color=#00CCFF>알았다.</color>

안젤리아

파월을 찾았어. 지금 난민 구호 센터 쪽으로 이동 중이라는군.

J

벌써 찾았어요?!

우와, 우리 정찰팀도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홉스

가기 전에 무기를 점검하십시오

어제의 사건도 있으니, 분명 자독당 놈들이 나타날 겁니다. 저희를 절대 가만 놔두지 않겠죠.

안젤리아

벌써 나타났어.

안젤리아의 말에, 일행은 누더기 차림임에도 다른 난민들과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이 따라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안젤리아

참 기세등등하군.

홉스

위험합니다.

안젤리아

계속 움직여. 놈들이랑 거리를 유지해야 해.

몰리도

네!? 저 사람들이 누군데요?!

뭘 하려는 거에요?!

J

현지 깡패들 같진 않네요. 미행 방식으로 봐선 사복경찰에 가까워요.

어느 쪽이든, 우릴 환영하려고 온 건 아니겠죠. 아니 근데, 들어오자마자 덤벼들 줄은 몰랐네요?

안젤리아

경찰이면 네 친구들 아니야?

J

어우, 친구라뇨.

전 저런 친구 둔 적 없습니다. 애초에 안전국이랑 경찰은 사이가 좋지도 않아요.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여기에 정식 파견 나온 인원은 저뿐입니다.

홉스

난민 격리 구역은 여러모로 민감한 곳인데, 수많은 세력이 지금 저희를 주시하고 있죠.

저희의 행동이 저들의 이익에 저촉되기에 움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안젤리아

흥, 이익이랜다...

안젤리아

<color=#00CCFF>루치아, 미행하는 놈들이 있어. 인원 파악해.</color>

AK12

<color=#00CCFF>어디 보자... 위장 수준도 그렇고, 별거 없네.</color>

<color=#00CCFF>바로 해치울까?</color>

안젤리아

<color=#00CCFF>우리야 소란 일으키긴 싫지만, 저놈들은 다르겠지.</color>

AK12

<color=#00CCFF>걷는 자세로 봐선 분명 무기를 소지했어.</color>

안젤리아

<color=#00CCFF>이런 데서 발을 묶일 순 없어.</color>

<color=#00CCFF>레나테는 계속 목표를 추적하고, 안티아는 옥상에서 주변 상황 관측해. 그리고...</color>

<color=#00CCFF>루치아 너는 가서 그 불쌍한 노인이나 좀 도와줘.</color>

AK12

<color=#00CCFF>하하, 또 안 어울리는 선행이야?</color>

안젤리아

<color=#00CCFF>그래, 우린 안 어울리게 착한 사람들이니까.</color>

안젤리아가 통신을 종료하고 돌아보니, 미행자들은 점점 저 빨리 걸으며 거리를 좁히려 했다.

J와 홉스도, 이미 손이 허리춤을 향하고 있었다.

J

어떡할까요?

안젤리아

저 앞에 골목 보이지? 저기서 둘로 나뉘어서 놈들을 분산시킨다. 나머진 내 애들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

몰리도, 가자.

몰리도

엑, 네? 나뉜다고요?!

J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랑 한 팀이라니, 유감입니다.

홉스

......

안젤리아는 몰리도의 어깨를 잡고 좁은 길목으로 들어갔고, J와 홉스도 반대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행이 갈라지자, 그들을 뒤쫓던 "난민들"도 길목에서 잠시 망설이며 말을 나눈 끝에 마찬가지로 둘로 나뉘었다.

안젤리아가 J와 홉스가 향한 방향을 흘겨보니, 예상대로 따라오던 자들의 일부가 그쪽으로 분산됐다.

그리고 여성 둘은 상대하기 쉽다 판단한 모양인지, 안젤리아와 몰리도를 따라온 건 겨우 세 명이었다.

AK12

<color=#00CCFF>위치 도착.</color>

안젤리아

<color=#00CCFF>깔끔하게 처리해라.</color>

AK12

<color=#00CCFF>뭐야, 나 무시하는 거야? 섭섭하네~</color>

안젤리아는 몰리도를 밀며 골목길로 급커브하면서, 상대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을 노려 길가의 벽돌을 주웠다.

그리고 꺾어든 그 골목길 끝에는, 그 불량배들과 노인이 있었다. 청년들은 식량이 든 봉지를 빼앗았지만 아직 성이 안 찼는지, 바닥에 웅크린 노인을 계속해서 발길질하고 있었다.

안젤리아

10초.

AK12

<color=#00CCFF>라저.</color>

몰리도

어, 어떡하시려고요?

안젤리아

쉬잇.

나한테 붙어있어.

안젤리아는 몰리도와 함께 살며시 그들에게 접근했다.

불량배들은 여전히 노인에게 정신이 팔려 안젤리아가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교차로에 도달하는 순간, 안젤리아는 그들 중 한 명에게 있는 힘껏 벽돌을 던졌다.

머리에 벽돌을 맞은 청년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나머지가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안젤리아는 이미 사각지대에 숨은 뒤였고, 불량배들의 눈에는 비명 소리를 듣고 헐레벌떡 쫓아온 "난민들"이 보일 뿐이었다.

불량배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들고 달려들었다.

"난민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바로 권총을 뽑았고, 총을 본 불량배들은 곧바로 주춤했다.

그리고 아직 "난민들"이 상황 파악 중이던 그때, AK-12가 옥상에서 가장 뒤에 있던 놈 위로 뛰어내려 팔꿈치로 뒷목을 내려찍었다.

첫 번째 희생자는 그 한 방에 기절했고, 나머지 둘도 함정임을 깨달았지만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다른 한 명의 턱에 AK-12의 주먹이 꽂혔다.

남은 한 명은 권총을 AK-12에게 돌리려 했지만, AK-12는 턱을 맞고 기절한 그 사람의 팔을 잡고 휘둘러 그에게 내동댕이쳤다.

균형을 잃는 순간 AK-12는 손날로 그의 손목을 올려쳤고, 충격으로 권총을 놓치고 말았다.

마무리로, AK-12는 그를 슬쩍 밀치면서 거리를 약간 벌리고 관자놀이에 정확하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그렇게 쓰러진 마지막 "난민"은, 동료들과 함께 길가의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AK12

청소 끝~

몰리도

빠르다!

안젤리아

놈들 몸 수색해.

AK-12은 끄덕이며 그 "난민들"의 몸을 뒤졌다.

안젤리아는 그들이 떨어뜨린 총을 주워, 탄창을 빼고 총몸을 분해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탄창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몰리도의 핸드백에 넣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칼을 든 불량배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였다.

하지만 AK-12가 슬쩍 "눈치"를 주자,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갑자기 조용해진 뒤 누군가가 자기 앞까지 걸어오는 소리에, 바닥에 웅크렸던 노인은 슬며시 고개를 들어보았다.

웬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떨어뜨렸던 통조림을 주워 주었지만, 아직 진정하지 못한 노인은 감사하단 말도 않고 통조림을 덥석 집고선 절뚝거리며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