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Ⅰ
"판도라 상자 바닥에는 정말 희망이 있을까?"
......
현지 시각 오후 15시 28분.
베를린 노이템펠호프 구역, "윌리엄"의 옛 거처.
AK-12 선배가 말하길, 안젤리아가 의욕 넘치는 날은 재수가 옴 붙은 날이래요.
여태까지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
왜 그래요, AK-15?
너...
평소보다 말이 적군.
어머나, 제가 말수가 적은 게 오히려 불편한가요?
거참 희한하네요, 제 수다를 혐오하지 않았나요?
네가 정상 상태가 아니면 임무에 지장이 가니까다.
특히, 지금은 네가 대장이니까.
"임시"지만요... AK-12 선배도 참 엉망진창인 때에 엉망진창인 일을 저한테 떠넘겼다니까요.
나도 말했잖나, AK-12는 너를 믿고 맡긴 거라고.
두고 봐요, 이건 분명 선배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실수가 될 테니까요.
무슨 소릴, 나도 RPK가 우수하다... 응? 두 번째?
첫 번째 큰 실수는 뭐였는데?
그건 저와 선배 둘만의 비밀이랍니다♪
어쨌든 안젤리아,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정말 안으로 들어갈 건가요?
가기 싫음 AN-94랑 여기 남던가.
죄송해요, 아무 말도 안 한 걸로 해 주세요.
안젤리아 씨, 이쪽도 준비됐습니다.
얼마나 데려왔어?
많지 않습니다, 제 동기들만이죠.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임무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경계 임무를 맡은 걸로만 압니다.
잘했어, 너흰 바깥에서 우리 대신 경계를 서 주기만 하면 돼. 난처한 입장으론 안 만들 테니까 걱정 마.
일 끝나고 혹시 너네 상급자가 너한테 책임 물으면, 다 내 탓으로 돌려.
안젤리아 씨도 안심하십시오, 저희 모두 각오하고 왔습니다.
AN-94 씨도 저희와 함께라고 하셨죠?
그래, 나도 슈타지와 함께 바깥에서 경계를 담당하겠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번과는 반대로군요.
그땐 안젤리아 씨가 저를 당신과 두고 가셨는데.
이번엔 아니지.
저 양옥 안에 어떤 장치나 전자 설비가 있을지 모르니, RPK가 동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두 안심하도록. 내가 있는 한, 슈타지의 모두를 곤경에 처하게 놔두지 않겠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저희도 저희대로 자존심이란 게 있습니다...
...아무튼, 제 동기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AN-94 씨.
시간 없으니까 바로 돌입한다. 라이트, 네 친구들한테 양옥 주변 봉쇄하고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막으라고 해.
AK-15, RPK.
철컥.
가자.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
슈타지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이 양옥은 아주 오래전에 버려져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양옥의 낡을대로 낡고 헐대로 헐은 외견도, 그 정보에 신빙성을 한껏 더했다.
......
안젤리아가 통과하는 이 정원도, 보아하니 정원사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손질한 것이 벌써 수 년 전의 일인 것 같았다.
이따금씩 어디선가 날아드는 벌들을 제외하면, 정원 안에 살아있는 동물은 없었다.
이렇게 쥐 죽은 듯한 정적이, 안젤리아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녀의 감이, 이 방향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 어딘가에, 그녀가 원하는 것이 있다.
정문으로 진입합니까?
지금 상황으론 어디로 들어가든 똑같아.
RPK?
...이상 징후 없습니다.
만약 정말로 안에 매복이 있다면...
다른 문이나 창문으로 우회하기보단 정면돌파가 차라리 더 나아.
안젤리아 일행은 잡초가 무성한 정원을 지나, 양옥의 정문 현관 앞에 섰다.
주위도, 양옥도 아직은 고요했다.
AK-15, 노크해 봐.
알겠습니다.
AK-15는 고개를 끄덕이곤 걸어가, 문에 손을 댔다.
안은 보여?
...보입니다. 이상 없습니다.
그 말에 안젤리아도 현관의 계단을 올라, AK-15 옆으로 다가가 현관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안젤리아.
왜?
정말 들어갈 거예요?
물론이지.
안에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청소부가 여기 두고 간 연말 보너스를 빼면...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의심스럽지 않나요?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지금은 우유부단하게 발을 뺄 때가 아니야.
의심스러울수록, 제대로 찾아왔단 뜻이니까.
안젤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다시 이곳에 온 목적에 집중했다.
AK-15, 문 열어.
......
쿠웅...
AK-15가 양옥의 대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언제라도 경첩이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낡은 문짝은 충격에 흔들리며 쌓였던 먼지를 털어냈다.
안젤리아도 권총을 다시 홀스터에 넣고 천천히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음산한 분위기의 양옥의 정적이, 세 명의 발소리의 메아리에 깨졌다.
안이 생각보다 꽤 넓은걸.
이래서는 조사하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요.
이 작전의 은밀성을 고려한다면, 시간을 너무 소모해선 안 되겠죠?
다른 제안 있어?
AK-15, 동쪽을 조사해 주세요.
저는 안젤리아와 함께 서쪽을 확인할게요.
통신을 상시 유지하고, 사소한 거라도 발견하면 즉시 알리도록 해요.
...이러면 어떨까요?
이견 없다.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네, 그렇게 하자.
AK-15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총을 등에 멨다.
음?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AK-15는 묘한 눈빛으로 RPK-16을 흘겨보곤, 그대로 몸을 돌려 정문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향했다.
그럼 저희도 갈까요, 안젤리아?
안젤리아도 고개로 대답하고, 먼저 발걸음을 옮겨 왼쪽으로 나아갔다.
......
두 사람은 천천히, 저택 깊숙이로 나란히 걸어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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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오후 15시 28분.
베를린 노이템펠호프 구역, "윌리엄"의 옛 거처.
AK-12 선배가 말하길, 안젤리아가 의욕 넘치는 날은 재수가 옴 붙은 날이래요.
여태까지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
왜 그래요, AK-15?
너...
평소보다 말이 적군.
어머나, 제가 말수가 적은 게 오히려 불편한가요?
거참 희한하네요, 제 수다를 혐오하지 않았나요?
네가 정상 상태가 아니면 임무에 지장이 가니까다.
특히, 지금은 네가 대장이니까.
"임시"지만요... AK-12 선배도 참 엉망진창인 때에 엉망진창인 일을 저한테 떠넘겼다니까요.
나도 말했잖나, AK-12는 너를 믿고 맡긴 거라고.
두고 봐요, 이건 분명 선배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실수가 될 테니까요.
무슨 소릴, 나도 RPK가 우수하다... 응? 두 번째?
첫 번째 큰 실수는 뭐였는데?
그건 저와 선배 둘만의 비밀이랍니다♪
어쨌든 안젤리아,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정말 안으로 들어갈 건가요?
가기 싫음 AN-94랑 여기 남던가.
죄송해요, 아무 말도 안 한 걸로 해 주세요.
안젤리아 씨, 이쪽도 준비됐습니다.
얼마나 데려왔어?
많지 않습니다, 제 동기들만이죠.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임무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경계 임무를 맡은 걸로만 압니다.
잘했어, 너흰 바깥에서 우리 대신 경계를 서 주기만 하면 돼. 난처한 입장으론 안 만들 테니까 걱정 마.
일 끝나고 혹시 너네 상급자가 너한테 책임 물으면, 다 내 탓으로 돌려.
안젤리아 씨도 안심하십시오, 저희 모두 각오하고 왔습니다.
AN-94 씨도 저희와 함께라고 하셨죠?
그래, 나도 슈타지와 함께 바깥에서 경계를 담당하겠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번과는 반대로군요.
그땐 안젤리아 씨가 저를 당신과 두고 가셨는데.
이번엔 아니지.
저 양옥 안에 어떤 장치나 전자 설비가 있을지 모르니, RPK가 동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두 안심하도록. 내가 있는 한, 슈타지의 모두를 곤경에 처하게 놔두지 않겠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저희도 저희대로 자존심이란 게 있습니다...
...아무튼, 제 동기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AN-94 씨.
시간 없으니까 바로 돌입한다. 라이트, 네 친구들한테 양옥 주변 봉쇄하고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막으라고 해.
AK-15, RPK.
철컥.
가자.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
슈타지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이 양옥은 아주 오래전에 버려져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양옥의 낡을대로 낡고 헐대로 헐은 외견도, 그 정보에 신빙성을 한껏 더했다.
......
안젤리아가 통과하는 이 정원도, 보아하니 정원사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손질한 것이 벌써 수 년 전의 일인 것 같았다.
이따금씩 어디선가 날아드는 벌들을 제외하면, 정원 안에 살아있는 동물은 없었다.
이렇게 쥐 죽은 듯한 정적이, 안젤리아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녀의 감이, 이 방향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 어딘가에, 그녀가 원하는 것이 있다.
정문으로 진입합니까?
지금 상황으론 어디로 들어가든 똑같아.
RPK?
...이상 징후 없습니다.
만약 정말로 안에 매복이 있다면...
다른 문이나 창문으로 우회하기보단 정면돌파가 차라리 더 나아.
안젤리아 일행은 잡초가 무성한 정원을 지나, 양옥의 정문 현관 앞에 섰다.
주위도, 양옥도 아직은 고요했다.
AK-15, 노크해 봐.
알겠습니다.
AK-15는 고개를 끄덕이곤 걸어가, 문에 손을 댔다.
안은 보여?
...보입니다. 이상 없습니다.
그 말에 안젤리아도 현관의 계단을 올라, AK-15 옆으로 다가가 현관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안젤리아.
왜?
정말 들어갈 거예요?
물론이지.
안에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청소부가 여기 두고 간 연말 보너스를 빼면...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의심스럽지 않나요?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지금은 우유부단하게 발을 뺄 때가 아니야.
의심스러울수록, 제대로 찾아왔단 뜻이니까.
안젤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다시 이곳에 온 목적에 집중했다.
AK-15, 문 열어.
......
쿠웅...
AK-15가 양옥의 대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언제라도 경첩이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낡은 문짝은 충격에 흔들리며 쌓였던 먼지를 털어냈다.
안젤리아도 권총을 다시 홀스터에 넣고 천천히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음산한 분위기의 양옥의 정적이, 세 명의 발소리의 메아리에 깨졌다.
안이 생각보다 꽤 넓은걸.
이래서는 조사하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요.
이 작전의 은밀성을 고려한다면, 시간을 너무 소모해선 안 되겠죠?
다른 제안 있어?
AK-15, 동쪽을 조사해 주세요.
저는 안젤리아와 함께 서쪽을 확인할게요.
통신을 상시 유지하고, 사소한 거라도 발견하면 즉시 알리도록 해요.
...이러면 어떨까요?
이견 없다.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네, 그렇게 하자.
AK-15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총을 등에 멨다.
음?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AK-15는 묘한 눈빛으로 RPK-16을 흘겨보곤, 그대로 몸을 돌려 정문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향했다.
그럼 저희도 갈까요, 안젤리아?
안젤리아도 고개로 대답하고, 먼저 발걸음을 옮겨 왼쪽으로 나아갔다.
......
두 사람은 천천히, 저택 깊숙이로 나란히 걸어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