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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5 · 재귀정리

ⅤB

"그레이 선생님은 수업에 초등학교 1학년생만 받덥니까?"

-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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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113줄)

부스럭부스럭... 끼이이...

큰 소리라도 날까 문을 아주 살살 열면서, 두 사람이 살금살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넬레

안에 아무도 없지...?

미아

안심해, 벌써 다 확인했어. 그 사람들도 다 해산했잖아.

뉴스 때문에 활활 타는 것도 대충 이틀사흘 정도 지나면 다 식지. 하여간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니까.

전등의 스위치를 켜자, 넬레의 집이 다시 밝아졌다.

넬레

후우~ 역시 집이 최고야!

미아

그런데 넬레, 정말 내일 연구소에 갈 거야?

넬레

당연하지! 드디어 출입 허가 났잖아. 뭐어... 일 그만둔다고 말하러 가는 거지만.

미아

...알았어. 그럼 난 방 청소할 테니까, 그 J인가 하는 사람한테 연락할 거면 미리미리 해. 가려면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넬레

응.

통화음이 몇 번 울리고 나자, 그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J

<color=#00CCFF>뭐 좋은 소식 있습니까?</color>

넬레

있긴 한데 좋은지 나쁜지는 그쪽이 판단할 일이죠.

일단 그 트럭 말인데요, 확실히 갈라테아 소유의 회사 물건만 나르는 화물 차량이에요.

하지만 그런 차가 한두 대도 아닌데다, 하나같이 자주 이동해서 이번 달 배차 기록만 봐도 몇백 페이지는 나와요.

J

<color=#00CCFF>그 배차 기록으로 뭘 볼 수 있는데요?</color>

넬레

제 권한으로는 운전수랑 수령인 이름, 출발지와 목적지, 소요 시간 같은 일반적인 것들밖에 못 봐요.

그리고 제 권한으론 검색 기능도 못 쓰고요.

J

<color=#00CCFF>이름이라... 마침 잘됐군요.</color>

<color=#00CCFF>그 화물을 수령한 사람의 이름이 "움루스"라 합니다.</color>

넬레

......

그쪽에 기술팀 있지 않아요?

해킹이든 뭐든 해서 제 회사 계정 권한 높일 순 없어요?

J

<color=#00CCFF>그게 되면 그냥 당신네 회사 인트라넷을 해킹했죠.</color>

<color=#00CCFF>그리고 그러면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내부고발자 아가씨.</color>

넬레

알았어요, 알아서 해볼게요.

J

<color=#00CCFF>그레이 선생님은 수업에 초등학교 1학년생만 받덥니까?</color>

<color=#00CCFF>어려울 땐 선배를 좀 찾고 그러세요.</color>

넬레

그게 무슨... 설마――

J

<color=#00CCFF>뭐가요~?</color>

넬레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J

<color=#00CCFF>양옥 쪽은 어땠죠?</color>

넬레

그런 권한 없다니까요? 마찬가지였어요.

J

<color=#00CCFF>흠... 역시 당신에게 기대기만 할 순 없겠군요.</color>

넬레

...잘 해볼게요.

J

<color=#00CCFF>말로야 누구든 잘 할 수 있죠.</color>

<color=#00CCFF>됐습니다. 전 아직 볼일이 있으니, 다음에 또 연락해요.</color>

넬레

......

통화를 끊은 넬레가 한숨을 푹 쉬었다.

미아

넬레, 넌 연구원이지 스파이가 아니야.

넬레

그치만 내가 하겠다고 나선 일인걸...

후우... 에라 모르겠다, 내일 가서 봐야지.

......

미아

<color=#00CCFF>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마. 누가 뭐래도 넌 평범한 여자애야.</color>

넬레

나도 알아 미아, 나도 이젠 분수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미아의 근심과 걱정 어린 눈빛을 받으며, 넬레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코트를 입었다.

......

넬레

아, 에케지에 선배~

에케지에

어, 넬레?

마침 나가려던 연구원이, 넬레를 보자 정말 의외인 듯 놀라며 물었다.

에케지에

너 진작에 잘린 줄...

넬레

그게 자리 정리할 겸 두고 간 개인물품 가지러 온 거예요.

에케지에

그렇구나...

아이버슨 교수님이 작업 인수인계 끝났다고 한턱 쏘신댔는데, 너도 올래? 차라랑 멜라니도 온댔어.

넬레

아~ 당연히 좋죠.

에케지에

그럼 불 켜 놓고 갈 테니까 나올 때 꺼 줄래?

이따가 탕비실에서 보자.

넬레

네~

에케지에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넬레는 자기 자리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 센터 데이터베이스, 로그인...

검색어... "움루스."

넬레

어, 검색 결과가 단 하나...?

이름에 그어진 빨간 밑줄이, 이 내용의 기밀 등급이 상당히 높음을 나타냈다.

넬레

아이버슨 교수님의 카드를 슬쩍하길 잘했네...

자아, 그 다음엔...

넬레에게, 그레이는 인생의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넬레

선생님... 선생님은 반딧불이처럼 이리저리 방황하던 제게 길을 보여 주셨어요.

선생님이 결백하시단 게 입증되면, 아무도 선생님에게 뭐라 못할 거예요...!

넬레

13... 14... 15...

...찾았다!

인사 조정, 회의 기록, 일정 계획 일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넬레

프로젝트 정리 개선 회의... 5월 22일?

내가 입사하기 전이네...

쿵쿵쿵.

넬레

......!!

에케지에

내 정신 좀 봐, 스카프를 두고 나왔네.

넬레, 둘 다 왔으니까 빨리 와.

넬레

네! 5분만 더요!

넬레는 깜짝 놀랐지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황급히 데이터베이스 창을 최소화하고 일어나 대답했다.

에케지에는 깜빡한 스카프를 챙기고 곧바로 다시 나갔다.

넬레

휴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다시 창을 열고 읽던 넬레의 눈에, 개인 자료에 첨부된 그레이의 당당함 넘치는 얼굴이 들어왔다.

그 때문일까, 넬레의 손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넬레

앗... 선생님은 그날 실험실에 안 계셨네?

차량 이용 기록은... 외출 장소, 장소가... 노이템펠호프구?

쿵쿵쿵.

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에케지에

넬레―― 다 모였어―― 아직이야――?

넬레

아, 아아... 다 됐어요! 지금 나갈게요!

컴퓨터를 끄고, 마음을 다잡으며 얼굴에 다시 미소를 띄운 넬레는 탕비실로 향하면서 "빌린" 카드를 슬쩍 제자리에 돌려놨다.

넬레

와~ 밥이다~!

......

웨이터가 구운 소시지와 맥주를 서빙했다.

에케지에

그럼 아이버슨 교수님은 브레멘의 연구 센터로 가시는 거예요?

아이버슨

그렇지, 그쪽의 연구 프로젝트도 면역 체계 관련이니까.

같이 하던 사람 더 데려올 생각 없냐던데, 너흰 어때?

멜라니

전 가족이 모두 여기 있어서 이사하기가 영 어렵단 말이죠...

게다가, 여기서 일한 지 아직 1년도 채 안 됐는걸요? 이력서에 나쁘게 보일 거라고요.

에케지에

다들 그런데 뭘. 어차피 요즘 기업은 인적 조사로 정말인지 허위인지 다 알아보니까 별로 의미도 없어.

그리고 갈라테아에서 정리해고 수당 왕창 줬으니까 적어도 반년은 걱정 없이 일자리 알아봐도 될 거야.

그런데... 브레멘이라니 진짜 솔깃한데요? 거기 베를린보다 잘 살잖아요. 연구 기관도 지원금 많이 받는다던데.

아이버슨

나도 이렇게 통 크게 주는 건 또 처음 봤다.

차라

킥킥, 교수님 몸값이야 부르는 게 값 아니에요?

갈라테아에서 "그거" 관련 지식이며 자료 가진 사람은 그레이 선생님 빼면 우리뿐이잖아요.

아이버슨

아서라, 동물 실험이랑 인체 실험은 차원이 다른 문제야.

에케지에

하긴... 세기의 과학자는 다들 어딘가 나사가 빠졌다는 말도 있잖아요.

넬레

"그거"라니, 이둔 말이에요?

전에 봤는데, 다른 동종업계 회사들도 어지간해선 다 ELID 특별 부서가 있던데요.

아이버슨

황금알을 낳는 거위니까. 뭐, 그래도 이 분야의 으뜸은 역시 그레이 씨지.

ELID 치료 기술에 손대고 싶어하는 회사는 넘쳐나고, 실제로 직접 연구소까지 굴리는 회사도 여러 곳이지만...

오직 그레이 씨만이 프로젝트를 이 정도로 추진해냈어.

적어도, 우리 건 방향성만 따지면 90%는 완료했지.

넬레

그러게 말이에요... 이제 3차 임상 시험만 통과하면 되는데 대체 뭐가 뇌사를 일으키는 건지 아무도 밝혀내질 못하다니, 이게 말이나 돼요? 성분 검사 결과에는 아무 문제 없어서 망정이지...

아이버슨

......

에케지에

......

멜라니

......

차라

......

넬레

엣? 왜... 왜 그래요?

에케지에

쉬잇!! 잠깐, 너 몰랐어?

뉴스로 소식 듣고 네가 샘플을 강도한테 뺏긴 건 줄 알았는데, 정말 몰라? 정말 네가 쓴 거야?

넬레

...제가 뭘 모른다는 건데요?

에케지에

그 약은... 밖에서는 쓰면 안 돼.

넬레가 긴장하며 맥주잔을 내려놨다.

넬레

왜요...?

차라

너 진짜 몰랐구나... 어... 근데 이거 말해야 되나?

멜라니

채용할 때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해서 설명받지 않았어? 정말 모르고 들어온 거야?

넬레

......

넬레

(확실하게 알아내야 해...)

넬레

...아, 그러고 보니 계약서에 무슨 기밀 유지 약관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자세히 읽어볼 여유가 없었어요.

점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안개 속에 가려졌던 무시무시한 진실이 드디어 드러나려 했다.

멜라니

으이구 어쩐지...

다음에 어디 취직하게 되면 계약서 꼼꼼하게 다 읽고 사인해!

넬레

아, 네...

그래서, 대체 뭐예요?

아이버슨

이 연구 프로젝트의 목적은... 치료가 아니라 "선별"이야.

인체의 면역 세포를 이용해서, 가장 적합한 항체를 찾아내는 거지.

넬레

말도 안 돼... 사람을 죽이는 거잖아요!

넬레의 언성이 저절로 높아졌다.

차라

구하는 거야.

넬레, 우린 사람을 구하는 거야.

멜라니

ELID에 완벽한 치료법은 없어. 너도 그 정도 상식은 알 거 아니야.

넬레

그래서 모두가 "이둔"이 희망이라고 기대했잖아요!

아이버슨

넬레는 아직 순수하구나. 세상이 다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니.

인류가 복사감염증을 극복하려면, 면역... 아니면 그에 한없이 가까운 항체를 지닌 사람을 찾아내 혈청을 채취해서 그걸 양산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야.

넬레

......

그래서 계속 허가가 안 났군요. 정부도 알아요?

아이버슨

당연하지. 이둔의 대외적 목표는 애초부터 바벨탑처럼 영원히 달성될 수 없는 것이었어.

그저, 정치적 수단으로 제격이니까 이렇게나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거지.

나도 그레이 씨가 너한테 다 설명한 줄 알았다.

그걸 못 받아들이면서 대체 어떻게 채용된 거니?

넬레

......

저도 제가 왜 들어왔나 궁금하네요!

넬레는 벌떡 일어나 의자 등받이에 걸었던 가방을 낚아채고, 놀라 눈만 끔벅거리는 동료들을 두고 성큼성큼 레스토랑 바깥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