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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제13전역

종지부

리벨리온과 예고르가 격돌했다, 궁지에 몰린 예고르는 지근거리에서 미사일을 터뜨리면서까지 저항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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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은 매복을 끝마쳤다.

기갑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인형들은 서로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금부터의 행동에, 아주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AK12

아레스의 화력은 막강해. 노려지는 즉시 가루도 안 남게 될 거야.

RPK16

과연 AK12 선배, 너무 알고 싶었던 내용이에요.

AK12

솔직히 말해서, 너네 마인드맵을 전부 내 코어에 백업해 둬서 연산에 무지 방해되거든? 용량도 절약할 겸 네 백업 삭제해도 되지?

RPK16

어머, 그럼 다시 깨어나면 다시 선배와 처음으로 만나는 거군요?

그것도 참 신선한 경험이겠네요.

안젤리아

<color=#00CCFF>시끄러, 적의 소리가 안 들려.</color>

AK12

충분히 접근하면 거리 측정 데이터 공유해 줄게.

AK12

AN-94, 3번과 5번 위치 폭파.

AN94

기폭.

밖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AK12

다음, 7번, 11번, 19번.

AK15

기폭.

다시 수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AK12

RPK, 긴장되니?

RPK16

긴장된다고 하면 안대라도 씌워주실래요?

차라리 앞이 안 보이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요.

AK15

그럼 너도 저 "눈"을 설치해라.

그러면 너도 눈 가린채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RPK16

당신이 보는 물건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정하는 법이랍니다, AK15.

저는 인간처럼 눈 뜨고 세상을 보는 방식이 좋아요.

그리고 AK12처럼 보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으면 시선에 놓인 사람 입장에서는 무섭다고요.

AN94

오래 지내다 보면 익숙해질 일이다.

AK12

너희들 다 박살 나면 백업을 살짝 손봐야겠어.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불어넣어 줄게~

공유 채널에서 돌연 경보음이 울렸고, 인형들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적이 예상대로 매복 구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안젤리아

<color=#00CCFF>예고르가 경계선을 넘었다!</color>

AK12

확인했어. 넌 거기서 잘 숨어 있어.

AK12

RPK-16!

RPK16

쏘고 있어요!

RPK16

탄창 교체, 위치 이동!

이젠 기갑의 엔진음이 뚜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RPK-16의 고속 사격이 아레스 파일럿의 주의를 성공적으로 끌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RPK-16의 위치로 유탄 2발이 날아들어 터졌고, 엄폐물을 넘던 RPK-16이 그 충격에 휩쓸려 넘어졌다.

AK12

다음!

AK-12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아레스 뒤의 통로가 폭발했고, 통로는 무너지는 잔해로 막혀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예고르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AN-94와 AK-15가 양측으로 이동, 기갑의 다리를 향해 정밀 사격을 퍼부었다.

경화기의 화력으로는 그 거리에서 보호막을 뚫을 수 없었지만, 물론 이도 리벨리온의 예상 범위 내였다. 탄창을 비운 인형들은 바로 자리를 이탈했다.

그리고 아레스의 반격이 쏟아졌다. 인형들은 매우 날렵했지만, 좁은 공간에 퍼붓는 공격으로 인한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인형들의 소체에 점점 상처를 냈다.

그래도 아직 움직임에 지장을 줄 만한 부상은 아니었다. 몸에 박힌 크고 작은 파편들을 뽑아내면서, 멈추지 않고 이동하면서 기갑을 미리 준비한 함정으로 유인했다.

그때, 저 위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드디어 공격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예고르의 아레스 기갑도 서버룸 안으로 발을 디뎠다.

AK12

지금이야.

AK-12의 지시와 함께, 리벨리온은 일제히 뛰어나갔다.

다음 3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

기지 심층.

예고르는 기갑을 타고 기지 깊숙이 나아갔다.

패러데우스가 기지 내부를 대폭 개조하지 않았다면, 예고르는 사전에 확보한 청사진을 따라 이미 최심부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 기갑은 비좁은 공간에서 날렵하게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 점을 이용해 리벨리온의 전술인형들도 기갑의 사각지대에서 끈질기게 기습을 가했지만, 다행히 월등한 화력 덕분에 계속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습해오는 주기도 점점 길어졌다, 어쩌면 그 인형들도 이제 심각한 손상을 입어서일지도 모른다.

콰아아아아...

그때, 위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 예고르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예고르

여기는 랜드. 엠버-1,응답하라.

통신기에선 노이즈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다른 아군 부대들처럼, 침묵에 빠졌다.

예고르

남은 건 나뿐인가...

예고르는 이제 쓸모가 없어진 통신기를 끄고, 잠시 숨을 돌릴 겸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불현듯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3차 대전 당시, 한밤중 독일의 숲속 깊은 곳에서 적과 실랑이를 벌일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자신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쥐 죽은 듯이 고요하지만...

모든 감각이 주위에 뭔가 있다고 경고하는, 바로 그 느낌.

적이 있다고, 자신을 죽이려는 적이 바로 근처에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고르

네년이 여기 있는 건 이미 안다.

너만 해치우면, 바로 제어실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렸을 뿐이기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예고르는 확신했다. 그자의 존재가 느껴진다고.

안젤리아. 지금까지 자신을 끈질기게 방해한 그 여자가, 다시 한번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예고르

생쥐 같은 년...

찰칵.

복도의 마지막 조명이 꺼졌다.

드디어 안젤리아가 그의 말에 대답하기라도 한 것처럼.

탁, 탁, 탁.

쇠붙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연막이 뿜어져 나왔다.

예고르

또 잔수작을 부리는군.

연막으로 모니터의 화면이 새까매져, 예고르는 적외선 화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곧바로 소이탄이 굴러와, 통로에 불을 질렀다.

열화상 화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시야가 마비된 그 순간, 정적을 깨고 총탄이 날아와 카메라를 파괴했다.

좌측 시야를 잃은 예고르는 어쩔 수 없이 기체를 후진시켜야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콰앙!

발밑에서 폭탄이 터져 기체가 살짝 기울었지만, 아직 상황 통제는 가능했다.

보병이 휴대하는 수준의 폭탄으로는 이 기갑을 마비시킬 수 없다.

다만,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총알이 연막을 뚫고 날아와 관절 부위에 노출된 유압 펌프를 노렸다.

예고르는 부무장의 포신을 돌려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포탄을 쏘았다.

대구경 포격으로 인해, 적의 공격은 즉시 멎었다.

예고르는 조준을 계속하면서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며 경계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좌측 카메라가 파괴된 탓에, 계속해서 기체를 돌려야만 했다.

바로 그때, 방금 기갑을 향한 사격이 날아든 위치에서 누군가가 박살난 엄폐물 밖으로 나오더니, 빠르게 화력 사각지대로 달려왔다.

예고르

이쪽이냐!

예고르는 기체를 우회전해, 방금 누군가가 뛰쳐나온 위치를 향해 재차 제압 사격을 가했다.

좁은 공간에서 메아리치는 기총 소리가 멀어졌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예고르가 본능적으로 기체를 좌측으로 돌렸지만, 그림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기체의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예고르

아니?!

AK15

......

AK-15가 폭탄을 쥐고서 위험 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예고르는 레버를 밀어 기체를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폭탄이 기체의 발목 관절에서 폭발했다.

조종석에 붉은 비상등이 켜졌고, 고장 경고등과 사이렌이 맹렬하게 울렸다.

각부 동력이 망가졌다. 하지만 아직 추진기는 연료가 충분하다. 출력을 높이면 거리를 벌릴 수 있다.

거리만 벌린다면, 전술인형의 허약한 무기 따위로는 이 기체에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물론, 상대가 그런 기회를 줄 리 만무했다.

안젤리아

포위해!

어느샌가 조용히 기체 뒤까지 접근한 인형들이 달려들었다.

예고르도 부무장으로 반격했지만, 베테랑인 리벨리온 인형들은 자세를 낮추고 사격이 닿지 않는 각도로 파고들면서, 예고르의 기체를 향해 고속으로 접근했다.

예고르

어림없다!

예고르는 미사일 발사기를 수직으로 조준했다.

그리고 장전된 모든 고폭 살상 미사일을 일제히 발사했다.

발사된 미사일들은 천장에 부딪혀 폭발했고, 무수한 파편으로 변해 사방으로 쏟아졌다.

AK15

엄폐!

RPK16

아차!

AN94

이쪽으로!

격렬한 충격을 받아내면서, 예고르는 필사적으로 기체의 균형을 유지했다.

가까이서 미사일이 폭발해 그의 기체도 폭풍에 휩쓸렸지만, 두꺼운 장갑이 고폭탄의 파편을 견딜 것이다.

그리고 진동으로 접촉 불량이 발생한 계기판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계기판은 잠깐 깜빡이다, 다시 노이즈를 내며 회복됐다.

예고르

아직 운이 다하진 않았나 보군.

연막이 걷히고, 불길도 사그라들었다.

탐조등을 켜보니, 방금까지 맹렬하게 달려들던 인형들은 모두 토막 난 잔해가 되었다.

하지만 복도는 폭발로 인해 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졌고, 들어온 방향이 어느 쪽이었는지마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예고르

이 버러지들이... 덕분에 시간만 낭비했군.

이제, 남은 문제는 저들의 지휘관이 어디 있는가였다.

예고르는 겨우 이 정도로 그 여자가 죽었다 생각하지 않았다.

퍼엉!

예고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기체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예고르

으윽!

충격으로 부딪히면서,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의식은 멀쩡했다. 아직 죽지 않았다.

기체의 왼다리가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외발 기동법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모니터의 화면을 본 순간 그는 심장이 멎을 뻔했다.

모니터에 비친 광경은, 두 다리를 잃고서도 여전히 움직이는 전술인형의 모습이었다. 전우가 몸으로 파편을 대신 맞아 준 덕분에 살아남은 그 인형은, 다른 인형에게서 폭약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쓰러진 기갑의 좌측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한 명이었지만, 그 인형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AK12

안젤리아, 임무 완료.

콰아앙!

그 인형과 함께, 기갑의 나머지 한쪽 다리마저 불꽃에 삼켜졌다.

안젤리아

수고했다.

그 여자의 짜증 나는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예고르의 귀를 때렸다.

공개 채널에서의 통화라니, 엄청난 도발 행위다.

하지만 그 여자의 목소리보다, 예고르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이 더 신경 쓰였다.

기동 시스템과 추진기 모두 작동이 정지됐다. 기체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기체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 여자... 안젤리아가, 분명 자신의 조종석을 노리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때, 저 위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두껍고 견고한 천장도 마치 수문처럼 열리기 시작했다.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옥으로 내려가는 계단 같았다.

그 통로 끝에서, 바다 괴수가 닥쳐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바닷물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소리였다.

그제서야 예고르는 안젤리아의 계획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그런들 무슨 소용인가. 지금 예고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패했다. 마지막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이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점점 가까워지는 바닷물의 소리를 들으며, 품에서 가족의 사진을 꺼내 마지막 심판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