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창문
"금빛 찬란한 대궁전 안에 국왕 폐하가 묻어둔 비밀이 있다."
...서머 가든 대궁전 안.
금빛 찬란한 로비를 따라 몇 걸음도 채 못 가서, 금방 주변이 어두워지고 복도도 무척 비좁아졌다.
먼저 "폭스 시스터후드"라는 앵커 포인트가 없나 봐봐.
엘마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폭스 시스터후드... 폭스 시스터후드...
뭘 중얼거리고 있어! 넌 지금 서머 가든에 있잖아!
너의 앵커 포인트 "엘마 흄"이 이곳의 마스터키야!
여기선 전자키 리스트를 불러내서 검색만 하면 돼!
어? 이런 게 있었구나...
...너 이거 쓰는 법 나보다 잘 아네...
이래서 왜 흄 박사가 이 시스템을 너한테 맡긴 건지 모르겠다니까!
...내가 귀여워서겠지 뭐.
......
농담이야, 그렇게 무서운 눈빛으로 보지 말아줘.
......
위압감으로 찍어누르는 듯한 레네트의 눈빛을 받으며 엘마는 빠르게 검색을 마쳤다.
검색 다 했어, 그런 앵커 포인트 없어.
못 믿겠어. 키 리스트 내게 공유해.
그럼 내 프라이버시는?
......
레네트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 같은 얼굴이 되어 스티븐스 520 산탄총을 꺼냈다.
네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매번 이런 식이었지. 그럴 때마다 난 정말 성질이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아. 확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치만 여긴 정말로 내 프라이버시 영역이란 말이야. 예를 들어 이 "류드밀라"는 정말 특별한 앵커야, 네가 봐버리면 AR-18한테 뭐라고 변명해!
내가 명단만 공유하랬지 내용을 보여달랬니!
오오, 그러니까 너는 열쇠밖에 못 보고 아무것도 못 연다는 거네?
...맞아.
에이, 그럼 빨리 말하지!
처음부터 딱 확실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아? 그럼 나도 처음부터 믿어줬지.
......
레네트가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엘마는 잽싸게 손가락을 레네트의 손바닥에 놓았다.
보여?
...보여.
난 폭스 시스터후드에 관해서 아는 게 많지 않아. 당장 가진 정보도 다 유명 사기 사건들뿐이야. "신통방통 유령의 집", "데킬라 사기극", "호프콘", "카지노 특급"...
잠깐, 여기 콜트 익스프레스라는 앵커 포인트가 있는데...
......
이거 열어!
"콜트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열쇠가 엘마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열쇠가 나타남과 함께 복도에 클래식한 무늬가 새겨진 나무 문짝이 늘어났다. 그 문패에 적힌 글씨는——
"2033 콜트 익스프레스".
레네트가 문고리를 잡았다.
철컥.
문 뒤에는 자욱한 안개, 멀리서 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커피 포트는 마치 지난 세기의 골동품 같은 고전적인 양식이었다.
레코드판 축음기에서 까마득하게 오래 전의 음악을 틀고 있었다.
캐서린 아가씨! 일어나세요!
......
누가 부르는 거지? 캐서린은 또 누구야?
캐서린 아가씨, 빨리 준비하세요! 매기 아가씨가 곧 엄청 중요한 손님이 오신다고 모두 준비하래요.
응? 지금 나 부르는 거야?
...우린 지금 이 금발 여자의 시점을 통해 보고 있는 것 같아.
어디 이 앵커 포인트에 얼마나 많은 내용이 있나 보자.
중요한 손님? 아아 그렇지, 저번에 예약한 그 겉멋만 잔뜩 든 양복 사기꾼 말이지?
칫칫, 우리야말로 사기의 대가잖아? 근데 왜 우리가 그 사람을 모셔줘야 해?
소피아, 그 사람 예약한 시간이 언제야?
20분 뒤요.
짤랑... 초인종이 울렸다.
존경하는 폭스 아가씨, 손님이 오셨습니다.
응?!
아직 20분 있다며?
아... 말씀 드리는 걸 깜빡했어요. 이 손님 엄청 꼼꼼한 사람이에요.
시간 딱 맞춰서 오는 타입이 아니라 15분쯤 먼저 오는 꼰대요!
...프로필에 27살이라고 하지 않았어? 사실 72살 아니야!?
짤랑... 초인종이 울렸다.
존경하는 폭스 아가씨, 손님이 오셨습니다.
어떡해요?
넌 가서 문 열어, 난 불을 끌게.
네? 지금 저녁인데 왜 불을 꺼요?
지금 테이블도 안 닦았잖아, 저 일급 귀족 나으리가 딱 보고 눈치채면 어떡해!
어두운 조명이 최고의 가림막이지!
...알았어요. 과연 캐서린 아가씨예요!
어서 오세요 사장님!(*^▽^*)
유니콘 테크놀로지 주식회사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미로운 술을 담은 이 희망의 뿔로 붕괴입자 안개를 싹 걷어드립니다!
저는 소피아라고 합니다. 우수하고 믿을 수 있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이곳이 폭스 시스터후드 본부입니까?
...맞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존경하는 브로이 공작 전하.
이곳이 폭스 시스터후드 이사장 캐서린 폰지 아가씨의 사무소입니다.
저는 이미 왕실에서 제명된 몸. 너무 예법에 얽매이실 필요 없습니다. 편하게 루이 흄이라 불러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전하.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 사람 누구야? 말을 왜 저렇게 장황하게 할까?
...네 "엄마".
엇? 저 사람이 아서 흄이야?
...얼굴 보면 모르겠어?
...부끄럽지만 내가 기억하는 앵커 포인트 중엔 얼굴이 안 남아있어서.
......
두 사람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멀어지면서 다시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서머 가든 대궁전 안.
이게 끝이야?
이게 끝이야.
처음엔 분명 열차 탑승권을 팔아먹으려고 할 줄 알았는데.
...네 사고 회로는 정말 단순하구나.
캐서린 폰지는 폭스 시스터후드의 폰지 자매 두 명 중의 동생이야.
우리가 본 그 열차는 아마 카지노 특급 사건 관련이겠지. 카지노 특급 사건도 분명 30년대에 있었던 일이니까...
이때 박사가 썼던 이름이 루이 흄이었나? 저들 사이에 접점이 있었나? 난 전혀 기억이 없는데.
다른 사람 아닐까?
엄마의 아빠라든가!
...그 엉망진창인 호칭을 지적해 주기도 지쳤다.
하지만... 확실히 박사의 아버지에 관한 자료는 없어, 그럴 가능성도 있겠어.
그런데 네 앵커 포인트를 검색해 봤는데 말야, 루이 흄, 캐서린 폰지, 매기 폰지, 소피아, 폭스 시스터후드, 뭐 하나 나오는 게 없어.
그럼 여기서 단서가 끊어진 거야...?
잠깐만, 방금 루이 흄이 그랬지? 자기가 왕실에서 제명됐다고. 이거 말하는 거 아냐?
아까 미라벨이 그랬잖아, 국왕 폐하가 흄 대주교를 지명수배했다고.
...이 시점에서 이미 발생한 사건을 말하는 건 아닐 거야. 시간을 되돌려서 저 사람을 잡으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 어디 놓친 단서가 있을 거야... 방금 거 다시 한 번 볼게.
...그래.
둘은 다시 그 "콜트 익스프레스" 앵커 포인트로 돌아갔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엘마는 저번과 똑같은 느낌밖에 받지 못했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익숙해진 레네트는 놓쳤던 디테일들을 새로 짚어낼 수 있었다.
알았다...
응? 뭔데?
유니콘... 붕괴입자 안개를 걷어내는 희망의 뿔.
이건 카지노 특급이 아니라... 호프콘 사기극 쪽 기억이야!
엘마에게 더 설명해주기 귀찮았던 레네트는 다짜고짜 리스트를 열어 검색어를 입력했다.
검색... 콘... 유니콘... 됐다!
가자, 유니콘의 앵커 포인트를 열어!
...알았어.
너 일에 엄청 열정적이구나.
AR-18이랑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후... 사람이 둘이면 뭐하나, 지능이 1인분밖에 없는데.
"유니콘"이라는 앵커 포인트에 들어가니 두 사람의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실내의 온갖 사치스러운 장식은 어두운 불빛 밑에서도 남다른 질감을 뽐냈다.
방 중앙에 놓인 목재 탁자 위에 노출이 과감한 옷을 입은 여성이 앉아있었다.
너무 급하게 결론짓지 마세요, 흄 전하.
"호프콘" 프로젝트는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요.
이건 새빨간 사기극입니다, 매기 폰지 씨.
사기극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프랭클린이 전기를 발명하기 전까지 자동차는 사기극 취급을 받았죠.
현대 의학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는 몇 세기 동안이나 방혈 치료법이 널리 행해져 왔고요.
프랭클린이 발견한 건 일종의 현상과 규칙일 뿐.
그가 전기를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뭐 네, 제 말에 조금 오류가 있다는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말뜻은 이해하시겠죠. "호프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불확실성이 좀 있지만 예상되는 장래성은 대단하다고요.
...지금 저의 마지노선을 시험하시는 겁니까, 레이디 폰지?
사기극이라는 단어조차 일부러 부드러운 표현을 고른 겁니다만.
피 한 방울만으로 유전자 염기서열을 검사하고 의학적 소견을 받아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각 개인별로 붕괴방사선 면역력을 높여주는 맞춤형 "호프콘"의 잔으로 건강 증진 효과를 얻는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조금이라도 의학 상식이 있다면 이딴 헛소리는 믿지 않을 겁니다.
매기 폰지는 싱긋 웃었다. 흄을 바라보는 눈빛엔 흡족함이 가득했다.
그래요, 바로 그 자신감 있는 태도예요.
흄 전하, 당신의 그 얼굴과 카리스마로 사기를 치지 않는다는 건 커다란 사회적 손실입니다.
......
레이디 폰지, 여성 존중 차원에서 직접 내쫓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어머나, 그렇게 성질 내지 말라니깐!
당신도 공학자, 저도 공학자예요. 공학자끼리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뭐 있나요?
정말 실례지만, 당신의 언변에서 그 어떤 학문의 조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개 학부 졸업생도 그런 얄팍하고 시시한 프로젝트를 써내진 않을 겁니다.
헤에, 제가 과학을 모르는 것처럼 보여요?
일목요연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사회를 모르죠!
이게 제 전공이에요. 전 세계 최고의 사회공학자라고요!
왜 제가 이 프로젝트를 이렇게 거창하게 포장했을까요? 이래야 대중과 투자자들이 눈길을 주기 때문이죠!
다들 당신네 인형공학자들처럼 고유명사나 마구 남발하는 줄 알아요?
자꾸 그렇게 나오면 저도 그쪽이 발표한 "파일럿고래" 프로젝트가 어떻게 투자금을 10억이나 해먹었는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
엘마.
응!
어? 나 말 안 했는데?
...너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방 안에 열 명도 넘게 있는 거 안 보여?
그 말에 엘마가 방 안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이곳은 흄의 거실이었다. 매기가 흄의 업무 탁자를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에 의사나 간호사 차림의 여자아이 혹은 인형들이 열 명 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루이 흄의 곁에는 엘마와 스티븐스 520이 있었다.
미안, 매기 옷차림이 너무 시선을 끌어서...
...너 지금까지 눈치 못 챈 거야?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우리 소체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거.
근데 난 이런 상황 기억 안 나는걸.
나도 기억 안 나... 아마 이건 너와 나의 이전 버전일지도.
뭘 하면 될까?
사회공학자의 뜻을 말해보렴.
사회공학자라는 단어에 명확한 정의는 없다. 하지만 그 단어의 유래는 저명한 해커 케빈 미트닉의 저서인 《해킹, 속임수의 예술》이다.
해당 저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사회공학자는 주로 자연적·사회적·제도적 경로를 통해 사람의 심리적 약점 및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다.
공격자는 피공격자와 깊은 신뢰관계를 쌓은 뒤 이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내어, 최종적으로 유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경로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사기꾼이죠.
루이 흄은 입술을 꽉 다물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방에서 성큼성큼 나갔다.
쿵! 문이 거칠게 닫히며 먼지가 약간 떨어졌다.
...박사님께서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라고 하셨습니다. 이만 떠나주세요.
"여기까지"라고 해 놓고 먼저 불러세운 건 본인 아냐?
목적도 달성 못 했는데 내가 왜 가?
...이 사람 정도면 너랑 말싸움해도 이기겠는걸?
입 다물어!!
...여기는 저희 땅이니까요!
아유, 그러셔? 하지만 지금은 전쟁통이거든. 어지러운 세상이지.
그게 무슨 뜻이죠?
그러니까 이런 세상에 규칙이고 뭐고 알 바야? 나는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이게!
옳지 옳지. 자, 알려 줄래? 단단히 빡친 그 인간은 어디로 갔을까아~?
내가 바아로 찾아 줄게!
...엘마! 총 꺼내!
지금! 당장! 쫓아내 주겠어!
쯧쯧, 이 집 애들은 뭐가 이렇게 예절이란 게 없니?
자신의 이마를 찌르고 싶어 안달이 난 총구를 보면서도, 매기는 태연하게 미소를 유지하며 뒤에 있는 인형에게 손짓했다.
전체 대사 보기 (133줄)
...서머 가든 대궁전 안.
금빛 찬란한 로비를 따라 몇 걸음도 채 못 가서, 금방 주변이 어두워지고 복도도 무척 비좁아졌다.
먼저 "폭스 시스터후드"라는 앵커 포인트가 없나 봐봐.
엘마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폭스 시스터후드... 폭스 시스터후드...
<size=50>뭘 중얼거리고 있어! 넌 지금 서머 가든에 있잖아!</size>
너의 앵커 포인트 "엘마 흄"이 이곳의 마스터키야!
여기선 전자키 리스트를 불러내서 검색만 하면 돼!
어? 이런 게 있었구나...
...너 이거 쓰는 법 나보다 잘 아네...
이래서 왜 흄 박사가 이 시스템을 너한테 맡긴 건지 모르겠다니까!
...내가 귀여워서겠지 뭐.
......
농담이야, 그렇게 무서운 눈빛으로 보지 말아줘.
......
위압감으로 찍어누르는 듯한 레네트의 눈빛을 받으며 엘마는 빠르게 검색을 마쳤다.
검색 다 했어, 그런 앵커 포인트 없어.
못 믿겠어. 키 리스트 내게 공유해.
그럼 내 프라이버시는?
......
레네트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 같은 얼굴이 되어 스티븐스 520 산탄총을 꺼냈다.
네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매번 이런 식이었지. 그럴 때마다 난 정말 성질이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아. 확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치만 여긴 정말로 내 프라이버시 영역이란 말이야. 예를 들어 이 "류드밀라"는 정말 특별한 앵커야, 네가 봐버리면 AR-18한테 뭐라고 변명해!
내가 명단만 공유하랬지 내용을 보여달랬니!
오오, 그러니까 너는 열쇠밖에 못 보고 아무것도 못 연다는 거네?
...맞아.
에이, 그럼 빨리 말하지!
처음부터 딱 확실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아? 그럼 나도 처음부터 믿어줬지.
......
레네트가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엘마는 잽싸게 손가락을 레네트의 손바닥에 놓았다.
보여?
...보여.
난 폭스 시스터후드에 관해서 아는 게 많지 않아. 당장 가진 정보도 다 유명 사기 사건들뿐이야. "신통방통 유령의 집", "데킬라 사기극", "호프콘", "카지노 특급"...
잠깐, 여기 콜트 익스프레스라는 앵커 포인트가 있는데...
......
이거 열어!
"콜트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열쇠가 엘마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열쇠가 나타남과 함께 복도에 클래식한 무늬가 새겨진 나무 문짝이 늘어났다. 그 문패에 적힌 글씨는——
"2033 콜트 익스프레스".
레네트가 문고리를 잡았다.
철컥.
문 뒤에는 자욱한 안개, 멀리서 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커피 포트는 마치 지난 세기의 골동품 같은 고전적인 양식이었다.
레코드판 축음기에서 까마득하게 오래 전의 음악을 틀고 있었다.
캐서린 아가씨! 일어나세요!
......
누가 부르는 거지? 캐서린은 또 누구야?
캐서린 아가씨, 빨리 준비하세요! 매기 아가씨가 곧 엄청 중요한 손님이 오신다고 모두 준비하래요.
<color=#66CDAA>응? 지금 나 부르는 거야?</color>
<color=#66CDAA>...우린 지금 이 금발 여자의 시점을 통해 보고 있는 것 같아.</color>
<color=#66CDAA>어디 이 앵커 포인트에 얼마나 많은 내용이 있나 보자.</color>
중요한 손님? 아아 그렇지, 저번에 예약한 그 겉멋만 잔뜩 든 양복 사기꾼 말이지?
칫칫, 우리야말로 사기의 대가잖아? 근데 왜 우리가 그 사람을 모셔줘야 해?
소피아, 그 사람 예약한 시간이 언제야?
20분 뒤요.
짤랑... 초인종이 울렸다.
<color=#00CCFF>존경하는 폭스 아가씨, 손님이 오셨습니다.</color>
응?!
아직 20분 있다며?
아... 말씀 드리는 걸 깜빡했어요. 이 손님 엄청 꼼꼼한 사람이에요.
시간 딱 맞춰서 오는 타입이 아니라 15분쯤 먼저 오는 꼰대요!
...프로필에 27살이라고 하지 않았어? 사실 72살 아니야!?
짤랑... 초인종이 울렸다.
<color=#00CCFF>존경하는 폭스 아가씨, 손님이 오셨습니다.</color>
어떡해요?
넌 가서 문 열어, 난 불을 끌게.
네? 지금 저녁인데 왜 불을 꺼요?
지금 테이블도 안 닦았잖아, 저 일급 귀족 나으리가 딱 보고 눈치채면 어떡해!
어두운 조명이 최고의 가림막이지!
...알았어요. 과연 캐서린 아가씨예요!
어서 오세요 사장님!(*^▽^*)
유니콘 테크놀로지 주식회사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미로운 술을 담은 이 희망의 뿔로 붕괴입자 안개를 싹 걷어드립니다!
저는 소피아라고 합니다. 우수하고 믿을 수 있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이곳이 폭스 시스터후드 본부입니까?
...맞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존경하는 브로이 공작 전하.
이곳이 폭스 시스터후드 이사장 캐서린 폰지 아가씨의 사무소입니다.
저는 이미 왕실에서 제명된 몸. 너무 예법에 얽매이실 필요 없습니다. 편하게 루이 흄이라 불러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전하.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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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66CDAA>...네 "엄마".</color>
<color=#66CDAA>엇? 저 사람이 아서 흄이야?</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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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66CDAA>...부끄럽지만 내가 기억하는 앵커 포인트 중엔 얼굴이 안 남아있어서.</color>
<color=#66CDAA>......</color>
두 사람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멀어지면서 다시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서머 가든 대궁전 안.
이게 끝이야?
이게 끝이야.
처음엔 분명 열차 탑승권을 팔아먹으려고 할 줄 알았는데.
...네 사고 회로는 정말 단순하구나.
캐서린 폰지는 폭스 시스터후드의 폰지 자매 두 명 중의 동생이야.
우리가 본 그 열차는 아마 카지노 특급 사건 관련이겠지. 카지노 특급 사건도 분명 30년대에 있었던 일이니까...
이때 박사가 썼던 이름이 루이 흄이었나? 저들 사이에 접점이 있었나? 난 전혀 기억이 없는데.
다른 사람 아닐까?
엄마의 아빠라든가!
...그 엉망진창인 호칭을 지적해 주기도 지쳤다.
하지만... 확실히 박사의 아버지에 관한 자료는 없어, 그럴 가능성도 있겠어.
그런데 네 앵커 포인트를 검색해 봤는데 말야, 루이 흄, 캐서린 폰지, 매기 폰지, 소피아, 폭스 시스터후드, 뭐 하나 나오는 게 없어.
그럼 여기서 단서가 끊어진 거야...?
잠깐만, 방금 루이 흄이 그랬지? 자기가 왕실에서 제명됐다고. 이거 말하는 거 아냐?
아까 미라벨이 그랬잖아, 국왕 폐하가 흄 대주교를 지명수배했다고.
...이 시점에서 이미 발생한 사건을 말하는 건 아닐 거야. 시간을 되돌려서 저 사람을 잡으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 어디 놓친 단서가 있을 거야... 방금 거 다시 한 번 볼게.
...그래.
둘은 다시 그 "콜트 익스프레스" 앵커 포인트로 돌아갔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엘마는 저번과 똑같은 느낌밖에 받지 못했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익숙해진 레네트는 놓쳤던 디테일들을 새로 짚어낼 수 있었다.
알았다...
응? 뭔데?
유니콘... 붕괴입자 안개를 걷어내는 희망의 뿔.
이건 카지노 특급이 아니라... 호프콘 사기극 쪽 기억이야!
엘마에게 더 설명해주기 귀찮았던 레네트는 다짜고짜 리스트를 열어 검색어를 입력했다.
검색... 콘... 유니콘... 됐다!
가자, 유니콘의 앵커 포인트를 열어!
...알았어.
너 일에 엄청 열정적이구나.
AR-18이랑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후... 사람이 둘이면 뭐하나, 지능이 1인분밖에 없는데.
"유니콘"이라는 앵커 포인트에 들어가니 두 사람의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실내의 온갖 사치스러운 장식은 어두운 불빛 밑에서도 남다른 질감을 뽐냈다.
방 중앙에 놓인 목재 탁자 위에 노출이 과감한 옷을 입은 여성이 앉아있었다.
너무 급하게 결론짓지 마세요, 흄 전하.
"호프콘" 프로젝트는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요.
이건 새빨간 사기극입니다, 매기 폰지 씨.
사기극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프랭클린이 전기를 발명하기 전까지 자동차는 사기극 취급을 받았죠.
현대 의학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는 몇 세기 동안이나 방혈 치료법이 널리 행해져 왔고요.
프랭클린이 발견한 건 일종의 현상과 규칙일 뿐.
그가 전기를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뭐 네, 제 말에 조금 오류가 있다는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말뜻은 이해하시겠죠. "호프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불확실성이 좀 있지만 예상되는 장래성은 대단하다고요.
...지금 저의 마지노선을 시험하시는 겁니까, 레이디 폰지?
사기극이라는 단어조차 일부러 부드러운 표현을 고른 겁니다만.
피 한 방울만으로 유전자 염기서열을 검사하고 의학적 소견을 받아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각 개인별로 붕괴방사선 면역력을 높여주는 맞춤형 "호프콘"의 잔으로 건강 증진 효과를 얻는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조금이라도 의학 상식이 있다면 이딴 헛소리는 믿지 않을 겁니다.
매기 폰지는 싱긋 웃었다. 흄을 바라보는 눈빛엔 흡족함이 가득했다.
그래요, 바로 그 자신감 있는 태도예요.
흄 전하, 당신의 그 얼굴과 카리스마로 사기를 치지 않는다는 건 커다란 사회적 손실입니다.
......
레이디 폰지, 여성 존중 차원에서 직접 내쫓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어머나, 그렇게 성질 내지 말라니깐!
당신도 공학자, 저도 공학자예요. 공학자끼리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뭐 있나요?
정말 실례지만, 당신의 언변에서 그 어떤 학문의 조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개 학부 졸업생도 그런 얄팍하고 시시한 프로젝트를 써내진 않을 겁니다.
헤에, 제가 과학을 모르는 것처럼 보여요?
일목요연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사회를 모르죠!
이게 제 전공이에요. 전 세계 최고의 사회공학자라고요!
왜 제가 이 프로젝트를 이렇게 거창하게 포장했을까요? 이래야 대중과 투자자들이 눈길을 주기 때문이죠!
다들 당신네 인형공학자들처럼 고유명사나 마구 남발하는 줄 알아요?
자꾸 그렇게 나오면 저도 그쪽이 발표한 "파일럿고래" 프로젝트가 어떻게 투자금을 10억이나 해먹었는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
엘마.
응!
<color=#66CDAA>어? 나 말 안 했는데?</color>
<color=#66CDAA>...너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방 안에 열 명도 넘게 있는 거 안 보여?</color>
그 말에 엘마가 방 안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이곳은 흄의 거실이었다. 매기가 흄의 업무 탁자를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에 의사나 간호사 차림의 여자아이 혹은 인형들이 열 명 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루이 흄의 곁에는 엘마와 스티븐스 520이 있었다.
<color=#66CDAA>미안, 매기 옷차림이 너무 시선을 끌어서...</color>
<color=#66CDAA>...너 지금까지 눈치 못 챈 거야?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우리 소체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거.</color>
<color=#66CDAA>근데 난 이런 상황 기억 안 나는걸.</color>
<color=#66CDAA>나도 기억 안 나... 아마 이건 너와 나의 이전 버전일지도.</color>
뭘 하면 될까?
사회공학자의 뜻을 말해보렴.
사회공학자라는 단어에 명확한 정의는 없다. 하지만 그 단어의 유래는 저명한 해커 케빈 미트닉의 저서인 《해킹, 속임수의 예술》이다.
해당 저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사회공학자는 주로 자연적·사회적·제도적 경로를 통해 사람의 심리적 약점 및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다.
공격자는 피공격자와 깊은 신뢰관계를 쌓은 뒤 이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내어, 최종적으로 유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경로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사기꾼이죠.
루이 흄은 입술을 꽉 다물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방에서 성큼성큼 나갔다.
쿵! 문이 거칠게 닫히며 먼지가 약간 떨어졌다.
...박사님께서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라고 하셨습니다. 이만 떠나주세요.
"여기까지"라고 해 놓고 먼저 불러세운 건 본인 아냐?
목적도 달성 못 했는데 내가 왜 가?
<color=#66CDAA>...이 사람 정도면 너랑 말싸움해도 이기겠는걸?</color>
<color=#66CDAA>입 다물어!!</color>
...여기는 저희 땅이니까요!
아유, 그러셔? 하지만 지금은 전쟁통이거든. 어지러운 세상이지.
그게 무슨 뜻이죠?
그러니까 이런 세상에 규칙이고 뭐고 알 바야? 나는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size=50>이게!</size>
옳지 옳지. 자, 알려 줄래? 단단히 빡친 그 인간은 어디로 갔을까아~?
내가 바아로 찾아 줄게!
...엘마! 총 꺼내!
<size=50>지금! 당장! 쫓아내 주겠어!</size>
쯧쯧, 이 집 애들은 뭐가 이렇게 예절이란 게 없니?
자신의 이마를 찌르고 싶어 안달이 난 총구를 보면서도, 매기는 태연하게 미소를 유지하며 뒤에 있는 인형에게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