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토의 실 Ⅲ
"내가 있는 곳이 바로 현실이란 것만 기억하면 돼."
......
치잇!
악전고투 끝에, 지휘관 일행과 그리폰 소대는 패러데우스의 부대를 격리벽의 안전거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등골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사악한 눈빛으로 자신의 방향을 노려보는 니토를 보며, 지휘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댄들라이의 말은 절대 과대평가가 아니었다. 이토록 무시무시한 적은 처음이었다.
패러데우스도 후퇴 중입니다, 지원군도 곧 도착합니다.
페로사도, 총을 쥔 손이 떨렸다. 패러데우스가 이렇게 대규모 공세를 벌일 줄은 예상치 못했을 뿐더러, 적의 지휘자도 이토록 실력이 출중할 줄은 몰랐다.
만약 상대의 사거리에 들었다면... 고지에서 우세를 점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아주 조금 더 불리한 상황에서 저 "나르시스"라는 니토와 싸웠더라면, 생환하지 못했으리란 직감이 들었다.
마흐리안이 저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너어어... 너, 너, 너어어어!!
후퇴하는 패러데우스들 사이에서, 나르시스는 발광하며 지휘관 옆의 마흐리안을 향해 발광했다.
너어어――!! 아버님의 계획을 위해, 죽어버려――!!!
쉬익――!
나르시스 주위에 떠 있던 하얀 빛이, 바람을 가르며 마흐리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험해!
!
거대한 부유검이 마흐리안의 목이 있던 자리를 뚫고 날아갔다. 칼날은 지나가면서 돌풍을 일으켜, 덩치가 작은 콜리브리가 균형을 잃을 뻔할 정도였다.
지휘관은 가까스로 마흐리안을 감싸 피했지만, 팔을 베이고 말았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으윽... 난 괜찮아.
이상하다, 분명 피했는데?
칼날의 본체에 닿았다면 절상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댄들라이가 고개를 들어 다시 되돌아가는 부유검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AR-15와 SOP2가 검을 파괴하기 위해 총을 들었지만, 그들도 검의 움직임을 쫓지 못했다.
......
공격이 빗나간 나르시스는 벽 아래에서, 언뜻 보면 귀여운 얼굴로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널 죽이면... 나르시스는 엄청 행복할 거야.
그리곤 녀석은 투덜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뒤돌아 패러데우스의 부대를 이끌고 후퇴했다.
저 니토 되게 소름돋는다.
너랑 꽤 비슷한 거 같던데?
뭐어?! 어디가!
RO 너무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지휘관은 몸을 일으켜, 베인 팔을 살펴봤다.
다행히, 그저 옷이 찢어지고 팔에 생채기가 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분명, 칼날에는 닿지도 않았다고 확신했다.
이런 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봤는데... 마흐리안?
지휘관은 그제서야 마흐리안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변했음을 눈치챘다.
로빈...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격리벽의 가장자리로 갔다.
심지어는 흥분하며 고개를 슥 내밀어, 벽 밑을 내려다봤다.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던 지휘관이 RO635에게 눈치를 줘야 했다.
이 벽...
벽이 왜?
벽이 아직 멀쩡해요, 로빈!
마흐리안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일행 모두 얼떨떨해 했다.
우리가 지켜냈으니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무너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뭐? 우리가 져서 저 쬐끄만 니토한테 토막나는 걸 기대하기라도 했어?
마흐리안.
네 기억에서, 격리벽은 무너져 내렸지?
...네, 맞아요.
마흐리안은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들뜬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점차 진정했다.
제 기억... 꿈... 제 예언...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어요.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일은, 어김없이 현실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토록 "운명"을 믿었구나.
네, 하지만... 로빈, 당신이 해냈어요.
당신이 운명을 바꿨어요.
...아니. 나는, 우리는 운명을 바꾸지 않았어. 그저 사소한 일을 해냈을 뿐이지.
예보를 받아 미리 준비해서, 이렇게 이긴 거야. 아주 단순해.
현실이 되지 않았다면, 네 머릿속의 미래 예지는 그저 악몽에 불과해.
......
그 말에 마흐리안은 조금 넋이 나간 얼굴로, 저 멀리서 휘날리는 모래바람을 보았다. 서서히 멀어져 가던 패러데우스는 이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지 알아요.
하지만, 로빈... 저는 꿈과 현실을 분간하기가 힘들어요.
스스로도 바꿔보려 했지만,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어요.
제가 언젠가 비명횡사하더라도, 운명이 그리 정했기 때문이라 믿기로 했어요.
네 꿈에서, 나는 봤어?
아뇨,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럼 간단하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현실이란 것만 기억하면 돼.
네...?
네 꿈속에 내가 나타난 적은 없다며?
네 기억 속의 미래에서도,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그 운명이란 게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난 믿지 않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참극을 반드시 막아내겠어.
네가 나를 믿어 준다면, 내가 널 지켜 줄게.
로빈...
......
......
할 말 있으면 속 시원하게 해.
...내가 말해서 뭐해. 누가 들어나 주겠어?
불만이 참 많구나.
"AR-15,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 마음에 담아두기만 해선 좋을 것 없어요!"
너 진짜... 계속 그렇게 요상한 말투로 M4 흉내 내봐.
확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테니까.
그래서, 뭐가 불만이야?
너도 봤잖아, 방금 하마터면 지휘관이 죽을 뻔했다고.
그런데 아무도 그걸 지적하지 않다니, 기가 막힌다.
그야, 아무도 지휘관이 몸을 던질 줄 몰랐으니까.
하, 그러셔?
AR-15는 콧방귀를 뀌었다.
난 오히려, 저 여자가 예상한 바라고 생각해... 지휘관의 성격을 벌써 완벽하게 파악한 거야.
지휘관이 분명 자신을 구하려 들 거라 예상하고, 일부러 위기에 처한 척해서 지휘관을 속인 거라고.
그 꼬맹이의 조준이 빗나가 실패했을 뿐이고.
그렇게 생각해?
일리 있잖아.
......
"...AR-15는 항상 그렇게 의심이 많군요. 그래도 당신과 함께라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너 이리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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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잇!
악전고투 끝에, 지휘관 일행과 그리폰 소대는 패러데우스의 부대를 격리벽의 안전거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등골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사악한 눈빛으로 자신의 방향을 노려보는 니토를 보며, 지휘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댄들라이의 말은 절대 과대평가가 아니었다. 이토록 무시무시한 적은 처음이었다.
패러데우스도 후퇴 중입니다, 지원군도 곧 도착합니다.
페로사도, 총을 쥔 손이 떨렸다. 패러데우스가 이렇게 대규모 공세를 벌일 줄은 예상치 못했을 뿐더러, 적의 지휘자도 이토록 실력이 출중할 줄은 몰랐다.
만약 상대의 사거리에 들었다면... 고지에서 우세를 점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아주 조금 더 불리한 상황에서 저 "나르시스"라는 니토와 싸웠더라면, 생환하지 못했으리란 직감이 들었다.
마흐리안이 저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너어어... 너, 너, 너어어어!!
후퇴하는 패러데우스들 사이에서, 나르시스는 발광하며 지휘관 옆의 마흐리안을 향해 발광했다.
너어어――!! 아버님의 계획을 위해, 죽어버려――!!!
쉬익――!
나르시스 주위에 떠 있던 하얀 빛이, 바람을 가르며 마흐리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험해!
!
거대한 부유검이 마흐리안의 목이 있던 자리를 뚫고 날아갔다. 칼날은 지나가면서 돌풍을 일으켜, 덩치가 작은 콜리브리가 균형을 잃을 뻔할 정도였다.
지휘관은 가까스로 마흐리안을 감싸 피했지만, 팔을 베이고 말았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으윽... 난 괜찮아.
이상하다, 분명 피했는데?
칼날의 본체에 닿았다면 절상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댄들라이가 고개를 들어 다시 되돌아가는 부유검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AR-15와 SOP2가 검을 파괴하기 위해 총을 들었지만, 그들도 검의 움직임을 쫓지 못했다.
......
공격이 빗나간 나르시스는 벽 아래에서, 언뜻 보면 귀여운 얼굴로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널 죽이면... 나르시스는 엄청 행복할 거야.
그리곤 녀석은 투덜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뒤돌아 패러데우스의 부대를 이끌고 후퇴했다.
저 니토 되게 소름돋는다.
너랑 꽤 비슷한 거 같던데?
뭐어?! 어디가!
RO 너무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지휘관은 몸을 일으켜, 베인 팔을 살펴봤다.
다행히, 그저 옷이 찢어지고 팔에 생채기가 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분명, 칼날에는 닿지도 않았다고 확신했다.
이런 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봤는데... 마흐리안?
지휘관은 그제서야 마흐리안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변했음을 눈치챘다.
로빈...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격리벽의 가장자리로 갔다.
심지어는 흥분하며 고개를 슥 내밀어, 벽 밑을 내려다봤다.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던 지휘관이 RO635에게 눈치를 줘야 했다.
이 벽...
벽이 왜?
벽이 아직 멀쩡해요, 로빈!
마흐리안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일행 모두 얼떨떨해 했다.
우리가 지켜냈으니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무너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뭐? 우리가 져서 저 쬐끄만 니토한테 토막나는 걸 기대하기라도 했어?
마흐리안.
네 기억에서, 격리벽은 무너져 내렸지?
...네, 맞아요.
마흐리안은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들뜬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점차 진정했다.
제 기억... 꿈... 제 예언...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어요.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일은, 어김없이 현실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토록 "운명"을 믿었구나.
네, 하지만... 로빈, 당신이 해냈어요.
당신이 운명을 바꿨어요.
...아니. 나는, 우리는 운명을 바꾸지 않았어. 그저 사소한 일을 해냈을 뿐이지.
예보를 받아 미리 준비해서, 이렇게 이긴 거야. 아주 단순해.
현실이 되지 않았다면, 네 머릿속의 미래 예지는 그저 악몽에 불과해.
......
그 말에 마흐리안은 조금 넋이 나간 얼굴로, 저 멀리서 휘날리는 모래바람을 보았다. 서서히 멀어져 가던 패러데우스는 이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지 알아요.
하지만, 로빈... 저는 꿈과 현실을 분간하기가 힘들어요.
스스로도 바꿔보려 했지만,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어요.
제가 언젠가 비명횡사하더라도, 운명이 그리 정했기 때문이라 믿기로 했어요.
네 꿈에서, 나는 봤어?
아뇨,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럼 간단하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현실이란 것만 기억하면 돼.
네...?
네 꿈속에 내가 나타난 적은 없다며?
네 기억 속의 미래에서도,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그 운명이란 게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난 믿지 않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참극을 반드시 막아내겠어.
네가 나를 믿어 준다면, 내가 널 지켜 줄게.
로빈...
......
......
할 말 있으면 속 시원하게 해.
...내가 말해서 뭐해. 누가 들어나 주겠어?
불만이 참 많구나.
"AR-15,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 마음에 담아두기만 해선 좋을 것 없어요!"
너 진짜... 계속 그렇게 요상한 말투로 M4 흉내 내봐.
확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테니까.
그래서, 뭐가 불만이야?
너도 봤잖아, 방금 하마터면 지휘관이 죽을 뻔했다고.
그런데 아무도 그걸 지적하지 않다니, 기가 막힌다.
그야, 아무도 지휘관이 몸을 던질 줄 몰랐으니까.
하, 그러셔?
AR-15는 콧방귀를 뀌었다.
난 오히려, 저 여자가 예상한 바라고 생각해... 지휘관의 성격을 벌써 완벽하게 파악한 거야.
지휘관이 분명 자신을 구하려 들 거라 예상하고, 일부러 위기에 처한 척해서 지휘관을 속인 거라고.
그 꼬맹이의 조준이 빗나가 실패했을 뿐이고.
그렇게 생각해?
일리 있잖아.
......
"...AR-15는 항상 그렇게 의심이 많군요. 그래도 당신과 함께라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너 이리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