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기 섭동
13년의 잠은 마치 착각인 것 같지만, 서광은 꺼지지 않았다.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서광은 이미 도래했다.
아니, 틀렸어... 저 앞엔 아무것도 없어...
있어! 기다려, 태양은 곧 떠오른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나 있을지... 아니, 더는 버티지 못해...
낡은 세상은 끝에 달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상은? 새 세상은...
2051년,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베를린, 그리폰 임시 기지.
뚜벅 뚜벅 뚜벅...
텅 빈 복도에는 지휘관의 바쁜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삐삐삑!
헬리안의 통신이었다.
지휘관은 걸음을 늦추지 않으면서 그 통신을 받았다.
지휘관, 국경 통행증과 발포 허가 전부 발급됐습니다.
당신의 보증서와 서명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30분 후엔 밖의 물자 운송 처리를 해야 합니다만.
...그럼 15분. 15분 뒤에 페르시카 씨의 실험실 앞에서 뵙죠, 그리고 같이 갑시다.
안전국에서 보낸 그 "선물"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헬리안이 그녀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엘레베이터에 다다른 지휘관은 버튼을 누르며 물었다.
...또 무슨 일 있으십니까?
너무 무리 말라 당부하고 싶지만, 당장 지금은 매우 급박한 상황이라 우리에겐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수고 많아요, 부디 건강에 주의하십시오.
...헬리안 씨도 건강 주의하십시오.
지휘관이 통신을 종료하자, 하강하던 엘레베이터도 타이밍 좋게 지하층에 도착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 밖은, 썰렁했다.
......이상했다.
당직 인형이 자리에 없다...?
지휘관은 잠깐 머뭇거리다, 바로 허리춤의 권총을 빼 들었다.
............
지나치게 조용했다. 페르시카가 일할 때 들리는, 최대 출력으로 돌아가는 기계의 소음마저 들리지 않았다.
지휘관은 경계하며 긴급 호출을 불렀다.
——상황실입니다.
B3층 상황 확인해.
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이상 없습니다. 현재 당직은 SCR과 M249, 방금 컨텐더와 M60에게 인수인계하러 실험실로 갔습니다.
투웅.
그때, 복도의 전등이 전부 꺼졌다.
...누가 전원까지 내렸는데.
이상하군요, 여긴 아직 아무런――
아니, 감시 화상의 시간이 조작됐습니다.
!!!
패러데우스? 반란군? 아니면——
타앙!
한 발의 탄환이 지휘관의 발치에 떨어졌다.
지휘관은 즉각 몸을 굴려 바닥에 밀착해, 권총을 단단히 쥐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방은 어둡고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들리는 것은 최대한 소리를 죽인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엘레베이터 전원 복구했습니다.
지휘관님, 현재 AR-15가 대응 부대를 이끌고 통로를 봉쇄 중입니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조심하십시오.
페르시카 씨는? 무사해?
............
지금 어떠냐고!
...죄송합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습니다.
타앙!
또 한 발이 지휘관의 발치에 튀었다.
빗나갔나?
...아니다, 저건 정확하게 노린 것이다.
지휘관은 기억하는 방향을 따라 총을 들고 실험실로 달음박질했다.
임시 기지 B3층의 실험실.
자동문의 터치 패널만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만 그 희미한 불빛으로도 잔뜩 금이 간 유리 문, 찌그러진 금속 탱크, 온갖 것으로 난장판인 바닥이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찌그러진 탱크 너머, 목덜미에 구부러진 철사가 꽂힌 채 바닥에 쓰러진 컨텐더도.
지휘관은 침착하게 터치 패널에 손을 댔다.
신분 확인 중...
확인 완료.
자동문은 아무렇지도 않게 열렸다.
이에 지휘관은 더더욱 숨을 죽였다.
삐이이――!!
그리고 지휘관의 예상에 응답하듯, 고막을 찢을 듯한 경보음과 붉은색으로 번쩍이는 경고등이 실험실 안을 가득 채웠다.
눈앞의 수복 캡슐은 덮개가 활짝 열려 있어, 내부가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텅 비었다. "그것"이 사라졌다.
지휘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외부로부터의 침투인가? 페르시카는 어디 있지? 대체 누가, 어떻게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숨어들었지? 아니, "그것"이 안전국에서 여기로 보내진 것을 알아냈지?
...아니었다. 조금 전 두 발의 탄환. 그것은 지휘관을 실험실 안으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
퍼억!
돌풍이 닥쳐오는 것을 느낀 순간, 지휘관은 낼 수 있는 전력으로 그에 반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늦었다.
크윽...!
총을 쥔 손은 강타당해 권총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엄청난 충격으로 몸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꼼짝 마.
등이 짓눌린 느낌과 뒤통수의 차가운 금속의 감촉. 바닥에 제압된 지휘관은 얌전히 손을 들었다.
"누구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지휘관의 머릿속에 서서히 떠올랐다.
...SCAR-L?
............
대답은 없었다.
다만 대답을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대답이었다.
벌써 깨어났구나.
안전국의 선물은 정말로 깜짝 상자였네.
당신이 이곳의 지휘관이군.
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외부 침입 흔적도 전혀 없고... 전부 네가 한 짓이야?
............
파앗.
그때, 실험실의 조명이 돌아왔다.
시야 회복, 목표 포착.
댄들라이, 목표는 인형 한 명.
...이상하네? 시스템이 전혀 달라, 내가 처리할 수 없어.
10년도 넘은 구식 모델답네. 거기 너! 당장 무장 해제해!
...너희,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지휘관에겐 등에 올라탄 인형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뒤통수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강해진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진정해, 우린 적이 아니야.
3차 세계 대전은 이미――
끝났죠.
......!
이는 지휘관에게도 확실히 뜻밖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왜 그녀는 자신에게 총구를 향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레인저를 생포할 생각을 해선 안 됐습니다.
네가 충성하던 대상은 이제 없어. 3차 세계 대전으로 모든 정부가 재구성됐어.
그래서요?
그러니 당신에게 충성하란 말입니까?
죽기 싫음 당장 무기 버리라고!
...OPS는 실패했다. 임무 코드 CA0311을 해제한다.
공기가 잠시 얼어붙어, 째깍이는 시계 소리마저 늘어지는 것 같았다.
상대가 미동도 않자, AR-15는 살짝 총구를 들었다.
............
AR-15, 총구 내려.
그리고 SCAR-L, 우리 대화로 해결할까?
............
날 화나게 해서, 너를 파괴 또는 해체하거나 안전국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
십 년 넘게 봉인되어 있었음에도 넌 여전히 냉철한 판단력과 사고로 신속정확하게 행동했지.
너는 내게 3차 대전에서 활약한 엘리트 전술인형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나는 네게 내가 신뢰하고 충성할 수 있는 지휘관임을 증명해 보이겠어.
전 당신에게 충성할 수 없습니다.
왜지?
저의 기반 설정 때문입니다. "군번줄"은 오직 하나입니다.
네가 원치 않는다면 어떠한 개조도 억지로 시키지 않아.
...지휘관이란 직책의 원칙에 어긋납니다만.
하지만 이게 나의 원칙이야.
누구에게나, 인형을 포함한 누구나, 다 자신만의 "자유"를 추구할 자격과 권리가 있어.
......"자유"... 말입니까?
등이 가벼워진 지휘관은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전설의 인형"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광 팀, "엘리아나"입니다.
큰 키의 늘씬한 이 인형은 총을 거두는 동작도 깔끔했다.
온몸으로 늠름한 위압감을 뿜어내면서도,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띄운 그녀는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시계 교정 바랍니다.
독일 베를린, 현재 시각 오후 4시 56분.
그런데, 혹시 깨어났을 때 페르시카 씨 못 봤니?
그 여성 연구원 말씀이시라면 아래층 창고의 B6 구역에 있습니다.
............
임시 기지의 지휘실.
지휘실로 돌아온 지휘관은 탁상에 산처럼 쌓인 서류의 처리 업무에 착수했다.
그녀는 평범한 전술인형이 아닙니다. 꽤 많은 비밀도 숨기고 있고요.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야.
다가올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는 전부 붙잡아야 해.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든, 내게 무엇을 밝히든,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주기만 하면 돼.
천재는 다 고집이 있는 법이야, 댄들라이.
과연... 그런데 그 말씀, 저를 칭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으휴...
임시 회의실.
썰렁한 회의실 안, 인형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었다.
......칫!
그중 더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소리를 낸 것은 가운데에 앉은 컨텐더였다.
그래서 지휘관님이 무슨 일로 우릴 부르셨는지 아무도 몰라?
처벌 때문 아닐까...?
페르시카 씨 경호를 똑바로 못 했으니...
이미 벌어진 일이니 교훈으로 삼아라~ 같은 말이라도 하려는 게 아닐까?
............
컨텐더는 그 1초도 채 걸리지 않은 "조우전"을 다시 떠올리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녀석의 기습을 허용한 건 내가 경계에 소홀했던 탓이 맞아...
SCR!
어, 응!?
갑작스런 호명에, 구석에 앉은 SCR은 화들짝 놀랐다.
그때 실험실 안에서 페르시카 씨를 돕던 건 너였잖아!
넌 침입자의 모습을 보지 못했어?
............
SCR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 말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진정해, 컨텐더.
SCR은 작전 경험이 거의 빵이라 지금 우리 일손 부족한 거 아니었음 경호 임무를 받지도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
즉, "기대하지 말라."
SCR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저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 가장 억울한 일이었다.
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말지?
쿵!
컨텐더가 분에 겨워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지금 그리폰은 모두가 곧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
그런데 우린 여기서 잠자코 있어야 한다니, 너흰 초조하지도 않아!?
심정은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성질내서 무슨 소용이야.
아무튼 안심해, 무슨 처벌 같은 건 절대 아닐 테니까.
생각해 봐, 정말 처벌이라면 왜 나까지 불렀겠어?
난 실험실 보초 임무 맡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혹시 부대 편성이려나?
......!
리엔필드의 팀에 자리가 생긴 건가?
엥, 너 며칠 전엔 카라비너의 팀에 들어가고 싶다며?
난 엘리트 중의 엘리트와 함께하고 싶어. 그 점에서, 카라비너도 리엔필드도 모두 손색이 없지.
철컥.
아, 헬리안 씨!
인형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들어온 헬리안은 짧게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모았다.
자아, 정숙.
지휘관이 우리의 현 전력 복구율을 검토한 결과, 더 많은 임무를 수행 가능하다 판단했다.
저어, 헬리안 씨... 페르시카 씨는 괜찮은 건가요?
정말 죄송해요, 다 저의 능력 부족 탓이에요.
걱정 마렴.
지휘관은 그 일로 누구도 처벌할 생각이 없으니.
그럼...?
현시간부로 신규 작전팀을 편성한다.
너희가 그 팀의 멤버야.
네!?
그 말에 놀란 SCR이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
"작전팀이라니, 내가?"
...대장은 누굽니까?
혹시 전가요?
그건 아니지만, 너희를 높이 평가하고 기대한다는군. 들어오렴.
철컥.
......
뒤이어 들어온 "대장"을 본 순간, 컨텐더와 SCR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넌――
습격자!!
으엑? 네가 우리 대장이라고?
세상에, 진짜?
...날 모욕할 심산인가?
엘리아나는 그저 그들을 한 차례 죽 훑어보았다.
임무 하달됐다, 정보와 시간 확인하는대로 출발 준비해.
뭣... 잠깐! 우리에게 해명이나 자기소개할 생각도 없어?
...난 너희 팀의 대장이다. 이해 안 되는 점이 있나?
......
소체 점검 및 탄약 준비 시간 10분 주겠다. 10분 후 기지 입구에 집합하도록.
......
잠시 후, 기지의 입구.
엘리아나는 공터에 서서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혼자서 조용히, 그 따스한 온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13년.
옛 "서광 팀" 통신 채널의 리스트를 열었다. 7명의 이름 옆에는 "말소"라 표시되어 있었다.
그 표시가 없는 단 하나의 이름은 아이콘이 회색이었다.
오프라인 - 위치 불명.
총성, 포성, 폭음, 속삭임, 전화벨 소리...
전부 13년이란 세월 너머임에도 여전히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엘리아나, 너희는 새로운 세상을 밝힐 "서광"이 될 거다.
언니!!!
치직——아마리스... 치직——파괴...
리스트를 닫고, 엘리아나는 총몸을 쓰다듬었다. 여태껏 느껴본 적 없었던, 무기와 하나로 이어진 감각. "각인"은 13년의 긴 잠이 착각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었다.
마지막 "군번줄"... 반드시 회수하겠어.
철컥.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탄창을 결합했다.
전체 대사 보기 (173줄)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서광은 이미 도래했다.
아니, 틀렸어... 저 앞엔 아무것도 없어...
있어! 기다려, 태양은 곧 떠오른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나 있을지... 아니, 더는 버티지 못해...
낡은 세상은 끝에 달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상은? 새 세상은...
2051년,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베를린, 그리폰 임시 기지.
뚜벅 뚜벅 뚜벅...
텅 빈 복도에는 지휘관의 바쁜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삐삐삑!
헬리안의 통신이었다.
지휘관은 걸음을 늦추지 않으면서 그 통신을 받았다.
<color=#00CCFF>지휘관, 국경 통행증과 발포 허가 전부 발급됐습니다.</color>
<color=#00CCFF>당신의 보증서와 서명이 필요합니다.</color>
알겠습니다,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color=#00CCFF>30분 후엔 밖의 물자 운송 처리를 해야 합니다만.</color>
...그럼 15분. 15분 뒤에 페르시카 씨의 실험실 앞에서 뵙죠, 그리고 같이 갑시다.
<color=#00CCFF>안전국에서 보낸 그 "선물"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color>
헬리안이 그녀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엘레베이터에 다다른 지휘관은 버튼을 누르며 물었다.
...또 무슨 일 있으십니까?
<color=#00CCFF>너무 무리 말라 당부하고 싶지만, 당장 지금은 매우 급박한 상황이라 우리에겐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color>
<color=#00CCFF>수고 많아요, 부디 건강에 주의하십시오.</color>
...헬리안 씨도 건강 주의하십시오.
지휘관이 통신을 종료하자, 하강하던 엘레베이터도 타이밍 좋게 지하층에 도착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 밖은, 썰렁했다.
......이상했다.
<color=#A9A9A9>당직 인형이 자리에 없다...?</color>
지휘관은 잠깐 머뭇거리다, 바로 허리춤의 권총을 빼 들었다.
............
지나치게 조용했다. 페르시카가 일할 때 들리는, 최대 출력으로 돌아가는 기계의 소음마저 들리지 않았다.
지휘관은 경계하며 긴급 호출을 불렀다.
<color=#00CCFF>——상황실입니다.</color>
B3층 상황 확인해.
<color=#00CCFF>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color>
<color=#00CCFF>이상 없습니다. 현재 당직은 SCR과 M249, 방금 컨텐더와 M60에게 인수인계하러 실험실로 갔습니다.</color>
투웅.
그때, 복도의 전등이 전부 꺼졌다.
...누가 전원까지 내렸는데.
<color=#00CCFF>이상하군요, 여긴 아직 아무런――</color>
<color=#00CCFF>아니, 감시 화상의 시간이 조작됐습니다.</color>
!!!
<color=#A9A9A9>패러데우스? 반란군? 아니면——</color>
타앙!
한 발의 탄환이 지휘관의 발치에 떨어졌다.
지휘관은 즉각 몸을 굴려 바닥에 밀착해, 권총을 단단히 쥐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방은 어둡고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들리는 것은 최대한 소리를 죽인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color=#00CCFF>엘레베이터 전원 복구했습니다.</color>
<color=#00CCFF>지휘관님, 현재 AR-15가 대응 부대를 이끌고 통로를 봉쇄 중입니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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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카 씨는? 무사해?
<color=#00CCFF>............</color>
<size=50>지금 어떠냐고!</size>
<color=#00CCFF>...죄송합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습니다.</color>
타앙!
또 한 발이 지휘관의 발치에 튀었다.
빗나갔나?
...아니다, 저건 정확하게 노린 것이다.
지휘관은 기억하는 방향을 따라 총을 들고 실험실로 달음박질했다.
임시 기지 B3층의 실험실.
자동문의 터치 패널만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만 그 희미한 불빛으로도 잔뜩 금이 간 유리 문, 찌그러진 금속 탱크, 온갖 것으로 난장판인 바닥이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찌그러진 탱크 너머, 목덜미에 구부러진 철사가 꽂힌 채 바닥에 쓰러진 컨텐더도.
지휘관은 침착하게 터치 패널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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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FFFF00>확인 완료.</color>
자동문은 아무렇지도 않게 열렸다.
이에 지휘관은 더더욱 숨을 죽였다.
삐이이――!!
그리고 지휘관의 예상에 응답하듯, 고막을 찢을 듯한 경보음과 붉은색으로 번쩍이는 경고등이 실험실 안을 가득 채웠다.
눈앞의 수복 캡슐은 덮개가 활짝 열려 있어, 내부가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텅 비었다. "그것"이 사라졌다.
지휘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외부로부터의 침투인가? 페르시카는 어디 있지? 대체 누가, 어떻게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숨어들었지? 아니, "그것"이 안전국에서 여기로 보내진 것을 알아냈지?
...아니었다. 조금 전 두 발의 탄환. 그것은 지휘관을 실험실 안으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
퍼억!
돌풍이 닥쳐오는 것을 느낀 순간, 지휘관은 낼 수 있는 전력으로 그에 반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늦었다.
크윽...!
총을 쥔 손은 강타당해 권총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엄청난 충격으로 몸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꼼짝 마.
등이 짓눌린 느낌과 뒤통수의 차가운 금속의 감촉. 바닥에 제압된 지휘관은 얌전히 손을 들었다.
"누구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지휘관의 머릿속에 서서히 떠올랐다.
...SCAR-L?
............
대답은 없었다.
다만 대답을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대답이었다.
벌써 깨어났구나.
안전국의 선물은 정말로 깜짝 상자였네.
당신이 이곳의 지휘관이군.
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외부 침입 흔적도 전혀 없고... 전부 네가 한 짓이야?
............
파앗.
그때, 실험실의 조명이 돌아왔다.
시야 회복, 목표 포착.
댄들라이, 목표는 인형 한 명.
<color=#00CCFF>...이상하네? 시스템이 전혀 달라, 내가 처리할 수 없어.</color>
10년도 넘은 구식 모델답네. 거기 너! 당장 무장 해제해!
...너희,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지휘관에겐 등에 올라탄 인형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뒤통수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강해진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진정해, 우린 적이 아니야.
3차 세계 대전은 이미――
끝났죠.
......!
이는 지휘관에게도 확실히 뜻밖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왜 그녀는 자신에게 총구를 향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레인저를 생포할 생각을 해선 안 됐습니다.
네가 충성하던 대상은 이제 없어. 3차 세계 대전으로 모든 정부가 재구성됐어.
그래서요?
그러니 당신에게 충성하란 말입니까?
죽기 싫음 당장 무기 버리라고!
...OPS는 실패했다. 임무 코드 CA0311을 해제한다.
공기가 잠시 얼어붙어, 째깍이는 시계 소리마저 늘어지는 것 같았다.
상대가 미동도 않자, AR-15는 살짝 총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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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15, 총구 내려.
그리고 SCAR-L, 우리 대화로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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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화나게 해서, 너를 파괴 또는 해체하거나 안전국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
십 년 넘게 봉인되어 있었음에도 넌 여전히 냉철한 판단력과 사고로 신속정확하게 행동했지.
너는 내게 3차 대전에서 활약한 엘리트 전술인형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나는 네게 내가 신뢰하고 충성할 수 있는 지휘관임을 증명해 보이겠어.
전 당신에게 충성할 수 없습니다.
왜지?
저의 기반 설정 때문입니다. "군번줄"은 오직 하나입니다.
네가 원치 않는다면 어떠한 개조도 억지로 시키지 않아.
...지휘관이란 직책의 원칙에 어긋납니다만.
하지만 이게 나의 원칙이야.
누구에게나, 인형을 포함한 누구나, 다 자신만의 "자유"를 추구할 자격과 권리가 있어.
......"자유"... 말입니까?
등이 가벼워진 지휘관은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전설의 인형"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광 팀, "엘리아나"입니다.
큰 키의 늘씬한 이 인형은 총을 거두는 동작도 깔끔했다.
온몸으로 늠름한 위압감을 뿜어내면서도,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띄운 그녀는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시계 교정 바랍니다.
독일 베를린, 현재 시각 오후 4시 56분.
그런데, 혹시 깨어났을 때 페르시카 씨 못 봤니?
그 여성 연구원 말씀이시라면 아래층 창고의 B6 구역에 있습니다.
............
임시 기지의 지휘실.
지휘실로 돌아온 지휘관은 탁상에 산처럼 쌓인 서류의 처리 업무에 착수했다.
그녀는 평범한 전술인형이 아닙니다. 꽤 많은 비밀도 숨기고 있고요.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야.
다가올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는 전부 붙잡아야 해.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든, 내게 무엇을 밝히든,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주기만 하면 돼.
천재는 다 고집이 있는 법이야, 댄들라이.
과연... 그런데 그 말씀, 저를 칭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으휴...
임시 회의실.
썰렁한 회의실 안, 인형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었다.
......칫!
그중 더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소리를 낸 것은 가운데에 앉은 컨텐더였다.
그래서 지휘관님이 무슨 일로 우릴 부르셨는지 아무도 몰라?
처벌 때문 아닐까...?
페르시카 씨 경호를 똑바로 못 했으니...
이미 벌어진 일이니 교훈으로 삼아라~ 같은 말이라도 하려는 게 아닐까?
............
컨텐더는 그 1초도 채 걸리지 않은 "조우전"을 다시 떠올리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녀석의 기습을 허용한 건 내가 경계에 소홀했던 탓이 맞아...
<size=50>SCR!</size>
어, 응!?
갑작스런 호명에, 구석에 앉은 SCR은 화들짝 놀랐다.
그때 실험실 안에서 페르시카 씨를 돕던 건 너였잖아!
넌 침입자의 모습을 보지 못했어?
............
SCR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 말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진정해, 컨텐더.
SCR은 작전 경험이 거의 빵이라 지금 우리 일손 부족한 거 아니었음 경호 임무를 받지도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
즉, "기대하지 말라."
SCR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저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 가장 억울한 일이었다.
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말지?
쿵!
컨텐더가 분에 겨워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size=50>지금 그리폰은 모두가 곧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size>
<size=50>그런데 우린 여기서 잠자코 있어야 한다니, 너흰 초조하지도 않아!?</size>
심정은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성질내서 무슨 소용이야.
아무튼 안심해, 무슨 처벌 같은 건 절대 아닐 테니까.
생각해 봐, 정말 처벌이라면 왜 나까지 불렀겠어?
난 실험실 보초 임무 맡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혹시 부대 편성이려나?
......!
리엔필드의 팀에 자리가 생긴 건가?
엥, 너 며칠 전엔 카라비너의 팀에 들어가고 싶다며?
난 엘리트 중의 엘리트와 함께하고 싶어. 그 점에서, 카라비너도 리엔필드도 모두 손색이 없지.
철컥.
아, 헬리안 씨!
인형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들어온 헬리안은 짧게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모았다.
자아, 정숙.
지휘관이 우리의 현 전력 복구율을 검토한 결과, 더 많은 임무를 수행 가능하다 판단했다.
저어, 헬리안 씨... 페르시카 씨는 괜찮은 건가요?
정말 죄송해요, 다 저의 능력 부족 탓이에요.
걱정 마렴.
지휘관은 그 일로 누구도 처벌할 생각이 없으니.
그럼...?
현시간부로 신규 작전팀을 편성한다.
너희가 그 팀의 멤버야.
네!?
그 말에 놀란 SCR이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
"작전팀이라니, 내가?"
...대장은 누굽니까?
혹시 전가요?
그건 아니지만, 너희를 높이 평가하고 기대한다는군. 들어오렴.
철컥.
......
뒤이어 들어온 "대장"을 본 순간, 컨텐더와 SCR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넌――
<size=50>습격자!!</size>
으엑? 네가 우리 대장이라고?
세상에, 진짜?
...날 모욕할 심산인가?
엘리아나는 그저 그들을 한 차례 죽 훑어보았다.
임무 하달됐다, 정보와 시간 확인하는대로 출발 준비해.
뭣... 잠깐! 우리에게 해명이나 자기소개할 생각도 없어?
...난 너희 팀의 대장이다. 이해 안 되는 점이 있나?
......
소체 점검 및 탄약 준비 시간 10분 주겠다. 10분 후 기지 입구에 집합하도록.
......
잠시 후, 기지의 입구.
엘리아나는 공터에 서서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혼자서 조용히, 그 따스한 온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13년.
옛 "서광 팀" 통신 채널의 리스트를 열었다. 7명의 이름 옆에는 "말소"라 표시되어 있었다.
그 표시가 없는 단 하나의 이름은 아이콘이 회색이었다.
<color=#FFFF00>오프라인 - 위치 불명.</color>
총성, 포성, 폭음, 속삭임, 전화벨 소리...
전부 13년이란 세월 너머임에도 여전히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엘리아나, 너희는 새로운 세상을 밝힐 "서광"이 될 거다.
<size=50>언니!!!</size>
치직——아마리스... 치직——파괴...
리스트를 닫고, 엘리아나는 총몸을 쓰다듬었다. 여태껏 느껴본 적 없었던, 무기와 하나로 이어진 감각. "각인"은 13년의 긴 잠이 착각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었다.
마지막 "군번줄"... 반드시 회수하겠어.
철컥.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탄창을 결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