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조화의 영감
...저녁별이 추락했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의 F02-F03 객차간 연결구
콰앙!
퍼엉!
도적들이 화력을 매섭게 퍼부은 결과, 단단히 잠긴 문이 약간 삐걱였다.
삐삐삐삐!
그때 객차 안에 경보음이 무언가를 예고하듯 갑자기 울려댔다.
도적단원들은 이에 고무되어 더 맹렬하게 화력을 퍼부었다.
쩌걱...
열렸다!
눈 앞의 문에 살짝 소리가 나더니, 굳게 닫힌 문 짝에 틈이 열렸다.
니콜라스가 권총을 꺼내 조무래기 세 명을 데리고 먼저 달려들어갔다.
따라가.
다니엘이 류마 할멈의 휠체어를 이어받고 심복들 몇 명의 호위를 받으며 뒤따랐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2호 객차.
도적단원들이 쏟아지듯 몰려들어왔다.
차량 안은 온통 깜깜하고 모든 조명이 꺼져 있었다.
열차 밖의 빛에 의존하여 니콜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차 안을 한 바퀴 살폈다.
조심해라.
네.
근데 니콜라스 씨... 무슨 냄새 안 납니까?
무슨 냄새? 안 나는데? 너는?
저도 뭐 냄새는 안 나는데요...
객차 안엔 승객도, 인형도 없고, 활짝 열린 금고도 텅 비어있었다.
열차 전체를 금광으로 비유한다면 지금 이 객차는 폐광이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들어온 다니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길 봐.
다니엘의 말에 따라 모두가 객차 정중앙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이 객차에 배치했던 도적들이 무릎을 꿇린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눈가리개가 씌워지고, 입도 옷조각으로 막혀 읍읍 소리밖에 못 내는 상태였다.
니콜라스가 당장 달려가 그중 한 명의 입 속 옷조각을 빼내자, 그는 곧바로 울부짖어댔다.
뭔가가 있어!!
경계 태세!
푸쉬익——
도적단원들이 소리지르는 순간, 어두컴컴한 차량 안에 대량의 액화가스가 퍼졌다.
——!?
무슨 소리야?
조심해!
정화 스프레이다!
치익——
동서남북, 차량의 네 구석에 튀어나온 노즐에서 안개가 뿜어나와 어둠에 잠겨있는 시야를 더욱 뿌옇게 만들었다.
모두 마스크 써!
다니엘의 낮은 고함에 따라, 도적들은 각자 방독면을 꺼내 얼굴에 썼다.
경보는 안 울렸는데...
그들이 대화하던 몇 초 사이, 이미 안개가 차량을 가득 채웠다.
안 그래도 어두운 공간에, 이젠 바로 코앞의 물건마저 안 보이게 됐다.
......
계속 문가에 있던 류바 할멈은 뭔가 의식했는지, 그녀에게 방독면을 씌워주던 다니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문 잘 지켜!
그 순간 한 그림자가 다니엘을 스쳐지나갔다.
......
쿵!
——무슨 소리야!?
...뭐, 뭐가 있습니다!
쿵!
희미한 광선, 자욱한 안개 속에 한 회색 그림자가 유령처럼 도적 사이로 스쳐지나갔다.
류바 할멈이 바로 지시를 내렸지만,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도적들은 바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쿵!
아무 기척도 없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던 남자는 눈깜짝할 새에 의식을 잃고 털썩 쓰러졌다.
......!?
차량 한 가운데에 있는 니콜라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뒤돌아본 순간 그 그림자가 류바 할멈의 뒤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시야를 지나갔다.
이때 류바 할멈은 아직 차 안을 살피고 있어서, 그 목표가 바로 등 뒤에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니엘, 네 뒤에! 잡아! 쏴죽여!!
타타탕!!!
......
5분 전.
류드밀라가 수립한 계획을 끝까지 듣고, 엘마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너 혼자 뛰쳐나가겠다고?
그럼 우리 둘은 뭐 해?
방금 네가 환풍구 파이프 안에 있을 때 이렇게 생긴 물건을 봤을 거다.
류드밀라는 펜을 한 자루 집어 여과기의 생김새를 그렸다.
...본 것 같기도.
나의 신호를 받으면 이걸 뽑아버려라.
...동귀어진할 셈이야?
레드 존은 오염 수치가 엄청나, 하지만 도적들은 다 방독면을 가지고 있고 차 안에도 정화장치가 있다고.
알고 있다.
류드밀라는 고개를 돌려 좌석을 밟고 올라 경보기를 뜯어냈다.
...그런 거네.
무슨 말인데요?
정화 스프레이는 색이 있어서 불투명해.
전술인형한텐 더할 나위 없는 연막이지.
시계를 맞춰 놔라.
매기와 엘마는 잠깐 입을 다물고 내장 시계의 상태를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환풍구 파이프에서 여과기를 제거한 다음, 즉시 9호 차량으로 이동해 대기하며 내 신호를 기다려라.
딱 3분 주겠다.
알았어.
내가 문 잠그기 역할이지?
그럼 움직일 준비해라.
잠깐만.
뭐지?
작전명 지을 필요 없어?
이런 일이 처음이긴 한데, TV를 보면 이런 작전엔 다 작전명을 정하고 그러잖아.
...TV는 적당히 봐라.
"앵커", 이 이름 어때?
왜 앵커야?
제가 좋아하는 단어예요.
...잡담은 여기까지.
준비해라.
......
치열한 총소리가 환풍구 안까지 들려와, 기어가던 엘마는 걱정에 사로잡혀 멈춰섰다.
정말 그녀 혼자 괜찮을까요?
녀석 전투력은 53만인데, 우리 둘이 끼면 오히려 43만이 되어버려!
괜한 걱정하지 말고 더 빨리 움직일 생각이나 해.
...그건 제가 당신한테 할 소리죠.
전 엄청 빨리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꾸물거리고 싶겠냐?
불만 있으면 그냥 날 두고 가든가...
안 되죠!
...왜 진짜로 멈췄어요?
나 끼었어, 좀 밀어줘.
......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 식당차.
쿠웅——
간수를 맡던 군용인형이 고꾸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문을 모르는 인간 승객은 화들짝 놀랐다.
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를 두 인형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바로 알 수 없어 더 패닉에 빠졌다.
당신도 제법 쓸모 있네요.
이 덩치들을 30초도 안 되서 해치우다니.
소화기를 들고 있는 엘마가 매기를 살짝 칭찬했다.
싸움에 힘싸움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브레인이라고.
매기는 바로 재머를 끄고 차량의 통신 신호를 복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캐서린에게 다가가 결박을 풀어주려 했다.
손이 밧줄에 닿기도 전에, 엘마가 매기의 옷자락을 붙잡더니 차량의 반대편으로 끌어당겼다.
먼저 류드밀라를 도와야죠!
두 인형은 재빠르게 식당차 바 카운터 근처로 움직였다.
빨리 문 열어요!
기다려 봐! 저쪽에서 신호를 줘야지!
...환풍구에서 나올 때부터 계속 연락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대답이 없어요...
......
그들이 약속한 3분까지 이제 20초도 안 남았다.
타타타탕!!
엘마의 초조한 마음을 더욱 부추기려는 듯, 문 너머에서 다시 치열한 총성이 울렸다.
엘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류드밀라... 괜찮을까?
...걱정 마, 녀석이 못 이기면 우리 둘이 뭉쳐도 못 이기니까.
타타타탕!!
총성은 점점 가까워지고, 어수선한 걸음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두 인형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갔다——
류드——
닻을 올려.
두 인형은 바로 서로를 마주봤다.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매기가 전자키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류드밀라가 식당차로 몸을 던졌다.
철컹.
0.5초의 공백도 없이, 매기는 문을 다시 닫아서 잠갔다. 그 일련의 움직임에 문 뒤의 총소리가 제대로 들려올 틈도 없었다.
다행이다, 괜찮아...!?
......
온몸에 찰과상투성이인 류드밀라의 모습은 괜찮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였다.
류드밀라...
난 괜찮아.
류드밀라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른 두 명을 바라보았다.
구사일생한 환희가 피로와 함께 몰려와, 셋 모두 몸에 약간 힘이 풀렸다.
...인형들을 풀어줘.
아직 작전은 안 끝났어, 인형들의 힘이 필요해.
내가 제압한 도적도 일부분이라, 얼마 안 있으면 재정비하고 다시 올 거야.
매기는 바로 캐서린과 폴에게 다가가서 결박을 풀어주었다.
후우...
엘마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흥분한 마음이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류드밀라!
......?
갑자기 이름을 불려, 류드밀라는 엘마에게 고개를 돌렸다.
군대에서 작전 성공했을 때 말이야,
세레모니라든가 그런 거 없어?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서로를 껴안는다든가 하는 관습은 있지.
그럼...
엘마는 바로 양팔을 벌렸다.
류드밀라는 그 모습에 잠깐 넋이 나가 반응을 하지 못했다.
뻘쭘해하는 류드밀라를 보고, 엘마는 웃으며 류드밀라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앵커 작전" 대성공을 축하하며!
콰아앙——!
...어라?
한순간, 환희에 찼던 엘마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녀가 내민 발은 허공을 헛디뎠다. 계단 꼭대기에서 발을 헛디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엘마는 자신의 붕 뜬 발을 보며 의아해했고, 느려진 시간 속에서 바로 앞에 류드밀라의 황급한 표정과 이쪽으로 뻗는 손이 보였다.
——!
류드밀라가 뭐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지만, 굉음에 뒤덮여서 한 글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뭐...?
엘마가 이 영문 모를 무중력을 인식했을 때, 그녀의 몸은 거의 튕겨나가기 직전이었다.
——조심해!
덥썩!
강한 힘이 엘마를 붙잡았다.
류드밀라가 바 카운터 궤짝 손잡이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엘마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끌어당겼다.
끼이익!!!
와아악!!
콰아앙——!
그 순간, 굉음과 회전 중 무엇이 먼저였는지 아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철도와 맞물린 열차가 급정거하는 소리 속에서 류드밀라의 시야가 뒤집혔다. 눈 앞의 모든 것이 길게 늘어나며 뿌옇게 흐려졌다.
무게중심이 어긋나고 몸이 통제를 벗어나, 비좁은 공간 안에서 함께 튀어오른 물건들과 마구 부딪혔다.
그녀는 완전히 공중에 뜬 엘마를 단단히 붙잡는 것 말고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콰직!
사방이 요동치는 중에 뾰족한 쇠붙이가 그녀의 오른팔을 꿰뚫었다.
흔들리던 무게중심이 다시 바닥에 붙고, 몸은 무거워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깜빡이는 손목시계엔 같은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었다.
...저녁별이 추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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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 열차 "미래호"의 F02-F03 객차간 연결구
콰앙!
퍼엉!
도적들이 화력을 매섭게 퍼부은 결과, 단단히 잠긴 문이 약간 삐걱였다.
삐삐삐삐!
그때 객차 안에 경보음이 무언가를 예고하듯 갑자기 울려댔다.
도적단원들은 이에 고무되어 더 맹렬하게 화력을 퍼부었다.
쩌걱...
열렸다!
눈 앞의 문에 살짝 소리가 나더니, 굳게 닫힌 문 짝에 틈이 열렸다.
니콜라스가 권총을 꺼내 조무래기 세 명을 데리고 먼저 달려들어갔다.
따라가.
다니엘이 류마 할멈의 휠체어를 이어받고 심복들 몇 명의 호위를 받으며 뒤따랐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2호 객차.
도적단원들이 쏟아지듯 몰려들어왔다.
차량 안은 온통 깜깜하고 모든 조명이 꺼져 있었다.
열차 밖의 빛에 의존하여 니콜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차 안을 한 바퀴 살폈다.
조심해라.
네.
근데 니콜라스 씨... 무슨 냄새 안 납니까?
무슨 냄새? 안 나는데? 너는?
저도 뭐 냄새는 안 나는데요...
객차 안엔 승객도, 인형도 없고, 활짝 열린 금고도 텅 비어있었다.
열차 전체를 금광으로 비유한다면 지금 이 객차는 폐광이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들어온 다니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길 봐.
다니엘의 말에 따라 모두가 객차 정중앙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이 객차에 배치했던 도적들이 무릎을 꿇린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눈가리개가 씌워지고, 입도 옷조각으로 막혀 읍읍 소리밖에 못 내는 상태였다.
니콜라스가 당장 달려가 그중 한 명의 입 속 옷조각을 빼내자, 그는 곧바로 울부짖어댔다.
뭔가가 있어!!
경계 태세!
푸쉬익——
도적단원들이 소리지르는 순간, 어두컴컴한 차량 안에 대량의 액화가스가 퍼졌다.
——!?
무슨 소리야?
조심해!
정화 스프레이다!
치익——
동서남북, 차량의 네 구석에 튀어나온 노즐에서 안개가 뿜어나와 어둠에 잠겨있는 시야를 더욱 뿌옇게 만들었다.
모두 마스크 써!
다니엘의 낮은 고함에 따라, 도적들은 각자 방독면을 꺼내 얼굴에 썼다.
경보는 안 울렸는데...
그들이 대화하던 몇 초 사이, 이미 안개가 차량을 가득 채웠다.
안 그래도 어두운 공간에, 이젠 바로 코앞의 물건마저 안 보이게 됐다.
......
계속 문가에 있던 류바 할멈은 뭔가 의식했는지, 그녀에게 방독면을 씌워주던 다니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문 잘 지켜!
그 순간 한 그림자가 다니엘을 스쳐지나갔다.
......
쿵!
——무슨 소리야!?
...뭐, 뭐가 있습니다!
쿵!
희미한 광선, 자욱한 안개 속에 한 회색 그림자가 유령처럼 도적 사이로 스쳐지나갔다.
류바 할멈이 바로 지시를 내렸지만,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도적들은 바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쿵!
아무 기척도 없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던 남자는 눈깜짝할 새에 의식을 잃고 털썩 쓰러졌다.
......!?
차량 한 가운데에 있는 니콜라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뒤돌아본 순간 그 그림자가 류바 할멈의 뒤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시야를 지나갔다.
이때 류바 할멈은 아직 차 안을 살피고 있어서, 그 목표가 바로 등 뒤에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니엘, 네 뒤에! 잡아! 쏴죽여!!
타타탕!!!
......
5분 전.
류드밀라가 수립한 계획을 끝까지 듣고, 엘마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너 혼자 뛰쳐나가겠다고?
그럼 우리 둘은 뭐 해?
방금 네가 환풍구 파이프 안에 있을 때 이렇게 생긴 물건을 봤을 거다.
류드밀라는 펜을 한 자루 집어 여과기의 생김새를 그렸다.
...본 것 같기도.
나의 신호를 받으면 이걸 뽑아버려라.
...동귀어진할 셈이야?
레드 존은 오염 수치가 엄청나, 하지만 도적들은 다 방독면을 가지고 있고 차 안에도 정화장치가 있다고.
알고 있다.
류드밀라는 고개를 돌려 좌석을 밟고 올라 경보기를 뜯어냈다.
...그런 거네.
무슨 말인데요?
정화 스프레이는 색이 있어서 불투명해.
전술인형한텐 더할 나위 없는 연막이지.
시계를 맞춰 놔라.
매기와 엘마는 잠깐 입을 다물고 내장 시계의 상태를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환풍구 파이프에서 여과기를 제거한 다음, 즉시 9호 차량으로 이동해 대기하며 내 신호를 기다려라.
딱 3분 주겠다.
알았어.
내가 문 잠그기 역할이지?
그럼 움직일 준비해라.
잠깐만.
뭐지?
작전명 지을 필요 없어?
이런 일이 처음이긴 한데, TV를 보면 이런 작전엔 다 작전명을 정하고 그러잖아.
...TV는 적당히 봐라.
"앵커", 이 이름 어때?
왜 앵커야?
제가 좋아하는 단어예요.
...잡담은 여기까지.
준비해라.
......
치열한 총소리가 환풍구 안까지 들려와, 기어가던 엘마는 걱정에 사로잡혀 멈춰섰다.
정말 그녀 혼자 괜찮을까요?
녀석 전투력은 53만인데, 우리 둘이 끼면 오히려 43만이 되어버려!
괜한 걱정하지 말고 더 빨리 움직일 생각이나 해.
...그건 제가 당신한테 할 소리죠.
전 엄청 빨리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꾸물거리고 싶겠냐?
불만 있으면 그냥 날 두고 가든가...
안 되죠!
...왜 진짜로 멈췄어요?
나 끼었어, 좀 밀어줘.
......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 식당차.
쿠웅——
간수를 맡던 군용인형이 고꾸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문을 모르는 인간 승객은 화들짝 놀랐다.
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를 두 인형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바로 알 수 없어 더 패닉에 빠졌다.
당신도 제법 쓸모 있네요.
이 덩치들을 30초도 안 되서 해치우다니.
소화기를 들고 있는 엘마가 매기를 살짝 칭찬했다.
싸움에 힘싸움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브레인이라고.
매기는 바로 재머를 끄고 차량의 통신 신호를 복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캐서린에게 다가가 결박을 풀어주려 했다.
손이 밧줄에 닿기도 전에, 엘마가 매기의 옷자락을 붙잡더니 차량의 반대편으로 끌어당겼다.
먼저 류드밀라를 도와야죠!
두 인형은 재빠르게 식당차 바 카운터 근처로 움직였다.
빨리 문 열어요!
기다려 봐! 저쪽에서 신호를 줘야지!
...환풍구에서 나올 때부터 계속 연락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대답이 없어요...
......
그들이 약속한 3분까지 이제 20초도 안 남았다.
타타타탕!!
엘마의 초조한 마음을 더욱 부추기려는 듯, 문 너머에서 다시 치열한 총성이 울렸다.
엘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류드밀라... 괜찮을까?
...걱정 마, 녀석이 못 이기면 우리 둘이 뭉쳐도 못 이기니까.
타타타탕!!
총성은 점점 가까워지고, 어수선한 걸음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두 인형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갔다——
류드——
<color=#00CCFF>닻을 올려.</color>
두 인형은 바로 서로를 마주봤다.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매기가 전자키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류드밀라가 식당차로 몸을 던졌다.
철컹.
0.5초의 공백도 없이, 매기는 문을 다시 닫아서 잠갔다. 그 일련의 움직임에 문 뒤의 총소리가 제대로 들려올 틈도 없었다.
다행이다, 괜찮아...!?
......
온몸에 찰과상투성이인 류드밀라의 모습은 괜찮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였다.
류드밀라...
난 괜찮아.
류드밀라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른 두 명을 바라보았다.
구사일생한 환희가 피로와 함께 몰려와, 셋 모두 몸에 약간 힘이 풀렸다.
...인형들을 풀어줘.
아직 작전은 안 끝났어, 인형들의 힘이 필요해.
내가 제압한 도적도 일부분이라, 얼마 안 있으면 재정비하고 다시 올 거야.
매기는 바로 캐서린과 폴에게 다가가서 결박을 풀어주었다.
후우...
엘마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흥분한 마음이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류드밀라!
......?
갑자기 이름을 불려, 류드밀라는 엘마에게 고개를 돌렸다.
군대에서 작전 성공했을 때 말이야,
세레모니라든가 그런 거 없어?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서로를 껴안는다든가 하는 관습은 있지.
그럼...
엘마는 바로 양팔을 벌렸다.
류드밀라는 그 모습에 잠깐 넋이 나가 반응을 하지 못했다.
뻘쭘해하는 류드밀라를 보고, 엘마는 웃으며 류드밀라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앵커 작전" 대성공을 축하하며!
콰아앙——!
...어라?
한순간, 환희에 찼던 엘마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녀가 내민 발은 허공을 헛디뎠다. 계단 꼭대기에서 발을 헛디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엘마는 자신의 붕 뜬 발을 보며 의아해했고, 느려진 시간 속에서 바로 앞에 류드밀라의 황급한 표정과 이쪽으로 뻗는 손이 보였다.
——!
류드밀라가 뭐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지만, 굉음에 뒤덮여서 한 글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뭐...?
엘마가 이 영문 모를 무중력을 인식했을 때, 그녀의 몸은 거의 튕겨나가기 직전이었다.
<size=50>——조심해!</size>
덥썩!
강한 힘이 엘마를 붙잡았다.
류드밀라가 바 카운터 궤짝 손잡이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엘마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끌어당겼다.
끼이익!!!
<size=50>와아악!!</size>
콰아앙——!
그 순간, 굉음과 회전 중 무엇이 먼저였는지 아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철도와 맞물린 열차가 급정거하는 소리 속에서 류드밀라의 시야가 뒤집혔다. 눈 앞의 모든 것이 길게 늘어나며 뿌옇게 흐려졌다.
무게중심이 어긋나고 몸이 통제를 벗어나, 비좁은 공간 안에서 함께 튀어오른 물건들과 마구 부딪혔다.
그녀는 완전히 공중에 뜬 엘마를 단단히 붙잡는 것 말고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콰직!
사방이 요동치는 중에 뾰족한 쇠붙이가 그녀의 오른팔을 꿰뚫었다.
흔들리던 무게중심이 다시 바닥에 붙고, 몸은 무거워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깜빡이는 손목시계엔 같은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었다.
<color=#00CCFF>...저녁별이 추락했다.</col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