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 소리 Ⅰ
"그대가 심연을 바라볼 때, 이미 심연 속에 있는 것이다."
......
어두운 밤을 틈타, 수상한 트럭 한 대가 교외의 숲을 지나 진흙투성이인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어우 진짜...
무거운 트럭이 도로 위의 불룩 튀어나온 곳에 덜컹 흔들리자, 운전하는 남자의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일도 오늘로 끝이니 그에겐 다행이었다.
트럭은 한참을 달려, 어느 3층 높이의 하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위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망이 쳐진 높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이 창고는, 감시 카메라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곳임에도, 여길 도둑질하려 할 사람은 필시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밖에 없을 터였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 브로커는 피식했지만, 아직 일하는 중이었기에 빵빵 경적을 울렸다.
배달 왔습니다!
드르르륵...
정문이 서서히 열렸다.
......
그리고 그 안에서, 이미 몇 번이고 본 검은 옷차림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문이 열리는 걸 본 브로커도 차에서 내려 목관절을 꺾었다.
벌써 몇 번이나 봤지만, 몸의 절반 이상이 기계로 대체된 저 여자는 볼 때마다 기괴해서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괜한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걸 브로커는 잘 알았다.
이번엔 화물이 너무 많았어요. 다음엔 미리 좀 알려 주십쇼, 네?
빠짐없이 가져왔습니까?
그야 물론입죠.
당분간 의뢰할 일은 없습니다.
다음에 필요할 때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이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쯧.
이렇게 함께 일하게 된 지도 꽤 됐지만, 이 검은 옷의 소녀가 브로커를 대하는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녀석 눈에 자신 같은 사람은 길가의 돌멩이처럼 보이나 하고, 브로커는 투덜댔다.
다음엔 더 받을 겁니다!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감옥으로 보내다 걸려서 죽고 싶진 않다고요!
한시라도 빨리 이 빌어먹을 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브로커는 서둘러 트럭에 다시 올랐다.
부르릉...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트럭은 왔던 길을 따라 사라졌다.
......
검은 옷의 소녀... "니토"라 불리는 존재는, 트럭이 멀리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주위를 살펴본 다음에야 천천히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파직.
니토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장벽 한구석의 고압 전류 철망이 잠깐 반짝이더니 전원이 꺼졌다.
――――
그와 동시에, 재빠른 그림자가 발자국을 남기면서 벽을 뛰어넘었다.
몸을 굴려 반대편에 착지한 그림자는 4개. 모두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감시 카메라 차단 완료.
이동하는 물체, 없음.
좋아, 전진.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그들의 기척과 함께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
좌측 이상 무.
우측 이상 무.
보안 시스템에 접속 중.
방금 밖으로 나온 놈 봤지?
니토였습니다.
당당해도 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네 정말.
설마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고 저러나?
베를린 교도소의 밀수 루트를 아는 브로커도 몇 안 되는데, 그중에 환각제를 옮길 수 있는 능력자라면 손에 꼽을 정도잖아.
그런데 딱히 신중하게 다루지도 않는구만.
아마 한두 번 일을 시키면 바로 입막음하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서일 거예요.
하지만 암시장이란 건 다 네트워크가 있어서, 누가 갑자기 사라지면 다 알려질 텐데 말이죠.
악평밖에 안 생길 텐데도 그런다면... 근방의 지하조직이 머저리던가, 이 일의 배후가 바로 암시장 네트워크의 관리자던가겠네요.
이 건물은 갈라테아 그룹 소유입니다.
등록된 담당 법인은... 그레이.
정말 모든 단서가 그 여자로 이어지는군. 그물을 끌어올릴 때가 금방 오겠어.
안으로 진입 가능하겠어?
보안 시스템이 엄청 복잡해서, 카메라 화면 위조하고 경보 시스템 꺼버리는 게 다예요. 나머지는 모두의 솜씨에 달렸죠.
안젤리아가 동행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AN-94와 함께 아파트에 남는 편이 나았다고 봅니다만.
그 꼬맹이는 AN-94 혼자서로 충분해.
거기에 나만 있으면 너희가 어디 갔는지 녀석이 물어볼 거 아니야.
그리고... 이런 건 직접 확인해야 성에 찬다고.
미리 말해 두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이 법적으로 완전 아웃인 건 알지?
상황에 따라선 네 입장만 더 나빠질 수가 있어.
그딴 건 훈작사보고 골머리 썩이라 해.
나한테 증거를 찾아 달라 했으니, 본인도 그만한 각오는 했겠지.
증거만 찾아낸다면 여길 봉쇄하는 건 일도 아니야.
젤린스키가 잘도 여태까지 널 봐줬다니까!
비상 안전문 열었어요.
좋았어. 전원, 무기 안전장치 해제.
그리고 특히 안젤리아,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내 뒤에 꼭 붙어서 따라와.
...가자.
......
전체 대사 보기 (47줄)
......
어두운 밤을 틈타, 수상한 트럭 한 대가 교외의 숲을 지나 진흙투성이인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어우 진짜...
무거운 트럭이 도로 위의 불룩 튀어나온 곳에 덜컹 흔들리자, 운전하는 남자의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일도 오늘로 끝이니 그에겐 다행이었다.
트럭은 한참을 달려, 어느 3층 높이의 하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위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망이 쳐진 높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이 창고는, 감시 카메라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곳임에도, 여길 도둑질하려 할 사람은 필시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밖에 없을 터였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 브로커는 피식했지만, 아직 일하는 중이었기에 빵빵 경적을 울렸다.
배달 왔습니다!
드르르륵...
정문이 서서히 열렸다.
......
그리고 그 안에서, 이미 몇 번이고 본 검은 옷차림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문이 열리는 걸 본 브로커도 차에서 내려 목관절을 꺾었다.
벌써 몇 번이나 봤지만, 몸의 절반 이상이 기계로 대체된 저 여자는 볼 때마다 기괴해서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괜한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걸 브로커는 잘 알았다.
이번엔 화물이 너무 많았어요. 다음엔 미리 좀 알려 주십쇼, 네?
빠짐없이 가져왔습니까?
그야 물론입죠.
당분간 의뢰할 일은 없습니다.
다음에 필요할 때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이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쯧.
이렇게 함께 일하게 된 지도 꽤 됐지만, 이 검은 옷의 소녀가 브로커를 대하는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녀석 눈에 자신 같은 사람은 길가의 돌멩이처럼 보이나 하고, 브로커는 투덜댔다.
다음엔 더 받을 겁니다!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감옥으로 보내다 걸려서 죽고 싶진 않다고요!
한시라도 빨리 이 빌어먹을 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브로커는 서둘러 트럭에 다시 올랐다.
부르릉...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트럭은 왔던 길을 따라 사라졌다.
......
검은 옷의 소녀... "니토"라 불리는 존재는, 트럭이 멀리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주위를 살펴본 다음에야 천천히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파직.
니토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장벽 한구석의 고압 전류 철망이 잠깐 반짝이더니 전원이 꺼졌다.
――――
그와 동시에, 재빠른 그림자가 발자국을 남기면서 벽을 뛰어넘었다.
몸을 굴려 반대편에 착지한 그림자는 4개. 모두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감시 카메라 차단 완료.
이동하는 물체, 없음.
좋아, 전진.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그들의 기척과 함께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
좌측 이상 무.
우측 이상 무.
보안 시스템에 접속 중.
방금 밖으로 나온 놈 봤지?
니토였습니다.
당당해도 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네 정말.
설마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고 저러나?
베를린 교도소의 밀수 루트를 아는 브로커도 몇 안 되는데, 그중에 환각제를 옮길 수 있는 능력자라면 손에 꼽을 정도잖아.
그런데 딱히 신중하게 다루지도 않는구만.
아마 한두 번 일을 시키면 바로 입막음하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서일 거예요.
하지만 암시장이란 건 다 네트워크가 있어서, 누가 갑자기 사라지면 다 알려질 텐데 말이죠.
악평밖에 안 생길 텐데도 그런다면... 근방의 지하조직이 머저리던가, 이 일의 배후가 바로 암시장 네트워크의 관리자던가겠네요.
이 건물은 갈라테아 그룹 소유입니다.
등록된 담당 법인은... 그레이.
정말 모든 단서가 그 여자로 이어지는군. 그물을 끌어올릴 때가 금방 오겠어.
안으로 진입 가능하겠어?
보안 시스템이 엄청 복잡해서, 카메라 화면 위조하고 경보 시스템 꺼버리는 게 다예요. 나머지는 모두의 솜씨에 달렸죠.
안젤리아가 동행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AN-94와 함께 아파트에 남는 편이 나았다고 봅니다만.
그 꼬맹이는 AN-94 혼자서로 충분해.
거기에 나만 있으면 너희가 어디 갔는지 녀석이 물어볼 거 아니야.
그리고... 이런 건 직접 확인해야 성에 찬다고.
미리 말해 두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이 법적으로 완전 아웃인 건 알지?
상황에 따라선 네 입장만 더 나빠질 수가 있어.
그딴 건 훈작사보고 골머리 썩이라 해.
나한테 증거를 찾아 달라 했으니, 본인도 그만한 각오는 했겠지.
증거만 찾아낸다면 여길 봉쇄하는 건 일도 아니야.
젤린스키가 잘도 여태까지 널 봐줬다니까!
비상 안전문 열었어요.
좋았어. 전원, 무기 안전장치 해제.
그리고 특히 안젤리아,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내 뒤에 꼭 붙어서 따라와.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