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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AUT 항적

론도가 삼중주로 변할 때.

-58-1-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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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노이템펠호프 구역.

"윌리엄"의 옛 거처.

쉬익!

예리한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무거운 나무 문짝이 주변의 벽과 함께 토막났다.

토막난 조각들은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며 먼지구름을 일으켰고, 그동안 단절됐던 두 공간이 훤히 이어졌다.

그리고 회색 그림자는 빛을 등지고 문 앞에 나타났다.

????

...찾았다.

안젤리아.

타앙!

대꾸 대신 급소를 노리는 치명적인 탄환이었다.

이 지나치게 뜨거운 환영에 흥미가 없는 듯, 기다란 검은 그림자가 회색의 여성의 뒤에서 뻗어나왔다.

이어서 쇠붙이끼리 부딪히는 경쾌한 금속음으로,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안젤리아

쯧... 징그러운 자식.

????

어머나, 소련인은 다 입에 걸레를 물고 다니나요?

교양 있는 사무직인 사람으로서 실망이군요.

회색의 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녀의 "꼬리"였고, 그 끝에 달린 칼날은 저 문짝을 토막낸 원흉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철갑탄에도 저 꼬리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여자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양옆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완전무장한 하얀 병사들.

일말의 주저도 없이, 안젤리아는 곧장 뒤돌아 도주했다.

안젤리아

AK-12, AK-15, 여긴 맡긴다!

AK15

예.

낮게 대답하며, AK-15가 거대한 몸으로 안젤리아와 저 회색의 여자 사이를 가로막았다. 시뻘건 눈동자로, 흔들리는 꼬리를 노려보면서.

쉬익!

사냥하는 뱀처럼, 꼬리는 예고도 없이 인간의 육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속도로 칼날을 휘둘렀다.

쿠웅!

두 동강난 궤짝이 반작용으로 높이 치솟았다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

호오...?

회색 머리의 여인은 턱을 약간 숙이며 감탄했다.

????

제법이구나.

AK15

......

AK-15는 오른팔에서 어깨의 연결 부위, 방탄 조끼까지 주욱 베인 상처가 생겼고, 소체의 인공 피부도 벌어져 그 아래로 매혹적인 금속광택이 드러났다.

회색 여인은 빨랐지만, 상대는 더 빨랐다.

......

안젤리아

Q, 상대 신분.

Q

<color=#00CCFF>어디 보자... "미스 그레이", 갈라테아 그룹의 대변인이자 아주 유명한 과학자야.</color>

안젤리아

신상 정보.

Q

<color=#00CCFF>......없어, 벌침 시스템에 그녀에 대한 정보가 없어.</color>

안젤리아

이 따위면서 슈타지의 첩보력이 다시 전성기로 돌아왔다고?

Q

<color=#00CCFF>어쩌면... 내 권한이 모자란 걸지도.</color>

안젤리아

너네 목적은 패러데우스가 아니지?

그냥 그걸 완전하게 소유하고 싶을 뿐이지?

Q

<color=#00CCFF>이래서 똑똑한 사람이랑 협력하긴 피곤하다니까...</color>

<color=#00CCFF>그래도 좋은 소식은, 그래도 우리의 과정은 일치한단 거야.</color>

안젤리아

칫.

패러데우스 병사

목표... 발견.

안젤리아

......

쾅!

속까지 먼지로 가득한 수납함의 유리를 의수로 깨고, 소방용 도끼를 꺼내들어 좁은 복도를 가로막은 스트렐치의 머리를 내리쳤다.

하지만 스트렐치 하나가 맥없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똑같은 병사 두 명이 더 나타났다.

타탕!

안젤리아

제기랄.

퍼엉!

안젤리아가 엄폐물에 숨자마자 서쪽 방향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AK-15는 신소련 최강의 전술인형이라고, 쇼는 말했다.

안젤리아는 쇼를 믿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AK-12를 믿었다.

안젤리아

그럼...

안젤리아는 재빨리 탄창을 권총에 결합하며 중얼거렸다.

안젤리아

남은 건 내가 알아서 살아남는 것뿐이네.

......

타타탕!!!

쉬익!

AK15

——!

거리를 벌리면서 화력으로 제압을 시도하던 AK-15가 돌연 코앞에서 번뜩인 칼날에 몸을 뺐다.

본능적인 경보가 울려, 미련 없이 손의 무기를 버리고 연속 백덤블링으로 거리를 더 크게 벌렸다.

투둑.

두 토막 난 AK-15 소총이 바닥에 떨어졌고,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날아왔던 회색 섬광도 그레이 곁으로 돌아갔다.

그레이

아버님께서 소련의 기술에 집착하시던 이유를 좀 알 것 같구나.

하지만 이런 비좁은 공간에선 나와 거리를 벌리지 못할 거야.

그녀의 양손 중지와 약지 사이가 갈라져, 흉측한 칼날이 뻗어나왔다. 그 길이는 어림잡아도 얼굴의 2배였다.

탕! 챙!

AK-15도 섬광처럼 MP443 권총으로 상대의 안면을 공격했지만, 총알은 저 전갈 꼬리를 도저히 돌파할 수가 없었다.

AK15

......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고, AK-15는 묵묵히 허리춤의 대검을 뽑았다.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그레이는 동시에 등뒤도 힐끗 보았다.

AK12

......

그레이

론도가 삼중주로 변하는 것이려나?

삐이.

AK12

<color=#00CCFF>이 놈, 신체 능력이 웬만한 군용 인형 뺨치는 수준이야. 그래도 권총탄으로도 피해는 줄 수 있지만 문제는 저 꼬리란 말이지...</color>

<color=#00CCFF>재질이 뭔지 당장 분석은 못 하겠는데 아무튼 엄청 튼튼하고 예리해, 저 양손의 칼날도 마찬가지고.</color>

<color=#00CCFF>저것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못 잡을 텐데... 느긋하게 관찰한 덕분에 약점 어딘지 알았으니까 너무 걱정은 마.</color>

AK15

<color=#00CCFF>...그래.</color>

AK12

<color=#00CCFF>어라, 내가 구경만 해서 투덜댈 줄 알았더니?</color>

AK15

<color=#00CCFF>내 눈은 움직임만 간파하지만, 네 눈은 약점을 간파하니까.</color>

<color=#00CCFF>나는 내 동료를 믿는다.</color>

AK12

<color=#00CCFF>걔 덕에 진짜 많이 변했구나 너...</color>

<color=#00CCFF>...오, 약점 하나 더.</color>

AK-12도 칼날을 눕히며,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로 그레이를 응시했다.

AK12

<color=#00CCFF>저 꼬리는 동시에 두 방향을 못 노려.</color>

쉬익!

그레이

——!

슉——!

앞뒤, 좌우.

두 하얀 그림자는 동시에 그레이에게 돌진했고, AK-15의 발돋움은 순간적으로 소닉붐까지 일으켰다.

2~3m 거리가 겨우 몇 cm가 되는 것은 눈 깜짝할 새였다.

그레이

흥!

쨍!

칼날들이 서로 부딪혀 불꽃이 튀었다.

그레이는 꼬리로 AK-12를 막고, 손으로는 AK-15를 저지했다.

허나 이것이 오판이었음을 바로 깨달았다.

AK15

하아압...!

그녀의 팔은 AK-15와 힘겨루기를 하기엔 한참 역부족이었다.

AK-15는 그레이의 눈동자를 노려보며, 손날에 막힌 대검을 괴력으로 누르며 점점 그녀의 얼굴에 다가왔다.

그레이

이... 광견이...!

모욕당한 것처럼, 그레이는 분노했다.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AK-12를 튕겨내고, 눈앞의 AK-15를 꿰뚫으려 했다.

AK12

이얍!

그레이

――?!

그런데 어째선지 꼬리가 무거워져 그레이가 곁눈질하니, 튕겨나간 줄 알았던 AK-12가 두 다리로 꼬리에 단단히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AK12

역시, 칼날이랑 꼬리는 일체형이 아니었네? 연결 부위가 많이 취약해.

꼬리 끝의 "독침"을 붙잡고, AK-12는 연결 부위에 수류탄을 끼우고 안전핀을 뽑았다.

쿵!

그리곤 높이 치켜들어 올려진 꼬리 끝에서 다리를 풀고 착지했다.

그레이

이——

퍼엉!

꼬리 끝에서 일어난 폭발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AK15

...손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치 중이던 AK-15가 갑자기 한손을 놓더니, 빈틈을 노려 그레이의 갈라진 팔에서 뻗어나온 칼자루를 덥석 붙들었다.

그레이

――?!

AK-15의 양팔이 비틀리고, 두 발로 디딘 자리의 목재 장판이 무지막지한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으스러졌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예감이 그레이를 엄습했다. 이 인형은 지금――

우드득!

그레이

끅, 크아아악!!

푸른 스파크가 AK-15의 얼굴에 시꺼먼 흉터를 남겼다.

그레이의 한쪽 팔의 칼날이, 억지로 뽑히면서.

AK15

AK-12!

AK12

나이스!

AK-15는 뜯어낸 칼날을 그레이 뒤의 AK-12에게 패스했다.

AK-12는 이를 깔끔하게 받아낸 다음, 날을 돌려 잡아――

서걱!

위로 휘둘러진 날은 수류탄이 폭발했던 자리를 정확히 베었고, 전갈의 독침은 공중에서 회전하다 바닥에 떨어졌다.

다친 꼬리가 다시 AK-12를 쳐냈지만, 예리함을 잃어 공격이랄 것도 아니게 되었다.

AK15

......

AK-15도 그레이가 분노에 눈이 먼 사이에 다시 거리를 벌렸다.

AK12

아야야... 과연 누더기 괴물이야, 징그럽게도 끈질기네.

대체 어떻게 된 구조래?

또 다시 대각선으로 포위하는 구도.

AK-12는 여유만만한 태도로 "독침"과 한쪽 "집게"를 잃은 전갈을 보며 떨어뜨렸던 총을 주웠다.

AK15

꼬리는 내가 유인하겠다. 중거리에서 화력 투사해라.

AK12

이럴 줄 알고 탄창을 넉넉하게 10개나 남겨 뒀지~

두 인형은 이젠 통신조차 않고 대놓고 떠들었다.

꼬리로 AK-12의 사격을 막는다면 저 맹수를 한 손만으로 상대해야 하고...

꼬리로 맹수를 상대하자니 총알 세례에 그대로 노출될 터였다.

그레이는 자신이 궁지에 몰렸음을 실감했다.

AK12

——어!?

하지만 바로 그때.

AK-12가 돌연 미소를 거두고 식겁하며 허리를 푹 숙였다.

부웅!

한 자루의 장검이 그녀의 머리 위를 스쳤고, 벽에 수 m 길이의 베인 자국이 생겼다.

AK12

...쳇.

하마터면 팔디스키에서처럼 또 하반신을 잃을 뻔한 통에 AK-12는 상대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고, 상대가 그레이의 곁에 도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

그레이...

하얀 기계 부위가 돋보이는 여성은 처참한 그레이의 모습을 보자 차가운 눈동자에서 분노가 일렁였다.

하지만 이를 냉철하게 억눌렀다.

??

...몰리도 언니가 성공했다.

그레이

...물러나자, 틸.

......

분노와 한이 서린 눈빛으로 두 인형들을 경계하며, 틸은 그레이를 안고 검으로 한쪽 벽을 베어 길을 열었다.

AK15

——!

AK12

멈춰, 쫓지 마.

바로 뒤쫓으려던 AK-15를 AK-12가 제지했다.

그리고 통신으로 엄폐물 뒤에 숨어 있던 안젤리아를 호출했다.

AK12

작전 성공.

안젤리아

<color=#00CCFF>좋아, 이제 잠깐 기다리자고.</color>

<color=#00CCFF>저 토끼들이 자기네 이상한 나라로 돌아갈 때까지.</color>

눈치 없는 불청객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안젤리아는 이 양옥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끼이익...

안젤리아

콜록... 먼지 쌓인 거 봐라...

안젤리아는 허공에 손을 휘휘 저으며 주위를 살폈다.

방 안의 가구로 보아 이곳은 서재인 듯했다. 다만 필시 웅장했을 터인 과거의 모습은 전부 두껍게 쌓인 먼지 아래 묻힌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마호가니 책상 뒤로 화려하게 장식된 벽에는 모두의 눈길을 끄는 기이한 형상의 잎갈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나무"는 가지 끝마다 인물 사진과, 그 사진의 주인공 것으로 보이는 이름도 적혀 있었다.

안젤리아

이건...

가계도인가?

안젤리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와, 그 화려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이 가문의 가계도는 안젤리아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방대했다.

하지만 이 가계도가 그녀의 궁금증 이상으로 주의를 끈 이유는 바로 나무의 꼭대기 때문이었다. 가장 최신의 후손이 있어야 할 그곳은 어째선지 흉측하게 불태워져서 얼굴도, 이름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분간 가능한 점은, 이 가문이 남자도 머리를 기르지 않는 이상 저 사진 중 하나는 여자아이였다.

안젤리아

루니샤...

지지직.

안젤리아의 통신기가 불길하게 울렸다.

안젤리아

지휘관?

지휘관

<color=#00CCFF>안젤리아 씨...</color>

<color=#00CCFF>죄송하지만... 부탁드릴 일이 생겼습니다...</color>

안젤리아

...너 왜 불곰 열 마리한테 두들겨 맞은 목소리야?

지휘관

<color=#00CCFF>비슷하네요...</color>

<color=#00CCFF>기습당했습니다... 몰리도에게...</color>

안젤리아

뭣... 지금 어디야?!

지휘관

<color=#00CCFF>댄들라이가 잡혀갔습니다...</color>

<color=#00CCFF>그녀가 절대 패러데우스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돼요...</color>

<color=#00CCFF>그러니... 부탁드립니다...</color>

안젤리아

됐고 지금 어디냐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 포기하지 마, 내가 지금――

지휘관

<color=#00CCFF>시간 내서... 저 대신 카리나도 보러 가 주세요...</color>

안젤리아

팔자 좋게 유언이나 남길 때냐!

...지휘관? 야!

지휘관

<color=#00CCFF>믿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전우라고...</color>

툭.

통신이 끊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