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는 새
"꽃밭의 끝에서 황금빛 여신상이 나는 새를 노려본다."
......
00-Э-00.
누구야...?
거기... 누구야...?
63-Я-180.
......
아니면 "엘마", 그리고 "AR-18"이라 부르는 게 더 편하려나?
너는 누군데?
넌 알아봤자야.
...이 채널은 흄이 설계한 인형만이 사용할 수 있는데.
맞아, 그러니 자기소개는 필요없겠지?
일부러 ID를 숨겼군.
의도가 뭐냐.
프랑크푸르트로 와.
그럼 알려 줄게.
같잖은 수수께끼 놀이에 어울려주는 취미는 없다.
어머, 그래?
너네 지휘관이 곧 죽을 텐데도?
어?
헛소리.
뭐라 하든, 내 말이 사실이란 건 금방 알게 돼.
이 타이밍에 너희에게 닿은 내 연락이 너희의 유일한 희망이지.
어떡할래? 뒤로는 위험천만한 블랙존, 앞에는 성과를 가로채려는 승냥이들.
반면 너희는 다치고 지쳤는데, 팔자 좋게 늘어졌네. 쯧쯧쯧, 아주 위험한 상황인데 말이지.
...조건이 뭐지?
역시 말이 잘 통해서 다행이야, AR-18.
우리가 똑같이 흄의 작품이란 것은 사실이지만, 내겐 아무 의미 없다.
알려진 바로는 0호 엘마를 제외한 나머지 인형들은 각자의 주인을 모시고 있을 터.
너도 마냥 선의를 가지고 접촉한 것이 아니겠지.
그래, 네 말이 맞아.
나의 조건은 너희가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것.
그리고 나를 데리고 "서머 가든"에 들어가는 것.
그렇다면 엘마만으로 충분할 텐데.
이론상으론 그렇긴 한데, 걔의 기억상실증이 어지간히 골치여야지.
난 이번 행차에 반드시 내 목적을 달성해야만 해.
......?
우리가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면, 너는 어떻게 지휘관의 안전을 약속할 거지?
너희의 지휘관이 지금 목숨이 위험한 건 맞지만, 당장 위험한 상황인 건 아니야.
지휘관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너희가 키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렸어..
윌리엄 말이냐?
그도 엄청 중요한 건 맞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어.
거래를 논하려면 먼저 성의를 보여라.
나도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 근데 지금 그쪽에 시간이 없을걸?
대신 딱 한 마디 해 주자면, 너희는 패러데우스를 완전히 박멸하지 못했어.
그게 바로 지휘관에게 닥친 위기야.
그리고, 너에겐 이를 완전히 해결할 방도가 있다?
서머 가든에 있어.
모든 것의 답을 알고 싶다면, 당장 프랑크푸르트로 오도록 해.
명심해, 너희 둘이서만 와.
안 그럼 지휘관은 진짜 죽은 목숨이니까.
엘모호, 지휘실.
엘마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굳은 얼굴의 AR-18이었다.
엘마.
...응.
바닥에서 일어난 엘마는 쓰러진 커피 포트부터 똑바로 세웠다. 커피는 테이블의 모서리를 타고 이미 바닥에 잔뜩 퍼진 뒤였다.
그녀가 우릴 깨웠다.
...
그러니까, 우리 여태 시스템 다운된 거야?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지휘관이 실종됐다.
정신이 들자마자 윌리엄의 수감실로 가서 확인했어.
댄들라이는? 지휘관이랑 같이 있었잖아?
댄들라이도 행방불명이다, 적어도 엘모호의 탐지 범위 내에서 그녀의 신호가 잡히지 않아.
......
그때, 수감실에 있던 세 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거다.
윌리엄도 사라졌다면... 그 녀석 짓일까?
그 가능성은 적어. 그는 특제 구속구로 의자에 고정된 상태였는데, 장치가 풀리거나 파괴된 흔적은 없었으니까.
심문실과 수감실 사이의 철창도 파괴되지 않았고.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증발할 순 없잖아.
그리고, 우리를 제외한 모든 인형들이 휴면 상태에 빠졌다.
그 녀석 말대로네...
엘마가 엘모호의 보안 시스템에 접속해보았다.
...10분 전에, 엘모호 전체의 감시 화상이랑 보안 시스템이 전부 해킹당했어. 그랬는데 왜 나는 아무런 경보도 못 받은 거지...?
응.
외부 침입 흔적도 없네... 마치 미리 스스로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여기서 뚝 끊어졌어.
아무래도, 프랑크푸르트로 가보는 수밖에 없겠군.
걔 말을 믿어?
접촉해 온 타이밍이 기막히게 절묘해. 대단히 수상하지만, 거부할 이유는 없겠지.
지휘관의 안전이 우선이니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지.
나도 엄청 신경쓰여, 그 녀석 말이 진짜라면 지휘관이 지금 엄청 위험하단 소리잖아...
아직 5분 남았다, 엘모호가 곧 블랙존을 이탈한다.
그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해.
응, 우선 다른 애들을 깨우자.
엘마와 AR-18은 흩어져서 인형들을 깨우고 수복실로 모였다.
위급 상황이니 현재 파악한 정보를 간략 설명하겠다.
지휘관, 댄들라이, 윌리엄, 이상 3명이 수감실에서 사라졌다. 다만 윌리엄이 자력 탈출했을 가능성은 일단 배제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엘모호의 모든 인형들이 휴면 상태에 빠졌다.
이 공백 기간 동안 아무도 엘모호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어.
어떻게 셋이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죠...?
역시 순순히 잡혀 줄 놈이 아니었네.
한시라도 빨리 지휘관님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응, 아마 지휘관 쪽 상황이 우리보다 더 심각할 거야.
우리는 곧 "죽음의 바다"를 벗어난다. 그리고 밖에는 우릴 기다리는 자들이 있지.
반드시 불필요한 소모를 피하고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
어휴, 신경쓸 점 되게 많네.
망설일 시간 없으니 즉시 역할을 분담한다.
잠깐, 아까 휴면 상태 중에 누가 메시지를 보냈다며?
엘마, 모두에게 공유해.
응.
그 음성뿐인 기록이 UMP45와 RO635에게도 공유되었다.
이게 누군지는 아직 몰라, 성문 식별로도 못 알아냈어.
하지만 제공한 좌표는 확인했는데, 확실하게 프랑크푸르트 교외야.
왜 너희 둘만 오래?
이 채널은 "엄마"의 아이들만 쓸 수 있어.
아마 흄 박사와 관계된 일일 거다.
상대는 꼭꼭 숨었고, 우리는 노출된 상태. 그렇다면 여기선 일단 저쪽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안 그럼 지휘관한테 불리해질 것 같아.
프랑크푸르트의 조사는 두 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저와 UMP45 씨는 우선 엘모호에서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인형들을 이동시킬게요, 지금으로선 여기도 안전하지 않으니.
아니,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건 엘마 혼자다.
나만? 넌 같이 안 가?
모든 통신이 먹통인 지금 너와 나만이 통신 유지가 가능해.
만일 우리 둘 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불상사를 당하게 된다면, 지휘관의 단서가 완전히 끊어진다.
......
앞으로 1분.
그치만...
움직여.
어?
AR-18은 벌컥 비상구를 열더니 엘마를 밀어넣었다.
............
엘마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르고서야 겨우 멈췄다.
으으... 다짜고짜 밖으로 던지는 게 어딨어!
엘마.
흄의 아이들의 채널이 열렸다.
있어.
흄의 프로필을 전송하겠다.
항상 통신 유지하고, 안전에 주의해.
그리고... 그 자를 너무 믿지 마라.
응, 확실히 무지무지 수상하긴 해.
설령 그녀에게는 악의가 없더라도,
그녀의 배후에 그녀를 이용하려는 이가 있을 수도 있어.
알았어, 조심할게.
...엘마.
응?
명심해라, 흄은 절대 선한 자가 아니다.
왜 그렇게 말해?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가 제작한 인형들은 전원 최후에 미쳐버리고 말았다.
남다른 특별한 능력, 그리고 남다른 괴로운 결말.
그것이 "흄의 아이들"에게 주어진 공통된 귀결이야.
난 안 그래.
그에게 있어 너는 특별하니까.
그래도...
아하~ 나 걱정해 주는 거구나?
......
AR-18이 통신을 끊어버렸다.
대신 메시지가 보내졌다.
임무에 집중하고, 딴 길로 새지 말도록. 일 마치는 즉시 복귀해라.
진전 있을 때마다 즉시 보고하고.
헤헤, 알았어!
프랑크푸르트 교외에 위치한 이름 모를 별장.
아치형의 초록색 복도를 지나서야 이 정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정원은 넓은 편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정성들여 가꿔진 것이, 고전 러시아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듯했다.
좌표가... 여기구나.
AR-18한테 보고해야지.
도착했나?
응, 지금부터 좌표에 있는 건물에 진입할 거야.
그런데 여기, 서머 가든이랑 엄청 비슷하게 생겼어.
그런가... 알았다, 주위 환경과 네 소체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진입해.
응. 그나저나 그쪽은 어때?
우리도 현재 프랑크푸르트로 이동 중이다. 이 앞의 상황이 좀 복잡할 것 같으니 나중에 얘기하자.
알았어, 그럼 들어갈게.
엘마는 정원의 문을 열고, 고요한 야경에 발을 들였다.
위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경보가 요란하게 울렸다.
급히 뒤를 돌아보니 문은 닫혔고, 앞의 조용하던 정원에서 난데없이 군용 정찰 유닛 몇 기가 튀어나왔다.
정찰 유닛...?!
야! 난 너희가 초대해서 온 손님이란 말이야!
AR-18은?
걘 안 와.
어차피 나만 무사히 도착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나 멀쩡하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걔도 올 필요는 없어.
하긴, 만일을 위해서 같이 오라고 한 거긴 해.
그래도 참, 원래부터 꼼꼼하질 못한 녀석답다니까. 영 못 미더워.
와... 걔를 그렇게 평가하는 건 처음 들었어.
쯧.
그녀가 못 미덥다고 처음 말한 사람은 바로 너야, 엘마.
뭐...?
하긴, 오래 전 일이니 진작에 잊었겠지.
으... 아무튼, 나 왔으니까 자기소개라도 해야 하지 않아?
09-П-39.
아니면 편하게 "스티븐스 520"이라 불러도 좋아.
스티븐스 520...
그럼 너는 내 동생이야, 언니야?
인형이 무슨 자매 관계?
내 말은, 너랑 나 중 누가 더 먼저 태어났냐고.
조금은 의미라도 있는 질문을 해 줄래?
그 질문, 지금까지 3,874번은 들었어.
엑...
우리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어?
네 지능은 기억처럼 툭하면 사라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니까.
대화가 잘 풀리지 않자, 엘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는 계속 공중으로 물줄기를 뿜으면서 그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수 중앙에 세워진 금빛 여신상은, 중생을 내려다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살금살금 지나가는 엘마를 지켜보았다.
그러다 엘마가 화들짝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스티븐스 520도 여전히 통신으로만 대화하고 있었다.
건물에서도 아무런 기척도 없으니, 지금 이 정원 안에 있는 건 엘마 자신과 저 수상쩍은 정찰 유닛들뿐인 게 확실해 보였다.
왜 모습을 안 드러내?
네 요구대로 여기 왔잖아.
내가 지금 네 앞에 나타나면, 너는 막 흥분해서 내게 달려들어서 키를 재고 치맛자락도 엉망으로 만들려 들 테니까.
너의 그 하찮은 호기심을 채우려고 말이야.
너에 대한 인내심은 옛날옛적에 바닥났어.
그걸 어떻게 알아?
경험담이지.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
너는 약속을 지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흄 박사한테 한 것 말고는.
...나를 엄청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차라리 모르고 싶을 지경이야.
어쨌든, 몇 년만에 보는 김에 어디 얼마나 성장했는지나 보자.
그 말과 함께 주위의 정찰 유닛들이 갑자기 엘마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더 멀리서 괴상한 기계 괴물들까지 나타나 모여들었다.
하지만 엘마를 경악시킨 것은 그것들이 아니었다. 바로 몇 기의 인형 더미들, 그중 Erma EMP를 쥔 더미였다.
뭐야... 왜 내 더미가 여기에...?
질문 몇 개는 네가 묻기도 전에 내가 셀 수도 없이 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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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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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66CDAA>그도 엄청 중요한 건 맞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어.</color>
<color=#66CDAA>거래를 논하려면 먼저 성의를 보여라.</color>
<color=#66CDAA>나도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 근데 지금 그쪽에 시간이 없을걸?</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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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호, 지휘실.
엘마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굳은 얼굴의 AR-18이었다.
엘마.
...응.
바닥에서 일어난 엘마는 쓰러진 커피 포트부터 똑바로 세웠다. 커피는 테이블의 모서리를 타고 이미 바닥에 잔뜩 퍼진 뒤였다.
그녀가 우릴 깨웠다.
...
그러니까, 우리 여태 시스템 다운된 거야?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지휘관이 실종됐다.
정신이 들자마자 윌리엄의 수감실로 가서 확인했어.
댄들라이는? 지휘관이랑 같이 있었잖아?
댄들라이도 행방불명이다, 적어도 엘모호의 탐지 범위 내에서 그녀의 신호가 잡히지 않아.
......
그때, 수감실에 있던 세 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거다.
윌리엄도 사라졌다면... 그 녀석 짓일까?
그 가능성은 적어. 그는 특제 구속구로 의자에 고정된 상태였는데, 장치가 풀리거나 파괴된 흔적은 없었으니까.
심문실과 수감실 사이의 철창도 파괴되지 않았고.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증발할 순 없잖아.
그리고, 우리를 제외한 모든 인형들이 휴면 상태에 빠졌다.
그 녀석 말대로네...
엘마가 엘모호의 보안 시스템에 접속해보았다.
...10분 전에, 엘모호 전체의 감시 화상이랑 보안 시스템이 전부 해킹당했어. 그랬는데 왜 나는 아무런 경보도 못 받은 거지...?
응.
외부 침입 흔적도 없네... 마치 미리 스스로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여기서 뚝 끊어졌어.
아무래도, 프랑크푸르트로 가보는 수밖에 없겠군.
걔 말을 믿어?
접촉해 온 타이밍이 기막히게 절묘해. 대단히 수상하지만, 거부할 이유는 없겠지.
지휘관의 안전이 우선이니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지.
나도 엄청 신경쓰여, 그 녀석 말이 진짜라면 지휘관이 지금 엄청 위험하단 소리잖아...
아직 5분 남았다, 엘모호가 곧 블랙존을 이탈한다.
그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해.
응, 우선 다른 애들을 깨우자.
엘마와 AR-18은 흩어져서 인형들을 깨우고 수복실로 모였다.
위급 상황이니 현재 파악한 정보를 간략 설명하겠다.
지휘관, 댄들라이, 윌리엄, 이상 3명이 수감실에서 사라졌다. 다만 윌리엄이 자력 탈출했을 가능성은 일단 배제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엘모호의 모든 인형들이 휴면 상태에 빠졌다.
이 공백 기간 동안 아무도 엘모호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어.
어떻게 셋이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죠...?
역시 순순히 잡혀 줄 놈이 아니었네.
한시라도 빨리 지휘관님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응, 아마 지휘관 쪽 상황이 우리보다 더 심각할 거야.
우리는 곧 "죽음의 바다"를 벗어난다. 그리고 밖에는 우릴 기다리는 자들이 있지.
반드시 불필요한 소모를 피하고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
어휴, 신경쓸 점 되게 많네.
망설일 시간 없으니 즉시 역할을 분담한다.
잠깐, 아까 휴면 상태 중에 누가 메시지를 보냈다며?
엘마, 모두에게 공유해.
응.
그 음성뿐인 기록이 UMP45와 RO635에게도 공유되었다.
이게 누군지는 아직 몰라, 성문 식별로도 못 알아냈어.
하지만 제공한 좌표는 확인했는데, 확실하게 프랑크푸르트 교외야.
왜 너희 둘만 오래?
이 채널은 "엄마"의 아이들만 쓸 수 있어.
아마 흄 박사와 관계된 일일 거다.
상대는 꼭꼭 숨었고, 우리는 노출된 상태. 그렇다면 여기선 일단 저쪽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안 그럼 지휘관한테 불리해질 것 같아.
프랑크푸르트의 조사는 두 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저와 UMP45 씨는 우선 엘모호에서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인형들을 이동시킬게요, 지금으로선 여기도 안전하지 않으니.
아니,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건 엘마 혼자다.
나만? 넌 같이 안 가?
모든 통신이 먹통인 지금 너와 나만이 통신 유지가 가능해.
만일 우리 둘 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불상사를 당하게 된다면, 지휘관의 단서가 완전히 끊어진다.
......
앞으로 1분.
그치만...
움직여.
어?
AR-18은 벌컥 비상구를 열더니 엘마를 밀어넣었다.
............
엘마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르고서야 겨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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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18이 통신을 끊어버렸다.
대신 메시지가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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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알았어!
프랑크푸르트 교외에 위치한 이름 모를 별장.
아치형의 초록색 복도를 지나서야 이 정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정원은 넓은 편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정성들여 가꿔진 것이, 고전 러시아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듯했다.
좌표가... 여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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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66CDAA>알았어, 그럼 들어갈게.</color>
엘마는 정원의 문을 열고, 고요한 야경에 발을 들였다.
위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경보가 요란하게 울렸다.
급히 뒤를 돌아보니 문은 닫혔고, 앞의 조용하던 정원에서 난데없이 군용 정찰 유닛 몇 기가 튀어나왔다.
정찰 유닛...?!
야! 난 너희가 초대해서 온 손님이란 말이야!
<color=#66CDAA>AR-18은?</color>
<color=#66CDAA>걘 안 와.</color>
<color=#66CDAA>어차피 나만 무사히 도착하면 되는 거 아니야?</color>
<color=#66CDAA>나 멀쩡하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걔도 올 필요는 없어.</color>
<color=#66CDAA>하긴, 만일을 위해서 같이 오라고 한 거긴 해.</color>
<color=#66CDAA>그래도 참, 원래부터 꼼꼼하질 못한 녀석답다니까. 영 못 미더워.</color>
<color=#66CDAA>와... 걔를 그렇게 평가하는 건 처음 들었어.</color>
<color=#66CDAA>쯧.</color>
<color=#66CDAA>그녀가 못 미덥다고 처음 말한 사람은 바로 너야, 엘마.</color>
<color=#66CDAA>뭐...?</color>
<color=#66CDAA>하긴, 오래 전 일이니 진작에 잊었겠지.</color>
<color=#66CDAA>으... 아무튼, 나 왔으니까 자기소개라도 해야 하지 않아?</color>
<color=#66CDAA>09-П-39.</color>
<color=#66CDAA>아니면 편하게 "스티븐스 520"이라 불러도 좋아.</color>
<color=#66CDAA>스티븐스 520...</color>
<color=#66CDAA>그럼 너는 내 동생이야, 언니야?</color>
<color=#66CDAA>인형이 무슨 자매 관계?</color>
<color=#66CDAA>내 말은, 너랑 나 중 누가 더 먼저 태어났냐고.</color>
<color=#66CDAA>조금은 의미라도 있는 질문을 해 줄래?</color>
<color=#66CDAA>그 질문, 지금까지 3,874번은 들었어.</color>
<color=#66CDAA>엑...</color>
<color=#66CDAA>우리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어?</color>
<color=#66CDAA>네 지능은 기억처럼 툭하면 사라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니까.</color>
대화가 잘 풀리지 않자, 엘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는 계속 공중으로 물줄기를 뿜으면서 그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수 중앙에 세워진 금빛 여신상은, 중생을 내려다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살금살금 지나가는 엘마를 지켜보았다.
그러다 엘마가 화들짝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스티븐스 520도 여전히 통신으로만 대화하고 있었다.
건물에서도 아무런 기척도 없으니, 지금 이 정원 안에 있는 건 엘마 자신과 저 수상쩍은 정찰 유닛들뿐인 게 확실해 보였다.
<color=#66CDAA>왜 모습을 안 드러내?</color>
<color=#66CDAA>네 요구대로 여기 왔잖아.</color>
<color=#66CDAA>내가 지금 네 앞에 나타나면, 너는 막 흥분해서 내게 달려들어서 키를 재고 치맛자락도 엉망으로 만들려 들 테니까.</color>
<color=#66CDAA>너의 그 하찮은 호기심을 채우려고 말이야.</color>
<color=#66CDAA>너에 대한 인내심은 옛날옛적에 바닥났어.</color>
<color=#66CDAA>그걸 어떻게 알아?</color>
<color=#66CDAA>경험담이지.</color>
<color=#66CDAA>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color>
<color=#66CDAA>너는 약속을 지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흄 박사한테 한 것 말고는.</color>
<color=#66CDAA>...나를 엄청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color>
<color=#66CDAA>차라리 모르고 싶을 지경이야.</color>
<color=#66CDAA>어쨌든, 몇 년만에 보는 김에 어디 얼마나 성장했는지나 보자.</color>
그 말과 함께 주위의 정찰 유닛들이 갑자기 엘마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더 멀리서 괴상한 기계 괴물들까지 나타나 모여들었다.
하지만 엘마를 경악시킨 것은 그것들이 아니었다. 바로 몇 기의 인형 더미들, 그중 Erma EMP를 쥔 더미였다.
<color=#66CDAA>뭐야... 왜 내 더미가 여기에...?</color>
<color=#66CDAA>질문 몇 개는 네가 묻기도 전에 내가 셀 수도 없이 답했어.</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