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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헤라클레이토스의 강 Ⅲ

"녀석이 큰 그림을 그린다면 그 도화지를 찢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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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안젤리아는 파월에게 받은 튜브를 테이블 위에 두고 조용히 그걸 바라보았다.

AK12

어쩐지 허탕 쳤단 눈빛이 아니더라니.

AK-12가 슬그머니 그녀 뒤에 나타났다.

안젤리아

다른 애들은?

AK12

AN-94는 꼬맹이 감시, AK-15랑 RPK-16은 경계 중.

다음 일엔 그 애 끼워 주기 싫어서 그랬지?

안젤리아

이제부턴 정말로 선을 넘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지.

그 녀석이 알았다간 일이 성가셔질 수도 있어.

AK12

어떡하려고?

안젤리아

우선, 이것의 출처부터 알아봐야지.

파월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재고가 충분한 수준을 넘어서 아주 차고 넘치는 양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야.

양이 그렇게 많아선 아무리 조심스럽게 유통하더라도, 흔적을 안 남길 수가 없어.

AK12

이게 뭔데?

안젤리아

브레멘에서 봤던 거. 기억하지? 리오니가 만든 그 환각제.

하지만 리오니와 파월이 소유했던 것들은 전부 체포 당시 슈타지가 압수했을 텐데...

AK12

그렇다면, 유통처가 따로 있던지...

...슈타지에 놈들과 내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네.

어느 쪽이 더 가능성 있다고 봐?

안젤리아

...물론, 리오니와 파월이 가졌던 게 전부일 리도 없지.

그보다 중요한 건, 이런 위법 물품이 빈민가도 아니고 교도소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지금 내가 대체 누굴 신용할 수 있겠냐고?

안젤리아는 의자의 팔걸이를 쿵쿵 쳐, 목소리도 요동쳤다.

AK12

...그리폰의 지휘관, 우리, 나.

안젤리아

......

AK12

넌 혼자가 아니야, 안젤리아.

마음 좀 풀어, 스스로를 너무 궁지에 몰지 마.

안젤리아

......나도 알아.

삐익.

통신 연결.

지휘관

<color=#00CCFF>안젤리아 씨?</color>

안젤리아

안녕, 지휘관.

좋은 소식이면 좋겠는데.

지휘관

<color=#00CCFF>어... 이걸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color>

<color=#00CCFF>새로운 단서를 찾았습니다만, 이 단서대로라면 엄청난 참극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color>

안젤리아

아직 안 일어났으니 좋은 소식이네.

대체 뭔데?

지휘관

<color=#00CCFF>훈작사가 말한 윌리엄이 베를린에서 벌이려는 큰 일에 관해, 어느 정도 갈피가 잡혔습니다.</color>

안젤리아

갈피라고?

지휘관

<color=#00CCFF>윌리엄은 아무래도 베를린에서 일종의 더티밤을 터뜨릴 셈으로 보입니다.</color>

<color=#00CCFF>그런 화면을 봤습니다. 베를린에서 더티밤이 터진 참상을, 온도시가 우담화로 뒤덮인 광경을요.</color>

<color=#00CCFF>댄들라이도, 이것이 어떠한 "계획"을 통해 달성하려는 결과라 판단했습니다.</color>

안젤리아

더티밤...?

확실해? 아무리 윌리엄이라도 그런 물건을 들키지 않고 베를린으로 들여올 수 있을 리가 없어.

지휘관

<color=#00CCFF>확신하긴 어렵지만, 일단 그가 그럴 심산이라는 증거는 찾았습니다.</color>

<color=#00CCFF>하지만 언제, 어떻게 실행하려 하는지는 미지수기에 현재 조사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이에 대해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이렇게 연락드린 겁니다.</color>

안젤리아

그래, 알았어... 말하는 게 진짜 점점 너네 영감탱이를 닮아간다니까.

몰리도 쪽은 어때? 혼수 상태랬는데, 정신은 차렸어? 녀석한테서 새로운 단서는?

지휘관

<color=#00CCFF>몰리도... 아, 마흐리안 말입니까?</color>

<color=#00CCFF>의식은 회복했지만, 단서는 아직...</color>

<color=#00CCFF>노력 중입니다.</color>

안젤리아

네 쪽에서 안 될 거 같으면 그냥 나한테 보내.

입 열게 만들 방법은 내가 더 잘 알아.

지휘관

<color=#00CCFF>아뇨, 괜찮습니다. 아직 감당할 만합니다.</color>

안젤리아

그러시다면야.

...그런데, 그거 말고 무슨 일 있어?

어째 안색이 안 좋은데.

지휘관

<color=#00CCFF>네? 아, 아뇨... 아무 일도 없습니다만.</color>

안젤리아

날 속이려면 10년은 멀었어.

아니면 뭐야, 날 못 믿겠어?

지휘관

<color=#00CCFF>그럴 리 있겠습니까!</color>

<color=#00CCFF>하아... 그게...</color>

<color=#00CCFF>카리나... 그러니까, 제 부관이... 지난번 작전 때 레드존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는 바람에...</color>

안젤리아

감염증?

지휘관

<color=#00CCFF>......네.</color>

안젤리아

...미안해.

많이 심각해?

지휘관

<color=#00CCFF>괜찮습니다, 아직은 초기 증상이라 당장은, 단지 의료 할당이 어떻게 될지... 아, 아무튼, 초기니까...</color>

안젤리아

너무 걱정 마, 엄청 야무진 아가씨잖아. 입대했다면 분명 나한테도 지지 않을걸?

그러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지휘관

<color=#00CCFF>아... 네, 감사합니다.</color>

안젤리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나도 아직 할 일이 산더미야.

또 연락하자고.

지휘관

<color=#00CCFF>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color>

삑.

통신 종료.

AK12

타이밍 참 안 좋네...

하필 이런 때에 그 능력 좋은 카리나가 쓰러졌어?

어쩐지, 술집에 왔을 때 왜 같이 안 왔나 싶더라니.

안젤리아

......

안젤리아는 눈을 질끈 감고, 가슴을 움켜쥐고서 몸을 웅크렸다.

AK12

...안젤리아?

안젤리아

......

AK12

안젤리아!

안젤리아

......왜.

AK12

괜찮아...?

안젤리아

...괜찮아.

안젤리아는 손을 쥐었다, 땀이 그녀의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안젤리아

지휘관의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이 모든 이상 사태가 습격의 징조일 가능성이 높아.

훈작사가... 날 속인 게 아니었어.

AK12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안젤리아

부정할 수도 없어, 우리의 단서와도 전부 이어지는걸.

더티밤이 터진 광경을, 우담화가 잔뜩 핀 광경을 봤다고 했잖아.

과연 누가 베를린 도심에 더티밤을 들여올 생각을 할까? 대놓고 우릴 도발한 그레이밖에 없지.

그럼 뭘로 더티밤을 만드려 할까? 리오니의 신기술밖에 없지.

정확히 어떤 건진 몰라도, 분명 우담화와 관계가 있어.

AK12

듣고 보니 일리 있네... 종합하면, 그 여자가 관건이란 소리네?

안젤리아

문제는 리오니가 그 기술을 벌써 그년에게 넘겼느냐인데... 계획이 시작되기 전에 훈작사가 그년을 해치우도록 만들어야만 해.

증거를 가져다 달라고? 그럼 가져다 면상에다 던져 줘야지.

안젤리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셔, 가슴의 무거운 느낌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안젤리아

시작은 이 약품의 출처야. 너와 AN-94... 아니, 걘 계속 그 꼬맹이 지켜보게 하고, AK-15랑 RPK-16 불러서 누가 감옥으로 약을 유통시키는지 알아내.

AK12

OK.

안젤리아

윌리엄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렇다면, 놈의 물감통을 엎어 버리자고.

안젤리아

절대로, 그놈 뜻대로 되도록 놔두지 않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