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 섬의 꿈 Ⅱ
"기억이 한 사람의 의식을 결정하지만, 의식은 모든 기억을 식별하지 못한다."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엉망이잖아...
"AR-15, 저 여깄어요. 도와주세요."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어디서 M4 흉내야?!
면죄부 첫 번째.
......
AR-15는 주먹을 불끈 쥐며 참고는 멀리 보이는 기억 파편으로 걸어갔다.
공장처럼 보이는 장소.
하얀 니토 몇 명이 생산 라인의 데이터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오늘 생산 목표치는 달성했어?
어디선가 소녀의 목소리가 그들을 부르자, 하얀 니토들은 모두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오늘의 생산 목표치는 이미 달성되었습니다.
다만, 그중 몇 명에게 개조 후의 기억 세척에 오류가 발생, 스스로 억제기와 개조 장치를 뜯어버렸습니다.
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망가졌어?
아니요. 그저 기억이 개조와 세척을 받기 전으로 되돌아가, 아버님을 모르게 되었습니다.
이상 개체는 모두 감금실에 격리했습니다. 그중 스스로를 "아델린"이라 부르는 개체는 울면서 "엄마"라 하는 인간을 찾으려 합니다.
......
억지로 장치를 빼면 그런 위험성이 생기는구나.
그것들은 아버님의 실험실로 보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알겠습니다.
소녀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니토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함부로 움직이질 못했다.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
그쪽의 조각은 내가 다 확인했어. 상세 내용은 아직 정리 중이야.
니토의 기억이 복원될 수도 있어?
조각 속의 상황이 진실이라면, 맞아.
이론상으론 개조 장치를 제거하고 인격을 복구한다면,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지.
하지만 얼마나 많이, 얼마나 또렷하게 복원될지는 미지수야.
......
저 애들을 동정하기 전에 우리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이 구역이 언제 나타났는지 알아낸다던가 말이야.
무슨 구역?
AR-15가 고개를 돌리자, 댄들라이의 뒤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빨간 구역이 보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붉은 구역은, 마흐리안의 파노라마 내의 다른 공간과 대비되어 색채가 더욱 강렬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저 빨간 구역은 어떤 기억 파편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치 붉은색의 눈이 내려 모든 것을 뒤덮은 것만 같았다.
뭐야 저건 또?!
아까 전엔 없었잖아!
그래, 내가 이 컨셔스 파노라마의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적 없는 구역이 나도 모르게 갑자기 내 뒤에 생겨났어.
......
네가 멍때리고 있을 때 들어가보려 했지만...
의식 침투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
너, 이런 말 들어봤어?
"이젠 네가 부탁할 차례네" 같은 말 할 생각이라면 됐어.
마흐리안의 진짜 속셈을 밝혀내서, 순진하고 선량한 지휘관을 구하는 게 네 목적이잖아.
흥... 생색내기는. 그러는 너야말로 그냥 궁금해 못 참겠어서 한밤중에 이 녀석을 찾아온 걸 내가 모를까 봐?
지휘관을 구하는 건 덤일 뿐이면서.
결과적으론 차이 없지.
...됐으니까 얼른 시작이나 하자.
마흐리안의 침실.
AR-15~ 교대하러 왔어~
......
A~R~1~5~!
SOP2가 AR-15을 흔들었지만, AR-15는 눈을 굳게 감은 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으응...? 너 지금 뭐해?
왠진 몰라도 댄들라이도 같이 있고...
아하, 알았다! 마흐리안의 파... 뭐시기 안에 들어갔구나!
SOP2는 폴짝폴짝 뛰며 AR-15와 댄들라이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어떻게 들어갔어? 나도 들어갈래!
나도오~ 나도 구경할래애~
......
......
왜 다 무시하는데!
너무해 진짜, RO랑 지휘관한테 다 일러바칠 거야!
SOP2가 화내면서 방을 나서려던 찰나, 그녀의 주머니 속 마커펜에 손가락이 닿았다.
......오.
SOP2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려, AR-15의 깔끔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히히히, 완성~!
난 정말 그림 천재라니까! 잘했어 SOP2!
SOP2가 흡족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좋았어, 다음!
SOP2가 깡총깡총 댄들라이 앞으로 다가와, 마커펜을 얼굴에 들이댔다.
하지만 그 순간 댄들라이가 눈을 번쩍 뜨더니, SOP2의 손을 낚아챘다.
장난은 이제 그만.
으에에...
나와 AR-15는 지휘관님의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
오, 그럼 나도 도울게!
넌 얌전히 네 방으로 돌아가는 게 돕는 거야.
우이씨... 흥이다!
SOP2는 짜증내며 마커펜을 휙 던지곤 침실을 떠났다.
다시 마흐리안의 파노라마 안.
시뻘건 공백 구역을 지키던 괴물들은 거의 다 섬멸되었다.
방금 어디 갔었어? 한참을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야.
댄들라이는 흥미진진해하는 표정으로 AR-15의 얼굴을 훑어보곤, 다시 공백 구역의 중심으로 걸아갔다.
됐어.
잠금 해제됐어?
응.
붉은 공백 구역에 새까만 큐브가 나타나자, AR-15는 망설임 없이 그것에 손을 뻗었다.
본 적 없는 마을.
활짝 핀 우담화들이 뿜어낸 연황색 꽃가루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참 잘했어요.
황송하옵니다, 몰리도 님의 분부대로――
일이 끝났으니, 이제 당신은 필요없어졌어요.
――네?
써억!
한 줄기의 섬광처럼, 몰리도가 눈앞의 무릎꿇은 마을 주민을 반토막냈다.
흩뿌려진 피가 몰리도의 얼굴에도 튀어, 그 아리따운 얼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생존자 없나 확인해.
네.
하얀 니토들은 노란 안개에 휩싸인 마을로 들어갔고, 몰리도는 칼에 묻은 핏자국을 핥고서 마을을 떠났다.
......어느 방.
차가운 바닥 위에, 한 여성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몰리도는 화장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얼굴의 핏자국을 지우고 화장을 고쳤다.
"안녕하십니까, 안젤리아 씨. 울릭 주석님의 비서, 몰리도 포거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거울 앞의 몰리도는 계속해서 자신의 표정과 말투를 조절했다.
"안녕하세요 안젤리아 씨! 울릭 주석님의 비서 몰리도 포거트라고 해요!"
...제 흉내 어떤가요? 당신이랑 완전 똑같죠?
섬뜩하게 웃으며, 몰리도는 시체의 머리를 잡아 들었다.
협조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당신을 대신해 열심히 살게요♪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제기랄, 역시 내가 맞았잖아! 이 자식이 몰리도였어!
파노라마 속에 타인의 기억이 이렇게나 많다니, 니토로서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야.
지금 상황으로선, 마흐리안과 몰리도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네.
너도 동의하지?
그럼 당장 지휘관한테 보고하러 갈 거니까 너도 따라와.
알았어.
AR-15는 바로 마흐리안의 파노라마에서 나갔다.
댄들라이도 그녀를 따라 나가기 직전, 공백 구역에 떠 있는 검은 큐브를 돌아보았다.
일이 점점 재밌어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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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엉망이잖아...
"AR-15, 저 여깄어요. 도와주세요."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어디서 M4 흉내야?!
면죄부 첫 번째.
......
AR-15는 주먹을 불끈 쥐며 참고는 멀리 보이는 기억 파편으로 걸어갔다.
공장처럼 보이는 장소.
하얀 니토 몇 명이 생산 라인의 데이터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오늘 생산 목표치는 달성했어?
어디선가 소녀의 목소리가 그들을 부르자, 하얀 니토들은 모두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오늘의 생산 목표치는 이미 달성되었습니다.
다만, 그중 몇 명에게 개조 후의 기억 세척에 오류가 발생, 스스로 억제기와 개조 장치를 뜯어버렸습니다.
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망가졌어?
아니요. 그저 기억이 개조와 세척을 받기 전으로 되돌아가, 아버님을 모르게 되었습니다.
이상 개체는 모두 감금실에 격리했습니다. 그중 스스로를 "아델린"이라 부르는 개체는 울면서 "엄마"라 하는 인간을 찾으려 합니다.
......
억지로 장치를 빼면 그런 위험성이 생기는구나.
그것들은 아버님의 실험실로 보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알겠습니다.
소녀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니토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함부로 움직이질 못했다.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
그쪽의 조각은 내가 다 확인했어. 상세 내용은 아직 정리 중이야.
니토의 기억이 복원될 수도 있어?
조각 속의 상황이 진실이라면, 맞아.
이론상으론 개조 장치를 제거하고 인격을 복구한다면,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지.
하지만 얼마나 많이, 얼마나 또렷하게 복원될지는 미지수야.
......
저 애들을 동정하기 전에 우리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이 구역이 언제 나타났는지 알아낸다던가 말이야.
무슨 구역?
AR-15가 고개를 돌리자, 댄들라이의 뒤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빨간 구역이 보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붉은 구역은, 마흐리안의 파노라마 내의 다른 공간과 대비되어 색채가 더욱 강렬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저 빨간 구역은 어떤 기억 파편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치 붉은색의 눈이 내려 모든 것을 뒤덮은 것만 같았다.
뭐야 저건 또?!
아까 전엔 없었잖아!
그래, 내가 이 컨셔스 파노라마의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적 없는 구역이 나도 모르게 갑자기 내 뒤에 생겨났어.
......
네가 멍때리고 있을 때 들어가보려 했지만...
의식 침투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
너, 이런 말 들어봤어?
"이젠 네가 부탁할 차례네" 같은 말 할 생각이라면 됐어.
마흐리안의 진짜 속셈을 밝혀내서, 순진하고 선량한 지휘관을 구하는 게 네 목적이잖아.
흥... 생색내기는. 그러는 너야말로 그냥 궁금해 못 참겠어서 한밤중에 이 녀석을 찾아온 걸 내가 모를까 봐?
지휘관을 구하는 건 덤일 뿐이면서.
결과적으론 차이 없지.
...됐으니까 얼른 시작이나 하자.
마흐리안의 침실.
AR-15~ 교대하러 왔어~
......
A~R~1~5~!
SOP2가 AR-15을 흔들었지만, AR-15는 눈을 굳게 감은 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으응...? 너 지금 뭐해?
왠진 몰라도 댄들라이도 같이 있고...
아하, 알았다! 마흐리안의 파... 뭐시기 안에 들어갔구나!
SOP2는 폴짝폴짝 뛰며 AR-15와 댄들라이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어떻게 들어갔어? 나도 들어갈래!
나도오~ 나도 구경할래애~
......
......
왜 다 무시하는데!
너무해 진짜, RO랑 지휘관한테 다 일러바칠 거야!
SOP2가 화내면서 방을 나서려던 찰나, 그녀의 주머니 속 마커펜에 손가락이 닿았다.
......오.
SOP2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려, AR-15의 깔끔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히히히, 완성~!
난 정말 그림 천재라니까! 잘했어 SOP2!
SOP2가 흡족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좋았어, 다음!
SOP2가 깡총깡총 댄들라이 앞으로 다가와, 마커펜을 얼굴에 들이댔다.
하지만 그 순간 댄들라이가 눈을 번쩍 뜨더니, SOP2의 손을 낚아챘다.
장난은 이제 그만.
으에에...
나와 AR-15는 지휘관님의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
오, 그럼 나도 도울게!
넌 얌전히 네 방으로 돌아가는 게 돕는 거야.
우이씨... 흥이다!
SOP2는 짜증내며 마커펜을 휙 던지곤 침실을 떠났다.
다시 마흐리안의 파노라마 안.
시뻘건 공백 구역을 지키던 괴물들은 거의 다 섬멸되었다.
방금 어디 갔었어? 한참을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야.
댄들라이는 흥미진진해하는 표정으로 AR-15의 얼굴을 훑어보곤, 다시 공백 구역의 중심으로 걸아갔다.
됐어.
잠금 해제됐어?
응.
붉은 공백 구역에 새까만 큐브가 나타나자, AR-15는 망설임 없이 그것에 손을 뻗었다.
본 적 없는 마을.
활짝 핀 우담화들이 뿜어낸 연황색 꽃가루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참 잘했어요.
황송하옵니다, 몰리도 님의 분부대로――
일이 끝났으니, 이제 당신은 필요없어졌어요.
――네?
써억!
한 줄기의 섬광처럼, 몰리도가 눈앞의 무릎꿇은 마을 주민을 반토막냈다.
흩뿌려진 피가 몰리도의 얼굴에도 튀어, 그 아리따운 얼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생존자 없나 확인해.
네.
하얀 니토들은 노란 안개에 휩싸인 마을로 들어갔고, 몰리도는 칼에 묻은 핏자국을 핥고서 마을을 떠났다.
......어느 방.
차가운 바닥 위에, 한 여성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몰리도는 화장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얼굴의 핏자국을 지우고 화장을 고쳤다.
"안녕하십니까, 안젤리아 씨. 울릭 주석님의 비서, 몰리도 포거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거울 앞의 몰리도는 계속해서 자신의 표정과 말투를 조절했다.
"안녕하세요 안젤리아 씨! 울릭 주석님의 비서 몰리도 포거트라고 해요!"
...제 흉내 어떤가요? 당신이랑 완전 똑같죠?
섬뜩하게 웃으며, 몰리도는 시체의 머리를 잡아 들었다.
협조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당신을 대신해 열심히 살게요♪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제기랄, 역시 내가 맞았잖아! 이 자식이 몰리도였어!
파노라마 속에 타인의 기억이 이렇게나 많다니, 니토로서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야.
지금 상황으로선, 마흐리안과 몰리도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네.
너도 동의하지?
그럼 당장 지휘관한테 보고하러 갈 거니까 너도 따라와.
알았어.
AR-15는 바로 마흐리안의 파노라마에서 나갔다.
댄들라이도 그녀를 따라 나가기 직전, 공백 구역에 떠 있는 검은 큐브를 돌아보았다.
일이 점점 재밌어지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