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쇼크
EP.14 · 만성쇼크

SSE03-2 동탑 37层

조각들...

-58-S3-3

1 / 104
전체 대사 보기 (87줄)

철컥.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Fe56C팀은 37층으로 진입했다.

시야에 들어온 방은 무척 넓었지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케이블이 이리저리 얽힌 가운데 기계들이 촘촘하게 쌓여 있어, 마치 알이 가득한 벌레 둥지 같았다.

전투에 휘말리진 않았지만, 이곳을 지키던 인원은 이미 철수한 모양이었다.

방대했을 터인 데이터베이스는 철저하게 삭제된 상태여서, 드리머가 일단 일부 데이터를 복원하는 덴 성공했지만 순서가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

확인할 때, 내용을 잘 확인하고 분간해야 한다.

돋보기를 터치해 민감 정보를 발굴합니다<cg>-400,100<cg>-240,-250<cg>240,-60

......

몰리도

무엇이 보여?

그레이

전갈.

......

푸욱!

거대한 전갈 꼬리가 스트렐치의 흉부를 꿰뚫어 높이 들어올렸다 옆으로 휙 내던졌다.

몰리도

이게 네 한계인가 보구나, 그레이.

나르시스는 뭘 어떻게 해도 못 따라잡겠네.

그레이

...저를 그런 광견과 비교하시면 곤란합니다.

저는 사무직이라 역할도 전투가 아닐 텐데요...

......

몰리도

네가 할 일은 완벽하게 흉내내는 것이 아니야. 자신감을 갖는 거지.

네가 그레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해.

그레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저 말고 다른 "그레이"가 있나요?

몰리도

바로 그거야.

......

그레이

갈라테아... 내가 나설 차례군.

??

뭐가 보이냐?

몰리도

거미.

......

한기가 가득한 공장에, 체격도 얼굴도 모두 똑같은 니토들이 모여 있었다.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동자에 강렬한 적의를 불태웠다.

――땡.

스피커가 가볍고도 관통력 있는 벨을 울렸다.

그러자 고독의 벌레들처럼, 그들은 즉시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고 찢었다.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

??

너는 너 자신을 증명했다.

네 유전자의 농도가 기준에 부합한다면, 넌 살아남을 수 있다.

네, 아버님.

준비됐습니다.

??

너의 피를 장치에 넣어라.

몰리도

...예.

......

스르륵...

마흐리안

......!

돌아왔구나!

몰리도

......

걱정되어 어쩔 줄 모르는 상대를 보며, 몰리도는 주사기를 탁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여태까지 연마해 온, "눈부신 미소"를 보였다.

몰리도

고마워, 언니.

앞으로는 테스트를 안 해도 돼.

아버님께서 날 인정해 주셨어.

마흐리안은 팔을 움켜쥐고, 동생에게 진심어린 미소로 화답했다.

......

......

그레이

무엇이 보이니?

??

사마귀.

그레이

몇 번을 오든 제 대답은 변함없습니다.

그레이

저는 절대 갈라테아에 들어가지 않을 거고, 당신들을 위해 일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레이

제가 하는 일은 전부 인류에 봉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개인의 사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

그레이

매번 번호로 부르긴 너무 번거롭네.

흠... 그래, 이제부터 너를 "틸"이라 부를게. 괜찮지?

??

...틸?

그레이

그래, 틸.

??

괜찮다... 응. 이제부터, 내 이름은 "틸"이다.

......

부웅——

진동하는 장검에, 훈련장의 모든 과녁들이 순식간에 토막났다.

??

흠, 쓰레기에 쓰레기를 더하니 의외로 쓸모가 있어졌네.

그 검은 너에게 주마.

감사합니다, 아버님.

패러데우스를 위해, 쓸모를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레이를 위해서.

저지

당장 복원해낸 건 이것뿐인가. 나머지는 그냥 통째로 회수를...

...드리머?

드리머

......

저지가 지시를 내리면서 고개를 돌리니, 드리머가 멍 하니 있었다.

......

드리머의 의식은 호수에 잠긴 듯이 고요한 어둠에 빠졌다.

고요한 전자의 바다에, 그녀가 가라앉아 일어난 물결이 잠들어 있는 의식들을 깨웠다.

드리머

......누구야.

대답해, 거기 있는 거 누구야?

어둠 속에서 그녀의 의식이 떠있어, 상하좌우를 분간할 수가 없었고, 자신의 존재마저 희미해졌다.

해킹당한 건가... 가장 먼저 떠오른 가능성은 바로 부정했다.

이건 능동적인 전자전 공격이 아니라, 거의 본능적으로 그녀를 이곳에 끌어온 것이었다.

드리머

......!?

드리머가 나갈 길을 찾으려 하자, 몸이 무언가에 묶인 느낌을 깨달았다.

??

누가... 왔어?

그들이 결국 왔구나...

??

썰물은 지나갔는데, 그런데 여기 들어온 이는 우리처럼 가여운 이겠지...

드리머

뭣... 대체 뭐야?!

드리머는 반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자신을 붙잡은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

춥지? 무섭지?

괜찮아, 여기 오면 아무도 널 해치지 않아...

??

괴로워하고 있구나. 우리에게도 들려, 너의 목소리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 않아도 돼... 이제 우리 사이로 돌아올 수 있어...

드리머

대체 뭐냐고! 당장 멈춰!

그녀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 목소리들은 망설이고 두려워하면서도, 남을 해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마치 파도처럼, 고정된 형체 없이, 그저 뒤죽박죽인 데이터가 밀려들어 그녀의 몸이 흩어지려는 것 같았다.

목소리의 근원을 찾으려던 그때, 또 어디선가 미약하지만 강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스스로를 속이지 마...

물이 빠졌어. 여긴 곧 사라질 거야.

......

목소리들은 아픈 곳을 찔린 듯 바로 흩어져, 잔잔한 메아리만 남겼다.

??

우리가... 우리가 영원히 하나가 된다면...

......

??

사라지지 않아... 아무도, 사라지지 않아...

우리는 함께할 거야... 천국도 지옥도 아니고, 저주받지도 구원받지도 아니하며,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아...

......

..............

저지

드리머!

드리머

......!?

돌연 정신을 차린 드리머가 반사적으로 옆의 탁자를 부숴버렸다.

저지

괜찮아? 무슨 일이야?

드리머

......

놀란 가슴은 금방 진정되지 않았고, 호흡도 조금 무거웠다.

드리머

이상한... 목소리의 단편들이 들렸어, 어림잡아도 1,000개는 되는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저지

그게 무슨 소리지? 해킹당한 거냐? 적이 가까이 있어?

드리머

......아니.

드리머는 고개를 저었다.

드리머

적이 아니야. 그냥... 불쌍한 바보들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