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ilon
"안젤리아가 바로 이 공장 안에 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패러데우스 공장의 생산 라인.
쿵...
거대한 하얀 기갑이 마침내 쓰러졌고, M16A1과 UMP45이 쓰러진 기갑의 양쪽에서 나타나 서로를 마주봤다.
이거, 확실히 패러데우스의 작전 유닛이야. 우리가 제대로 짚었어.
하지만 이놈들밖에 없다니 오히려 더 수상한데...
아무래도 J가 와서 뭔가를 찾아내길 기대할――
철컥.
——!
가장 먼저 반응한 M16이 총을 들었다.
꼼짝 마.
그늘 속에서 총구가 뻗어 나왔다.
전술인형 여러 명 앞에서 권총 한 자루만이라 초라해보였지만, 지휘관은 그 그림자에서 박력과 중압감이 느껴졌다.
누구냐?
내가 할 말이다, 거수자.
여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지휘관의 말을 무시했다. 혼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그 목소리에선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허튼 짓 마라, 인간.
네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 신경 반사를 끊어버릴 방법은 이쪽에 차고 넘쳐.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100% 그렇게 할 수 있다 장담하나? 네가 막지 못할 가능성은 0이라고?
내 총알이 너희의 지휘관을 향할지 않을지, 내기할까?
......
그러니까, 내 질문에 대답해라. 여기에 뭘 하러 왔지?
......
......
베를린의 시가지.
초조한 마음을 품고, 미아는 차를 몰아 그레이 연구 센터 앞에 도착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죄, 죄송해요! 지나가겠습니다!
아 밀지 좀 마요! 줄 서는 법 몰라요?!
...인형? 너 어디 신문사야!?
아, 아뇨, 전 여기 직원 가족인데요...
대체 무슨 일인가요?
취재하러 온 거 아니면 좀 빠져 있으세요! 미스 그레이의 신문이라고요!
미스 그레이가 카메라 앞에 얼마동안이나 안 나타났는지 알아요!?
게다가 내부사정을 폭로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요! 특종 뺏기면 안 되니까 저리 비켜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들인 데다, 쉬이 헤집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미아는 물러나야만 했다.
뚜....
뚜우....
뚜우우......
받아라... 빨리 받아...
제발 받아... 넬레!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본 미아는 단번에 넬레가 일하던 그 사무층을 찾아냈다.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 센터는... 불이 켜져있었다.
삑.
"통화 대상이 응답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넬레...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는 미아는 분명 없을 터인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제발... 절대 바보 같은 짓하면 안 돼, 넬레...
어떻게든 저 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만약 늦었더라도, 반드시 넬레 곁으로 가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
......
조용한 공장 내부.
이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제외하면, 아무 기척도 없었다.
부하들을 이끌고 온 J는 RPK-16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공장 더 깊숙이로 전진했다.
모두가 극도로 긴장해, 숨소리도 최대한 억눌렀다.
......
전진은 매우 느렸지만, 단순히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가 아니었다.
결국 J가 수신호로 모두 멈춰 세웠다.
...왜 그러세요, J 씨?
돌입한 지 벌써 5분이나 지났는데, 진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뇨...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말입니다, 의문점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J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공장 내의 물건을 운반하는 크레인의 조작 장치 위를 스윽 훑었다.
거기엔 먼지가 아주 두껍게 쌓여있었다.
아가씨를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 공장... 어째 많이 익숙한 인장이 보입니다?
저 독일 국방부의 인장이요?
...네.
J는 상대가 그 이유를 추측하길 기다렸다.
여기, 정말 패러데우스의 소굴 맞습니까?
......
RPK-16이 싱긋 미소지으며 J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J 씨?
저는 여기가 그들의 영역이라고 확신해요.
안젤리아를 사로잡은 니토가, 바로 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들어와서 보니 당신네 정부의 흔적투성이군요... 어째서일까요?
저도 무척 궁금하네요.
......
J도 머리를 굴려봤고, 해답은 금방 나왔다.
높으신 양반들이 진작부터 놈들과 내통했다...
여태껏 안젤리아가 괜한 걱정으로 당신들을 경계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녀가 옳았네요.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었어요.
갈라테아와 결탁한 정부 인사가 있다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국방부까지 관계됐다니...
J 요원, 역시 그건 지나치게 넘겨짚는 판단이 아닐지...
아니, 그렇다면 아귀가 맞아.
은여우 아가씨도 얼마 전에 우리가 압수한 무기들의 진실을 알아챘겠군요.
그건 역시, 우리나라의 군수공장에서 만들어 낼 만한 물건이 아니에요. 패러데우스의 기술이 들어갔죠.
역시나...
RPK-16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눈치로 주변을 둘러봤다.
패러데우스가 독일 국방부에 기술력을 제공하고, 국방부는 정부에게 출자받아 무기를 대량생산했다...
여기는 그 생산 라인, 내지는 중간 가공소였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패러데우스는 기술을, 국방부는 장소를... 여기가 놈들 소굴이 아닐 수가 없겠네 이거...
하지만 여긴 아무것도 없으니, 더 안쪽... 아니, 더 아래쪽이려나요?
J는 RPK-16의 의도를 파악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기지라면... 역시 지하에 숨겨진 게 클리셰죠.
그럼, 서둘러서 놈들을 기습할까요?
저쪽이 우리를 먼저 발견하면, 지휘관님이 제때 도착하더라도 불리한 공성전을 벌이게 될 거예요.
제안하는 RPK-16의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
......
더 안으로 들어가는 길도 파악해 뒀답니다.
J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대열은 다시 그의 지시대로 산개해, 각자 담당한 방향을 경계했다.
RPK-16도 J를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인솔자로서의 위치에 섰다.
......
하지만, 정말 그게 쉬운 일일까? 모나의 마음속 불안은 커져만 갔다.
그녀가 RPK-16을 의심할 자격은 없었지만... 어째선지, 앞장선 저 인형에게서 풍기는 이질적인 오라가, 그녀를 매우 불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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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우스 공장의 생산 라인.
쿵...
거대한 하얀 기갑이 마침내 쓰러졌고, M16A1과 UMP45이 쓰러진 기갑의 양쪽에서 나타나 서로를 마주봤다.
이거, 확실히 패러데우스의 작전 유닛이야. 우리가 제대로 짚었어.
하지만 이놈들밖에 없다니 오히려 더 수상한데...
아무래도 J가 와서 뭔가를 찾아내길 기대할――
철컥.
——!
가장 먼저 반응한 M16이 총을 들었다.
꼼짝 마.
그늘 속에서 총구가 뻗어 나왔다.
전술인형 여러 명 앞에서 권총 한 자루만이라 초라해보였지만, 지휘관은 그 그림자에서 박력과 중압감이 느껴졌다.
누구냐?
내가 할 말이다, 거수자.
여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지휘관의 말을 무시했다. 혼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그 목소리에선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허튼 짓 마라, 인간.
네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 신경 반사를 끊어버릴 방법은 이쪽에 차고 넘쳐.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100% 그렇게 할 수 있다 장담하나? 네가 막지 못할 가능성은 0이라고?
내 총알이 너희의 지휘관을 향할지 않을지, 내기할까?
......
그러니까, 내 질문에 대답해라. 여기에 뭘 하러 왔지?
......
......
베를린의 시가지.
초조한 마음을 품고, 미아는 차를 몰아 그레이 연구 센터 앞에 도착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죄, 죄송해요! 지나가겠습니다!
아 밀지 좀 마요! 줄 서는 법 몰라요?!
...인형? 너 어디 신문사야!?
아, 아뇨, 전 여기 직원 가족인데요...
대체 무슨 일인가요?
취재하러 온 거 아니면 좀 빠져 있으세요! 미스 그레이의 신문이라고요!
미스 그레이가 카메라 앞에 얼마동안이나 안 나타났는지 알아요!?
게다가 내부사정을 폭로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요! 특종 뺏기면 안 되니까 저리 비켜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들인 데다, 쉬이 헤집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미아는 물러나야만 했다.
뚜....
뚜우....
뚜우우......
받아라... 빨리 받아...
제발 받아... 넬레!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본 미아는 단번에 넬레가 일하던 그 사무층을 찾아냈다.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 센터는... 불이 켜져있었다.
삑.
"통화 대상이 응답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넬레...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는 미아는 분명 없을 터인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제발... 절대 바보 같은 짓하면 안 돼, 넬레...
어떻게든 저 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만약 늦었더라도, 반드시 넬레 곁으로 가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
......
조용한 공장 내부.
이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제외하면, 아무 기척도 없었다.
부하들을 이끌고 온 J는 RPK-16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공장 더 깊숙이로 전진했다.
모두가 극도로 긴장해, 숨소리도 최대한 억눌렀다.
......
전진은 매우 느렸지만, 단순히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가 아니었다.
결국 J가 수신호로 모두 멈춰 세웠다.
...왜 그러세요, J 씨?
돌입한 지 벌써 5분이나 지났는데, 진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뇨...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말입니다, 의문점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J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공장 내의 물건을 운반하는 크레인의 조작 장치 위를 스윽 훑었다.
거기엔 먼지가 아주 두껍게 쌓여있었다.
아가씨를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 공장... 어째 많이 익숙한 인장이 보입니다?
저 독일 국방부의 인장이요?
...네.
J는 상대가 그 이유를 추측하길 기다렸다.
여기, 정말 패러데우스의 소굴 맞습니까?
......
RPK-16이 싱긋 미소지으며 J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J 씨?
저는 여기가 그들의 영역이라고 확신해요.
안젤리아를 사로잡은 니토가, 바로 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들어와서 보니 당신네 정부의 흔적투성이군요... 어째서일까요?
저도 무척 궁금하네요.
......
J도 머리를 굴려봤고, 해답은 금방 나왔다.
높으신 양반들이 진작부터 놈들과 내통했다...
여태껏 안젤리아가 괜한 걱정으로 당신들을 경계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녀가 옳았네요.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었어요.
갈라테아와 결탁한 정부 인사가 있다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국방부까지 관계됐다니...
J 요원, 역시 그건 지나치게 넘겨짚는 판단이 아닐지...
아니, 그렇다면 아귀가 맞아.
은여우 아가씨도 얼마 전에 우리가 압수한 무기들의 진실을 알아챘겠군요.
그건 역시, 우리나라의 군수공장에서 만들어 낼 만한 물건이 아니에요. 패러데우스의 기술이 들어갔죠.
역시나...
RPK-16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눈치로 주변을 둘러봤다.
패러데우스가 독일 국방부에 기술력을 제공하고, 국방부는 정부에게 출자받아 무기를 대량생산했다...
여기는 그 생산 라인, 내지는 중간 가공소였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패러데우스는 기술을, 국방부는 장소를... 여기가 놈들 소굴이 아닐 수가 없겠네 이거...
하지만 여긴 아무것도 없으니, 더 안쪽... 아니, 더 아래쪽이려나요?
J는 RPK-16의 의도를 파악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기지라면... 역시 지하에 숨겨진 게 클리셰죠.
그럼, 서둘러서 놈들을 기습할까요?
저쪽이 우리를 먼저 발견하면, 지휘관님이 제때 도착하더라도 불리한 공성전을 벌이게 될 거예요.
제안하는 RPK-16의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
......
더 안으로 들어가는 길도 파악해 뒀답니다.
J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대열은 다시 그의 지시대로 산개해, 각자 담당한 방향을 경계했다.
RPK-16도 J를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인솔자로서의 위치에 섰다.
......
하지만, 정말 그게 쉬운 일일까? 모나의 마음속 불안은 커져만 갔다.
그녀가 RPK-16을 의심할 자격은 없었지만... 어째선지, 앞장선 저 인형에게서 풍기는 이질적인 오라가, 그녀를 매우 불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