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접근
리벨리온은 안젤리아가 생환할 수 있도록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수립한다... 한편 하벨의 차 안에서 페르시카는 그 동안 숨겨왔던 사정을 토로한다.
몇 분 전.
발전기 구역.
안젤리아, 중추 구역에 도착했어. 센서에 포착된 열원도 접근 중이지만, 역시 우리보단 느려.
기갑은 이런 비좁은 공간에선 움직이기 힘들지. 다른 녀석들은?
1분 후 도착한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정말 우리 같은 경무장 전술인형들만으로 저렇게 무지막지한 기갑을 상대하라고? 우선 M4처럼 입자포부터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니야?
살아서 돌아가면 페르시카한테 몇 정 주문해보지 뭐.
그래, 그럼 지금은 우리들만으로 어떻게든 해야겠구나.
투정 부릴 시간 있으면 빨리 시뮬레이션이나 돌려.
벌써 20가지는 돌렸거든?
물론, 결과는 듣기 싫지?
당연하지, 보나마나 내 방안이 네 계산보다 승산이 더 높을 텐데.
난 안젤리아가 자기 목숨을 종이 쪼가리마냥 버리는 요소는 고려하지 않거든.
오늘만큼은 정말 살아서 돌아갈 확률이 적어. 적을 확실하게 해치울 방법이 필요해.
자신을 너무 고평가하는걸?
작전 짜는 머리는 그렇다 쳐도, 이런 정면 승부에선 네가 있든 없든 별 차이가 없다고.
......
안젤리아, AK-12, 대원들이 도착했다.
다행이다, 늦진 않은 모양이군요.
또 만났네요, AK-12.
제가 금방 다시 만날 거라 했죠?
안젤리아가 너한테 조련사 역할을 맡겼을 땐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꽤 어울리는 것 같네.
신입인데 인사 선물은 준비해 뒀어?
글쎄요, 어떨까요? 나중에 적절한 시기를 골라서 적절한 걸로 드릴게요.
자,AK-15도 고개 돌리면 안 되죠. 호위 대상이랑 다투면 안 돼요.
...알았다.
탄약 분출.
앗.
예비 탄약 필요한가? 여기 있다.
고맙다.
딱 한 사람만 다른 탄종을 써서 예비 탄약도 따로 챙겨야 한다니, 정말 귀찮네.
그치, AN-94?
응?
아니, 난 괜찮다만...
......
중장갑 유닛을 상대하려면 대구경이 필요해. 545는 위력이 턱없이 모자라다.
하여간 힘밖에 몰라요.
아예 맨손으로 싸우는 게 더 세지 않을까?
AN-94는 아무리 까다로운 파트너도 잘 상대하고 어울리니 정말 믿음직스럽네요. 그것도 다 재능이려나요?
AN-94, 저 광견한테 잘해 줄 필요 없어.
넌 너야, 나나 다른 누구의 부속품 같은 게 아니라고.
어? 아니, 나는 그저――
얼굴도 비슷비슷하게 생겨먹은 아가씨들끼리 작작 좀 떠들지? 지금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 없다고.
지금 AK-12에게 작전 방안을 공유받는 중이에요.
안젤리아 덕분에 AK-12가 상당히 괜찮은 방안을 구상했어요.
다만, 묘비에 뭐라 쓸지 아직 못 정한 게 아쉽네요.
어머, 그럼 이것보다 더 나은 방안 있어?
후후후, 농담도 잘하셔라.
그럼 얌전히 백업해.
저번과 똑같군요.
그래, 바로 저번과 마찬가지야.
당신과 협력하는 건 정말 즐겁다니까요.
AK-15, 저 서버룸에 대형 설비가 있으니 몇 개 뜯어서 장애물을 만들어 주세요. 위치는 지금 표시했어요.
알았다.
와아, 말 잘 듣네? 전술은 따위 취급하면서 콧방귀 뀌던 AK-15 맞아?
너도 파트너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구나.
AK-15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할 뿐이랍니다. 그러니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주면 돼요.
적어도 남을 따라하려 하진 않거든요.
......
아이참, 농담이에요.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자고요, 선배님?
너희들끼리 암호화 통신으로 주고받지만 말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최대한 간결명료하게 방안을 설명해.
그리폰의 지휘관님이 계획대로 수문을 폭파한다는 것을 전제로, AK-12가 대부분의 작전 내용을 계획했어요.
그런데 당신을 살리면서 임무를 완수하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네요.
3번 서버룸의 2층 공간이 유일하게 배수 제어 가능 구역이니, 거기서 예고르를 요격할 거야.
그 주변도 적당히 복잡하니까, 다른 통로를 파괴해서 상대가 그 방으로 진입하도록 유인하겠어.
적이 매복 지점에 들어오면,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아레스 기갑의 화력을 분산시킬 거고.
기갑의 화력 시스템이 폐쇄된 공간에선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길 빌어야지. 참고로 이 방안의 승산은 약 5%야.
5%라...
이마저도 낙관적으로 봤을 때의 수치야.
안젤리아는... 그냥 얌전히 뒤에서 구경이나 해.
장기 기사는 장기판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승리하면 포상으로 장기말들을 3배 더 비싼 소체로 교체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건 좀 무리한 요구 아닐까? 지금 당장만 해도 두 명이 좋은 소체를 낭비하고 있는데.
AK-15, AN-94, 화내지 말아요.
AK-12가 농담한 거예요.
흥... 해체 끝났다. 남는 물자는 더 없나?
가진 폭발물도 이게 전부다.
알았다, 아껴 쓰지.
저쪽의 배치를 부탁한다.
바로 작업하지.
정말 그 방안으로 할 거야?
싫으면 RPK-16이랑 머리 맞대고 더 좋은 수를 짜내 보시던가. 그래봤자 내 것보단 못하겠지만.
인형이 편리한 점이 바로 이것 아니겠어요?
죽음이 우리 인형의 특권이듯이, 승리를 거머쥐는 건 인간인 당신의 특권이에요.
우리를 연민하다니, 역시 당신은 참 이상하네요.
그냥 실컷 날뛰게 해 주세요.
칫... 알아서 해.
맞다, 3배 비싼 소체가 무리라면...
다음 임무에서 제 탄창을 전부 7N39 철갑탄으로 채워 주세요.
에이, 한 번으론 너무 모자라지. 다음 5번은 다 그렇게 해 줘.
그리고 최신형 연산 모듈도 달아 주시고요.
너넨 왜 꼭 이럴 때만 짝짜꿍이 맞냐...
좋아, 하지만 그것도 UMP45가 내 계좌를 싹 털어 버리기 전에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야. 무슨 소린지 알았지?
교섭 성립이네.
적이 거의 다 왔어. 가자.
알겠습니다.
라저.
알겠다.
......
타시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불만 가득한 표정의 페르시카는 하벨의 리무진에 올랐다.
잠시 후, 어디론가 향하는 하벨의 리무진 안.
아이고 배야...
허이구, 긴장하면 배탈 나는 건 여전한 모양이군? 이 차가 마음에 안 드나?
걱정 말게나, 빈틈없는 방탄 코팅에, 바닥도 아주 튼튼하게 방폭 처리도 해놔서 아주 안전해요.
정말 오랜만에 실험실 밖으로 나온 거라고요...
그리고... 기습보다 당신이 더 무서워요.
내가? 그거참 속상하구먼. 난 이렇게 정성 들여 자네를 지켜 주고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오지 않았다면, 안전국의 요원들이 와서 문을 두들겼을걸세.
그 양반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알면 눈이 다 휘둥그레질걸?
끄응...
어쨌든, 시간도 더 생겼겠다 얘기나 더 합세나.
흐음... 그래, 연구소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가 좋겠어.
모처럼 만에 외출할 마음이 생겼으니, 좋은 추억거리도 잔뜩이겠지?
뭘 알고 싶으신데요?
자네랑 리코는 나이 차도 꽤 되는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다 둘이 같이 연구하게 된 겐가?
리코는... 참 드문 천재였어요. 신경망 통제와 전자 분석 분야에선 저보다 훨씬 뛰어났죠.
인형의 마인드맵 연구는 각종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일이어서, 저희는 90Wish에 들어가기 전부터 도움을 많이 줬어요.
확실히, 그 친구가 개발한 철혈 인형의 마인드맵도, 우리 IOP의 것과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지. 정말 무시무시한 경쟁자였어.
그래서, 자네들과 루니샤는 또 무슨 사이였나?
그냥 소장님의 딸이었어요.
소장님이 너무 바빠서 그 아이를 챙겨 주지 못해서, 심심할 때마다 우리 연구실로 놀러 와서는 자기 가족 이야기도 해 주곤 했어요.
가족 이야기?
아빠, 그러니까 소장님이 자기와 남동생을 소홀히 한다면서 빈정대는 게 다였지만요. 그리고 곧 도시를 떠날 거라고도 자주 말했어요.
흐음... 당시 오버슈타인은 사방에서 공격을 받았어. 유적기구에서도 명성이 영 꽝이었지.
아무래도 가족을 멀리 피신시킬 셈이었나 보군.
그때 소장님께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나쁜 일인 것만은 확실했어요.
안색이 매일같이 안 좋아서, 개발팀도 머지않아 해체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니샤는 연구소를 떠났어요. 가기 전 함께 그 사진을 찍었고... 그 후론 다신 보지 못했어요.
그렇군... 그럼, 그 루니샤와 자네의 인형은 무슨 관계지?
......
페르시카는 양손을 꼭 움켜쥐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을 바라보던 그녀는 시선을 천천히 다시 차 바닥의 양탄자로 돌렸다.
사실... IOP에 입사하기 전, 그 "윌리엄"이란 사람의 연락을 받았어요.
흐음?
루니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저도 리코도 슬퍼하던 때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그 "윌리엄"이 저희에게 소포 하나를 보내면서 연락해왔어요.
같은 90Wish 소속이었으니,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죠. 하지만 아무도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고, 말투도 영 짜증 나서 연구팀 내에서도 평판이 나빴어요.
그래도... 그의 보고서는 정말 언제 봐도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리코 정도만 해도 희대의 천재라 생각했는데, 윌리엄은 리코 이상의 천재가 틀림없었어요.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분명 엄청난 물건을 본 모양이지?
저희에게 보낸 그 소포에는... 두뇌의 정보 시퀀스를 담은 데이터가 있었어요.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여서, 저도 리코도 입이 떡 벌어졌죠.
인간의 두뇌를 전산화, 분석해 기록한 데이터라니, 대체 어떻게 해낸 건지 상상도 안 갔죠.
윌리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인드맵을 만들어, 두뇌 구조 샘플로 복원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리코와 분석하던 도중, 저희와 루니샤가 함께 했던 기억이 있는 걸 발견했고... 그제서야 그가 무슨 속셈인지 깨달았죠.
인간의 두뇌를 데이터화했다고?
잠깐, 그럼 설마 그 인형들은...
네. 그 당시엔 시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저지르고 말았어요...
아이고 맙소사 이 아가씨야... AR팀이 특별하단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어?
하지만 그렇다면 비록 인형으로라도 루니샤를 되살린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 윌리엄이란 작자의 정체는 오버스타인 소장일 가능성이 높겠구먼.
저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장님은 이쪽 분야 관련 연구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그 스탠스는 당시에도 변함없었어요.
그리고, 정말 소장님이 윌리엄이라면 하벨 씨가 벌써 정체를 밝혀내셨곘죠?
눈치도 빨라요. 그래, 당연히 철저하게 조사했지.
하지만 소장은 의심 가는 구석조차 없었네. 하긴, 뒤가 구리면 과학기술부 소장까지 승진하지도 못했겠지.
소장님의 입장은 이해가 갔어요. 인류의 윤리 도덕을 어기는 일이니까요.
제가 해보고 싶다고 건의했을 땐 리코까지 단호하게 반대했어요.
흐음? 그건 의외군... 철혈을 만들어낸 친구니, 그런 일에 가장 적극적이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리코가 그래 보여도 사실은 엄청 보수적인 녀석이었거든요. 자기가 납득 못하는 일에는 누가 뭐래도 절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죠. 그건 함께 연구한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녀석이 찬성할 리도 없었고, 그땐 저도 아직 혼자서는 제대로 된 마인드맵 모듈을 개발할 실력이 안 돼서, "윌리엄"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는 엄청 화를 내면서 저희에게 실망했다, 거절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어요.
하지만 그 욕설을 듣고서도 화가 나진 않았어요.
그는 분명 루니샤를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모든 희망을 걸고 저희에게 연락했는데 그것이 허사가 되어서 그렇게 분노했을 테니까요.
그자가 다시 연락한 적은 있나?
아뇨, 그 뒤론 전혀... 적어도 직접 연락한 적은 없어요.
2057년, 그리폰을 노린 연쇄 습격 사건 전까진...
웬 아동들이 그리폰 직원을 공격한 사건들 말이군.
회사 평판 때문에 그 사건 관련 파일은 모조리 파기됐을 텐데?
그래도 원본 파일을 보셨겠죠?
그렇지, 안젤리아가 자네에게 준 파일이 나한테서 가져간 거거든.
역시 그랬군요...
그럼 벌써 아시겠네요, 그 아이들의 두뇌 데이터가 그때 윌리엄이 저희에게 보냈던 데이터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요.
아니, 그건 처음 듣네.
그땐 리코가 떠난 뒤여서, 전 제가 리코보다 뛰어나단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데이터로 AR팀을 만든 거예요.
물론 그게 윌리엄이 다시 저에게 루니샤를 되살리도록 시키려는 수작이라는 건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그때 전 생각이 짧았어요...
설마 정말로 리코를 해칠 거라고는...
그럼, 리코의 죽음은 계획된 거란 말인가?
저도 진상을 밝히고 싶었어요. 하지만 윌리엄은 루니샤를 되살려 달란 요청을 거절한 저희를 원망했으니, 분명 그가 보복한 거겠죠.
그리고 리코가 개발한 엘리사도 분명 윌리엄과 관계 있을 거예요. 어쩌면 루니샤와도 관계가 있을지 몰라요.
그러니까... 자네와 리코는 윌리엄의 요구를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뒤 자신도 모르게 그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단 말이로군.
그렇게까지 놀아났으니, 그 작자의 정체에 대해서 분명 알아보는 시늉이라도 했겠지?
저도 사적으로 조사해봤는데, 연구소에서 제명됐던 연구원의 이름이 윌리엄이더군요.
하지만 오래전 제명됐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는 없었어요.
그럼 그자가 범인이라 생각하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하벨 씨라면 그자를 찾아내서 잡을 수 있죠?
유감스럽지만, 우리도 진작에 그자에 관해서 조사해 봤네.
하지만 그 사람은 죽은 지 오래야, 루니샤보다도 먼저 말이지.
뭐라고요...?!
누군가가 제명된 윌리엄이란 자의 신분을 도용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이 원래의 윌리엄도 기록이 전부 말소됐어. 마치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야.
이 정도의 정보 조작은... 일개 연구원이 해낼 만한 게 아니네.
그... 그럼 이 윌리엄은 대체 누구죠?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머지않아.
리무진은 한 빌딩 안으로 들어서 멈췄고, 하벨은 차에서 내려 주위의 검은 정장들에게 손짓했다.
그 우람한 체격의 경호원들은 차에서 내리는 페르시카를 데리고 빌딩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본 하벨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고,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경치를 바라보았다.
슬슬 때가 됐는데.
그의 말에 대답하듯, 전화기가 울렸다.
......
그래, 나일세.
페르시카의 신변은 확보했네. 그녀의 안전은 내 확실하게 보장하지.
아는 걸 다 말해 주었어. 우리의 추측과 거의 비슷해.
안전국? 나도 알아. 숙청의 시작일세. 이제 모스크바에 피바람이 불겠지.
뭐, 그 영감이 그 광경을 싫어하진 않을 테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새삼스럽지만 자네 파트너는 보는 안목이 정말 훌륭하구먼.
정말 전술인형만으로 그 군부대를 막아내다니, 역시 투자하는 보람이 있다니까.
아, 물론 절반은 자네가 내는 거지만 말이지.
그래, 그 친구도 이제 맑은 공기 마실 때가 됐지.
물론이네, 아직은 다 계획대로야. 하지만 추가로 요구할 것이 생겼어.
그곳의 연구 자료를 모조리 안전국에게 넘겨서는 안 되네.
음 음, 유적기구의 양반들이 불편해할걸세. 앞으로의 국면도 생각해 둬야지.
재벌들의 자금은 이미 그 쇠락한 나라에서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네. 그들도 곧 움직임을 보일 게야.
그 사이비는 아직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래도 어디서, 어떻게 자금을 얻는지는 알아볼 테니 걱정 말게나.
그래... 이제 남은 건 연맹이 어떻게 세워지나 구경하는 일이지.
전화기 너머의 말을 들으며, 하벨은 웃었다.
후후후... 정말 기대되는구먼.
전체 대사 보기 (125줄)
몇 분 전.
발전기 구역.
안젤리아, 중추 구역에 도착했어. 센서에 포착된 열원도 접근 중이지만, 역시 우리보단 느려.
<color=#00CCFF>기갑은 이런 비좁은 공간에선 움직이기 힘들지. 다른 녀석들은?</color>
1분 후 도착한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정말 우리 같은 경무장 전술인형들만으로 저렇게 무지막지한 기갑을 상대하라고? 우선 M4처럼 입자포부터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니야?
<color=#00CCFF>살아서 돌아가면 페르시카한테 몇 정 주문해보지 뭐.</color>
그래, 그럼 지금은 우리들만으로 어떻게든 해야겠구나.
<color=#00CCFF>투정 부릴 시간 있으면 빨리 시뮬레이션이나 돌려.</color>
벌써 20가지는 돌렸거든?
물론, 결과는 듣기 싫지?
<color=#00CCFF>당연하지, 보나마나 내 방안이 네 계산보다 승산이 더 높을 텐데.</color>
난 안젤리아가 자기 목숨을 종이 쪼가리마냥 버리는 요소는 고려하지 않거든.
<color=#00CCFF>오늘만큼은 정말 살아서 돌아갈 확률이 적어. 적을 확실하게 해치울 방법이 필요해.</color>
자신을 너무 고평가하는걸?
작전 짜는 머리는 그렇다 쳐도, 이런 정면 승부에선 네가 있든 없든 별 차이가 없다고.
<color=#00CCFF>......</color>
안젤리아, AK-12, 대원들이 도착했다.
다행이다, 늦진 않은 모양이군요.
또 만났네요, AK-12.
제가 금방 다시 만날 거라 했죠?
안젤리아가 너한테 조련사 역할을 맡겼을 땐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꽤 어울리는 것 같네.
신입인데 인사 선물은 준비해 뒀어?
글쎄요, 어떨까요? 나중에 적절한 시기를 골라서 적절한 걸로 드릴게요.
자,AK-15도 고개 돌리면 안 되죠. 호위 대상이랑 다투면 안 돼요.
...알았다.
탄약 분출.
앗.
예비 탄약 필요한가? 여기 있다.
고맙다.
딱 한 사람만 다른 탄종을 써서 예비 탄약도 따로 챙겨야 한다니, 정말 귀찮네.
그치, AN-94?
응?
아니, 난 괜찮다만...
......
중장갑 유닛을 상대하려면 대구경이 필요해. 545는 위력이 턱없이 모자라다.
하여간 힘밖에 몰라요.
아예 맨손으로 싸우는 게 더 세지 않을까?
AN-94는 아무리 까다로운 파트너도 잘 상대하고 어울리니 정말 믿음직스럽네요. 그것도 다 재능이려나요?
AN-94, 저 광견한테 잘해 줄 필요 없어.
넌 너야, 나나 다른 누구의 부속품 같은 게 아니라고.
어? 아니, 나는 그저――
<color=#00CCFF>얼굴도 비슷비슷하게 생겨먹은 아가씨들끼리 작작 좀 떠들지? 지금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 없다고.</color>
지금 AK-12에게 작전 방안을 공유받는 중이에요.
안젤리아 덕분에 AK-12가 상당히 괜찮은 방안을 구상했어요.
다만, 묘비에 뭐라 쓸지 아직 못 정한 게 아쉽네요.
어머, 그럼 이것보다 더 나은 방안 있어?
후후후, 농담도 잘하셔라.
그럼 얌전히 백업해.
저번과 똑같군요.
그래, 바로 저번과 마찬가지야.
당신과 협력하는 건 정말 즐겁다니까요.
AK-15, 저 서버룸에 대형 설비가 있으니 몇 개 뜯어서 장애물을 만들어 주세요. 위치는 지금 표시했어요.
알았다.
와아, 말 잘 듣네? 전술은 따위 취급하면서 콧방귀 뀌던 AK-15 맞아?
너도 파트너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구나.
AK-15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할 뿐이랍니다. 그러니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주면 돼요.
적어도 남을 따라하려 하진 않거든요.
......
아이참, 농담이에요.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자고요, 선배님?
<color=#00CCFF>너희들끼리 암호화 통신으로 주고받지만 말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최대한 간결명료하게 방안을 설명해.</color>
그리폰의 지휘관님이 계획대로 수문을 폭파한다는 것을 전제로, AK-12가 대부분의 작전 내용을 계획했어요.
그런데 당신을 살리면서 임무를 완수하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네요.
3번 서버룸의 2층 공간이 유일하게 배수 제어 가능 구역이니, 거기서 예고르를 요격할 거야.
그 주변도 적당히 복잡하니까, 다른 통로를 파괴해서 상대가 그 방으로 진입하도록 유인하겠어.
적이 매복 지점에 들어오면,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아레스 기갑의 화력을 분산시킬 거고.
기갑의 화력 시스템이 폐쇄된 공간에선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길 빌어야지. 참고로 이 방안의 승산은 약 5%야.
<color=#00CCFF>5%라...</color>
이마저도 낙관적으로 봤을 때의 수치야.
안젤리아는... 그냥 얌전히 뒤에서 구경이나 해.
장기 기사는 장기판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승리하면 포상으로 장기말들을 3배 더 비싼 소체로 교체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건 좀 무리한 요구 아닐까? 지금 당장만 해도 두 명이 좋은 소체를 낭비하고 있는데.
AK-15, AN-94, 화내지 말아요.
AK-12가 농담한 거예요.
흥... 해체 끝났다. 남는 물자는 더 없나?
가진 폭발물도 이게 전부다.
알았다, 아껴 쓰지.
저쪽의 배치를 부탁한다.
바로 작업하지.
<color=#00CCFF>정말 그 방안으로 할 거야?</color>
싫으면 RPK-16이랑 머리 맞대고 더 좋은 수를 짜내 보시던가. 그래봤자 내 것보단 못하겠지만.
인형이 편리한 점이 바로 이것 아니겠어요?
죽음이 우리 인형의 특권이듯이, 승리를 거머쥐는 건 인간인 당신의 특권이에요.
우리를 연민하다니, 역시 당신은 참 이상하네요.
그냥 실컷 날뛰게 해 주세요.
<color=#00CCFF>칫... 알아서 해.</color>
맞다, 3배 비싼 소체가 무리라면...
다음 임무에서 제 탄창을 전부 7N39 철갑탄으로 채워 주세요.
에이, 한 번으론 너무 모자라지. 다음 5번은 다 그렇게 해 줘.
그리고 최신형 연산 모듈도 달아 주시고요.
<color=#00CCFF>너넨 왜 꼭 이럴 때만 짝짜꿍이 맞냐...</color>
<color=#00CCFF>좋아, 하지만 그것도 UMP45가 내 계좌를 싹 털어 버리기 전에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야. 무슨 소린지 알았지?</color>
교섭 성립이네.
적이 거의 다 왔어. 가자.
알겠습니다.
라저.
알겠다.
......
타시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불만 가득한 표정의 페르시카는 하벨의 리무진에 올랐다.
잠시 후, 어디론가 향하는 하벨의 리무진 안.
아이고 배야...
허이구, 긴장하면 배탈 나는 건 여전한 모양이군? 이 차가 마음에 안 드나?
걱정 말게나, 빈틈없는 방탄 코팅에, 바닥도 아주 튼튼하게 방폭 처리도 해놔서 아주 안전해요.
정말 오랜만에 실험실 밖으로 나온 거라고요...
그리고... 기습보다 당신이 더 무서워요.
내가? 그거참 속상하구먼. 난 이렇게 정성 들여 자네를 지켜 주고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오지 않았다면, 안전국의 요원들이 와서 문을 두들겼을걸세.
그 양반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알면 눈이 다 휘둥그레질걸?
끄응...
어쨌든, 시간도 더 생겼겠다 얘기나 더 합세나.
흐음... 그래, 연구소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가 좋겠어.
모처럼 만에 외출할 마음이 생겼으니, 좋은 추억거리도 잔뜩이겠지?
뭘 알고 싶으신데요?
자네랑 리코는 나이 차도 꽤 되는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다 둘이 같이 연구하게 된 겐가?
리코는... 참 드문 천재였어요. 신경망 통제와 전자 분석 분야에선 저보다 훨씬 뛰어났죠.
인형의 마인드맵 연구는 각종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일이어서, 저희는 90Wish에 들어가기 전부터 도움을 많이 줬어요.
확실히, 그 친구가 개발한 철혈 인형의 마인드맵도, 우리 IOP의 것과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지. 정말 무시무시한 경쟁자였어.
그래서, 자네들과 루니샤는 또 무슨 사이였나?
그냥 소장님의 딸이었어요.
소장님이 너무 바빠서 그 아이를 챙겨 주지 못해서, 심심할 때마다 우리 연구실로 놀러 와서는 자기 가족 이야기도 해 주곤 했어요.
가족 이야기?
아빠, 그러니까 소장님이 자기와 남동생을 소홀히 한다면서 빈정대는 게 다였지만요. 그리고 곧 도시를 떠날 거라고도 자주 말했어요.
흐음... 당시 오버슈타인은 사방에서 공격을 받았어. 유적기구에서도 명성이 영 꽝이었지.
아무래도 가족을 멀리 피신시킬 셈이었나 보군.
그때 소장님께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나쁜 일인 것만은 확실했어요.
안색이 매일같이 안 좋아서, 개발팀도 머지않아 해체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니샤는 연구소를 떠났어요. 가기 전 함께 그 사진을 찍었고... 그 후론 다신 보지 못했어요.
그렇군... 그럼, 그 루니샤와 자네의 인형은 무슨 관계지?
......
페르시카는 양손을 꼭 움켜쥐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을 바라보던 그녀는 시선을 천천히 다시 차 바닥의 양탄자로 돌렸다.
사실... IOP에 입사하기 전, 그 "윌리엄"이란 사람의 연락을 받았어요.
흐음?
루니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저도 리코도 슬퍼하던 때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그 "윌리엄"이 저희에게 소포 하나를 보내면서 연락해왔어요.
같은 90Wish 소속이었으니,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죠. 하지만 아무도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고, 말투도 영 짜증 나서 연구팀 내에서도 평판이 나빴어요.
그래도... 그의 보고서는 정말 언제 봐도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리코 정도만 해도 희대의 천재라 생각했는데, 윌리엄은 리코 이상의 천재가 틀림없었어요.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분명 엄청난 물건을 본 모양이지?
저희에게 보낸 그 소포에는... 두뇌의 정보 시퀀스를 담은 데이터가 있었어요.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여서, 저도 리코도 입이 떡 벌어졌죠.
인간의 두뇌를 전산화, 분석해 기록한 데이터라니, 대체 어떻게 해낸 건지 상상도 안 갔죠.
윌리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인드맵을 만들어, 두뇌 구조 샘플로 복원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리코와 분석하던 도중, 저희와 루니샤가 함께 했던 기억이 있는 걸 발견했고... 그제서야 그가 무슨 속셈인지 깨달았죠.
인간의 두뇌를 데이터화했다고?
잠깐, 그럼 설마 그 인형들은...
네. 그 당시엔 시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저지르고 말았어요...
아이고 맙소사 이 아가씨야... AR팀이 특별하단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어?
하지만 그렇다면 비록 인형으로라도 루니샤를 되살린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 윌리엄이란 작자의 정체는 오버스타인 소장일 가능성이 높겠구먼.
저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장님은 이쪽 분야 관련 연구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그 스탠스는 당시에도 변함없었어요.
그리고, 정말 소장님이 윌리엄이라면 하벨 씨가 벌써 정체를 밝혀내셨곘죠?
눈치도 빨라요. 그래, 당연히 철저하게 조사했지.
하지만 소장은 의심 가는 구석조차 없었네. 하긴, 뒤가 구리면 과학기술부 소장까지 승진하지도 못했겠지.
소장님의 입장은 이해가 갔어요. 인류의 윤리 도덕을 어기는 일이니까요.
제가 해보고 싶다고 건의했을 땐 리코까지 단호하게 반대했어요.
흐음? 그건 의외군... 철혈을 만들어낸 친구니, 그런 일에 가장 적극적이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리코가 그래 보여도 사실은 엄청 보수적인 녀석이었거든요. 자기가 납득 못하는 일에는 누가 뭐래도 절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죠. 그건 함께 연구한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녀석이 찬성할 리도 없었고, 그땐 저도 아직 혼자서는 제대로 된 마인드맵 모듈을 개발할 실력이 안 돼서, "윌리엄"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는 엄청 화를 내면서 저희에게 실망했다, 거절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어요.
하지만 그 욕설을 듣고서도 화가 나진 않았어요.
그는 분명 루니샤를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모든 희망을 걸고 저희에게 연락했는데 그것이 허사가 되어서 그렇게 분노했을 테니까요.
그자가 다시 연락한 적은 있나?
아뇨, 그 뒤론 전혀... 적어도 직접 연락한 적은 없어요.
2057년, 그리폰을 노린 연쇄 습격 사건 전까진...
웬 아동들이 그리폰 직원을 공격한 사건들 말이군.
회사 평판 때문에 그 사건 관련 파일은 모조리 파기됐을 텐데?
그래도 원본 파일을 보셨겠죠?
그렇지, 안젤리아가 자네에게 준 파일이 나한테서 가져간 거거든.
역시 그랬군요...
그럼 벌써 아시겠네요, 그 아이들의 두뇌 데이터가 그때 윌리엄이 저희에게 보냈던 데이터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요.
아니, 그건 처음 듣네.
그땐 리코가 떠난 뒤여서, 전 제가 리코보다 뛰어나단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데이터로 AR팀을 만든 거예요.
물론 그게 윌리엄이 다시 저에게 루니샤를 되살리도록 시키려는 수작이라는 건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그때 전 생각이 짧았어요...
설마 정말로 리코를 해칠 거라고는...
그럼, 리코의 죽음은 계획된 거란 말인가?
저도 진상을 밝히고 싶었어요. 하지만 윌리엄은 루니샤를 되살려 달란 요청을 거절한 저희를 원망했으니, 분명 그가 보복한 거겠죠.
그리고 리코가 개발한 엘리사도 분명 윌리엄과 관계 있을 거예요. 어쩌면 루니샤와도 관계가 있을지 몰라요.
그러니까... 자네와 리코는 윌리엄의 요구를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뒤 자신도 모르게 그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단 말이로군.
그렇게까지 놀아났으니, 그 작자의 정체에 대해서 분명 알아보는 시늉이라도 했겠지?
저도 사적으로 조사해봤는데, 연구소에서 제명됐던 연구원의 이름이 윌리엄이더군요.
하지만 오래전 제명됐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는 없었어요.
그럼 그자가 범인이라 생각하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하벨 씨라면 그자를 찾아내서 잡을 수 있죠?
유감스럽지만, 우리도 진작에 그자에 관해서 조사해 봤네.
하지만 그 사람은 죽은 지 오래야, 루니샤보다도 먼저 말이지.
뭐라고요...?!
누군가가 제명된 윌리엄이란 자의 신분을 도용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이 원래의 윌리엄도 기록이 전부 말소됐어. 마치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야.
이 정도의 정보 조작은... 일개 연구원이 해낼 만한 게 아니네.
그... 그럼 이 윌리엄은 대체 누구죠?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머지않아.
리무진은 한 빌딩 안으로 들어서 멈췄고, 하벨은 차에서 내려 주위의 검은 정장들에게 손짓했다.
그 우람한 체격의 경호원들은 차에서 내리는 페르시카를 데리고 빌딩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본 하벨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고,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경치를 바라보았다.
슬슬 때가 됐는데.
그의 말에 대답하듯, 전화기가 울렸다.
......
그래, 나일세.
페르시카의 신변은 확보했네. 그녀의 안전은 내 확실하게 보장하지.
아는 걸 다 말해 주었어. 우리의 추측과 거의 비슷해.
안전국? 나도 알아. 숙청의 시작일세. 이제 모스크바에 피바람이 불겠지.
뭐, 그 영감이 그 광경을 싫어하진 않을 테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새삼스럽지만 자네 파트너는 보는 안목이 정말 훌륭하구먼.
정말 전술인형만으로 그 군부대를 막아내다니, 역시 투자하는 보람이 있다니까.
아, 물론 절반은 자네가 내는 거지만 말이지.
그래, 그 친구도 이제 맑은 공기 마실 때가 됐지.
물론이네, 아직은 다 계획대로야. 하지만 추가로 요구할 것이 생겼어.
그곳의 연구 자료를 모조리 안전국에게 넘겨서는 안 되네.
음 음, 유적기구의 양반들이 불편해할걸세. 앞으로의 국면도 생각해 둬야지.
재벌들의 자금은 이미 그 쇠락한 나라에서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네. 그들도 곧 움직임을 보일 게야.
그 사이비는 아직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래도 어디서, 어떻게 자금을 얻는지는 알아볼 테니 걱정 말게나.
그래... 이제 남은 건 연맹이 어떻게 세워지나 구경하는 일이지.
전화기 너머의 말을 들으며, 하벨은 웃었다.
후후후... 정말 기대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