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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3-β1 진이 한잔 마셨네

매기 아가씨, 류바 할멈이 안부 좀 전해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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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모스크바, 술집 "진".

시끄러운 언더그라운드 랩으로 가득 찬 홀에서, 바텐더는 꾸준히 술잔을 닦으며 이따금씩 손님들의 잡담에 끼어들고는 했다.

바텐더

...음?

치직... 벽걸이 스크린 속, 댄스걸이 화끈한 춤을 추는 영상이 갑자기 흐려지고 구겨졌다.

그러더니 끝내 영상은 아예 꺼져버리고 노이즈만 남았다.

손님들은 바로 원성을 터뜨렸지만, 바텐더는 고개를 숙이고 키득거렸다.

바텐더

오랜만입니다, 매기 씨.

매기

우훗.

한 여인이 어느새 홀연히 나타나, 주위는 아랑곳 않고 카운터 앞에 앉았다.

바텐더

계속 그렇게 우리집 스크린을 갖고 놀다간 완전히 망가지겠습니다.

매기

하하, 걱정 마.

돈 물어줘야 하는 일은 안 하니까.

매기가 손가락으로 허리춤의 재머를 툭툭 두드리자, 늘씬한 몸매의 댄스걸이 춤추는 영상이 돌아왔다.

매기

항상 앉던 자리, 항상 시키던 걸로.

바텐더

예.

매기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들어가 주문한 술을 기다렸다.

바텐더는 눈치 좋게 데킬라를 담은 술잔, 소금과 레몬 슬라이스를 담은 접시를 내놓았다.

매기

고마워.

매기는 왼손으로 소금을 한 줌 집고,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가느다란 술잔을 잡는 동시에 중지와 약지로 레몬 슬라이스를 집었다.

그리고는 왼손의 소금을 핥은 다음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매기

캬아~ 시원하다!

매기는 길게 숨을 내쉬고선, 카운터에 털썩하고 엎어졌다.

바텐더는 계속해서 잔을 닦고, 주변 손님들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왁자지껄 떠들었다. 인형 하나가 술에 곯아떨어진 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심야의 술집이라면 술에 떡이 된 녀석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

매기의 마인드맵 공간 "콜트 익스프레스"

오일 램프, 유채화, 목제 테이블... 지난 세기의 서부 열차를 거의 완벽하게 복사한 공간에다가,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끝이 안 보이는 초원의 야경이었다.

만약 아직도 진짜 카우보이가 있다면 분명 이 "콜트 익스프레스"에서 고향에 온 기분이 들 것이다.

그렇다, 이름마저 카우보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리볼버 권총에서 딴 것이다.

매기

뭔가 좀 부족한데.

매기가 손가락을 튕기자, 얼음을 띄운 위스키가 에피타이저처럼 테이블 위에 나타났다.

매기

...으흥, 이래야 좀 일하는 느낌이 나지.

자, 어서 일하자, 캐서린, 큄비.

캐서린

<color=#00CCFF>잠깐, 매기, 너 소체는 어디다가 뒀어? 또 그 술집에?</color>

매기

어, 처리할 일이 많아서 너 올 때까지 못 기다리겠더라고.

캐서린

<color=#00CCFF>네가 거기 단골이긴 해도... 누가 소체를 옆에서 봐주지 않으면 불안하다니까...</color>

매기

괜한 걱정이야, 누가 날 함부로 못 건드리게 바텐더가 잘 지킬 테니까.

캐서린

<color=#00CCFF>믿을만한 사람인 건 알지만 그래도...</color>

매기

그래도 뭐? 네가 보안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있냐? 너한테 맡겼다가 끌려간 게 최소 세 번이다.

캐서린

<color=#00CCFF>야 임마, 옛날 일은 꺼내지 말라니까!</color>

매기

큄비는?

큄비

<color=#00CCFF>준비됐어요, 마스터!</color>

<color=#00CCFF>거래 데이터 업데이트 마쳤습니다.</color>

매기

크레딧 전부 사르디스 골드로 환금하려면 얼마나 걸려?

큄비

<color=#00CCFF>금괴 거래가 요즘 엄청 핫해요. 다들 거래할 때마다 크레딧 시스템에 기록이 남는 것에 진절머리 났나 봐요.</color>

<color=#00CCFF>계산해 보니까 전부 환금하려면 15영업일은 걸려요. 특히 주식하고 부동산 쪽이 오래 걸려서요.</color>

매기

좋아, 오늘부터 데킬라 제조회사 주식을 사는 모든 자금은 현금 거래만 받는다.

큄비

<color=#00CCFF>네, 그리고 이게 최신 명세서예요.</color>

매기

어디 보자.

캐서린

<color=#00CCFF>일단 몇 자리수인지 세볼게...</color>

<color=#00CCFF>매기!!! 우리 대박났다!!!</color>

매기

...아직 호들갑 떨지 마, 자금을 개인 계좌에 옮겨야 우리 것이 되는 거야.

캐서린

<color=#00CCFF>쳇, 보너스도 가불 안 해주면서, 기쁨도 가불받으면 안 돼?</color>

매기

그럼 좋은 소식 하나 더 알려줄게, 지금도 계속 큰 돈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어.

지금 우리가 수다 떠는 동안에도 공작급 가정의 개인 변호사가 연락해왔어.

캐서린

<color=#00CCFF>꺄하하하,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다니, 넌 정말 천재야!</color>

매기

...내가 처음 생각해낸 것도 아니야, 난 그냥 역사를 공부하기 좋아하는 거지.

반면 인간들은 교훈을 배우는 게 엄청 서툴거든.

딸랑딸랑——

매기의 개인 통신이 울렸다.

매기

뭔 일이야, 니콜라스?

니콜라스

<color=#00CCFF>매기, 이번 달 치 내 배당금 이틀 미리 보내줘, 나 독일에 갔다와야 해.</color>

캐서린

<color=#00CCFF>......</color>

큄비

<color=#00CCFF>......</color>

매기

걱정 마, 차단 켰으니까. 너희는 쟤가 보여도, 쟨 너희가 안 보여.

캐서린

<color=#00CCFF>그래서 저 머저리가 또 뭐 하려는 건데?</color>

매기

태도 주의해, 캐서린. 돈 주는 사람은 모두 갑이야.

네가 나 대신 통화하면서 대충 상대해줘. 아무 얘기나 하면서 화제 돌리면 돼.

아 맞다, 뭐 파티에 초대한다는 말엔 함부로 대답하지 마, 지금 우리는 일분일초가 다 돈이야.

캐서린

<color=#00CCFF>알았어, 해볼게.</color>

매기

큄비, 계속 일 처리해.

큄비

<color=#00CCFF>네.</color>

니콜라스

<color=#00CCFF>매기, 왜 대답 안 해?</color>

매기

<color=#00CCFF>방금 뭐 좀 확인하느라.</color>

<color=#00CCFF>그런 건 미리 말해야지, 방금 막 이번 달 장부 결산 끝냈는데, 또 고치면 처음부터 계산해야 되잖아.</color>

니콜라스

<color=#00CCFF>그럼 다른 사람 지분에서 임시로 떼서 주든가.</color>

매기

<color=#00CCFF>이미 다 투자에 질러버렸는데...</color>

니콜라스의 안색이 눈에 띄게 불쾌해졌다.

매기

...아니 됐다, 캐서린. 너는 내가 전에 말한 계좌 문제나 보고 있어.

저번에 네가 저 녀석하고 말다툼 나서 관계 복구하는데 겁나 오래 걸렸다고.

캐서린

<color=#00CCFF>하아, 머저리는 상대하기 힘들다니까.</color>

<color=#00CCFF>네가 말한 그 계좌 몇 번지에 있더라? 주소 보내줘. 아니 이 시대에 무슨 거래하는데 여전히 오프라인 인증을 해야 되는 건데.</color>

큄비

<color=#00CCFF>주소 보냈어요!</color>

캐서린은 어깨를 으쓱하고, 등을 돌려 큄비와 계좌 문제를 처리했다.

매기가 다시 니콜라스의 통신을 받았다.

매기

에이, 내가 항상 널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거 알잖아.

근데 장부 정리 겨우 끝났는데 그걸 또 건드리면 성가시다고.

아님 이렇게 하자, 저번에 네가 눈독들인 벤처기업의 주식 200주를 네 명의로 돌리는 건 어때? 네가 추가로 산 거라 치고.

니콜라스

<color=#00CCFF>제안은 고맙지만, 지금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color>

매기

......

무슨 일인지 살짝 말해줄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이 없나 찾아보게.

니콜라스

<color=#00CCFF>독일에 가서 새 지부를 세워야 돼.</color>

매기

축하한다 야! 그나저나 독일이라...

좋은 생각이 났다, 독일 쪽 회사 황금주를 좀 줄게, 그럼 가서 환율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

니콜라스

<color=#00CCFF>...좋아. 그럼 기다릴게, 지금 내가 쓰는 계정 보낼 테니까.</color>

<color=#00CCFF>보냈으니까 확인해 줘.</color>

매기

캐서린, 네가 처리해줘.

캐서린

<color=#00CCFF>알았어.</color>

캐서린은 거침없이 단말기를 조작하던 중 문득 고개를 들었다. 손의 움직임도 멈춰 있었다.

캐서린

<color=#00CCFF>잠깐——</color>

<color=#00CCFF>매기, 좀 이상해...</color>

지지직——

캐서린의 화면이 툭 끊어졌다.

매기

...큄비, 즉시 자료 파기 실시해.

큄비

<color=#00CCFF>네!</color>

큄비는 파기 명령을 긴급 실행했다. 원래대로라면 물 흐르듯 이어져야 할 시스템 알림음이 매기 귀에는 지리멸렬하게 끊어져 들렸다.

큄비

<color=#00CCFF>...명령...실행 중...</color>

매기

오늘 시스템에 어디 고장이 났나...

큄비

<color=#00CCFF>마, 마스터... 마스터가... 사라지고 있어요...</color>

매기

내가?

......

...내 프로세스가... 종료됐어...

큄비

<color=#00CCFF>매...기...!</color>

찻간 안의 단단한 나무바닥이 솜뭉치처럼 물렁하게 찌그러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뒤틀리게 보이고, 매기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갔다...

매기는 눈을 뜨고, 술집 구석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뒤통수를 차가운 쇠붙이가 누르고 있는 감촉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매기

......

바텐더

매기 씨...

매기가 살짝 시선을 들어보니, 바텐더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총을 든 거한 몇 명에게 붙잡혀 있는 것이 보였다.

매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바텐더

......

두목처럼 보이는 남성이 느긋하게 카운터에 들어가, 투명한 술잔을 하나 꺼내 스스로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험상궂은 남성

내가 직접 설명하지.

매기 아가씨, 류바 할멈이 안부 좀 전해주란다.

매기는 살짝 고개를 기울여 그 사람의 팔뚝에 있는 문신을 봤다.

정확히는 팔뚝뿐만 아니라, 겉에 드러난 살갗 거의 전부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각종 모양의 해골바가지, 무릎 위엔 별 모양, 담배피는 흉터난 남자 얼굴...

매기

...보르 브 자코녜.

차가운 독한 술이 머리 위에 부어져 매기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옆에 선 도적이 흥미진진하게 손에 든 보드카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곧 병이 텅 비고, 그는 빈 병을 아무렇게나 바텐더에게 던졌다.

매기

......

우리 아는 사이였나? 난 기억에 없는데.

도적단 남자

니콜라스 바실리예비치, 모르는 이름은 아니겠지?

매기

내 고객이야, 그것 말곤 아무 관계 없어.

도적단 남자

그럼 함부로 고객의 재산을 이리저리 옮기는 게 네 경영법이냐?

도적은 선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몸을 숙이더니...

쾅——! 술병을 냅다 들어 매기의 머리를 내리쳤다.

붉은 와인에 매기의 피가 섞인 채 얼굴을 타고 흘렀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매기

댁은 이번에 날 처음 찾아와서 잘 모르는 게 몇 가지 있나 본데...

매기가 손가락으로 동전 하나를 튕겨 올렸다.

매기

우리 가게에 룰은 단 하나——

외상 사절이야.

퉁, 안 그래도 음침한 술집이 칠흑에 잠겼다.

도적단 남자

저년 잡아! 놓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