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어째서 아버님께 거역하는 거야? 뭐든지 할 수 있으면서..."
......
뚝... 뚝...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몰리도는 눈을 천천히 떴다.
...쯧.
역겨운 악취가 코를 찌르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또 어디지? 그 잡것들이랑 놀아 주고 있었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에 맞춰, 몰리도의 주위가 차차 선명해졌다.
공장...?
패러데우스의 공장... 아니, 그저 수많은 공장 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아주 익숙한 바로 그곳이었다.
......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썩어 들어가는 시체들이 줄줄이 운반했다.
이곳은 실험체를 선별하는 하급 공장. 니토가 될지도 모르는 "원료"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한층 더 심해진 악취에 몰리도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고, 그녀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오수에 반쯤 잠긴 시체들이 갑자기 꿈틀대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징그러워...
역시 그녀도 이와 같은 상황이 놓이니 소름이 절로 돋았다.
물론, 결코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
하등한 쓰레기가... 저리 꺼져.
수많은 시체들 중, 흙탕물에 처박혀 있던 가장 지저분하고 흉측한 시체는 "얼굴"이라 할 만한 것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시체는 그들 중 가장 의지가 강한 듯했다.
그 시체는 기어왔다.
유일한 한 줄기 빛을 향해.
오지 말라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일까, 그 썩어 문드러져 가는 시체는 기어코 몰리도에게 기어와, 그녀의 다리를 꽉 부둥켜 안았다.
분노, 두려움, 초조함... 그 얼굴의 윤곽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를, 몰리도는 하이힐로 마구 짓밟으며 필사적으로 떼어내려 했다.
저리 꺼져! 꺼지라니까!?
하지만 아무리 발악해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리 온.
그때, 몰리도의 뒤에서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몰리도의 고함과 폭력에도 아랑곳않던 시체는 그 부름에 바로 감화된 듯했다.
...마흐리안?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부르며, 몰리도는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
......너였어? 왜 네가 여기 있어?
M4A1은 그 썩어 문드러진 몸뚱이를 다정하게 품에 안고 다독였다.
그리고,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몰리도를 가여워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이게 당신이 말하는 완벽한 피조물인가요?
...당연히 아니지. 이것들은 피조물이라 불릴 자격도 없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실패작일 뿐이야.
나는... 나를 이것들과 같은 취급하지 마.
......
그 칠흙 같은 어둠이 M4A1을 서서히 집어삼켰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까지도, 그녀는 연민 어린 눈을 몰리도에게서 돌리지 않았다.
보지 마...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몰리도.
?!!
총성에 놀란 새처럼, 몰리도가 홱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나타난 밝은 빛을 받으며, 그녀가 몰리도를 부르고 있었다.
너... 네가 왜...
서두르지 않아도 돼, 몰리도.
천천히, 차근차근.
할 수 있긴 뭘――헉!
또 어느샌가 나타난 거울이, 몰리도의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거울이 비추는 몰리도의 얼굴은 지금이 아니었다. 가장 처음의, 그녀의 본연의 얼굴이었다.
변용술은 어렵지 않아, 너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
기억났다.
이 저열한 실패작은, 본디 그녀보다 우수했다.
자신은 어떡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변용술을, 이 여자는 숨 쉬듯 완벽하게 해냈다.
어째서...
응?
어째서 아버님께 거역하는 거야? 뭐든지 할 수 있으면서...
......
그 말을 들은 마흐리안은 슬픈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난... 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할 수 없어.
난 못 해. 이해할 수 없어. 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해쳐서까지 목적을 이뤄야 해?
우리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댔잖아...
아버님의 말씀은 절대적이야! 넌 그냥 내숭 떠는 거야!
몰리도...
마흐리안이 천천히 다가오자, 몰리도는 당황하며 뒷걸음질쳤다.
같이 도망치자.
뭐?
몰리도가 머뭇거리는 사이, 마흐리안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같이 여기서 나가자. 여기서 계속 있다간 우리 모두 우리가 아니게 되어버릴 거야.
......
그때도, 마흐리안은 몰리도에게 이렇게 권유했다.
재능이 가장 뛰어났음에도, 계속해서 아버님을 거역해 벌이나 받던 얼간이.
그럼에도, 절망에 빠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흐리안.
내민 손에 대한 몰리도의 대답은――
아아악!!!
넌 그 얼굴을 가질 자격 없어.
마흐리안이 피가 철철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주저앉았다.
얼굴 가죽을 빼앗은 몰리도는, 고통과 슬픔에 애처롭게 우는 마흐리안을 내려다봤다.
그래, 맞아. 이러면 돼.
내가 완벽한 얼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냥 남의 것을 쓰면 되는 일이잖아?
당신의 언니를, 당신의 유일한 동료를 그렇게 대했나요?
니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창조됐어.
이년은 미천한 복제품 주제에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를 오리지널이라 착각했지.
스스로의 의지로 아버님께 거역했다 생각하겠지만, 실제론 아버님을 위해 봉사할 자격도 없는 폐기물이었지.
오직 완벽한 자만이 아버님을 만족시킬 수 있어.
그럼, 당신이 바로 그 "완벽한 자"라 생각하나요?
그야 물론――
제기랄!!!
쿵! 쿵! 쿵!
...아버님?
몰리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밝은 실험실에서, 그 익숙한 뒷모습이 신경질적으로 탁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성질체들이 폐기장에 내던져지고 있었다.
왜... 대체 왜! 이렇게나 많이 만들었다고! 그런데 왜 안 돼!
완전면역체... 정말 존재할 수 없는 건가...?
아버님... 아버님!
제가, 제가 아버님을 위해 봉사하겠어요! 제가 아버님의 소망을 이루어드릴게요! 아버님!
......
그 남자가 뒤로 돌아, 어린아이처럼 소리지르는 몰리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버님... 제가, 제가 아버님이 바라시던 완벽한 자예요.
저를 보세요. 어떤 일이든, 제가 아버님을 위해 완수할게요!
......네가?
몰리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경멸"이었다.
네... 제가요.
그레이도, 나르시스도, 그래도 부족하시다면 브라메드까지도! 제가 그들 모두를 뛰어넘겠어요!
몰리도가 격앙하며 남자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매정하게 뿌리쳤다.
쓰레기야... 아무리 나아봤자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야...
아버님...
몰리도는 그럼에도 더욱 애절한 눈빛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그때였다. 그의 경멸어린 공허한 눈빛이, 돌연 반짝였다.
너...?
네! 저 여깄어요, 여기에 있어요 아버님!
몰리도는 감격하며 양팔을 벌렸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를 그대로 통과해 지나쳤다.
몰리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누나...!
그 남자는,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M4A1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어, 누나...!
그래... 너로구나...! 그토록 찾아헤맸던 완벽한 개체가, 바로 너였구나!!!
아니야...
몰리도의 다리가 저절로 달음박질쳤다.
필사적으로 그 남자의 뒤를 붙잡으려 했지만, 아무리 달려도 그에게 조금도 가까워질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년일 리가 없어!! 왜 그년인데!!!
아버님!! 저를 보세요!! 저는 여기 있어요!! 저예요, 저야말로 가장 완벽한 자예요!!!
저예요!!! 저란 말에요!!!
와르르――
오물로 진창이 된 공장이 무너졌다.
변용을 연습하던 방도 산산조각 났다.
면역체를 솎아내던 실험실도, 어둠에 삼켜졌다.
그녀의 컨셔스 파노라마가, 마침내 무너졌다.
......
......
우웁... 케헥! 콜록콜록...
......
이게 무슨... M4?
M4A1이 그저 몰리도의 머리에 손을 얹기만 한 지 몇 초. 그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독기어린 눈빛으로 조롱하던 몰리도가, 갑자기 격하게 기침하며 허약해졌다.
별것 아닙니다. 그녀의 대외 통신 능력을 제거하면서 간단한 조치도 더했어요. 목숨에 지장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별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발작하듯 기침하던 몰리도가 서서히 진정했지만, 누가 보면 M4A1이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뜨렸다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나머지는 맡길게요, 지휘관님.
저는... 조금 쉬겠습니다.
그러렴. 그런데 M4, 너――
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몰리도가 느닷없이 실성한 것처럼 폭소를 터뜨려, 지휘관은 화들짝 놀랐다.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AR-15가 반사적으로 개머리판으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고개가 젖혀져 이마의 새로운 상처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그녀는 소리만 잦아들었을 뿐 여전히 헤벌쭉한 입으로 기괴하게 웃어댔다.
흐흣... 너 뭐야... 대체 누구야 너...
.....
뭐냐고... 너 뭐야...
대체 뭐하는 년이야 너... 대답할 수 있어? 대답할 용기는 있어...?
M4A1은 들은 척도 않고 그대로 방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몰리도의 광소도, 점차 사그라졌다.
...난데없이 무슨 짓이지?
몰리도는 그저 넋을 놓고 M4A1이 나간 방향을 응시했다.
......있잖아요, 로빈. 제 비밀이 궁금해요? 그렇게 알고 싶어요? 네? 로빈?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 몰리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넌 지휘관을 그렇게 부를 자격 없어!
지휘관은 미간이 좁혀졌지만, 별말 없이 몰리도를 계속 바라봤다. 그녀와 M4A1의 찰나의 대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도리는 없었지만, 몰리도가 처음으로 그나마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아는 거... 다 알려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지금 네가 조건을 제시할 처지라 생각해?
조건은 말이죠... 오직 당신에게만 말하겠다는 거예요.
저는 이제 당신밖에 못 믿어요... 로빈.
몰리도는 초점이 풀린 듯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눈빛으로 RO635와 AR-15를 흘겨봤고, 두 인형은 당연히 어이없어했다.
지휘관, 이년을 믿으면 안 돼요.
......
...지휘관?
미안해,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겠니?
하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열었어. 진실이든 거짓이든... 들어서 손해는 아닐 거야.
......
AR-15가 항변하려 했지만, 지휘관의 진중한 눈빛에 못 이겨 툴툴대며 방을 나섰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 들리면 바로 들어올 거예요.
응, 그땐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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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 뚝...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몰리도는 눈을 천천히 떴다.
...쯧.
역겨운 악취가 코를 찌르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또 어디지? 그 잡것들이랑 놀아 주고 있었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에 맞춰, 몰리도의 주위가 차차 선명해졌다.
공장...?
패러데우스의 공장... 아니, 그저 수많은 공장 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아주 익숙한 바로 그곳이었다.
......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썩어 들어가는 시체들이 줄줄이 운반했다.
이곳은 실험체를 선별하는 하급 공장. 니토가 될지도 모르는 "원료"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한층 더 심해진 악취에 몰리도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고, 그녀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오수에 반쯤 잠긴 시체들이 갑자기 꿈틀대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징그러워...
역시 그녀도 이와 같은 상황이 놓이니 소름이 절로 돋았다.
물론, 결코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
하등한 쓰레기가... 저리 꺼져.
수많은 시체들 중, 흙탕물에 처박혀 있던 가장 지저분하고 흉측한 시체는 "얼굴"이라 할 만한 것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시체는 그들 중 가장 의지가 강한 듯했다.
그 시체는 기어왔다.
유일한 한 줄기 빛을 향해.
오지 말라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일까, 그 썩어 문드러져 가는 시체는 기어코 몰리도에게 기어와, 그녀의 다리를 꽉 부둥켜 안았다.
분노, 두려움, 초조함... 그 얼굴의 윤곽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를, 몰리도는 하이힐로 마구 짓밟으며 필사적으로 떼어내려 했다.
저리 꺼져! 꺼지라니까!?
하지만 아무리 발악해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리 온.
그때, 몰리도의 뒤에서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몰리도의 고함과 폭력에도 아랑곳않던 시체는 그 부름에 바로 감화된 듯했다.
...마흐리안?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부르며, 몰리도는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
......너였어? 왜 네가 여기 있어?
M4A1은 그 썩어 문드러진 몸뚱이를 다정하게 품에 안고 다독였다.
그리고,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몰리도를 가여워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이게 당신이 말하는 완벽한 피조물인가요?
...당연히 아니지. 이것들은 피조물이라 불릴 자격도 없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실패작일 뿐이야.
나는... 나를 이것들과 같은 취급하지 마.
......
그 칠흙 같은 어둠이 M4A1을 서서히 집어삼켰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까지도, 그녀는 연민 어린 눈을 몰리도에게서 돌리지 않았다.
보지 마...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몰리도.
?!!
총성에 놀란 새처럼, 몰리도가 홱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나타난 밝은 빛을 받으며, 그녀가 몰리도를 부르고 있었다.
너... 네가 왜...
서두르지 않아도 돼, 몰리도.
천천히, 차근차근.
할 수 있긴 뭘――헉!
또 어느샌가 나타난 거울이, 몰리도의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거울이 비추는 몰리도의 얼굴은 지금이 아니었다. 가장 처음의, 그녀의 본연의 얼굴이었다.
변용술은 어렵지 않아, 너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
기억났다.
이 저열한 실패작은, 본디 그녀보다 우수했다.
자신은 어떡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변용술을, 이 여자는 숨 쉬듯 완벽하게 해냈다.
어째서...
응?
어째서 아버님께 거역하는 거야? 뭐든지 할 수 있으면서...
......
그 말을 들은 마흐리안은 슬픈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난... 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할 수 없어.
난 못 해. 이해할 수 없어. 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해쳐서까지 목적을 이뤄야 해?
우리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댔잖아...
아버님의 말씀은 절대적이야! 넌 그냥 내숭 떠는 거야!
몰리도...
마흐리안이 천천히 다가오자, 몰리도는 당황하며 뒷걸음질쳤다.
같이 도망치자.
뭐?
몰리도가 머뭇거리는 사이, 마흐리안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같이 여기서 나가자. 여기서 계속 있다간 우리 모두 우리가 아니게 되어버릴 거야.
......
그때도, 마흐리안은 몰리도에게 이렇게 권유했다.
재능이 가장 뛰어났음에도, 계속해서 아버님을 거역해 벌이나 받던 얼간이.
그럼에도, 절망에 빠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흐리안.
내민 손에 대한 몰리도의 대답은――
아아악!!!
넌 그 얼굴을 가질 자격 없어.
마흐리안이 피가 철철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주저앉았다.
얼굴 가죽을 빼앗은 몰리도는, 고통과 슬픔에 애처롭게 우는 마흐리안을 내려다봤다.
그래, 맞아. 이러면 돼.
내가 완벽한 얼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냥 남의 것을 쓰면 되는 일이잖아?
당신의 언니를, 당신의 유일한 동료를 그렇게 대했나요?
니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창조됐어.
이년은 미천한 복제품 주제에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를 오리지널이라 착각했지.
스스로의 의지로 아버님께 거역했다 생각하겠지만, 실제론 아버님을 위해 봉사할 자격도 없는 폐기물이었지.
오직 완벽한 자만이 아버님을 만족시킬 수 있어.
그럼, 당신이 바로 그 "완벽한 자"라 생각하나요?
그야 물론――
제기랄!!!
쿵! 쿵! 쿵!
...아버님?
몰리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밝은 실험실에서, 그 익숙한 뒷모습이 신경질적으로 탁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성질체들이 폐기장에 내던져지고 있었다.
왜... 대체 왜! 이렇게나 많이 만들었다고! 그런데 왜 안 돼!
완전면역체... 정말 존재할 수 없는 건가...?
아버님... 아버님!
제가, 제가 아버님을 위해 봉사하겠어요! 제가 아버님의 소망을 이루어드릴게요! 아버님!
......
그 남자가 뒤로 돌아, 어린아이처럼 소리지르는 몰리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버님... 제가, 제가 아버님이 바라시던 완벽한 자예요.
저를 보세요. 어떤 일이든, 제가 아버님을 위해 완수할게요!
......네가?
몰리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경멸"이었다.
네... 제가요.
그레이도, 나르시스도, 그래도 부족하시다면 브라메드까지도! 제가 그들 모두를 뛰어넘겠어요!
몰리도가 격앙하며 남자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매정하게 뿌리쳤다.
쓰레기야... 아무리 나아봤자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야...
아버님...
몰리도는 그럼에도 더욱 애절한 눈빛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그때였다. 그의 경멸어린 공허한 눈빛이, 돌연 반짝였다.
너...?
네! 저 여깄어요, 여기에 있어요 아버님!
몰리도는 감격하며 양팔을 벌렸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를 그대로 통과해 지나쳤다.
몰리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누나...!
그 남자는,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M4A1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어, 누나...!
그래... 너로구나...! 그토록 찾아헤맸던 완벽한 개체가, 바로 너였구나!!!
아니야...
몰리도의 다리가 저절로 달음박질쳤다.
필사적으로 그 남자의 뒤를 붙잡으려 했지만, 아무리 달려도 그에게 조금도 가까워질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년일 리가 없어!! 왜 그년인데!!!
아버님!! 저를 보세요!! 저는 여기 있어요!! 저예요, 저야말로 가장 완벽한 자예요!!!
저예요!!! 저란 말에요!!!
와르르――
오물로 진창이 된 공장이 무너졌다.
변용을 연습하던 방도 산산조각 났다.
면역체를 솎아내던 실험실도, 어둠에 삼켜졌다.
그녀의 컨셔스 파노라마가, 마침내 무너졌다.
......
......
우웁... 케헥! 콜록콜록...
......
이게 무슨... M4?
M4A1이 그저 몰리도의 머리에 손을 얹기만 한 지 몇 초. 그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독기어린 눈빛으로 조롱하던 몰리도가, 갑자기 격하게 기침하며 허약해졌다.
별것 아닙니다. 그녀의 대외 통신 능력을 제거하면서 간단한 조치도 더했어요. 목숨에 지장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별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발작하듯 기침하던 몰리도가 서서히 진정했지만, 누가 보면 M4A1이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뜨렸다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나머지는 맡길게요, 지휘관님.
저는... 조금 쉬겠습니다.
그러렴. 그런데 M4, 너――
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몰리도가 느닷없이 실성한 것처럼 폭소를 터뜨려, 지휘관은 화들짝 놀랐다.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AR-15가 반사적으로 개머리판으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고개가 젖혀져 이마의 새로운 상처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그녀는 소리만 잦아들었을 뿐 여전히 헤벌쭉한 입으로 기괴하게 웃어댔다.
흐흣... 너 뭐야... 대체 누구야 너...
.....
뭐냐고... 너 뭐야...
대체 뭐하는 년이야 너... 대답할 수 있어? 대답할 용기는 있어...?
M4A1은 들은 척도 않고 그대로 방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몰리도의 광소도, 점차 사그라졌다.
...난데없이 무슨 짓이지?
몰리도는 그저 넋을 놓고 M4A1이 나간 방향을 응시했다.
......있잖아요, 로빈. 제 비밀이 궁금해요? 그렇게 알고 싶어요? 네? 로빈?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 몰리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넌 지휘관을 그렇게 부를 자격 없어!
지휘관은 미간이 좁혀졌지만, 별말 없이 몰리도를 계속 바라봤다. 그녀와 M4A1의 찰나의 대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도리는 없었지만, 몰리도가 처음으로 그나마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아는 거... 다 알려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지금 네가 조건을 제시할 처지라 생각해?
조건은 말이죠... 오직 당신에게만 말하겠다는 거예요.
저는 이제 당신밖에 못 믿어요... 로빈.
몰리도는 초점이 풀린 듯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눈빛으로 RO635와 AR-15를 흘겨봤고, 두 인형은 당연히 어이없어했다.
지휘관, 이년을 믿으면 안 돼요.
......
...지휘관?
미안해,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겠니?
하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열었어. 진실이든 거짓이든... 들어서 손해는 아닐 거야.
......
AR-15가 항변하려 했지만, 지휘관의 진중한 눈빛에 못 이겨 툴툴대며 방을 나섰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 들리면 바로 들어올 거예요.
응, 그땐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