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β3 교향곡 3번
인형이 무슨 얼어죽을 은퇴야? 끝없는 윤회만 있을 뿐이지.
심야, 모스크바, 술집 "진"에서 세 블록 떨어진 세이프하우스.
지지직——
경고, 마인드맵 코어 온도가 정상 범위를 초과했습니다, 즉시 다음 기능을 종료하고 가까운 정비소에서 검사를 받으십시오.
...나 같은 인형을 정비소가 받아주겠냐.
벽에 기대서 간신히 버티고 선 매기는 발열이 가장 심각한 모듈 몇 개를 수동으로 껐다.
그녀의 소체 성능으로 이렇게 많은 고출력 모듈을 동시 가동하는 건 역시 무리가 있었다.
캐서린...
...사랑하는 고객님, 현재 통화 상대는 열심히 돈 버느라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큄비.
...마스터, 큄비입니다.
캐서린의 좌표를 알겠어?
위치 특정 실패, 마지막 통신 때의 위치만 조회 가능해요...
...걔도 도적들한테 잡혔나 보네.
매기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팔로 벽을 쾅 쳤다.
마스터!?
내가 어떻게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지!?
니콜라스의 뒷조사가 너무 허술했어... 보르 브 자코녜... 그런 사람이 도적단이라니...
마스터... 그럼 이제 어떡하죠?
캐서린이 아직 도적놈들 손 안에 있어...
그 자식들 손에 걸리면 살아남기 어려워.
서둘러야 해... 최대한 빨리...
매기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할 수 없지.
한번 걸어보는 수밖에.
어떻게 하시게요?
매기는 다른 누구에게 통신을 걸었다.
...야, 저번에 말한 그 익명 의뢰, 받을게.
매기? 그 의뢰를 받은 인형들 전부 소식이 끊겼다고 저번에 말했잖아, 너처럼 목숨 아끼는 녀석이 발 디딜 곳이 아닌 것 같은데...
아, 확실히 내가 목숨을 엄청 아끼지.
지금 내가 목숨이 아까워서 이러는 거야.
내가 그 의뢰를 받을 능력이 있기만을 빌어야지.
...좋아, 나야 그냥 중개인이라 소개비만 받는 거니까.
그쪽에 요구조건 하나만 제시해 줘.
의뢰를 받기도 전에 조건을 걸다니, 진짜 목숨이 아까운 거야, 안 아까운 거야?
신변 보호를 요청하겠어.
...더 급한 사정이 생겼나 보군. 알았어, 그렇게 전해 줄게.
행운을 빌어, 매기.
난 언제나 내 운과 도박 실력을 믿지.
심야 모스크바, 보르 브 자코녜의 한 거점.
한편 같은 시간.
캐서린은 시멘트를 채운 드럼통에 어깨까지 묻히고 신호도 완전히 차단되어, 매기에게 연락도 못 하고 갇혀 있었다.
그녀는 썰렁한 지하실에서 혼자 한숨만 푹푹 쉬었다. 시커먼 천장 한구석에 습기가 뭉쳐 물방울이 떨어졌다.
......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들더라니, 내가 출고돼서 처음 눈을 뜬 곳하고 엄청 비슷하네.
물 한 방울이 캐서린의 이마에 떨어졌다.
설마 이게 내 마인드맵에 기록될 마지막 장면은 아니겠지... 내 인생 완전 수미상관법 그 자체잖아?
캐서린은 억지로 쓴웃음을 짜냈다.
매기는 무사히 도망쳤음 좋겠네, 그럼 나도 희망은 있어.
백업을 80개나 했는데 헛고생이 아니길 바라야지.
위에서 뭔가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터지더니, 부실한 천장이 흔들려 먼지가 떨어졌다.
캐서린도 덩달아 부들부들 떨었다. 아까 저들에게 두들겨 맞을 때도 똑같은 웃음소리가 났었다.
......
매기... 나 이제 널 못 볼지도...
캐서린은 점점 비관의 늪에 빠졌다. 매기가 가진 돈을 몽땅 바쳐도 입막음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겠지.
상대는 보르 브 자코녜다. 가진 무기만 해도 그녀들 둘을 수백 번 박살내고도 남는다.
아직 못 해본 일들이 잔뜩인데...
이번 거래만 끝나면 엄청 오래 찜해둔 전자 고양이를 드디어 살 생각이었단 말이야...
끼이익...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뒤이어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건장한 성인 남성이다.
캐서린의 가슴이 벌렁거렸다.
매기가 붙잡혔나...? 아니면 매기가 도망쳐서 나한테서 걔 행방을 캐내려고...?
......
흉악한 얼굴에 온몸이 문신투성이인 거한이 캐서린 앞으로 다가왔다. 말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나... 난 굴복 안 할 거거든...
......
긴장이 심해질수록 캐서린은 오히려 건방진 말을 뱉었다.
어떨 땐 말 자체가 버팀목이 되기도 하니까.
...이 빌어먹을 좀도둑 놈들아!
머릿수 좀 많으니까 세상 무서울 게 없지?
공평하게 일대일로 맞짱 뜰 깡도 없는 것들이!
도적은 허리를 숙여 문신과 흉터로 둘러싸인 작은 눈으로 캐서린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마인드맵은 공포에 질려 다운 직전이었다.
번쩍. 도적이 캐서린을 묻은 드럼통을 어깨에 둘러메더니 계단으로 향했다.
망했다망했다망했다...
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
공포가 시체 위를 맴도는 까마귀 떼처럼 캐서린을 둘러쌌다. 캐서린은 벌써부터 자신이 바다에 던져져 어두컴컴한 저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뚜벅, 뚜벅, 묵직한 발걸음은 계단을 타고 올랐다.
끼익... 문이 열리고 로비 안의 불빛이 캐서린의 눈을 찔렀다.
여남은 명의 도적들이 짜증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에 든 무기를 툭툭 쳤다.
아니... 무슨 인형 하나 담그는 데 열 명 넘게 투입을 해!?
이럼 발악할 기회조차...
환한 로비 밖이 보였지만, 캐서린의 눈밑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곧 자신이 수장되리라는 것을...
삐익. 지하실에서 나오자 캐서린의 통신 신호도 돌아왔다.
매기가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기다리고 있어, 방법을 찾을 테니까...
다행이다... 매기는 빠져나갔구나...
여기 오면 안 돼... 여긴 위험해...
캐서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매기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어차피 마지막이니 뭐라도 해 주고 싶었다.
캐서린은 여태까지 입금만 하고 아까워서 써보지도 못했던 개인 금고를 열어, 그동안 고생해서 모은 숫자를 바라봤다.
넌 잘 살아야 해...
나의 몫까지 함께...
금고의 잔액이 0이 되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몽둥이를 든 도적이 코앞까지 오자, 캐서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를 둘러멘 도적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른 도적들을 지나쳐 날씨 화창한 문 밖으로 향했다.
쿵! 콰당!
쓰레기를 버리듯이, 도적이 캐서린을 문 밖으로 집어던졌다.
꺄아아악——!
드럼통 속에 갇힌 캐서린은 데구르르 도로 중앙으로 굴러갔다.
.....
쾅! 한편 도적은 문을 굳게 닫았다.
...엉?
통 안에서 꼼짝 못하는 캐서린은 기사회생하고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나...
산 거야?
빵빵!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아차! 나 지금 도로 한가운데지!
우... 움직일 수가 없어! 인형 살려!
끼익. 자동차 한 대가 드럼통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차에서 내려 캐서린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 마!
시멘트에 단단히 갇힌 캐서린은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게 누군지 볼 수조차 없었다.
캐서린, 나야.
윽... 으흑... 매기이이!!
친절한 목소리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마치 성모 마리아의 자장가처럼.
수고했어, 이제 집에 가자.
네가 해결한 거야? 어떻게?
......
차에서 얘기해.
매기는 힘겹게 캐서린이 든 드럼통을 차에 실었다.
2년 후, 바르샤바 전철역.
사람들 사이에 뒤섞인 매기가 미소를 지은 채 통신을 걸었다.
캐서린, 계획 수정이다.
응?
좀 일찍 탑승해야 해, 지금 바로 각자 위치에서 대기한다.
...알았어, 큄비는?
우리 억만 재산을 지킬 사람도 있어야지.
나도 한 재산 지키는데!
억만 재산엔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집사를 붙여야 하지 않겠어?
......
매기, 이번 건만 해치우면 우리 은퇴해도 되는 거야?
인형이 무슨 얼어죽을 은퇴야? 끝없는 윤회만 있을 뿐이지.
캐서린은 통신을 끊었다.
매기는 모자챙을 눌러쓰고 인파 속에 녹아들었다.
기다란 대륙간 열차가 승강장에 멈추어 이야기의 막이 오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체 대사 보기 (101줄)
심야, 모스크바, 술집 "진"에서 세 블록 떨어진 세이프하우스.
지지직——
경고, 마인드맵 코어 온도가 정상 범위를 초과했습니다, 즉시 다음 기능을 종료하고 가까운 정비소에서 검사를 받으십시오.
...나 같은 인형을 정비소가 받아주겠냐.
벽에 기대서 간신히 버티고 선 매기는 발열이 가장 심각한 모듈 몇 개를 수동으로 껐다.
그녀의 소체 성능으로 이렇게 많은 고출력 모듈을 동시 가동하는 건 역시 무리가 있었다.
캐서린...
<color=#00CCFF>...사랑하는 고객님, 현재 통화 상대는 열심히 돈 버느라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color>
큄비.
<color=#00CCFF>...마스터, 큄비입니다.</color>
캐서린의 좌표를 알겠어?
<color=#00CCFF>위치 특정 실패, 마지막 통신 때의 위치만 조회 가능해요...</color>
...걔도 도적들한테 잡혔나 보네.
매기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팔로 벽을 쾅 쳤다.
<color=#00CCFF>마스터!?</color>
내가 어떻게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지!?
니콜라스의 뒷조사가 너무 허술했어... 보르 브 자코녜... 그런 사람이 도적단이라니...
<color=#00CCFF>마스터... 그럼 이제 어떡하죠?</color>
캐서린이 아직 도적놈들 손 안에 있어...
그 자식들 손에 걸리면 살아남기 어려워.
서둘러야 해... 최대한 빨리...
매기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할 수 없지.
한번 걸어보는 수밖에.
<color=#00CCFF>어떻게 하시게요?</color>
매기는 다른 누구에게 통신을 걸었다.
...야, 저번에 말한 그 익명 의뢰, 받을게.
<color=#00CCFF>매기? 그 의뢰를 받은 인형들 전부 소식이 끊겼다고 저번에 말했잖아, 너처럼 목숨 아끼는 녀석이 발 디딜 곳이 아닌 것 같은데...</color>
아, 확실히 내가 목숨을 엄청 아끼지.
지금 내가 목숨이 아까워서 이러는 거야.
내가 그 의뢰를 받을 능력이 있기만을 빌어야지.
<color=#00CCFF>...좋아, 나야 그냥 중개인이라 소개비만 받는 거니까.</color>
그쪽에 요구조건 하나만 제시해 줘.
<color=#00CCFF>의뢰를 받기도 전에 조건을 걸다니, 진짜 목숨이 아까운 거야, 안 아까운 거야?</color>
신변 보호를 요청하겠어.
<color=#00CCFF>...더 급한 사정이 생겼나 보군. 알았어, 그렇게 전해 줄게.</color>
<color=#00CCFF>행운을 빌어, 매기.</color>
난 언제나 내 운과 도박 실력을 믿지.
심야 모스크바, 보르 브 자코녜의 한 거점.
한편 같은 시간.
캐서린은 시멘트를 채운 드럼통에 어깨까지 묻히고 신호도 완전히 차단되어, 매기에게 연락도 못 하고 갇혀 있었다.
그녀는 썰렁한 지하실에서 혼자 한숨만 푹푹 쉬었다. 시커먼 천장 한구석에 습기가 뭉쳐 물방울이 떨어졌다.
......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들더라니, 내가 출고돼서 처음 눈을 뜬 곳하고 엄청 비슷하네.
물 한 방울이 캐서린의 이마에 떨어졌다.
설마 이게 내 마인드맵에 기록될 마지막 장면은 아니겠지... 내 인생 완전 수미상관법 그 자체잖아?
캐서린은 억지로 쓴웃음을 짜냈다.
매기는 무사히 도망쳤음 좋겠네, 그럼 나도 희망은 있어.
백업을 80개나 했는데 헛고생이 아니길 바라야지.
위에서 뭔가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터지더니, 부실한 천장이 흔들려 먼지가 떨어졌다.
캐서린도 덩달아 부들부들 떨었다. 아까 저들에게 두들겨 맞을 때도 똑같은 웃음소리가 났었다.
......
매기... 나 이제 널 못 볼지도...
캐서린은 점점 비관의 늪에 빠졌다. 매기가 가진 돈을 몽땅 바쳐도 입막음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겠지.
상대는 보르 브 자코녜다. 가진 무기만 해도 그녀들 둘을 수백 번 박살내고도 남는다.
아직 못 해본 일들이 잔뜩인데...
이번 거래만 끝나면 엄청 오래 찜해둔 전자 고양이를 드디어 살 생각이었단 말이야...
끼이익...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뒤이어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건장한 성인 남성이다.
캐서린의 가슴이 벌렁거렸다.
<color=#A9A9A9>매기가 붙잡혔나...? 아니면 매기가 도망쳐서 나한테서 걔 행방을 캐내려고...?</color>
......
흉악한 얼굴에 온몸이 문신투성이인 거한이 캐서린 앞으로 다가왔다. 말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나... 난 굴복 안 할 거거든...
......
긴장이 심해질수록 캐서린은 오히려 건방진 말을 뱉었다.
어떨 땐 말 자체가 버팀목이 되기도 하니까.
...이 빌어먹을 좀도둑 놈들아!
머릿수 좀 많으니까 세상 무서울 게 없지?
공평하게 일대일로 맞짱 뜰 깡도 없는 것들이!
도적은 허리를 숙여 문신과 흉터로 둘러싸인 작은 눈으로 캐서린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마인드맵은 공포에 질려 다운 직전이었다.
번쩍. 도적이 캐서린을 묻은 드럼통을 어깨에 둘러메더니 계단으로 향했다.
<color=#A9A9A9>망했다망했다망했다...</color>
<color=#A9A9A9>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뒤진다...</color>
공포가 시체 위를 맴도는 까마귀 떼처럼 캐서린을 둘러쌌다. 캐서린은 벌써부터 자신이 바다에 던져져 어두컴컴한 저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뚜벅, 뚜벅, 묵직한 발걸음은 계단을 타고 올랐다.
끼익... 문이 열리고 로비 안의 불빛이 캐서린의 눈을 찔렀다.
여남은 명의 도적들이 짜증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에 든 무기를 툭툭 쳤다.
<color=#A9A9A9>아니... 무슨 인형 하나 담그는 데 열 명 넘게 투입을 해!?</color>
<color=#A9A9A9>이럼 발악할 기회조차...</color>
환한 로비 밖이 보였지만, 캐서린의 눈밑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곧 자신이 수장되리라는 것을...
삐익. 지하실에서 나오자 캐서린의 통신 신호도 돌아왔다.
매기가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color=#00CCFF>기다리고 있어, 방법을 찾을 테니까...</color>
<color=#A9A9A9>다행이다... 매기는 빠져나갔구나...</color>
<color=#A9A9A9>여기 오면 안 돼... 여긴 위험해...</color>
캐서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매기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어차피 마지막이니 뭐라도 해 주고 싶었다.
캐서린은 여태까지 입금만 하고 아까워서 써보지도 못했던 개인 금고를 열어, 그동안 고생해서 모은 숫자를 바라봤다.
<color=#A9A9A9>넌 잘 살아야 해...</color>
<color=#A9A9A9>나의 몫까지 함께...</color>
금고의 잔액이 0이 되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몽둥이를 든 도적이 코앞까지 오자, 캐서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를 둘러멘 도적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른 도적들을 지나쳐 날씨 화창한 문 밖으로 향했다.
쿵! 콰당!
쓰레기를 버리듯이, 도적이 캐서린을 문 밖으로 집어던졌다.
꺄아아악——!
드럼통 속에 갇힌 캐서린은 데구르르 도로 중앙으로 굴러갔다.
.....
쾅! 한편 도적은 문을 굳게 닫았다.
...엉?
통 안에서 꼼짝 못하는 캐서린은 기사회생하고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나...
산 거야?
빵빵!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아차! 나 지금 도로 한가운데지!
우... 움직일 수가 없어! 인형 살려!
끼익. 자동차 한 대가 드럼통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차에서 내려 캐서린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 마!
시멘트에 단단히 갇힌 캐서린은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게 누군지 볼 수조차 없었다.
캐서린, 나야.
윽... 으흑... 매기이이!!
친절한 목소리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마치 성모 마리아의 자장가처럼.
수고했어, 이제 집에 가자.
네가 해결한 거야? 어떻게?
......
차에서 얘기해.
매기는 힘겹게 캐서린이 든 드럼통을 차에 실었다.
2년 후, 바르샤바 전철역.
사람들 사이에 뒤섞인 매기가 미소를 지은 채 통신을 걸었다.
캐서린, 계획 수정이다.
<color=#00CCFF>응?</color>
좀 일찍 탑승해야 해, 지금 바로 각자 위치에서 대기한다.
<color=#00CCFF>...알았어, 큄비는?</color>
우리 억만 재산을 지킬 사람도 있어야지.
<color=#00CCFF>나도 한 재산 지키는데!</color>
억만 재산엔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집사를 붙여야 하지 않겠어?
<color=#00CCFF>......</color>
<color=#00CCFF>매기, 이번 건만 해치우면 우리 은퇴해도 되는 거야?</color>
인형이 무슨 얼어죽을 은퇴야? 끝없는 윤회만 있을 뿐이지.
캐서린은 통신을 끊었다.
매기는 모자챙을 눌러쓰고 인파 속에 녹아들었다.
기다란 대륙간 열차가 승강장에 멈추어 이야기의 막이 오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