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와 거북Ⅰ
"저는 개인의 사상이나 기술이 아닌, 더욱 귀중한 것으로 만들어졌답니다."
......
갈라테아 요양원.
슈타지 요원들은 리오니의 방을 중심으로 삼엄한 경계망을 펼쳤고, 간호사는 물론 의사들마저도 복잡한 검문을 받아야만 그녀의 방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는 물론 요양원 측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지만, J가 보기 드물게 강경한 태도로 대응해 결국 빈틈없는 "방어선"을 형성했다.
한편, 리오니의 방에는...
오랜만이에요, 리오니 씨. 건강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네요.
유일하게 방에서 리오니의 곁을 지키도록 허락받은 것은 RPK-16이었다.
이 배정에, 리오니 본인은 불만이 한가득이었다.
가까이 오지 마! 떨어지란 말이야!
겨우 회복되어 가기 시작한 손가락이 또다시 욱신거리는 것만 같았다.
네에? 그럼 어떡해요, 제가 당신의 밀착 경호원인데요.
멀리 있으면 당신을 지켜드릴 수 없잖아요?
네 보호 따위 필요 없거든!?
안젤리아도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다른 인형도 있으면서 왜 하필 너야?!
날 죽이고 싶으면 그냥 시원하게 죽이든가!
이번 작전에는 강력한 돌격수가 필요하거든요.
AK-15와 AN-94가 빠질 순 없으니, 남은 건 저밖에 없죠.
그리고 저도 자원해서 당신의 경호를 맡았답니다.
당신과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도 머리에 문제 있지!?
슈타지는? 요양원에 따로 경비원도 있잖아! 누구든지 좋으니까 제발!
네 얼굴만은 보기 싫어!!
자아 자아, 좀 진정하세요 리오니 씨.
지금 당신은 "레이디 그레이"에게 거역해서,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는 상황이란 걸 기억하셔야죠.
아무리 제가 싫더라도, 지금 여기서 저보다 믿음직스러운 경호는 없는걸요.
제가 있는 한, 아무도 당신을 해칠 수 없어요.
......
적일 땐 한없이 무섭지만 동료가 되니 무척이나 든든한 사람. 엄청 매력적이란 생각 안 드세요?
그게 당사자가 할 소리야?
성실함은 미덕이랍니다♪
...차라리 지금 죽고 말지.
하지만 정말 그러진 못하죠. 저도 알 수 있어요.
지금의 당신은 삶에 대한 집착이 일반인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해졌다는 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달라졌을까요?
아... 알았다. 방아쇠를 당겼던 그 순간 후회했군요?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자멸을 추구했던 대다수의 인간들과는 달리, 당신은 두 번째 기회를 얻었잖아요.
날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 이 미친 인형아!
대체 어디의 정신나간 과학자가 너 같은 AI를 만들어낸 거야?!
저는 개인의 사상이나 기술이 아닌, 더욱 귀중한 것으로 만들어졌답니다.
더욱 귀중한 거? 아 그래,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독약 말이지?
참 자세히도 물어보시네요, 이 기회에 인형 개발자로 전직하시게요?
...너랑은 말이 안 통해.
그런가요? 아쉽네요, 괜찮은 의견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흥미 있으면 네가 직접 해보지 그래?
네가 직접 너처럼 똑같이 미친 친구를 잔뜩 만들면 되잖아.
제가, 인형을요?
아뇨... 그렇게 말씀하시니 답해드리는데, 전 인형에 전~혀 관심이 없답니다.
오히려, 저는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나처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그럴 리가요. 솔직히 당신은 놀려먹기엔 좀 시시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전 인간이 되고 싶어요.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처럼 유한한 육체로, 인간처럼 숨쉬고, 인간처럼 다치고, 인간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고 싶어요.
그러면 저도 더 완벽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
리오니는 불안해하며 침을 꿀꺽 삼키고, 의자를 또 뒤로 밀었다.
...역시, 못 참겠어.
넌 진짜 소름 끼쳐! 인간이어도 상관없으니까 경호원 바꿔 달라고!
두 사람의 대화가 무르익었을 때, 누가 방 문을 노크했다.
J 씨네요.
RPK-16은 담담하게 웃으며, 방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은여우 아가씨, 요양원 원장 선생한테서 건물의 보안 시스템의 권한 코드를 제공받았습니다.
당신 드리려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J가 메모리 카드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눈에 띄게 초췌해진 몰골의 그는 둘 사이의 이상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고마워요, J 씨.
수고가 많으세요.
메모리 카드를 받아든 RPK-16은 목의 케이블을 뽑아, 요양원 건물의 보안 시스템에 연결했다.
J는 그런 그녀를 기다리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리오니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 왜 그러십니까? 제 이에 뭐라도 꼈어요?
리오니 씨는 지금, 불편한 안전과 편안한 위험 사이에서 고민 중이시랍니다.
RPK-16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엥, 그게 뭔 뜻이죠? 수수께끼인가요?
그러니까, J 씨는 보기에 영 못 미덥다는 뜻이에요.
다른 옵션 없어? 딴 사람, 딴 사람 불러 봐!
아 뭔데요 진짜!?
J는 갑자기 무시당한 기분에 황당해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어리버리해 보이는 건 둘째 치고... 나보다 더 심하게 다쳤잖아!
슈타지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어려워? 날 똑바로 지킬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사람 좀 무시하지 마세요! 전 지금 동생처럼 소중한 부하를 잃고 심신이 만신창이인 상태로 일하는 중이란 말입니다!
안젤리아 씨가 대체 어디의 높으신 분이랑 일하는진 몰라도, 당신을 위해 우린 지금 갈라테아의 고위직이랑 정면으로 시비 붙었다고요!
여기에 우리 사람들 들여보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흥, 실패자나 자신이 고생했단 걸 강조하죠.
결과적으로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고생이고 뭐고 다 물거품이잖아요.
아니 이 아가씨가, 말 다 했어요!?
J 씨.
아 또 뭡니까! 말리지 마세요, 이런 세상 물정 모르는 과학자는 혼 좀 나야 정신을 차린다고요!
놈들이 왔어요.
...예?
RPK-16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무, 무슨 일이야?!
리오니는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
무슨 일이야! 상황 보고해!
패러데우스입니다!
선두에는 검은 니토가——
재차 터진 폭음에 통신이 끊기자, J는 헤드셋을 벗고는 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이 자식들...
역시 왔군요.
뭐, 뭐야...
방금까지만해도 가득했던 리오니의 기세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저 지켜주는 거 맞죠!?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요!
전 여기서 죽기 싫다고요!
알았으니까 여기 가만히 계세요!
J는 씩씩대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무래도 상황이 안 좋네요.
뭣... 너, 너가 어떻게 알아?
슈타지가 사람 잔뜩 데리고 왔다며?
첫째. 방금 J 씨의 통신으로 미뤄 보건대, 저쪽도 엄청 많이 몰려왔어요.
둘째. 인간은 수적 우위에 중무장이라도 하지 않는 한 패러데우스 부대에겐 상대가 안 돼요. 니토가 직접 지휘까지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죠.
요양원 자체의 보안 인형들도 성능이 나쁘진 않지만, 실전 경험이 너무 부족해요.
그리고 셋째. 라이트 씨가 봉변을 당해서, J 씨는 지금 전혀 침착하질 못해요. 냉정한 지휘를 기대할 수 없어요.
저... 정말이야?
그, 그럼 어떡하지?!
타이밍 좋게, 밖에서 또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보다 훨씬 가까운 위치였다.
결국 그레이에 대한 두려움이 RPK-16에 대한 두려움을 넘게 되자, 리오니는 눈앞의 구명줄을 단단히 붙잡았다.
저 기세라면... 느려봤자 5분이면 여기까지 들이닥치겠네요.
밝은 대낮에 폭발물까지 서슴없이 동원하다니 말이에요.
기뻐하세요, 리오니 씨. 그레이는 당신을 안젤리아보다 값어치 있다고 보나 봐요.
지금 농담할 때야!?
나... 난 살고 싶어서 너희한테 정보를 제공했단 말이야!
안젤리아는!? 그 여자 당장 불러! 너희 팀은 4인조라며!
리오니는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떨림은 점점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해졌고, 이성을 유지하는 마지막 신경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네, 그렇죠.
그때, RPK-16이 적절한 음량으로 리오니의 주의를 끌었다.
제 임무는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에요.
그러니, 리오니 씨...
우리, 도망갈까요?
도망...가자고...?
초조해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리오니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RPK-16을 바라봤다.
네.
RPK-16이 싱긋 웃었다. 저 악마의 얼굴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리오니에게 구원의 천사처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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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테아 요양원.
슈타지 요원들은 리오니의 방을 중심으로 삼엄한 경계망을 펼쳤고, 간호사는 물론 의사들마저도 복잡한 검문을 받아야만 그녀의 방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는 물론 요양원 측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지만, J가 보기 드물게 강경한 태도로 대응해 결국 빈틈없는 "방어선"을 형성했다.
한편, 리오니의 방에는...
오랜만이에요, 리오니 씨. 건강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네요.
유일하게 방에서 리오니의 곁을 지키도록 허락받은 것은 RPK-16이었다.
이 배정에, 리오니 본인은 불만이 한가득이었다.
가까이 오지 마! 떨어지란 말이야!
겨우 회복되어 가기 시작한 손가락이 또다시 욱신거리는 것만 같았다.
네에? 그럼 어떡해요, 제가 당신의 밀착 경호원인데요.
멀리 있으면 당신을 지켜드릴 수 없잖아요?
네 보호 따위 필요 없거든!?
안젤리아도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다른 인형도 있으면서 왜 하필 너야?!
날 죽이고 싶으면 그냥 시원하게 죽이든가!
이번 작전에는 강력한 돌격수가 필요하거든요.
AK-15와 AN-94가 빠질 순 없으니, 남은 건 저밖에 없죠.
그리고 저도 자원해서 당신의 경호를 맡았답니다.
당신과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도 머리에 문제 있지!?
슈타지는? 요양원에 따로 경비원도 있잖아! 누구든지 좋으니까 제발!
네 얼굴만은 보기 싫어!!
자아 자아, 좀 진정하세요 리오니 씨.
지금 당신은 "레이디 그레이"에게 거역해서,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는 상황이란 걸 기억하셔야죠.
아무리 제가 싫더라도, 지금 여기서 저보다 믿음직스러운 경호는 없는걸요.
제가 있는 한, 아무도 당신을 해칠 수 없어요.
......
적일 땐 한없이 무섭지만 동료가 되니 무척이나 든든한 사람. 엄청 매력적이란 생각 안 드세요?
그게 당사자가 할 소리야?
성실함은 미덕이랍니다♪
...차라리 지금 죽고 말지.
하지만 정말 그러진 못하죠. 저도 알 수 있어요.
지금의 당신은 삶에 대한 집착이 일반인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해졌다는 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달라졌을까요?
아... 알았다. 방아쇠를 당겼던 그 순간 후회했군요?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자멸을 추구했던 대다수의 인간들과는 달리, 당신은 두 번째 기회를 얻었잖아요.
날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 이 미친 인형아!
대체 어디의 정신나간 과학자가 너 같은 AI를 만들어낸 거야?!
저는 개인의 사상이나 기술이 아닌, 더욱 귀중한 것으로 만들어졌답니다.
더욱 귀중한 거? 아 그래,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독약 말이지?
참 자세히도 물어보시네요, 이 기회에 인형 개발자로 전직하시게요?
...너랑은 말이 안 통해.
그런가요? 아쉽네요, 괜찮은 의견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흥미 있으면 네가 직접 해보지 그래?
네가 직접 너처럼 똑같이 미친 친구를 잔뜩 만들면 되잖아.
제가, 인형을요?
아뇨... 그렇게 말씀하시니 답해드리는데, 전 인형에 전~혀 관심이 없답니다.
오히려, 저는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나처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그럴 리가요. 솔직히 당신은 놀려먹기엔 좀 시시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전 인간이 되고 싶어요.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처럼 유한한 육체로, 인간처럼 숨쉬고, 인간처럼 다치고, 인간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고 싶어요.
그러면 저도 더 완벽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
리오니는 불안해하며 침을 꿀꺽 삼키고, 의자를 또 뒤로 밀었다.
...역시, 못 참겠어.
넌 진짜 소름 끼쳐! 인간이어도 상관없으니까 경호원 바꿔 달라고!
두 사람의 대화가 무르익었을 때, 누가 방 문을 노크했다.
J 씨네요.
RPK-16은 담담하게 웃으며, 방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은여우 아가씨, 요양원 원장 선생한테서 건물의 보안 시스템의 권한 코드를 제공받았습니다.
당신 드리려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J가 메모리 카드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눈에 띄게 초췌해진 몰골의 그는 둘 사이의 이상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고마워요, J 씨.
수고가 많으세요.
메모리 카드를 받아든 RPK-16은 목의 케이블을 뽑아, 요양원 건물의 보안 시스템에 연결했다.
J는 그런 그녀를 기다리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리오니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 왜 그러십니까? 제 이에 뭐라도 꼈어요?
리오니 씨는 지금, 불편한 안전과 편안한 위험 사이에서 고민 중이시랍니다.
RPK-16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엥, 그게 뭔 뜻이죠? 수수께끼인가요?
그러니까, J 씨는 보기에 영 못 미덥다는 뜻이에요.
다른 옵션 없어? 딴 사람, 딴 사람 불러 봐!
아 뭔데요 진짜!?
J는 갑자기 무시당한 기분에 황당해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어리버리해 보이는 건 둘째 치고... 나보다 더 심하게 다쳤잖아!
슈타지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어려워? 날 똑바로 지킬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사람 좀 무시하지 마세요! 전 지금 동생처럼 소중한 부하를 잃고 심신이 만신창이인 상태로 일하는 중이란 말입니다!
안젤리아 씨가 대체 어디의 높으신 분이랑 일하는진 몰라도, 당신을 위해 우린 지금 갈라테아의 고위직이랑 정면으로 시비 붙었다고요!
여기에 우리 사람들 들여보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흥, 실패자나 자신이 고생했단 걸 강조하죠.
결과적으로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고생이고 뭐고 다 물거품이잖아요.
아니 이 아가씨가, 말 다 했어요!?
J 씨.
아 또 뭡니까! 말리지 마세요, 이런 세상 물정 모르는 과학자는 혼 좀 나야 정신을 차린다고요!
놈들이 왔어요.
...예?
RPK-16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무, 무슨 일이야?!
리오니는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
무슨 일이야! 상황 보고해!
<color=#00CCFF>패러데우스입니다!</color>
<color=#00CCFF>선두에는 검은 니토가——</color>
재차 터진 폭음에 통신이 끊기자, J는 헤드셋을 벗고는 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이 자식들...
역시 왔군요.
뭐, 뭐야...
방금까지만해도 가득했던 리오니의 기세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저 지켜주는 거 맞죠!?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요!
전 여기서 죽기 싫다고요!
알았으니까 여기 가만히 계세요!
J는 씩씩대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무래도 상황이 안 좋네요.
뭣... 너, 너가 어떻게 알아?
슈타지가 사람 잔뜩 데리고 왔다며?
첫째. 방금 J 씨의 통신으로 미뤄 보건대, 저쪽도 엄청 많이 몰려왔어요.
둘째. 인간은 수적 우위에 중무장이라도 하지 않는 한 패러데우스 부대에겐 상대가 안 돼요. 니토가 직접 지휘까지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죠.
요양원 자체의 보안 인형들도 성능이 나쁘진 않지만, 실전 경험이 너무 부족해요.
그리고 셋째. 라이트 씨가 봉변을 당해서, J 씨는 지금 전혀 침착하질 못해요. 냉정한 지휘를 기대할 수 없어요.
저... 정말이야?
그, 그럼 어떡하지?!
타이밍 좋게, 밖에서 또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보다 훨씬 가까운 위치였다.
결국 그레이에 대한 두려움이 RPK-16에 대한 두려움을 넘게 되자, 리오니는 눈앞의 구명줄을 단단히 붙잡았다.
저 기세라면... 느려봤자 5분이면 여기까지 들이닥치겠네요.
밝은 대낮에 폭발물까지 서슴없이 동원하다니 말이에요.
기뻐하세요, 리오니 씨. 그레이는 당신을 안젤리아보다 값어치 있다고 보나 봐요.
지금 농담할 때야!?
나... 난 살고 싶어서 너희한테 정보를 제공했단 말이야!
안젤리아는!? 그 여자 당장 불러! 너희 팀은 4인조라며!
리오니는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떨림은 점점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해졌고, 이성을 유지하는 마지막 신경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네, 그렇죠.
그때, RPK-16이 적절한 음량으로 리오니의 주의를 끌었다.
제 임무는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에요.
그러니, 리오니 씨...
우리, 도망갈까요?
도망...가자고...?
초조해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리오니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RPK-16을 바라봤다.
네.
RPK-16이 싱긋 웃었다. 저 악마의 얼굴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리오니에게 구원의 천사처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