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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 오귀인의 샘물

반항자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68-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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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274줄)

"죽음의 바다", 아베르누스.

묵직한 충격과 폭발의 굉음이 아직도 이어지는 가운데, 이따금씩 원념이 서린 듯한 날카로운 비명도 들리는 아비규환.

거대한 쌍둥이 탑이 불길에 찢어지며 불타는 가죽과 살을 흩뿌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지옥의 문"이란 명칭에 걸맞았다.

<color=#00CCFF>"엘모호 내 전원, 주의. 잠시 후 차량 전체 자가진단 모드가 가동됩니다. 자가진단 예상 종료 시각, 0425.</color>

차내 방송이 끝나는 동시에 AR-18이 지휘실로 들어왔다.

AR18

AR-18, 전황 보고드립니다.

무로메츠 작전은 작전 목표 "아베르누스의 파괴"를 달성하여 종료되었습니다.

서탑 완파, 동탑 파괴 면적 65% 초과.

동력 시스템의 작동 정지가 확인되었으며, 건물 전체는 약 1시간 후 완전히 추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출동 유닛은 현재 복귀 중, 엘모호는 차량 전체 자가진단 모드를 가동했습니다.

지휘관

철수 진도는?

AR18

민들레 팀은 5분 전 엘모호로 복귀하여 현재 전신 제염 및 부상 처치 중입니다.

Fe56, 서광 및 우산은 안전 지대로 진입, 약 15분 후 엘모호 도착 예정입니다.

SSE 현장 민감 정보는 현재 수신 중으로, 아베르누스에서 확보한 모든 실험 데이터 및 연구 자료 등을 포함했습니다.

지휘관

좋아, 철수 완료하는 즉시 엘모호의 모든 리소스를 인형 수복에 돌린다.

회수한 인형 마인드맵의 데이터 보호도 명심해.

AR18

예.

이어서, 아이네이아스 작전의 작전 목표 "요원 안젤리아의 구출"은 실패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남겨진 "철완"은 회수하였습니다.

지휘관

...알았다.

AR18

안전국이 담당한 크림힐데 작전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당측은 현재 공중 선회 유지 중입니다.

지휘관

남은 청소 작업은 그쪽에 맡기자.

AR18

특수 목표, 콜네임 "윌리엄"은 생포하여 현재 1021호실에 수감하였습니다.

지휘관

그래.

AR18

이상, "원정" 계획의 모든 내용이었습니다.

지휘관

그래, 부상자와 정보 회수를 마치면 바로 복귀하자.

AR18

예.

AR18

엘마, 통신 기록과 정보 상태 체크하고 그리폰 네트워크에 다시 접속할 준비해.

엘마

알았어~ 작전에 참가했던 모두 다시 눈 떴을 때 엘모호 안이면 무지 기쁘겠지?

AR18

그리고 민들레 팀의 제염과 기본 정비가 끝났으니 마중하도록.

엘마

오케이~

엘마가 가벼운 총총걸음으로 사라진 방에는 시끄러운 타자음과 통신 알림음만이 남았다.

AR18

죄송합니다 지휘관,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엘모호의 자동 운전 가동 후 목적지는 여전히 기존 계획의 좌표인 "죽음의 바다" 가장자리가 맞습니까?

지휘관

맞아.

AR18

알겠습니다. 차량 전체 자가진단은 약 20분 후 완료 예정입니다, 이상 없음이 확인되는 즉시 자동 운전을 가동하겠――

갑작스런 통신음.

AR18

...훈작사의 통신입니다.

지휘관

......

겨우 한숨 돌리던 지휘관은 하는 수 없이 다시 똑바로 앉아, 방금 컵에 따른 커피를 들이켰다.

지휘관

연결해.

훈작사

<color=#00CCFF>우선 축하의 말부터 전하겠네, 지휘관.</color>

<color=#00CCFF>공식 허가로 보충받은 그 독단 행위를 훌륭히 완수했으니 말일세.</color>

<color=#00CCFF>"죽음의 바다"는 더 이상 접근 금지 구역이 아니게 되었고, 관건 목표까지 확보했으니, 아주 훌륭해.</color>

지휘관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훈작사

<color=#00CCFF>그리고 나는 분명 자네에게 그만두라고 했지.</color>

지휘관

아니오, 당신은 안젤리아 씨를 희생시키려 했죠.

훈작사

<color=#00CCFF>죽음은 끝이 아닐세. 하물며 우리의 목숨도 우리만의 것이 아니지.</color>

<color=#00CCFF>기나긴 여정길의 도중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또 누군가가 새로이 합류하는 법.</color>

<color=#00CCFF>그러니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자네 자신을 위해서도, 크루거와 기지의 남은 이들을 위해서도.</color>

지휘관

제 짐작이 맞다면, "그"를 넘기길 바라시겠죠?

훈작사

<color=#00CCFF>지금 슈타지가 "죽음의 바다" 외곽에 진을 치고 있네.</color>

<color=#00CCFF>"그"가 누구의 손에 넘어가든, 자네의 손으로 처리하게 될 일은 없어.</color>

<color=#00CCFF>자네는 자네의 할일을 마쳤네. 그러니 이제 그 바통을 이 난장판을 끝낼 수 있는 이에게 넘기게나.</color>

<color=#00CCFF>이러한 것은 크루거가 이미 잘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하네만.</color>

지휘관

당신은 "그"를 어떻게 하실 셈입니까?

훈작사

<color=#00CCFF>...나는 지금 부탁하는 것이 아닐세, 지휘관.</color>

지휘관

알고 있습니다.

훈작사

<color=#00CCFF>자네가 약점 없는 사람인 것도 아니잖나.</color>

지휘관

예,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훈작사

<color=#00CCFF>또 멋대로 행동하려는 건가?</color>

지휘관

...저는 단지, 끝을 맺고 싶습니다.

총구에 묻은 피에 위안을 주고 싶을 뿐입니다.

훈작사

<color=#00CCFF>모든 일에 반드시 결말이 있고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야.</color>

<color=#00CCFF>자네도 내 나이쯤 되면, 사람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통감할걸세.</color>

<color=#00CCFF>어찌할 수 없는 일의 책임을 자신에게 지우려 하지 말게.</color>

지휘관

제가 직접 "그"를 당신에게 넘긴다면 저에게도 책임이 생깁니다.

당신의 그 "큰 그림"에, 패러데우스를 세상에서 뿌리뽑는 것이 없다면요.

훈작사

<color=#00CCFF>아베르누스가 자네의 눈앞에서 무너져 내렸건만, 그런데도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color>

지휘관

시치미 떼지 마십쇼!

훈작사

<color=#00CCFF>감정에 휘둘리지 말게, 젊은이.</color>

지휘관

저는 당신을 몹시 존경했습니다, 크루거 씨를 존경하는 만큼.

훈작사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알겠네.</color>

지휘관

내심 결론을 내리셨나 보군요.

훈작사

<color=#00CCFF>곧 만나세, 지휘관.</color>

훈작사

<color=#00CCFF>"윌리엄"과 함께.</color>

지휘관

......

통신은 인사가 아닌 침묵으로 끝났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이 침묵을 깨야만 했다.

AR18

지휘관, 2호 채널에 안전국의 통신입니다.

지휘관

......

네가 처리해, 잠시 좀 조용히 있고 싶어.

AR18

이건 제가 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판단됩니다.

굳세지셔야 합니다.

지휘관

<size=50>굳세지고 나발이고!</size>

<size=50>조용히 있고 싶다고 했잖아!</size>

정말 간만에, 무너지기 직전인 인간이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휘관

5분, 아니 1분만이라도 되니까!

혼자 있게 내버려둬!

지휘관

...제발.

지휘관은 몸을 의자에 파묻었다.

그 모습에 AR-18은 더는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지휘실을 나왔다.

잠시 후, 엘모호의 수복실.

엘마

어라? 너 지휘실에 안 있고 왜 여기 왔어?

<color=#00CCFF>"자가진단 진행률 25%, 완료까지 예상 15분."</color>

차내 방송이 엘마의 질문을 가로챘다.

AR18

작업 진도 확인하러 왔다. 차량의 자가진단은 순조로운 모양인데, 현 상황은?

엘마

어... 아, 민들레와 Fe56의 기본 검사가 끝났어.

UMP9은 마인드맵 코어에 손상은 없지만 아직 교체할 소체가 없어서 이전을 기다리는 중이야.

서광이랑 유니콘은 아직 수복 대기열이고, RO635는 신기하게 차례를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 달라고 하더라?

AR18

엘리아나는?

엘마

아... 걔는 마인드맵이 완전히 융해돼서 아무런 데이터도 회수할 수가 없었어...

AR18

알았다.

혼자 구석에 앉아 멍하니 UMP9의 코어를 보고 있는 UMP45를 발견한 AR-18은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마인드맵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UMP45

나 괜찮아, 마인드맵도 안정적이고.

AR18

UMP9과 대화 중이었나?

UMP45

응, 새 소체로 옮기는 거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대서.

AR18

......

AR-18은 UMP45와 UMP9의 코어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살며시 집었다.

AR18

너희는 대화할 때 외장 케이블이 필요한 건가?

UMP45

그건 아니지만, 지금은 나랑만이 아니거든.

AR18

또 누가 있지?

UMP45는 대답 대신 싱긋 웃으며, AR-18을 직접 그들의 채팅룸으로 초대했다.

UMP9

어, AR-18이 여긴 웬일이야?

UMP45

얘가 네 걱정을 엄청 하는 거 있지~ 이 기회에 잘 친해져 봐.

UMP9

정말?! 와아 나 좀 감동 먹었어...

AR18

......

AR-18는 이 촌극에 어울려 주지 않고, 예리한 시선을 다른 한쪽의 명랑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에게 향했다.

AR18

너는?

UMP40

안녕~ UMP40이라고 해~

UMP45

내 예전 파트너의 모의 인격이야, 40이라고 불러도 돼. 물론 진짜 40은 옛적에 사라지고 없지만.

AR18

...반갑다.

UMP9

자아자아, 어색하게 그러지 말고 모두 함께 수다나 떨자구~

UMP40

그래그래, 방금 어디까지 했더라?

UMP45

해변에서의 임무 중엔 소체를 어떻게 유지보수하는 게 좋은가.

...아, 너희끼리 얘기하고 있을래? 나 잠깐 나갔다 올게.

UMP9

엥? 잠깐――

UMP45는 자신이 만든 채팅룸에서 슉하고 사라졌다.

UMP9

치이... 언니 뭐야, 자꾸 여기저기서 사람 꼬드겨다 여기 들어오게 하고. 나랑 얘기하기 싫은가?

AR18

...너희도 자매로군.

AR-18은 왜 그때 UMP45가 그토록 "열정적"이 되었는지를 깨달았다.

UMP40

하하하, 45는 너랑 얘기하기 싫은 게 아니야.

그저, 당장은 너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래.

UMP9

어? 왜?

UMP40

그야 네가 눈앞에서 펑 터져버린 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걸.

UMP9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전술인형이 희생하는 거야 자주 있는 일이잖아? 결과적이긴 하지만 내 마인드맵도 멀쩡한걸.

자책할 거 없는데... 안 그래, AR-18?

AR18

...음.

AR-18은 적당히 반응해 주며 채팅룸의 출구를 찾았다.

UMP40

네가 자폭하고서 45가 진정하기까지 정말 한참 걸렸다니까.

UMP9

정말...? 나 오프라인일 때 언니가 뭘 어떻게 했어?

UMP40

먼저, 발광하면서 남은 적들을 몽땅 해치웠지.

그리고 네 잔해 앞에 털썩 주저앉아서 몇 분 동안 멍때렸어.

UMP9

아앗...

AR18

......

UMP40

그러다 간신히 정신 차리고는 네 코어를 꺼내서 보호 조치를 취했어.

UMP9

혹시 내 코어 들고 뭐라 말했었어?

UMP40

응, 뭐랬냐면――

UMP45

나 없는 틈에 뒷담 까고 있던 건 아니지~?

언제 돌아왔는지 UMP45가 UMP40의 뒤에 나타나, 친근하게 껴안는 척하며 급소를 노렸다.

UMP40

아하하, 에이 그럴 리가아~

UMP9

돌아왔구나 언니!

UMP45

응, 티파티에 손님 두 명 더 불러왔어.

HK416

아주 팔자 좋게 농땡이 치고 있었구나.

G11

후아암... 여기 침대 좀 만들어 주라...

AR-18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AR18

나는 사담이 익숙치 않고 아직 할일도 있으니, 이만 가보겠다.

UMP45

그래? 그럼 계속 수고해.

UMP45는 의외로 간단히 AR-18에게 출구를 열어 주었다.

그런데 UMP40이 뭉쳐서 떠드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AR-18를 배웅했다.

UMP40

잘 가 AR-18, 나중에 또 보자.

AR18

그래.

...잘 있어라.

AR-18은 한숨을 쉬고, 404 소대의 곁에서 떠나려 했다.

UMP45

40은 바깥의 인형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아.

AR18

...그런 것 같더군.

UMP45

비밀로 해 줄 거지?

AR18

그래.

AR-18가 수복실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니, 뾰로통한 얼굴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엘마

너 이상해.

AR18

...전혀.

엘마

이상하다니까! 봐봐, 안색이 블랙존보다 새까마면서!

AR18

헛소리 마라.

엘마

네가 항상 포커페이스여도 지금 기분 엄청 나쁜 거 다 알겠거든?

왜 그래? 무로메츠 작전 성공했잖아, 아베르누스도 박살났는데 왜 전혀 기쁜 모습이 아니야?

AR18

...아무래도, 진짜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 같아서.

엘마

응?

어리둥절해하는 엘마의 얼굴을 보며, AR-18은 자매 사이에 이러한 화제는 부적절함을 느꼈다.

AR18

아니,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단 거다.

엘마

흐응...

있잖아, 모두 혹시 그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기분이 안 좋은 걸까?

AR18

음?

엘마

모르겠어? 저기 수복캡슐에서 나온 애들, 모두 억지로 웃고 있는걸.

AR18

...넌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건 바로 나였군.

엘마

응?

AR18

지휘관 같은 인물이라면, 수많은 전투와 희생을 겪어봤으니...

이미 감정이 메말라 무감각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AR18

하지만 내가 틀렸어.

무감각한 건 아무래도 나뿐인 것 같다.

엘마

그야... 네가 "교관"이라서겠지.

AR18

......

엘마

넌 "AR-18"보단 "교관"으로 있기가 익숙한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너만은 꼭 이성적이고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AR18

그런가?

...우리 중 "미래호"에서의 기억을 온전히 가진 자는 매기뿐.

그녀의 말을 전부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조금 공감이 되는군.

엘마

뭐가?

AR18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 심정을 어떻게 읽었지?

가끔은 나 스스로도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엘마

그건... 크흠.

나, 지휘실 보안 카메라도 볼 수 있으니까.

AR18

......

엘마

뭐, 뭐야 왜 그렇게 봐! 나 통신 지원하는 팀 대장이잖아, 그런 것도 당연히 다 봐야지!

AR18

방금 발언 철회한다.

엘마

어느 발언?

AR18

매기에게 공감한다는 발언.

지휘실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그런데 얼굴은 안 보이고 대신 케이크를 든 손이 보였다.

???

단 거 먹으면 기분 전환에 도움된대!

지휘관

...엘마구나, 들어오렴.

엘마가 케이크 뒤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엘마

아직도 화났어?

지휘관

아니, 누구한테도 화나지 않았어.

AR-18 보면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 주겠니?

그리고 지휘실로 돌아오라고도.

엘마

에? 그냥 지휘관이 통신으로 부르면 바로 돌아올 텐데?

지휘관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직접 사과하려니 말이 잘 안 나와서. 그러니까 대신 좀 부탁할게.

엘마

......

엘마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바로 나가진 않았다.

지휘관

또 무슨 일 있니?

엘마

응, 묻고 싶은 게 있어. 인간이 죽으면 장례식을 하잖아.

엘마

그럼... 안젤리아에게도 장례식을 할 거야?

지휘관

......

지휘관

아니, 그녀의 묘비는 여기에 세울 수 없어.

엘마

그렇구나.

지휘관

내가 아는 그녀라면, 우리가 그녀의 묘비 앞에서 우는 걸 봤다간 눈 뒤집고 주먹을 날리려 들 거거든.

엘마

우와, 안젤리아는 장례식이 필요 없는 사람인가 보네.

지휘관

응.

엘마

그럼... 질문 하나 더 있어.

지휘관

뭐니?

엘마

출발 전에 이야기책을 읽었어. 주인공이 죽은 어머니를 되살리려고 고생해서 절벽 밑에 자라는 영약의 재료를 캐러 가는.

만약 세상에 정말 그런 영약이 있다면, 지휘관은 안젤리아를 되살릴 거야?

지휘관

...아니.

엘마

엑, 되살리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지휘관

그녀의 죽음은 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유품이니까.

인간에게서 죽음을 빼앗으려면 수백 배는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해.

내가 이미 엄청 많이 빼앗겼지만, 그녀의 죽음만큼은 누구도 빼앗게 두지 않겠어.

엘마

죽음도, 일종의... 선물이라 볼 수 있는 거야?

지휘관

응, 무겁고도 괴로운 선물이지.

손에 꼭 쥐고 있어야만, 이 모든 걸 잊지 않을 수 있어...

"철완"을 움켜쥐는 지휘관의 표정. 엘마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인간이 이토록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지휘관

...난 준비됐어. 엘마, 가서 댄들라이를 불러 주겠니?

"그"를 봐야겠어.

엘마

누구를?

지휘관

아베르누스에서 잡아와서 지금 1021호에 가둔 사람.

엘마

아하, 알았어.

<color=#00CCFF>"자가진단 진행률 50%, 진단 완료까지 10분 예정... 붕괴 복사 영향으로 통신 장비에 고장 발생.</color>

엘모호의 수복실.

AR15

RO를 찾으러 왔어?

AR18

각 소대의 수복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

AR15

지금 SOP2의 소체를 고치는 중이야. 손상률이 90%를 넘어서 수복하기엔 코스트가 안 맞지만...

지금 걔한테 맞는 예비 소체가 없어서, 일단 기본적인 성능만이라도 복구하려고.

AR18

RO635 본인은?

AR15

걔도 많이 다치긴 했는데 리소스를 죄다 SOP2한테 양보했지.

AR18

알았다, RO635와도 대화하지.

AR15

어.

캡슐에 다가가 보니, 안에 휴면 상태로 수복받는 SOP2가 보였다.

RO635

무슨 일이죠? 새 임무인가요?

AR18

아니, 아직은. 너희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을 뿐이다.

RO635

저는 괜찮아요, 탄약 보급만 받으면 언제든지 다시 싸울 수 있어요.

AR18

등의 중상은?

RO635

......

이, 이건 심각한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행동에 지장 없어요.

AR18

네 판단을 존중하지.

RO635

지휘관님은요? 지금 쉬는 중이신가요?

그때, 수복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엘마가 들어왔다.

RO635

무슨 일인가요 엘마?

엘마

지휘관이 윌리엄 심문한다고 댄들라이 데려오래.

RO635

지금...? 괜찮을까요? 지휘관님도 벌써 며칠째 제대로 주무시질 못했는데, 급하게 하지 않아도...

AR18

즉시 안전 설비를 재점검하겠다.

RO635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심문에 동행할 인원을 더 배치해야 해요, 제가――

쿵.

댄들라이가 앞으로 곧장 걸어가다 수복 캡슐에 부딪혀 구르는 소리였다.

RO635

SOP2!

RO635는 바닥에 널브러진 댄들라이를 펄쩍 뛰어넘어 수복캡슐부터 확인했다.

SOP2의 수복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RO635는 댄들라이를 일으켜 세웠다.

엘마

걔 왜 그래?

RO635

아베르누스에서 벗어난 후로 계속 이런 상태예요...갑자기 멍하니 앞으로 걸어가고, 시각 모듈이 고장나기라도 한 것처럼요.

AR18

댄들라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RO635

모르겠어요. 아까 검사해봤지만 엘모호의 시스템은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검사 장비가 몇 초 마비됐어요.

엘마

댄들라이~! 지휘관이 너 찾아!

——파앗!

갑작스레 닥친 어둠 속에서, 댄들라이의 목소리가 유독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댄들라이

너희도 들려?

엘마

들리다니, 뭐가?

댄들라이가 엘마에게 곧장 다가왔다.

댄들라이

"의식의 호수". 그때, 너에게도 들렸지?

엘마

응...? 아니,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댄들라이

...그래?

그럼 곧 듣게 될 거야.

엘마

대체 뭐라는 거야...

아무튼, 지휘관이 찾는다니까?

댄들라이

알아. 지금 바로 갈게.

하지만, 너는... 너는 곧 샘물의 깊은 곳에 도달하게 될 거야.

엘마

뭐어...? 대체 무슨 소리냐니까? 설명 좀 해!

댄들라이의 옅은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댄들라이

기다리고 있을게, 엘마.

네가 나에게 물건을 전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하지만, 지금은 임무를 수행하러 가야 해.

엘마

......

댄들라이

내가 직접 지휘관에게 알려 줘야 해.

그리고 댄들라이는 방을 나섰다.

AR-18이 조명을 다시 켰다.

AR18

그녀의 마인드맵 상태가 불안정한 듯하다만, 정말 괜찮을까?

AR15

원래부터 저랬는걸 뭐.

AR15

지휘관한테 가 있으라 해, 계속 여기 냅뒀으면 나까지 돌아버릴 지경이었어.

잠시 후, 엘모호의 지휘실.

<color=#00CCFF>"통신 장비의 수리 완료를 확인. 자가진단 진행률 95%, 자가진단 완료까지 1분 예정."</color>

서광과 철혈의 상황도 확인한 후, AR-18은 지휘실에 돌아와 대기했다.

AR18

지휘관, 이상 없습니까? 정말 제가 동행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지휘관

<color=#00CCFF>괜찮아, 오지 않아도 돼. 댄들라이가 있는걸.</color>

<color=#00CCFF>모두의 상태는 다 확인했어?</color>

AR18

예, 전원의 상태 확인 마쳤습니다. 차량의 전체 자가진단도 완료되었습니다, 파손율 5% 미만입니다. 바로 자동 운전을 시작합니까?

지휘관

<color=#00CCFF>가동해.</color>

AR18

예.

AR-18이 엘모호 내 전체 통신 채널을 켰다.

AR18

차량 내 전원 주의. 무로메츠 작전이 정식 종료됨에 따라, 엘모호는 잠시 후 자동 운행 모드를 가동한다. 각자 좌석에 앉아 안전 벨트를 착용하라.

철컥.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왔다.

AR-18은 눈으로 보지 않고서도, 지금 들어온 사람이 탁상에 에너지바를 둔 것을 알아챘다.

AR18

막 돌아다니지 마라, 블랙존에서의 자동 운전이니 많이 흔들릴 거다.

엘마

엑, 나인 거 어떻게 알았어?

엘마

은폐 모드가 잘 안 통하나...

AR18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지금 걸어다니다간 넘어져.

엘마

응.

엘마

아 참, 통신 기록이랑 수신한 정보 상태 다 확인했어.

엘마

여기 리스트.

AR18

잘했다.

엘마

또 내가 할 일 있어?

AR18

없어.

엘마

그럼 내가 커피 한 잔 따라 줄게!

AR18

필요없다.

엘마

설탕이랑 프림도 넣을까? 난 아몬드 라떼에 시럽 3개 넣은 게 좋더라!

AR18

......

엘마는 힘차게 커피 포트를 들어, 커피잔에 갈색 액체를 따랐다.

엘마

아 그리고 말이야, 이 커피는——

털썩.

돌연 엘마가 쓰러졌고, 불행 중 다행인지 커피 포트는 테이블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AR18

이런...!

AR-18가 급히 일어나 엘마가 괜찮은지 확인하려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마치 전원이 꺼지듯 의식이 소체로부터 뽑혀져 나갔다.

그리고 끝없는 어둠이 닥쳤다.

광풍에 떠밀려온 안개처럼, 정적이 엘모호를 집어삼켜 모든 기척을 묵살시켰다.

2064년 10월 23일의 이른 새벽, 엘모호는 모두가 잠든 사이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