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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5 · 재귀정리

eta

"살아남으세요, J 요원. 먼저 간 그분들의 복수를 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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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데우스 공장 밖.

달빛 아래서 춤추던 아름다운 여인이, 피로 축축해진 흙을 밟으며 유유히 다음 무대로 향했다.

입은 옷이 관목에 스치며 바스락 소리를 냈지만, 풍기는 것은 풀과 흙의 내음이 아닌 진한 피비린내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브라메드

어째서... 어찌하여.

어찌하여 인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슈타지 요원

......

예비조로 공장 밖에서 대기 중이던 요원들은, 충혈된 눈을 감지도 못하고 사방에 널브러졌다.

브라메드

그레이가 의외로 쓸 만한 애완동물을 얻었나 보네에...

손가락에 묻은 피를 핥으며, 가늘게 뜬 눈으로 공장을 보는 브라메드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먹잇감을 발견한 수풀 속의 검은 그림자처럼, 피냄새를 맡은 야수처럼, 당장 저 공장을 덮치고 싶었다.

브라메드

후우...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구나.

그녀가, 요염하고도 예리한 발걸음을 옮겼다.

......

탕!

맞닥뜨린 마지막 하얀 병사를 쓰러뜨린 뒤, 모나는 목이 부러진 적의 시체를 밟고서 넋이 나간 채로 구경만 하던 요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모나

적들의 침묵을 확인, 청소 완료. 전원, 현장 확인 부탁합니다.

슈타지 요원

어...... 형님? 새삼스럽지만 말입니다...

모나, 우리보다 훨씬 잘 싸우는데요?

J

뭔 당연한 소릴 하고 있냐 넌? 인형하고 힘겨루기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J

없어진 사람 없지? 부상자는?

슈타지 요원

다 있고, 부상자도 없습니다.

솔직히, 놈들의 저항이 시시하리 만치 저항이 약해서 오히려 좀 이상한데요?

J

오는 길은 무슨 최종 던전 같더니만, 보스룸이 이 모양이라...

확실히 좀 허전하긴 하네.

모나

저도 지나치게 손쉬웠단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이 공장 내부로 돌입해 여기까지 오는 데 30분 정도가 소요됐지만, 이 전투는 고작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전략적 요충지를 지키는 병력 같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그리폰의 지휘관까지 부를 필요도 없는 수준이었다.

이 일이, 이토록 간단할 리가 없을 터였다.

J

은여우 아가씨, 뭔가 좀 이상한——

J

......어디 갔지?

슈타지 요원

네?

J

RPK-16, 우릴 여기까지 안내한 그 하얀 인형 아가씨. 누구 봤어?

요원들 모두가 당황했다. J마저도, 시꺼먼 전술복만 있는 대열에서 유일하게 하얀 그녀가 어느 사이에 사라졌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모나

저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대체 언제 사라진 거죠?

모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발치의 시체를 툭 치우고 창문에 다가갔다. 이 방의 창문 너머는 넓고 텅 빈 작업장의 생산 라인이었다.

깜깜하기만 작업장의 커다란 기계들도, 빛 하나 없이 잠들어 있었다.

모나

...저쪽에도 없습니다.

불안감이 의구심으로 바뀌자, J는 설비 하나를 한쪽 발로 밟고서 초조한 마음으로 통신기를 들었다.

J

은여우 아가씨? RPK-16 씨, 들리면 응답하세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응답 바랍니다.

......

응답은 없었다.

J

잭, 폴. ......? 통신팀, 내 말 안 들려? 응답해.

공장 밖 상황 보고해. 그리폰의 지휘관 왔어? 여보세요?

잭? 폴!

......

통신팀도, 응답이 없었다.

J

......

슈타지 요원

지하라서 신호 감도가 나쁜 건 아닐까요?

모나

우리의 설비가 겨우 이 정도 장애물로 통신 장애가 일어나진 않습니다. ...신호가 교란되고 있는 게 아닌 이상은요.

하지만 낌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J

이야기는 나중에. 전원, 당장 철수한다.

일이 심상찮――

모나

<size=55>엎드려요!!!</size>

모나가 갑자기 버럭 소리질렀고, 저 멀리 작업장의 어둠 속에서 번쩍인 불꽃이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슈타지 요원

미사일이다!!

모나가 펄쩍 뛰어, J를 감싼 그 순간...

"독침"처럼 날아든 미사일의 불길이, 방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앙!!!

......

삐이이――

차원이 다른 이명이, J의 뇌를 쑤셨다.

흐릿했던 시야는 서서히 회복됐지만, 한쪽이 검붉은 장막에 뒤덮였다.

모나

헉... 헉...

J

...모나?

모나

J 요원... 괜찮으세요?

J

대체... 무슨 상황...

모나

조용히...

J

뭔――

타타타탕——

콰앙!!!

고막을 때리는 또다른 폭발이 J의 의식을 강제로 현실로 끌고 돌아왔다.

지금 그의 시선은 낮은 곳에 있고 자신의 두 다리만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 밑으로 손을 넣고 들어, 천천히, 필사적으로 끌고 가는 중이었다.

슈타지 요원

전방 수류탄!!

머리 위쪽에서 부하 한 명의 고함과 수류탄의 안전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조금 멀리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드디어 J의 눈에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보였다. 통로 저 멀리서, 무기를 든 그 하얀 병사들의 물결이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J

...젠장.

J는 서서히 힘이 돌아온 오른손으로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다가오는 하얀 병사 하나를 사살했다.

엄폐물 뒤에 숨고 나서야 J의 등이 바닥에 닿았고, 그제서야 그는 자신을 끌고 온 사람이 모나였음을 깨달았다.

모나

설 수 있겠습니까?

J

어... 생각보다 다친 곳이 별로 없――?!

벽을 짚으며 일어선 J의 눈에 모나의 얼굴이 들어왔다.

절반이 인간의 외견을 상실해, 드러난 내부 금속 프레임이 터지는 불꽃에 반짝였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도 타들어 가는 불씨가 남은 인공 피부를 잠식해 가고 있었다.

모나

아... 죄송합니다.

모나는 고개를 홱 돌려 얼굴을 가렸다.

모나

불쾌했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지금 최우선 사항은 J 요원을 공장 밖으로 탈출시키는 것입니다.

J

아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러니까... 윽...

깨질 것만 같은 머리를 두드리고, 내저으며, 뇌수를 흔들었다.

아직도 상황이 파악되질 않았다. 자신들이 공장의 상황실에서 맞닥뜨린 적들을 제압하고, 잔해와 방을 확인하다, 미사일이 날아들어 모나가 자신을 향해 몸을 던진 것까지만 기억났다.

J

......?

나머지 인원은? 왜 너희밖에 없어?

슈타지 요원

......

앞을 지키던 두 요원은 대답하지 않았고, 시꺼멓게 그슬린 손가락으로 전술 조끼에서 힘겹게 새 탄창을 꺼냈다.

슈타지 요원

형님... 먼저 가십쇼.

J

......

J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언제 방탄모가 벗겨진 것인지 모를 그들은, 피투성이인 얼굴로 간신히 미소를 짜냈다.

J

안도라... 너...!

"안도라"는 옆구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는지 움푹 파여있었다.

응급처치는 한 모양이었지만, 안색은 창백했고 옆구리도 피가 멈추질 않았다.

슈타지 요원

저도... 이놈이랑 좀 더 시간 벌다 가겠습니다...

다른 한 명은 총을 지팡이 삼아 버티면서, 얼굴을 닦았다.

슈타지 요원

적의 수가 상정한 것보다 훨씬 많아요. 포위당했습니다. 속았어요.

작전은 실패지만... 그래도, 형님이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완패는 아니죠?

J

헛소리 집어치워!

J가 울분에 북받쳐 소리질렀지만...

부하들이 더 큰 고함으로 기를 눌러버렸다.

슈타지 요원

형님!!!

...빨랑 가시라고요.

J

너...

슈타지 요원

모나 씨, 선배를 부탁합니다.

모나

...네.

J

부탁은 개뿔이, 난 가겠다고 안 했――

타타탕——!!

그들이 말씨름하던 사이에 총탄이 다시 날아들기 시작했다.

쫓아온 적들이 통로 반대편에서 나타나, 그들이 몸을 숨긴 엄페물에 제압 사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슈타지 요원

제기랄...

얼굴이 창백한 요원이 이로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 힘껏 던졌다.

퍼엉!!

슈타지 요원

아 빨랑 좀 튀라고요 이 망할 선배님아! 잘못되면 죽어서도 가만 안 둘 겁니다!?

슈타지 요원

형님!!

타타탕!!

다른 요원도, 총을 거치해 사격했다.

모나

...가요.

J

......

모나

어서요!

J

씨X... 씨■■■■■――

J

■■아아아아아알!!!

......

콰앙!

길모퉁이서 튀어나와 가로막는 스트렐치를, 모나가 어깨로 들이받아 벽에 처박았다.

타앙!

살짝 거리를 벌리면서, J가 정확한 타이밍에 총을 들어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그 병사를 사살했다.

모나

후우... 후...

진작에 탄약이 바닥났던 모나는 그 하얀 병사의 무기를 들어, 익숙치 않은 노리쇠를 당겼다.

그녀의 뒤에서 권총을 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J의 눈에, 그제서야 상처투성이인 모나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인간이었다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커다란 상처에서, 소규모 합선으로 인한 불똥이 튀고 있었다.

미사일이 날아들 때, J를 감싸고 폭발의 위력을 고스란히 등으로 받아낸 것이었다.

J

...야, 나 그만두련다.

모나

뭐라고요?

모나가 흠칫하며 어이 없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J

놈들한테 포위당했잖아. 공장 밖으로 나가 봤자야.

주위는 온통 평지라 숨을 곳도 없고, 멀리 도망치지도 못해.

놈들도 머저리가 아닌 이상 밖에도 병력을 배치했을 테고.

J가 총을 쥔 자신의 손으로 고개를 떨궜다.

손에는 검붉은 피가 잔뜩 묻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동료의 피였다.

모나

......

모나는 조용히 허리춤에서 통신기를 뽑아 J에게 건넸다.

모나

뒤는 저한테 맡기고, J 요원은 여기서 탈출해 국장님이든 K 요원이든, 누구든 좋으니 어떻게든 연락하세요.

그들에게 반드시 이곳의 상황을 전달하세요. 그리고 RPK-16이 배신했다는 사실도요. 이걸 전하지 못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속을 거예요.

J

...할말은 그게 다냐?

모나

J 요원...?

J

"그러게 제가 뭐랬어요 이 바보 멍청아!"

――라고 화내 봐!!

"다 너 때문에 죽었어!"

화 좀 내보라고!

모나

......

피 범벅이던 J의 얼굴은 이제 눈물 범벅에 흙먼지까지 묻은 꼴불견의 극치였다.

J

빨리 욕하라니까!!

모나

...소리지를 기운 있으면 얼른 도망치기나 하세요.

J

......

그렇게 꼭 한 명이라도 빠져나가야 한다면, 네가 가라.

J

내가 모두를 끌어들여서 죽게 만들었어. 나 혼자 어떻게 살아?

모나

......

결국 폭발한 모나가 J에게 주먹을 날렸다.

J

커헉!?

갑작스런 일격에 J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배를 부여잡고 무릎꿇은 채 놀란 얼굴로 모나를 마주봤다.

모나

J 요원, 지금 저한테 땡깡 부리는 겁니까?

모나가 허리를 숙여 노려보니, 인공 피부가 벗겨진 그녀의 얼굴이 더욱 위협적이 되었다.

모나

여기서 당신이 죽는다면 정말 이 모든 일이 허사가 되어 사라져요.

당신은 그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동료들을 죽게 만든 자기 자신을 마주보기가 무서운 거예요.

J

......

입을 닫은 J를 보며, 모나는 총을 고쳐 쥐었다.

모나

살아남으세요, J 요원. 먼저 간 그분들의 복수를 할 때까지.

J

...너는 어쩌고?

모나

당신을 엄호하겠습니다.

모나의 단호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을 통해 진동이 느껴졌다.

그들 눈앞에서 무너지는 벽이 자욱한 먼지를 토해냈고, 그 속에서 날씬한 그림자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나타났다.

브라메드

정말 감동적이야, 나 눈물 나려 해.

모나

——!!

브라메드

또 만났구나, 이쁜이.

모나는 재빨리 J 앞에 나서, 총구를 브라메드에게 향했다.

모나

J 요원!! 빨리 가세요!!

J

——!!

J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 내달렸다.

퍼억!!

몇 m 채 가지도 않았건만, 뒤에서 모나가 벽에 처박히는 묵직한 파열음이 들렸다.

J

젠장...

젠자아아아앙!!!

자신이 이런 처지에 내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것만.

콰앙!!

J

으윽!?

눈앞의 벽이 무지막지한 충격에 무너지면서, 거대한 하얀 기갑 유닛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기계의 차가운 눈이, 보잘것없는 인간을 차갑게 노려봤다.

브라메드

멋쟁이 오빠, 어디 가?

그 여인도, 진작에 쫓아온 뒤였다.

J

이 괴물 자——

총을 들기도 전에, J의 몸뚱이가 나뭇가지처럼 날아갔다.

브라메드

어머... 자세히 보니까 더 잘생긴 얼굴이네?

박제하면 장식품으로 딱이겠어.

브라메드는 이죽대며 J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J

...미인이 먼저 작업이라 고마운데, 난 시체는 사절이라서.

이런 궁지에 몰려도, J는 말싸움에서 질 생각이 없었다.

브라메드에겐 그저 사냥감의 마지막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지만.

J

......

권총은 총열이 구부러졌고, 수중에 수류탄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존엄성을 지키고 희생할 자격마저 빼앗겨버린 것 같았다.

J

하핫... 결국 난 어릿광대였단 거냐...

어깨에서 힘이 빠진 J는 허탈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통로 저편에서 뭔가가 발돋움하며 펄쩍 뛰어올랐다.

브라메드

――!

모나였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그 원심력으로 손에 쥔 철근에 힘을 실어 브라메드를 찌르려 했다.

브라메드

어머나.

브라메드는 피하지도, 막지도, 반격하지도 않았다. 대신 하얀 병사 하나를 조종해, 그 일격을 대신 받아내게 했다.

제자리서 꿈쩍도 하지 않은 그녀는, 그 광경을 구경하며 그저 웃었다.

모나

...도망...쳐요...

최후의 일격마저 실패해 관성으로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모나는, J에게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목소리는 투박한 기계음으로 변질됐고, 소체는 곳곳에서 불길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런 꼴이 된 모나를 본 브라메드가, 눈을 반짝였다.

모나

――큭!? 으악!!

J

뭐, 뭐야... 뭐하는 거야?! 야이 미친년아, 지금 모나한테 무슨 짓이야!!

새파래진 J가 지켜보는 앞에서, 모나의 몸이 격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의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꼭두각시 인형의 실이 당겨지듯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브라메드

뭐하긴, 너희를 좀 도와주려고 그러지~

브라메드는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악하게 웃었다.

모나

......

모나가 휘청대면서 몸을 J에게 돌렸다.

J

모나...?

모나

J... 요원...

그녀의 목소리는 고문받는 것처럼 떨렸다.

J

...모나를 놔 줘! 뭘 할 셈이야!? 나한테 뭘 바라는데!!

브라메드

착각하지 말아 줘, 잘생긴 오빠.

너한텐 관심 없거든.

브라메드의 손에서 투명한 실이 뻗어 나와 모나를 휘감은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말 그대로, 인형과 인형사였다.

브라메드

그냐앙... 이런 걸 보면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져서.

모나

끄윽... 도... 도망쳐요...!!

모나의 몸이 또 심하게 움찔거렸다.

J

모나!!

모나

......

모나의 머리에 내부 프레임이 드러난 부분에서 시꺼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그녀가 고꾸라졌다. J는 황급히 몸을 던져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품에 받아냈다.

J

주... 죽인 거야? 이... 이 XX년이 모나를 죽였어!?

인형의 진정한 목숨은 코어에 담겨져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J는 욕하며 원망과 분노로 가득찬 눈으로 브라메드를 노려봤다.

브라메드

글쎄?

브라메드는 J와 모나를 지켜보며 입술을 핥았다.

모나

...J...

J

모나?!

모나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모나

아... 아, 어, 으윽...

그녀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모나

J... 요원...

J

나 여깄어... 왜, 왜 그래?

순식간에 멀쩡해지기라도 한 마냥 모나가 J의 손을 붙잡았다.

넋이 나간 J는 그녀를 보면서 대체 이 짧은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하려 애썼다.

모나

저... 말하지 않았...는데...

사, 사실 저... 당신, 을, 처음 본 순간부터...

J

가... 갑자기 뭔 소리야...?

모나가 대뜸 쑥스러워하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J의 입장에선 그저 소름끼칠 뿐이었다.

모나

그러, 니까, 처음부터――아아악!!

모나가 말하다 말고 비명을 지르더니, 재빨리 뒤로 물러나 벽에 몸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벽에다 연신 박치기를 했고, 사방으로 돌 부스러기가 튀었다.

모나

저... 저 여자가! 저를 조종해요...!

J

모나... 모나! 그만 둬!

모나

J 요원... 저를... 두고 가진 않을 거죠?

제발... 제발 두고 가지 말아요...

J

알았어... 꼭 함께――

모나가 돌연 J의 멱살을 잡았다.

모나

무슨... 헛소립니까!!

도망치라 했잖... 빨리 가란 말예...!!

J

......!!

J가 눈을 번뜩 떴지만,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이번엔 모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모나

J 요원... 무서워요... 앞이 갑자기 안 보여요...

깜깜해요... 무서워요...

J

그마안... 그만해, 그만하라고!!!

J가 절망에 차 울부짖으면서, 잔뜩 충혈된 눈으로 모나가 아닌 브라메드를 노려봤다.

모나는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J

그래, 원하는 게 이거냐!? 내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어?!

고작 그걸로 나를... 모나를 욕보이는 거냐...?

모나

으으... 윽... 아윽!

J

모나...

모나

...크윽... 악, 아아악!!

브라메드가 아주 조금 놀란 표정으로 모나를 흘겨봤다.

브라메드

흐음? 날 상대로 이렇게까지 반항하다니, 이쁜이가 보기보다 만만찮네에...

J

그만해... 모나를 그만 괴롭혀... 내가 이렇게 빌게...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어? 내가 뭘 어쨌으면 좋겠어!?

브라메드

음... 잠깐 생각해볼게.

브라메드는 일부러 말을 늘이며, 모나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J에게 감상시켰다.

브라메드

아아 그래, 그게 좋겠다.

난 내 손을 더럽히는 게 정말 싫거드은...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죽어 줄래? 그럼 쟤를 놓아줄게.

J

뭣...

모나

부탁이에요, J 요원... 저 너무 괴로워요...

빨리... 죽어 주세――

J는 몸부림치는 모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모나

――아안 돼! 빠, 빨리 도망가요! 가라고요! ...저세상에... 으윽, 아니야!!!

머리를 부여잡던 모나가, 갑자기 눈을 매섭게 번뜩이더니...

자신의 목에 손가락을 찔러넣어 구멍을 뜯었다...

모나

포기하지 말――

발성 모듈을 물리적으로 파괴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모나를 보던 J는 실성한 듯 점점 소리 높여 웃었다.

바보처럼 웃으며, 나이프를 뽑았다.

그 광경에 모나는 절망했다.

그 광경에 브라메드는 더 즐겁게 미소지었다.

브라메드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빨리 보여 줘.

네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을――

J는 이제 칼끝을 자신의 목젖에 겨눴다. 자신은 이런 최후를 맞아도 싸다고 되뇌이면서.

J

......

이대로 다 깔끔하게 끝난다면――

——콰앙!!!

브라메드

뭐지?!

J

......!?

브라메드 뒤의 벽이 갑작스러운 폭발로 무너지는 충격에, J는 하마터면 자의가 아닌 타의로 목이 찔릴 뻔했다.

그리고 그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 멀리서 날아든 유탄이 브라메드의 발밑에 떨어져 폭발했다.

모나

......!

모나는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고, J는 재빨리 나이프를 내던지고 달려가 그녀를 들어 안았다.

무너진 벽 너머로는 눈부신 빛이 먼지 사이로 새어들었고, 익숙한 목소리도 들렸다.

지휘관

...너무 늦진 않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