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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클로토의 실 Ⅰ

"썩은 열매를 잘라버리는 것이 정원사가 할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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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격리벽.

페로사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경비원

천만에요, 이것도 저희의 직무이니까요.

친절한 경비원은 페로사를 배전실로 안내했다. 막 왔을 당시 보였던 강경한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지금은 매우 협조적인 모습이었다.

페로사

<color=#A9A9A9>역시 훈작사의 영장 덕인가.</color>

<color=#A9A9A9>맨손으로 왔다면 이렇게 쉽지 않았겠지.</color>

허나 페로사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마흐리안이 중요 인물이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에서 본 일들이 정말 일어날까?

페로사는 큰 의구심을 품었다.

다른 곳은 그렇다 쳐도... 격리벽은 베를린의 대문으로서, 수상 관저에 견줄 만큼 경비가 삼엄했다.

눈앞의 저 경비원도, 경비대에서 실적과 능력을 인정받아 이곳에 배치된 것이다. 이들의 눈을 피해 격리벽에 파괴 공작을 벌이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경비원

그건 그렇고, 참 별일이군요.

왜 상층부에서 이렇게 느닷없이 안전 점검을 하신답니까?

페로사

여러분이 지키는 이곳은 베를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도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경비원

하하, 인형인데 말주변이 좋으십니다.

배전실의 자물쇠를 열고, 경비원은 자신만만하게 문을 열었다.

경비원

마음껏 확인하시죠, 아무 문제 없다고 장담합니다.

페로사

네, 그럼 사양 않고.

의구심이 들어도, 명령은 절대적이다.

페로사는 자신이 받은 명령은 반드시 수행한다.

입맛 까다로운 훈작사가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세월과 함께 쌓아 올린 지식과 경험 덕분이다.

경비원

그런데, 당신 동료분들은 꽤 신형 모델인가 보네요?

페로사

...아뇨, 표도로프와 콜리브리는 제 동기입니다.

설비의 사각지대를 확인하면서, 페로사는 경비원의 말에 대충대충 대답했다.

경비원

다른 두 분은 당신의 부하고요?

페로사

...비슷하죠.

경비대원이면서, 이 남자는 무척이나 경박했다.

페로사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면서도, 불쾌감을 바로 드러내진 않았다.

페로사

콜리브리, 상황 보고.

치지직...

통신기에선 시끄러운 노이즈만 들릴 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경비원

아아 죄송합니다, 이 안에선 신호가 나빠서 말이죠.

보안을 위해 지정 주파수 외의 모든 전자 신호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페로사

그렇습니까?

페로사가 고개를 돌려,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 경비원을 똑바로 봤다.

페로사가 방 깊은 곳을 살펴보는 동안, 경비원은 어느샌가 문을 잠근 뒤였다.

페로사

검사 끝났습니다, 열어 주시죠.

경비원

끝났어요? 이렇게 빨리?

경비원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페로사

딱히 검사할 게 없었으니까요.

경비원

하하, 그런가요?

하긴, 여긴 격리벽입니다,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우린 항상――

페로사

폭탄은 모두 3개, 전부 중요 위치에 설치되었습니다.

기폭하면, 이 구간의 격리벽은 15초 내로 완전히 무력화되겠죠.

구조를 아주 잘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배치입니다.

경비원

......

페로사

더 할 말 있습니까?

경비원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

경비원

너 따위가 패러데우스의 위업을 막을 수 있을 거 같아?

페로사

지금 그러고 있잖습니까.

처억!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총을 들었다.

탕!

허나 총성은 단 한 발이었다.

페로사가 총을 내리고, 쓰러진 인간과 벽에 튄 핏자국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체에 다가가 몸을 수색하니 과연, 신호 교란기가 있었다.

페로사

우리의 통신 채널은 표준적인 재밍 장치로는 먹통이 되지 않아, 이 허접아.

치지직...

콜리브리

<color=#00CCFF>페로사, 괜찮아? 통신 노이즈가 좀 있었는데.</color>

페로사

무사해. 이쪽 상황 종료됐어, 그쪽은 어때?

콜리브리

<color=#00CCFF>이쪽은 3명이었어, 벌써 표도로프가 해치웠지만.</color>

<color=#00CCFF>멋대로 죽였다고 훈작사가 화내진 않겠지?</color>

페로사

...우린 그저 정원사를 대신해 썩은 열매를 치웠을 뿐이야.

경보 울려, 여기의 일은 정부에게 통보해야 해.

콜리브리

<color=#00CCFF>그거야 진작에 했지~</color>

페로사

새비지, 들려? 상황 보고해.

새비지

<color=#00CCFF>꼭대기 쪽도 막 해결한 참입니다...만, 데린저가 말썽을 일으켜서 수습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놈들이 포탑에 폭탄을 잔뜩 설치했어요.</color>

페로사

너흰 거기서 대기. 나머지 위치는 우리가 처리할게.

콜리브리

<color=#00CCFF>맞아 맞아! 바보는 바보가 있을 곳에 가만히 있으라구.</color>

페로사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새비지

<color=#00CCFF>포탑에까지 손을 쓰려 했으니, 놈들은 격리벽을 공격할 셈이었겠죠.</color>

<color=#00CCFF>그것도 안과 밖을 동시에 무너뜨리려 한 걸 보면, 격리벽의 자체 방어 능력을 무력화하려 한 거예요.</color>

페로사

...그래, 그거.

이번엔 눈치가 빨랐네, 새비지.

새비지

<color=#00CCFF>그럴 수밖에요... 지금 놈들이 쳐들어오고 있거든요!</color>

새비지

<color=#00CCFF>대규모 패러데우스 병력이 접근 중!</color>

<color=#00CCFF>선두에 저번에 봤던 그 니토입니다!</color>

페로사

뭐라고!?

콜리브리

<color=#00CCFF>큰일이야 페로사!</color>

<color=#00CCFF>표도로프 이 바보 멍청이가 통신 방향이 수정된 것도 확인 안 하고 바로 경보를 울려버렸어!</color>

<color=#00CCFF>경보가 격리벽 내부가 아니라 밖으로 송출됐어!</color>

페로사

그래서 놈들이 계획이 들통난 걸 알고 아예 곧장 공격하러 오는 거군.

삐빅.

또 다른 채널이 페로사의 통신에 연결됐다.

지휘관

<color=#00CCFF>페로사, 무슨 일이지?</color>

<color=#00CCFF>방금 격리벽 쪽에서 총성이 들렸는데.</color>

페로사

마침 잘 오셨습니다 지휘관, 패러데우스입니다.

패러데우스가 격리벽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습니다.

이곳의 경비대는 모두 놈들에게 전향해서 저희만으로 싸워야 합니다!

지휘관

<color=#00CCFF>알았다, 조금만 버텨 줘.</color>

<color=#00CCFF>지금 다 왔으니까.</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