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α7 겨울
진정한 '지휘관'이란 다 전선에서 구르면서 단련되는 거다.
신소련, 체르코프 특구에서 진행됐던 어느 특별 작전.
타탕!
펑!
............
"Я" 교관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스크린을 주시했다.
저들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 "울프팩" 팀이었다.
질서정연하고 신속한 움직임엔 한점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그들이 참전한 지 겨우 십여 분만에, 레이더에 닿지 않는 공백 구역에 포진해 있던 적들이 손쉽게 격파당했다.
그야말로...
예고도 없이 누군가 지휘 텐트의 출입구 커튼을 들어올리자, Я" 교관은 반사적으로 탁상의 권총을 집었다.
......
...안젤리아 대위.
안젤리아와, 그녀의 뒤를 따라 인형들이 텐트로 들어왔다.
중상을 입은 Я" 분대원들을 부축하며 들어온 두 명의 은빛 인형들이, 텐트의 빈자리에 그들을 눕혔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으으...
본부에 연락해서 헬기 한 대 불러.
부상자 회수하고 현장 인계할 인원――
......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인데?
알고 싶습니다, 제 지휘에 어디가 부족했습니까?
모르겠어?
...가르침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훈련받은 것을 준수하며 지휘했습니다.
지휘 교범의 내용상으로도 제가 내린 철수 명령은 결과적으로 올바르지 않았습니까?
왜 네 부하들이 제안한 포위망 돌파를 기각했지?
...리스크가 너무 컸습니다.
바로 그게 네가 부족한 점이야.
매뉴얼에만 의존한 판단.
중상이긴 해도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음을 확인하곤 안젤리아는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고 출입구 밖으로 나서려다 잠시 멈춰서더니, "Я" 교관을 뒤돌아보았다.
진정한 "지휘관"이란 다 전선에서 구르면서 단련되는 거다.
전술 교재는 과거의 경험이 정리된 것에 불과해.
안젤리아는 만신창이인 세 인형들을 눈짓했다.
계속 그러다간 동료만 죽어날 거야.
......
"Я" 교관은 안젤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반박하려던 말은 목구멍에 걸려, 끝내 한 글자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
투두두두두...
군용 수송 헬리콥터가 천천히 이륙해, "Я" 분대의 부상자들을 싣고 떠났다.
회수 포인트에 우두커니 서서 멀어져 가는 헬리콥터를 지켜보는 "Я" 교관은 말이 없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옆에서 누가 툭 위로의 말을 건넸다.
...AK-12.
우리 집 보스가 인간한테도 인형한테도 바라는 기준이 너무 높은 탓에 좀 많이 직설적이거든, 너무 괘념친 말아 줘.
...대위의 말이 맞다.
"예상치 못했다"는 핑계는 부하들이나 쓸 수 있지.
내가 그런 핑계를 대선 안 됐어. 지휘자로서 실격이다.
그냥 현장 경험 많이 쌓다 보면 능숙해질 거야. 인형이니까 얼마든지 기회가 있잖아?
새하얀 인형은 방긋 웃으며 "Я" 교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인연이 닿으면 또 보자, 협력 즐거웠어.
말을 마친 AK-12는 발길을 옮겼다.
남겨진 "Я" 교관은, 제자리에서 홀로 중얼댔다.
현장 경험...
......
언젠가, 나는 현장에... 전선에 나설 것이다...
......
화장실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럼... 좋아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그래.
다시 한번 시선을 교환한 두 인형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마는 곧장 류드밀라의 지시에 따라 위로 기어올랐다.
깔끔한 움직임 덕분에, 비좁던 공간은 금세 류드밀라와 바깥의 소음만 남게 되었다.
...옛날 일이 떠올랐어, 교관.
예전에, 네가 나한테 이렇게 물었지. "류드밀라, 넌 왜 그렇게 전선에 집착해?"
넌 잊었을지 몰라도, 난 아직도 똑똑히 기억해.
진정한 "지휘관"이란, 전선에서 단련된다...
명심해 두고 있었다. 잊지 않고, 항상.
그리고 지금... 나는 지금 전선에 서 있어.
엘마가 무사히 떠난 것을 확인한 류드밀라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당당하게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그녀가 마주친 것은 눈에 익은 거한이었다.
......엉?
일등석 객차에서 보았던 바로 그자였다.
지금 그가 손에 쥔 총은 M500 산탄총. 총구는 반사적으로 류드밀라의 얼굴을 향해 돌려져 있었다.
대뜸 나타난 류드밀라를 본 그의 눈은 뚱그네졌다 이내 가늘어졌다.
너... 일등석에 탔던 퇴역 교관이군.
설마, 전술인형이었냐?
다니엘은 경계하며 총을 더욱 꽉 쥐었다.
......
너 하나뿐이냐? 동료 없어?
...그런 것 같군.
질문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 자는 진작부터 주위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류드밀라와 거리를 유지하며, 총구를 한순간도 돌리지 않았다.
무기가 있겠지? 잔머리 굴리지 말고 이리 내.
......
자신의 손이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류드밀라는 홀스터의 권총을 꺼내 다니엘에게 손잡이가 향하도록 내밀었다.
바닥에 버리고 이쪽으로 차.
...그러지.
툭.
바닥을 미끄러져 온 권총을, 다니엘은 1초도 걸리지 않고 잽싸게 집어 다시 총을 류드밀라에게 겨누었다.
그리곤 집은 권총을 허리춤에 꽂고선, 류드밀라에게 손을 들라 경고하곤 조심스레 접근해 몸을 수색했다.
아주 신중하게 몸수색을 한 뒤에야 그는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가서 식당차로 간다, 네가 앞장서.
......
류드밀라는 천천히 식당차의 문을 열었다.
식당차는 도적들에게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다.
한쪽에는 인간 인질들이 총구 앞에 무릎 꿇은 채 손을 번쩍 들어 무력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듯했다.
도적단의 머릿수는 류드밀라가 파악한 것과 맞아떨어졌다. 지켜보는 도적들은 총 6명, 그중 2명이 총으로 무장했다.
다른 쪽에는... 통신 모듈과 행동 모듈이 무력화된 인형 승객들로, 군용 인형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수는 총 4기. 전부 오래전에 퇴역했을 법한 구형 모델로, 폐기 처분되었어야 할 것들을 누가 빼돌려 판 모양이었다.
절차상 화기관제 코어도 적출됐을 터였지만, 류드밀라는 4기 모두 무장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기로 했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린 류드밀라의 눈엔 노부인이 들어왔다.
일등석 객차에서 보았던, 휠체어를 탄 노부인. 지금 그녀는 다른 도적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를 확인한 류드밀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자가 "류바 할멈"이 분명했다.
허튼 생각 마라, 교관 나으리.
우린 그냥 재테크 상품을 좀 사려는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얌전히 협조 좀 해라.
......
류드밀라는 다니엘에게 결박된 인형들이 있는 창가 쪽으로 떠밀려, 강제로 자리에 앉혀졌다.
그런데 고개를 슬쩍 기울여 반대편을 보니, 거기에 있는 청년은 매우 난감해하는 표정에 그의 동료들만큼 들떠 보이지도 않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러운 다니엘의 모습을 본 니콜라스는 코웃음을 쳤다.
여자 한 명 밀고 가는데 뭘 그리 조심하냐?
1분 걸릴 일을 10분으로 늘리네.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데, 이년은 전술인형이야.
알았으면 수갑이나 채워, 할멈한테 보고해야 하니까.
...네가 나한테 명령할 위치냐?
...그럼 니콜라스 씨, 저 대신 수갑 좀 채워 주시겠습니까?
니콜라스는 짜증내며 수갑을 건네받았다.
다니엘이 옆을 휙 지나쳐 류바 할멈에게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니콜라스는 말 그대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해...?
날 무슨 인형 보듯...
부아가 치민 니콜라스는 애꿎은 류드밀라에게 화풀이했다.
칫... 전술인형도 뭐 별거 아니네.
몸에 인공 피부도 제대로 안 덮고――
......
류드밀라가 매섭게 노려보자, 니콜라스는 더욱 성질을 냈다.
——너 꼼짝 마라!?
니콜라스는 류드밀라의 손을 난폭하게 낚아채 수갑을 채우고 잠그려 했다.
방금 그자 말대로 빨리 했어야지.
......!?
쿠웅!
뭣――크헉?!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뻐억!
류드밀라가 기습적으로 손을 치켜들어 니콜라스의 턱을 강타했고,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그의 턱 살갗을 찢었다.
그리고 그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류드밀라는 수갑의 사슬로 그의 목을 단단히 조였다.
끅... 악...
어찌나 세게 조였는지, 니콜라스의 목에 혈관이 그물무늬로 솟아올랐다.
얼굴은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고, 눈동자도 충혈되었다.
도적들은 재빨리 총을 들었지만 아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류드밀라가 니콜라스의 뒤에 완전히 몸을 숨겼기 때문이었다.
이 소란에 류바 할멈의 표정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서로가 노려보는 잠깐의 대치 후, 류바 할멈이 사악한 낮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놈 놔라.
쏘직... 쏘지 마악...
니콜라스는 벌겋게 부은 얼굴로 힘겹게 애원했다.
......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한 독기 어린 눈으로, 류바 할멈은 니콜라스를 방패 삼아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류드밀라를 노려봤다.
그리곤 검지로 살며시, 오른눈을 훑어 있지도 않은 눈물을 훔쳤다.
...그냥 쏴.
류바 할멈의 목소리는 니콜라스의 울부짖음에 완전히 묻힐 정도로 작았지만...
타타타탕!!!
투투투투!!
그 자리의 모든 도적들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아악!!!
방아쇠들이 당겨짐과 동시에, 류드밀라는 수갑을 풀면서 니콜라스를 힘껏 밀어냈다.
타타타탕――!
쏟아지는 총탄들이 선반과 벽, 천장을 두들기고 니콜라스는 바닥을 몇 바퀴나 굴렀지만, 놀랍게도 단 한 발도 그에게 닿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류드밀라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바 카운터가 위치한 쪽 방향의 객차로 달려갔다.
저년 잡아!!!
류바 할멈은 달리는 류드밀라의 뒤를 눈으로 좇으면서, 이를 갈며 고함쳤다.
......
전체 대사 보기 (123줄)
신소련, 체르코프 특구에서 진행됐던 어느 특별 작전.
타탕!
펑!
............
"Я" 교관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스크린을 주시했다.
저들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 "울프팩" 팀이었다.
질서정연하고 신속한 움직임엔 한점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그들이 참전한 지 겨우 십여 분만에, 레이더에 닿지 않는 공백 구역에 포진해 있던 적들이 손쉽게 격파당했다.
그야말로...
예고도 없이 누군가 지휘 텐트의 출입구 커튼을 들어올리자, Я" 교관은 반사적으로 탁상의 권총을 집었다.
......
...안젤리아 대위.
안젤리아와, 그녀의 뒤를 따라 인형들이 텐트로 들어왔다.
중상을 입은 Я" 분대원들을 부축하며 들어온 두 명의 은빛 인형들이, 텐트의 빈자리에 그들을 눕혔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으으...
본부에 연락해서 헬기 한 대 불러.
부상자 회수하고 현장 인계할 인원――
......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인데?
알고 싶습니다, 제 지휘에 어디가 부족했습니까?
모르겠어?
...가르침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훈련받은 것을 준수하며 지휘했습니다.
지휘 교범의 내용상으로도 제가 내린 철수 명령은 결과적으로 올바르지 않았습니까?
왜 네 부하들이 제안한 포위망 돌파를 기각했지?
...리스크가 너무 컸습니다.
바로 그게 네가 부족한 점이야.
매뉴얼에만 의존한 판단.
중상이긴 해도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음을 확인하곤 안젤리아는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고 출입구 밖으로 나서려다 잠시 멈춰서더니, "Я" 교관을 뒤돌아보았다.
진정한 "지휘관"이란 다 전선에서 구르면서 단련되는 거다.
전술 교재는 과거의 경험이 정리된 것에 불과해.
안젤리아는 만신창이인 세 인형들을 눈짓했다.
계속 그러다간 동료만 죽어날 거야.
......
"Я" 교관은 안젤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반박하려던 말은 목구멍에 걸려, 끝내 한 글자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
투두두두두...
군용 수송 헬리콥터가 천천히 이륙해, "Я" 분대의 부상자들을 싣고 떠났다.
회수 포인트에 우두커니 서서 멀어져 가는 헬리콥터를 지켜보는 "Я" 교관은 말이 없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옆에서 누가 툭 위로의 말을 건넸다.
...AK-12.
우리 집 보스가 인간한테도 인형한테도 바라는 기준이 너무 높은 탓에 좀 많이 직설적이거든, 너무 괘념친 말아 줘.
...대위의 말이 맞다.
"예상치 못했다"는 핑계는 부하들이나 쓸 수 있지.
내가 그런 핑계를 대선 안 됐어. 지휘자로서 실격이다.
그냥 현장 경험 많이 쌓다 보면 능숙해질 거야. 인형이니까 얼마든지 기회가 있잖아?
새하얀 인형은 방긋 웃으며 "Я" 교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인연이 닿으면 또 보자, 협력 즐거웠어.
말을 마친 AK-12는 발길을 옮겼다.
남겨진 "Я" 교관은, 제자리에서 홀로 중얼댔다.
현장 경험...
......
언젠가, 나는 현장에... 전선에 나설 것이다...
......
화장실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럼... 좋아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그래.
다시 한번 시선을 교환한 두 인형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마는 곧장 류드밀라의 지시에 따라 위로 기어올랐다.
깔끔한 움직임 덕분에, 비좁던 공간은 금세 류드밀라와 바깥의 소음만 남게 되었다.
...옛날 일이 떠올랐어, 교관.
예전에, 네가 나한테 이렇게 물었지. "류드밀라, 넌 왜 그렇게 전선에 집착해?"
넌 잊었을지 몰라도, 난 아직도 똑똑히 기억해.
진정한 "지휘관"이란, 전선에서 단련된다...
명심해 두고 있었다. 잊지 않고, 항상.
그리고 지금... 나는 지금 전선에 서 있어.
엘마가 무사히 떠난 것을 확인한 류드밀라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당당하게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그녀가 마주친 것은 눈에 익은 거한이었다.
......엉?
일등석 객차에서 보았던 바로 그자였다.
지금 그가 손에 쥔 총은 M500 산탄총. 총구는 반사적으로 류드밀라의 얼굴을 향해 돌려져 있었다.
대뜸 나타난 류드밀라를 본 그의 눈은 뚱그네졌다 이내 가늘어졌다.
너... 일등석에 탔던 퇴역 교관이군.
설마, 전술인형이었냐?
다니엘은 경계하며 총을 더욱 꽉 쥐었다.
......
너 하나뿐이냐? 동료 없어?
...그런 것 같군.
질문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 자는 진작부터 주위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류드밀라와 거리를 유지하며, 총구를 한순간도 돌리지 않았다.
무기가 있겠지? 잔머리 굴리지 말고 이리 내.
......
자신의 손이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류드밀라는 홀스터의 권총을 꺼내 다니엘에게 손잡이가 향하도록 내밀었다.
바닥에 버리고 이쪽으로 차.
...그러지.
툭.
바닥을 미끄러져 온 권총을, 다니엘은 1초도 걸리지 않고 잽싸게 집어 다시 총을 류드밀라에게 겨누었다.
그리곤 집은 권총을 허리춤에 꽂고선, 류드밀라에게 손을 들라 경고하곤 조심스레 접근해 몸을 수색했다.
아주 신중하게 몸수색을 한 뒤에야 그는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가서 식당차로 간다, 네가 앞장서.
......
류드밀라는 천천히 식당차의 문을 열었다.
식당차는 도적들에게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다.
한쪽에는 인간 인질들이 총구 앞에 무릎 꿇은 채 손을 번쩍 들어 무력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듯했다.
도적단의 머릿수는 류드밀라가 파악한 것과 맞아떨어졌다. 지켜보는 도적들은 총 6명, 그중 2명이 총으로 무장했다.
다른 쪽에는... 통신 모듈과 행동 모듈이 무력화된 인형 승객들로, 군용 인형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수는 총 4기. 전부 오래전에 퇴역했을 법한 구형 모델로, 폐기 처분되었어야 할 것들을 누가 빼돌려 판 모양이었다.
절차상 화기관제 코어도 적출됐을 터였지만, 류드밀라는 4기 모두 무장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기로 했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린 류드밀라의 눈엔 노부인이 들어왔다.
일등석 객차에서 보았던, 휠체어를 탄 노부인. 지금 그녀는 다른 도적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를 확인한 류드밀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자가 "류바 할멈"이 분명했다.
허튼 생각 마라, 교관 나으리.
우린 그냥 재테크 상품을 좀 사려는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얌전히 협조 좀 해라.
......
류드밀라는 다니엘에게 결박된 인형들이 있는 창가 쪽으로 떠밀려, 강제로 자리에 앉혀졌다.
그런데 고개를 슬쩍 기울여 반대편을 보니, 거기에 있는 청년은 매우 난감해하는 표정에 그의 동료들만큼 들떠 보이지도 않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러운 다니엘의 모습을 본 니콜라스는 코웃음을 쳤다.
여자 한 명 밀고 가는데 뭘 그리 조심하냐?
1분 걸릴 일을 10분으로 늘리네.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데, 이년은 전술인형이야.
알았으면 수갑이나 채워, 할멈한테 보고해야 하니까.
...네가 나한테 명령할 위치냐?
...그럼 니콜라스 씨, 저 대신 수갑 좀 채워 주시겠습니까?
니콜라스는 짜증내며 수갑을 건네받았다.
다니엘이 옆을 휙 지나쳐 류바 할멈에게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니콜라스는 말 그대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해...?
날 무슨 인형 보듯...
부아가 치민 니콜라스는 애꿎은 류드밀라에게 화풀이했다.
칫... 전술인형도 뭐 별거 아니네.
몸에 인공 피부도 제대로 안 덮고――
......
류드밀라가 매섭게 노려보자, 니콜라스는 더욱 성질을 냈다.
——너 꼼짝 마라!?
니콜라스는 류드밀라의 손을 난폭하게 낚아채 수갑을 채우고 잠그려 했다.
방금 그자 말대로 빨리 했어야지.
......!?
<size=50>쿠웅!</size>
뭣――크헉?!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뻐억!
류드밀라가 기습적으로 손을 치켜들어 니콜라스의 턱을 강타했고,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그의 턱 살갗을 찢었다.
그리고 그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류드밀라는 수갑의 사슬로 그의 목을 단단히 조였다.
끅... 악...
어찌나 세게 조였는지, 니콜라스의 목에 혈관이 그물무늬로 솟아올랐다.
얼굴은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고, 눈동자도 충혈되었다.
도적들은 재빨리 총을 들었지만 아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류드밀라가 니콜라스의 뒤에 완전히 몸을 숨겼기 때문이었다.
이 소란에 류바 할멈의 표정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서로가 노려보는 잠깐의 대치 후, 류바 할멈이 사악한 낮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놈 놔라.
쏘직... 쏘지 마악...
니콜라스는 벌겋게 부은 얼굴로 힘겹게 애원했다.
......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한 독기 어린 눈으로, 류바 할멈은 니콜라스를 방패 삼아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류드밀라를 노려봤다.
그리곤 검지로 살며시, 오른눈을 훑어 있지도 않은 눈물을 훔쳤다.
...그냥 쏴.
류바 할멈의 목소리는 니콜라스의 울부짖음에 완전히 묻힐 정도로 작았지만...
타타타탕!!!
투투투투!!
그 자리의 모든 도적들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아쇠를 당겼다.
<size=50>으아아아악!!!</size>
방아쇠들이 당겨짐과 동시에, 류드밀라는 수갑을 풀면서 니콜라스를 힘껏 밀어냈다.
타타타탕――!
쏟아지는 총탄들이 선반과 벽, 천장을 두들기고 니콜라스는 바닥을 몇 바퀴나 굴렀지만, 놀랍게도 단 한 발도 그에게 닿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류드밀라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바 카운터가 위치한 쪽 방향의 객차로 달려갔다.
<size=50>저년 잡아!!!</size>
류바 할멈은 달리는 류드밀라의 뒤를 눈으로 좇으면서, 이를 갈며 고함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