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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 오귀인의 샘물

사치, 조용함과 기쁨

"옛친구의 안내를 따라 엘마는 버려진 꽃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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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잎사귀들이 바스락대며 귓속말했고, 흩날리는 꽃잎이 하늘하늘 소녀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엘마는 손발부터 움직여 본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방금까지 자신을 마구 때리던 기계 괴물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엘마

아파...

엘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망연한 눈빛으로 정원을 바라봤다.

스티븐스 520

<color=#66CDAA>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폐급이구나.</color>

<color=#66CDAA>겨우 이런 것들도 못 이기니?</color>

엘마

<color=#66CDAA>네가 불러낸 그 인형들... 뭐야? 왜 "나"도 있어?</color>

스티븐스 520

<color=#66CDAA>내겐 흄 박사의 작품의 데이터가 있으니까. 네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color>

엘마

<color=#66CDAA>엄마가 널 얼마나 믿길래?!</color>

스티븐스 520

<color=#66CDAA>누가 가장 믿음직한지, 흄 박사는 아는 거지.</color>

엘마

<color=#66CDAA>몰라, 그래서 너 어딨어.</color>

스티븐스 520

<color=#66CDAA>정원을 지나서, 초록 아치 복도를 지나, 하얀 조각상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미궁을 빠져나와.</color>

목소리의 지시를 따라, 엘마는 10분하고도 조금 더 걸려 목소리의 주인과 만났다.

엘마

여기 있었구나.

푹신푹신한 잔디밭 위의 예쁜 하얀 목재 식탁 앞에,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멋들어진 잔으로 홍차를 마시며 우아한 손짓으로 핸드벨을 흔들었다.

엘마

그냥 나 때리고 싶어서 부른 거야?

스티븐스 520

그런 시시한 연유였으면 이렇게 수고를 들일 것도 없었어.

엘마

그럼 왜 때렸어?

스티븐스 520

네 소체의 상태를 살짝 확인해본 것뿐이야, 나중의 상황에서 갑자기 맛 가거나 하면 곤란하거든.

엘마

그게... 엄마가 너한테 시킨 일이야?

스티븐스 520이 마침내 찻잔을 내려놓고 시선을 엘마에게 향했다.

스티븐스 520

우선, 네 "엄마"는 죽었어.

엘마

......

스티븐스 520

그리고, 박사를 엄마라 부르지 마, 그건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야.

인형에겐 그딴 감정 필요없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언니니 동생이니 하지 마.

엘마

......

스티븐스 520

이해했어?

엘마

...이해했어.

너는 엄마도 싫어하고 나도 싫어하는구나.

스티븐스 520

......

그 사람을 싫어하진 않아. 단지, 그렇게 부를 필요는 없다는 거지.

엘마

나는 싫어하는 거 맞구나?

스티븐스 520

......

내가 널 여기로 부른 이유는, 진정한 "서머 가든"을 열기 위해서야.

그럼 우리 모두 각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

엘마

내가 그걸로 지휘관을 구할 수 있다고?

스티븐스 520

그래, 넌 지휘관을 구할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얻을 수 있고.

엘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스티븐스 520

비밀.

엘마

치사해.

스티븐스 520

잡담은 여기까지.

니달리!

???

여기 있습니다, 아가씨.

차분한 목소리가 관목 수풀 깊숙이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부스럭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머리가 하얗게 샌 하녀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니달리

니달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9호 아가씨. 분부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스티븐스 520

엘마가 돌아왔어.

"니달리"라는 이름의 하녀는 고개를 돌려 엘마를 바라보더니, 기쁨으로 가득한 눈웃음을 지었다.

니달리

아아, 이렇게 기쁠 수가...

0호 아가씨, 드디어 서머 가든으로 돌아오셨군요.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이 니달리는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엘마

0호 아가씨?

스티븐스 520

니달리는 항상 널 그렇게 불렀어.

니달리, 알겠지만 얘 또 기억을 잃은 상태야.

니달리

알고말고요.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0호 아가씨. 저는 언제나 아가씨를 모셨던 하녀 니달리입니다.

기억 못하시더라도 괜찮아요, 평범하게 하녀 부리듯 분부하시면 됩니다.

스티븐스 520

인사는 그쯤해. 니달리, 흄 박사의 유언을 이행할 준비해. 우리를 "대궁전"으로 안내해 줘.

니달리

알겠습니다. 아가씨들, 저를 따라오십시오.

니달리는 목소리처럼 차분히 엘마와 스티븐스 520을 화려하게 장식된 양옥으로 안내했다. 그 모습에서 그녀가 이 절차에 얼마나 익숙한지를, 엘마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니달리

0호 아가씨, 이곳은 1층 로비입니다. 서쪽은 주방, 동쪽은 엘리베이터와 객실로 통하지요.

스티븐스 520

안내하는 데 시간 낭비 마.

엘마

싫어! 기왕 온 김에 안내해 줘!

나중에 여기서 살게 될지도 모르잖아?

스티븐스 520

......

니달리

걱정 마세요 9호 아가씨, 이곳의 안내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잖습니까.

0호 아가씨, 아가씨가 가장 좋아하시던 진열실로 갈까요?

엘마

응!

스티븐스 520의 따가운 눈총을 무시하고, 엘마는 니달리를 따라 깡총깡총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끼익...

한동안 방치된 모양인지, 문이 열리는 순간 안으로부터 쌀쌀한 기운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방 안은 전부 원래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나, 누군가가 이 연약한 겉모습을 지금까지 지켜 온 것이 분명했다.

엘마

......

니달리, 네가 여길 관리한 거야?

니달리

그렇습니다, 0호 아가씨.

엘마

엄청 힘들었겠다.

니달리

다행히도, 이 니달리는 프로니까요.

엘마

내가 여길 엄청 좋아했다고?

니달리

예, 여기 진열된 장식품 대부분을 아가씨께서 직접 고르셨고, 진열된 순서도 아가씨께서 직접 정하셨답니다.

엘마

난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니달리

그렇다면 제가 상기시켜 드릴까요?

엘마

응!

니달리

알겠습니다, 그럼 왼쪽 첫 번째 소장품부터――

스티븐스 520

그만!

참다 못한 스티븐스 520이 나서 니달리가 연 장롱의 문을 다시 쾅 닫았다.

스티븐스 520

또 사흘 꼬박 까먹으려고? 넌 참을 수 있어도 난 못 참아.

엘마

와! 너무해!

스티븐스 520

꾸물거리다간 너네 지휘관이 죽는다고!

니달리, 어서 "대궁전"으로 안내해 줘.

니달리

알겠습니다, 9호 아가씨.

니달리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다른 책장을 열어, 온갖 표본과 장식품들 사이에서 동그란 수정 구슬을 꺼냈다.

황새 한 마리가 갇힌 수정 구슬. 딱딱하고 푸른 구슬의 호수 속에 선 이 황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니달리

0호 아가씨, 여기서 마인드맵의 서머 가든을 가동할 준비를 해 주시겠습니까?

엘마

어? 대궁전으로 간다며?

스티븐스 520

"대궁전"이란 건 그냥 대명사야. 여기서 가상 공간인 서머 가든을 가동하고, 니달리가 거기서 특수한 공간인 대궁전을 열어야 해.

니달리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은 안전한 곳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0호 아가씨, 이걸 잘 들고 계시겠어요?

니달리가 수정 구슬을 엘마에게 건넸다.

엘마

이걸 왜 나한테 줘?

스티븐스 520

네 곁에 있어야만 우리 모두 함께 서머 가든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그 온통 자물쇠로 잠겨진 미궁 말고, 완전한 서머 가든으로.

그러기 위해선 매개체가, 바로 그 수정 구슬이 필요해.

엘마

그래서 나보고 여기로 오라고 했구나? 내가 있어야만 완전한 서머 가든을 열 수 있으니까?

니달리

그렇습니다.

0호 아가씨야말로 서머 가든의 주인이시니 말이죠.

스티븐스 520

그래서, 준비됐어?

엘마

준비됐어.

고개를 끄덕이고, 엘마는 수정 구슬을 받아들었다.

스티븐스 520

...넌 그 수정 구슬 엄청 좋아했어.

엘마

내가?

스티븐스 520

응.

엘마

......

스티븐스 520

앵커 포인트 아무거나 적당히 골라서 서머 가든을 가동해.

철컥——

엘마는 마인드맵 안에서,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눈부신 하얀 빛이 번쩍였다.

엘마

뭐지?

열쇠... 앵커 포인트...

엘마

...맞아, 그 이름——

아서 흄.

익숙한 방.

커튼은 한쪽으로 치워져 오후의 햇살을 한껏 안으로 들였다,

흐릿한 실루엣이 빛을 등지고 책장 곁에 서 있었다.

아서 흄

...그 재난 이후로 수많은 동물이 멸종했지.

우리에게 남은 건 박제뿐이야. 이건 새끼 황새의 박제란다.

엘마

이 새... 죽은 거야?

아서 흄

그래, 박제로 만들기 전에 이미 과다한 피폭으로 죽었어.

엘마

......

그럼...

엄마도 죽어?

아서 흄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단다. 나도 미래의 어느 날에는 죽겠지.

흐릿한 모습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서 흄

인간은 누구나 목숨이 단 하나고, 영혼은 모두 죽음으로 떨어지는 도중이란다.

모래시계 안의 모래처럼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떨어지는 거지.

엘마

그럼 나는? 나도 죽어?

아서 흄

너는 내 딸이야, 영원히 죽지 않을 나의 딸.

네가 살아있는 한 나도 살아있는 거란다.

흄은 엘마에게 총 한 자루를 건넸다.

아서 흄

너의 이름은 이 총의 이름이기도 하단다.

엘마

...Erma EMP.

아서 흄

뒤로 가렴, 좀 더.

50m... 아니, 100m는 떨어져.

엘마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 흄

좋아... 이번엔 다르게 놀아보자.

이번엔 네가, 나를 향해 쏘렴.

엘마

응.

엘마는 정말로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 총을 들어,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타앙——

정확한 한 발로 그의 가슴팍을 맞췄다.

아서 흄

큭...

대량의 피가 흄의 몸에서 스며나왔다.

아서 흄

미안하구나... 넌 이제 자유란다, 엘마.

콰아앙————!

그는 마치 거대한 폭죽처럼 어둡고 습한 골목길에서 활짝 피었다.혈액과 잿가루가 엘마의 얼굴에 튀었다.

지저분한 지면은 붉게 물들었다.

엘마는 혼자서 바닥에 주저앉아, 크게 뜬 눈으로 흐린 하늘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

어느새 다가온 니달리가 다정하게 손수건으로 엘마의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 주었다.

니달리

너무 슬퍼 마세요, 0호 아가씨.

엘마

엄마가 죽었어...

내가...

내가 엄마를 죽였어...

스티븐스 520

...그는 죽을 생각 없었으면 안 죽었어.

엘마

......

니달리

9호 아가씨 말씀대로입니다.

흄 박사님은 결코 누군가의 손에 쉬이 죽을 분이 아니십니다.

무엇보다... 0호 아가씨를 살인자로 만들지 않으셨을 겁니다.

니달리에게서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마저 훔치고, 엘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엘마

니달리...

너 왜 젊어졌어?

그 말대로, 니달리의 용모가 확연하게 매우 젊어져 있었다.

스티븐스 520

프랑크푸르트의 "서머 가든"은 그저 이곳을 본떠 만든 건물에 불과해.

이곳이야말로 흄 박사가 자신의 작품들을 위해 만든 가상 공간이자, 진정한 우리의 집이지.

엘마

그럼, 니달리는...?

스티븐스 520

인간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해.

이건 흄 박사가 만든 25살 시절의 니달리야.

데이터라고, 알겠어?

엘마

아...

니달리

0호 아가씨, 무슨 일이든지 이 만능 메이드 니달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엘마

...미안,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스티븐스 520

흄 박사는 내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 서머 가든의 소유권을 너에게 맡겼어.

그러니 흄 박사가 남긴 것을 찾으려면 네가 없어선 안 돼.

엘마

넌 뭘 하러 갔어? 네가 떠날 적 서머 가든엔 나랑 엄마밖에 없었어?

스티븐스 520

난 군에게 주문받아 제작된 인형이야. 한 일도 전부 기밀 임무였지.

내가 서머 가든을 떠날 적엔 너, 흄 박사, 그리고 니달리뿐이었어.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고.

이 니달리도 내가 재부팅한 거야.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 남아있던 현실의 니달리도 겨우 찾아냈지.

그런 다음, 너와 AR-18을 찾았어.

엘마

네가 돌아왔을 때 엄마는 죽은 뒤였구나...

스티븐스 520

그가 죽은 이상, 그의 성과를 우리가 이어받아야 해.

스티븐스 520

니달리, 대궁전 열어 줘.

니달리

네, 분부대로.

아가씨들의 만능 메이드 니달리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 더없이 크고 웅장한 "대궁전"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쿠르르릉——

엘마가 눈치챘을 땐 휘황찬란한 황금빛 궁전이 저 멀리 지평선 너머 푸른 숲 사이로 우뚝 솟아나 있었다.

햇빛에 번쩍이는 궁전은 멀리서도 층마다 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창문이 있는 것이 보였지만, 어째선지 창문 너머, 궁전의 내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궁전 내부 전체가 안개로 가득차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니달리

저기를 보세요, 저것이 바로 대궁전입니다.

엘마

우와아...

아 참, AR-18한테 보고해야지!

엘마

...어라? 발송이 안 되네?

니달리

0호 아가씨, 대궁전이 열리면 서머 가든은 자동으로 모든 신호를 차단하므로 외부와의 연락이 불가능합니다.

엘마

......

스티븐스 520

흄 박사의 유산이 바로 저 안에 있어.

엘마

그게 뭔지 알아?

스티븐스 520

우리는 그의 작품이니 우리가 스스로 알아내야겠지.

툭 내뱉으며, 스티븐스 520은 곧장 정원으로 통하는 철창문을 열고 푸르른 경치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잠시 후, 서머 가든의 대궁전.

자연의 미를 강조하는 정원과는 정반대인 대궁전은 전체적으로 으리으리한 표트르 바로크 양식이었다. 로비의 새하얀 벽면에는 여신과 덩굴 문양이 금칠로 새겨졌고, 복도의 기둥도 전부 도금된 여신상이 받치는 형태였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보이는 천장은 신화 속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다.

이 넓은 로비에 선 엘마는, 이곳이 집이라기보단 무대처럼 느껴졌다.

니달리

아가씨들, 이곳은 대궁전의 영빈홀입니다. 예전엔 무도회장으로 이용되기도 했죠.

스티븐스 520

뭐야... 테이블이랑 의자 다 어디 갔어? 그리고 이 붉은 장막은 또 뭔데?

니달리

송구하게도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0호 아가씨가 안 계시면 저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니까요.

스티븐스 520

여기가 변하다니, 이상해...

엘마

엄마가 떠나서 아닐까?

동화처럼 말이야, 주인 잃은 정령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세상을 꾸미기 시작하는 것처럼.

펄럭...

그때, 로비 중앙의 붉은 장막이 바닥으로 떨어져 그 뒤로 가려졌던 거대한 초상화가 드러났다.

이를 본 니달리는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니달리

앗, 저건...!

엘마

저 초상이 누군지 알아?

스티븐스 520

......

흄 박사야.

그런데, 저거... 초상화가 아니라 현상수배지야.

엘마

엑, 현상수배? 엄마가?

엘마는 보석이 박힌 순금 액자를 넘어, 수려한 용모의 초상을 무시하고, 가장 아래에 적힌 숫자를 보았다.

엘마

<size=50>현상금 1천만 사르디스 골드으!?!!</size>

스티븐스 520

누가 여기다 흄 박사의 현상수배령을 걸어 뒀지?

???

국왕 폐하 명령이다.

엘마

앗!

낯선 소녀가 뒤에서 나타나 다가온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어서 와라, 여행자여. 나는 기사 "미라벨"이다.

대주교 흄은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져 있다. 국왕 폐하께서 현상금 1천만 사르디스 골드를 걸으셨지.

만약 현상금에 관심 있다면, 수배지를 가져가도록 해라. 나도 최대한 협력하마.

스티븐스 520

잠깐, 너...

620?!

니달리

존경하는 27호 아가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엘마

아, 이 기사도 엄마의 아이야?

스티븐스 520

너 왜 여기 있어? 엘마의 권한도 없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미라벨

다시 말하지만, 나는 기사 미라벨이다.

폐하께서 존재하실 적부터 나는 존재했다.

스티븐스 520

......

엘마는 스티븐스 520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진 것을 눈치챘다.

스티븐스 520

너 또 무슨 수작 부리려고 그래?

미라벨

나는 지금 대주교를 붙잡을 용사를 기다리며, 언제든지 나의 힘을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

니달리

9호 아가씨? 27호 아가씨가 조금 이상해지신 듯합니다.

스티븐스 520

나도 알아.

엘마

쟤가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서머 가든에 국왕이니 대주교니 기사 같은 게 있었어?

그리고 엄마는 무슨 일로 수배당한 거야?

미라벨

흄 대주교는 "파일럿고래" 프로젝트를 명목으로 국왕 폐하로부터 10억 사르디스 골드를 횡령한 죄로 수배되었다.

엘마

<size=50>10억 사르디스 골드으으!?!!</size>

스티븐스 520

헛소리 마, 명문 귀족 출신인 흄 박사가 그럴 리 없잖아!

미라벨

증거는 확실하다. 대주교가 거액을 훔쳐 도주했으니 한시라도 빨리 붙잡아야 조금이라도 더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니달리

9호 아가씨, 어쩌면 이것은 박사님의 장난일지도요?

많은 괴짜 과학자들이 자신의 경험에 이상한 상상을 더해 어드벤처 게임 같은 것으로 만들고는 한다고 들었습니다.

스티븐스 520

그의 악취미를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네.

엘마

그럼 우린 저 기사 말대로 해야 해?

스티븐스 520

야, "미라벨". 네 임무를 완수하면 대궁전이 원상복귀되는 거야?

미라벨

레네트, 서민인 너의 그 우둔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레네트

"레네트"...? 뭐야 그 촌스러운 이름은?

엘마

앗?! 너 ID 표시가 "레네트"로 바뀌었어!

레네트

<size=50>620 너 이게 무슨 짓이야!!</size>

미라벨

폐하께서 최근 영화 《두 아가씨의 네 가지 모험》을 보시고, 영화 속 자매의 우정에 크게 감명을 받으셨다.

하여 너와 나의 이름을 두 주인공의 이름으로 바꾸셨다.

레네트

......

"레네트"가 손에 쥔 스티븐스520 산탄총을 들었다. 누가 봐도 저 거만한 "기사"를 박살내 버릴 셈인 게 분명했다.

엘마

으아앗 진정해, 진정...?

엘마

와아, 내가 남한테 진정하라는 날이 다 있네!?

레네트

......

네 임무, 우리가 "대주교"를 붙잡게 하는 거야?

미라벨

그렇다.

레네트

보수는?

미라벨

폐하를 알현하여 소원을 하나 빌 수 있다.

레네트

무슨 소원이든지?

미라벨

그렇다.

엘마

어쩌면 거기에 엄마의 유산이 있을 수도...

알았어, 현상수배령 받을게.

미라벨

엘마 양, 정말로 이 흄 대주교 현상수배령을 받겠는가?

엘마

응.

미라벨

알았다. 폐하께서도 너의 용기를 칭찬하시겠지.

그 순간, 거대한 초상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엘마

그런데, 어떻게 찾아?

미라벨

너희의 실력에 달렸다.

레네트

현상수배를 내걸었으면 기본적인 단서라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미라벨

물론이지, 지금 현상수배령을 받은 엘마 양에게 단서를 제공하려던 참이다.

레네트

......

미라벨

엘마 양, 내가 줄 수 있는 단서는... "폭스 시스터후드"다.

엘마

폭스... 그게 뭐야?

미라벨

한 사기단의 이름이지.

엘마

걔네는 어디 가서 찾아?

미라벨

그건 너희가 능력껏 알아서 할 일이다.

그 말을 끝으로 미라벨은 상어 손인형을 쓴 손을 번쩍 위로 들었고, 그러자 상어 인형이 풍선이 되더니 두둥실 떠올라 그대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니달리

아가씨들, 송구하오나 저의 권한으로는 이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레네트

그래, 너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어.

여기서부턴 우리한테 맡겨.

니달리

네, 하시는 일 순조롭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만일 달리 분부하실 것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이 만능 메이드 니달리를 불러 주십시오.

니달리는 완벽한 메이드 인사를 하고 문가로 물러나, 조용히 엘마와 레네트를 지켜봤다.

엘마

이제 어떡하지?

레네트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단서는 더 없고, 대궁전도 엉망진창이니...

그냥 되는대로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봐야지.

엘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