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주시
외조부와 썩 반갑지 않은 면회를 가지고, 넬레는 화이트존에서 예상 못한 지인과 다시 만났다.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에 위치한 슈타지 본부의 국장 사무실.
서류함의 마지막 서류까지 다 정리한 뒤 호프만은 그제서야 뻣뻣해진 목을 풀며 벽시계를 바라봤다.
예상한 종료 시각을 1시간 27분이나 넘긴 걸로 보아, 회의는 지금 아주 치열한 격론이 오가는 중이 분명했다.
...끝나려면 아직 한참은 더 걸릴 것 같군요.
호프만은 맞은편의 검은 소파에 앉은 Q를 향해 말했다.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은 채 마찬가지로 서류를 정리 중인 Q는 시큰둥하게 손을 저었다.
이쪽 일은 딱히 안 급하니까 괜찮아요.
그나저나 호프만 씨, 슬슬 점심 뭐 먹을지 생각해야죠?
그럼 국장님이 회의를 마치고 오시면 함께 식사하러 가실까요?
엑... 전 그냥 혼자 느긋하게 조용한 런치 타임을 즐기고 싶은데요.
호프만은 낄낄 웃으며 손가락 사이로 펜을 굴렸다.
요원님의 보고서는 확실히 급하지는 않으나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정오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로 예약을 잡기가 어려워요.
국장님을 뵈려는 사람들이 마인강에서 라인강까지 줄을 섰으니 말입니다.
...좋아요, 일단 커피 한 잔 내릴게요.
Q가 일어서자 호프만이 옆의 냉장고를 가리켰다.
냉장고 왼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더블샷이 있습니다.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한겨울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즐길 여유도 없어요?
하하, 프랑크푸르트의 근무 매너랍니다.
Q가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아메리카노 농축액 캡슐을 꺼냈다.
그리고 손 안에서 캡슐을 만지작대면서 호프만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랑 내기할래요?
음? 무슨 내긴가요?
이번에 국장님이 담판 지을지 말지요.
뭘 거시겠습니까?
휴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이따 점심 쏘는 걸로.
좋죠.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로 보건대, 아주 길고도 힘겨운 싸움이겠죠.
아뇨, 제가 보기엔 아주 술술 풀리고 있어요.
아주 뜻밖의 수확까지 건지면서.
호오? 그 근거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호프만이 허리를 세워 경청하는 자세를 잡았다.
왜냐면, 이번엔 이쪽이 공격에 나서는 상황이잖아요. 순조롭게 해결되는 게 아니면 회의는 진작에 끝났겠죠.
띠링.
인트라넷에서 메시지가 떴다.
호프만은 재빨리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메시지를 신중하게 읽었다.
오호라... 족집게시군요.
오?
제게 화이트존 경비대의 조직 구조 열람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과연 특급 요원, 눈썰미가 예리하십니다.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눈치 빠르지 못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직업이잖아요.
호프만은 커피 캡슐을 받아 컵에 따른 후, 정제수 약 200ml를 타서 Q에게 건넸다.
그럼 이제 국장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죠.
전 점심 메뉴 고르고 있을게요.
반경 3km 내의 식당 중에 마음대로 고르세요.
Q는 씨익 웃으며 검색 필터를 인당 가격순으로 정렬했다.
맛보단 가격이죠.
정오의 햇살은 좌석을 따스하게 덥히고, 머리 위의 크리스털 등도 찬란하게 반짝였다.
들어오십시오, 넬레 씨.
고마워요.
손야를 따라 넓고 간소한 접객실로 들어온 넬레는 바로 창가의 소파에 앉아 일광욕 중인 외조부를 보았다.
저 부리부리한 눈과 짙은 눈썹, 그리고 사나운 눈빛을 지닌 노인을 마주하니, 넬레는 간만에 긴장감을 느꼈다.
잘 지내셨어요, 외조부님.
...앉아라.
넬레는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고, 손야는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을 따라 주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
네가 일자리를 찾는다고, 메이어에게 전해 들었다.
......
네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나왔다고 했던가?
...네.
등록금 바가지로 유명한 곳인데, 네 아비가 잘도 기부금을 내 줬구나?
...아뇨, 아비투어 성적 1.0 찍어서 수시 합격했어요.
흠, 그건 잘했군.
그런데, 갈라테아 스캔들에 휘말렸다며?
...일 터지기 전에 계약 종료했어요.
포크트는 이미 바닥을 보이는 커피잔을 천천히 흔들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이사장인 제약 회사가 하나 있는데, 뮌헨에 있는 그 자회사의 대표 자리를 만들어 주마.
혼사에 관해서는... 으휴, 네 애미도 간섭받기 싫다고 구태여 그 가난뱅이에게 시집을 갔지.
너도 내가 골라 주는 건 싫을 테니, 메이어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마.
......
다른 일 없으면 가도 된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포크트는 천천히 일어나 접객실을 나서려 했다.
...이제 보니 엄마가 했던 말 그대로네요.
고집불통에 자기 할 말만 하는, 이해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영감탱이!
이에 놀란 포크트가 뒤돌아 건방진 손녀를 노려봤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내 성질이나 건드리려고 왔어!?
내가 말 한 마디만 하면 네가 프랑크푸르트에서 평생 직장에 발도 못 붙이게 할 수 있어!
성질 건드리러 왔냐니 설마요, 전 그냥 엄마가 유언으로 시간 날 때 외조부님 얼굴 좀 보라고 했어서 온 거예요.
그 옹고집으론 은퇴하면 아무도 보러 올 사람이 없을 테니, 노후 생활 쓸쓸할 거라면서요.
외조부의 눈에 보이는 노여움에도 아랑곳않고, 넬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직접 뵈니까 알겠네요! 보러 올 사람 하나도 없고, 제가 딱히 돌봐드릴 필요도 없겠어요!
네가?
너 따위가 뭐가 아쉽다고!
내 딸이 네 애미 하나뿐인 줄 알아!?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요?
외할머니랑 엄마한테 숨긴 사생아가 정말로 있군요!?
――!
이 머저리 같은 년!
날 아버지로 모시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그런 말도 안 듣는 딸은 필요 없단 소리다!
너 같은 외손녀도 필요 없어!
...그래요, 알았어요.
밖에서 절대 당신이 제 외조부라고 안 할 테니까 가문에 먹칠할 걱정 마세요.
이... 이런 고오얀...!
성질머리가 완전히 네 애미랑 똑같아, 그대로 물려받았어!
그럼 엄마는 누구한테서 물려받았는데요?
썩 꺼져!
다신 얼굴 보이지도 마라!
...네, 그럴게요.
넬레는 공손히 인사했다. 반듯하게 다리미질한 옷에 움켜쥔 주름이 졌지만, 그녀의 허리는 꼿꼿했다.
넬레 씨, 이쪽으로.
삐삑.
다급한 통신음이 J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뭔데.
금일 순찰 지점과 시간임다.
형님 이름 적혀 있으니 잊으시면 안 돼요.
......
우리가 슈타지지 경비원이냐!!
그치만 지금 우리 보직이 화이트존 순찰이잖슴까...
에휴... 대충 신참한테 짬 때려 줘.
호프만 씨가 이 경로는 지문이랑 동공 인증이 필요하댔슴다.
각 구역마다 4번 이상 필요하다고요.
......
J가 진절머리를 내며 머리를 싸맸다.
철컥.
등 뒤로 문이 닫히자 넬레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잔뜩 긴장했던 몸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긴장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차, 화이트존 지리 살피는 거 깜빡했다! 외할아버지랑 말싸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망했다, 어떡하지?
일단 근처라도 몇 바퀴 둘러봐야 할 텐데...
그런데, 가이드도 지도도 없이 어떡하지?
불순분자로 의심받아서 잡혀가진... 않겠지 설마?
엉? 화이트존 인증 인형도 없이 어딜 돌아다니십니까?
거기 아가씨, 신분증이랑 방문 허가 서류 제시하세요.
그 목소리에 넬레가 홱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왜 여깄어???
......아니 진짜, 여기서 뭐해요?
미끄러진 안경을 고쳐쓴 넬레는, 화이트존 내를 활보할 권한이 있는 게 분명한 슈타지 요원을 보곤 머릿속에 한 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오, 오랜만이에요 J 요원. 전 여기에 외할아버지를 뵈러 왔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몸이 편찮으셔서 함께 산책을 못 하시겠다고 해서요. 혹시 시간 있어요? 잠깐 같이 걸을래요?
네? 제가요?
당신이랑요?
땡땡이 칠 핑계가 이렇게 굴러오네?
제가 여긴 처음 와봐서 길을 잘 모르거든요.
길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돼서요.
숙녀분이 화이트존에서 길을 잃었다면, 마땅히 안전하게 지켜드려야죠.
전체 대사 보기 (102줄)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에 위치한 슈타지 본부의 국장 사무실.
서류함의 마지막 서류까지 다 정리한 뒤 호프만은 그제서야 뻣뻣해진 목을 풀며 벽시계를 바라봤다.
예상한 종료 시각을 1시간 27분이나 넘긴 걸로 보아, 회의는 지금 아주 치열한 격론이 오가는 중이 분명했다.
...끝나려면 아직 한참은 더 걸릴 것 같군요.
호프만은 맞은편의 검은 소파에 앉은 Q를 향해 말했다.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은 채 마찬가지로 서류를 정리 중인 Q는 시큰둥하게 손을 저었다.
이쪽 일은 딱히 안 급하니까 괜찮아요.
그나저나 호프만 씨, 슬슬 점심 뭐 먹을지 생각해야죠?
그럼 국장님이 회의를 마치고 오시면 함께 식사하러 가실까요?
엑... 전 그냥 혼자 느긋하게 조용한 런치 타임을 즐기고 싶은데요.
호프만은 낄낄 웃으며 손가락 사이로 펜을 굴렸다.
요원님의 보고서는 확실히 급하지는 않으나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정오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로 예약을 잡기가 어려워요.
국장님을 뵈려는 사람들이 마인강에서 라인강까지 줄을 섰으니 말입니다.
...좋아요, 일단 커피 한 잔 내릴게요.
Q가 일어서자 호프만이 옆의 냉장고를 가리켰다.
냉장고 왼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더블샷이 있습니다.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한겨울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즐길 여유도 없어요?
하하, 프랑크푸르트의 근무 매너랍니다.
Q가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아메리카노 농축액 캡슐을 꺼냈다.
그리고 손 안에서 캡슐을 만지작대면서 호프만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랑 내기할래요?
음? 무슨 내긴가요?
이번에 국장님이 담판 지을지 말지요.
뭘 거시겠습니까?
휴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이따 점심 쏘는 걸로.
좋죠.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로 보건대, 아주 길고도 힘겨운 싸움이겠죠.
아뇨, 제가 보기엔 아주 술술 풀리고 있어요.
아주 뜻밖의 수확까지 건지면서.
호오? 그 근거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호프만이 허리를 세워 경청하는 자세를 잡았다.
왜냐면, 이번엔 이쪽이 공격에 나서는 상황이잖아요. 순조롭게 해결되는 게 아니면 회의는 진작에 끝났겠죠.
띠링.
인트라넷에서 메시지가 떴다.
호프만은 재빨리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메시지를 신중하게 읽었다.
오호라... 족집게시군요.
오?
제게 화이트존 경비대의 조직 구조 열람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과연 특급 요원, 눈썰미가 예리하십니다.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눈치 빠르지 못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직업이잖아요.
호프만은 커피 캡슐을 받아 컵에 따른 후, 정제수 약 200ml를 타서 Q에게 건넸다.
그럼 이제 국장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죠.
전 점심 메뉴 고르고 있을게요.
반경 3km 내의 식당 중에 마음대로 고르세요.
Q는 씨익 웃으며 검색 필터를 인당 가격순으로 정렬했다.
맛보단 가격이죠.
정오의 햇살은 좌석을 따스하게 덥히고, 머리 위의 크리스털 등도 찬란하게 반짝였다.
들어오십시오, 넬레 씨.
고마워요.
손야를 따라 넓고 간소한 접객실로 들어온 넬레는 바로 창가의 소파에 앉아 일광욕 중인 외조부를 보았다.
저 부리부리한 눈과 짙은 눈썹, 그리고 사나운 눈빛을 지닌 노인을 마주하니, 넬레는 간만에 긴장감을 느꼈다.
잘 지내셨어요, 외조부님.
...앉아라.
넬레는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고, 손야는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을 따라 주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
네가 일자리를 찾는다고, 메이어에게 전해 들었다.
......
네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나왔다고 했던가?
...네.
등록금 바가지로 유명한 곳인데, 네 아비가 잘도 기부금을 내 줬구나?
...아뇨, 아비투어 성적 1.0 찍어서 수시 합격했어요.
흠, 그건 잘했군.
그런데, 갈라테아 스캔들에 휘말렸다며?
...일 터지기 전에 계약 종료했어요.
포크트는 이미 바닥을 보이는 커피잔을 천천히 흔들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이사장인 제약 회사가 하나 있는데, 뮌헨에 있는 그 자회사의 대표 자리를 만들어 주마.
혼사에 관해서는... 으휴, 네 애미도 간섭받기 싫다고 구태여 그 가난뱅이에게 시집을 갔지.
너도 내가 골라 주는 건 싫을 테니, 메이어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마.
......
다른 일 없으면 가도 된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포크트는 천천히 일어나 접객실을 나서려 했다.
...이제 보니 엄마가 했던 말 그대로네요.
고집불통에 자기 할 말만 하는, 이해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영감탱이!
이에 놀란 포크트가 뒤돌아 건방진 손녀를 노려봤다.
<size=50>그게 무슨 말버릇이야!</size>
내 성질이나 건드리려고 왔어!?
내가 말 한 마디만 하면 네가 프랑크푸르트에서 평생 직장에 발도 못 붙이게 할 수 있어!
성질 건드리러 왔냐니 설마요, 전 그냥 엄마가 유언으로 시간 날 때 외조부님 얼굴 좀 보라고 했어서 온 거예요.
그 옹고집으론 은퇴하면 아무도 보러 올 사람이 없을 테니, 노후 생활 쓸쓸할 거라면서요.
외조부의 눈에 보이는 노여움에도 아랑곳않고, 넬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직접 뵈니까 알겠네요! 보러 올 사람 하나도 없고, 제가 딱히 돌봐드릴 필요도 없겠어요!
네가?
너 따위가 뭐가 아쉽다고!
내 딸이 네 애미 하나뿐인 줄 알아!?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요?
외할머니랑 엄마한테 숨긴 사생아가 정말로 있군요!?
――!
<size=50>이 머저리 같은 년!</size>
날 아버지로 모시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그런 말도 안 듣는 딸은 필요 없단 소리다!
너 같은 외손녀도 필요 없어!
...그래요, 알았어요.
밖에서 절대 당신이 제 외조부라고 안 할 테니까 가문에 먹칠할 걱정 마세요.
이... 이런 고오얀...!
성질머리가 완전히 네 애미랑 똑같아, 그대로 물려받았어!
그럼 엄마는 누구한테서 물려받았는데요?
<size=50>썩 꺼져!</size>
<size=50>다신 얼굴 보이지도 마라!</size>
...네, 그럴게요.
넬레는 공손히 인사했다. 반듯하게 다리미질한 옷에 움켜쥔 주름이 졌지만, 그녀의 허리는 꼿꼿했다.
넬레 씨, 이쪽으로.
삐삑.
다급한 통신음이 J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뭔데.
<color=#00CCFF>금일 순찰 지점과 시간임다.</color>
<color=#00CCFF>형님 이름 적혀 있으니 잊으시면 안 돼요.</col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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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진절머리를 내며 머리를 싸맸다.
철컥.
등 뒤로 문이 닫히자 넬레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잔뜩 긴장했던 몸의 힘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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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A9A9A9>일단 근처라도 몇 바퀴 둘러봐야 할 텐데...</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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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화이트존 인증 인형도 없이 어딜 돌아다니십니까?
거기 아가씨, 신분증이랑 방문 허가 서류 제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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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여기서 뭐해요?
미끄러진 안경을 고쳐쓴 넬레는, 화이트존 내를 활보할 권한이 있는 게 분명한 슈타지 요원을 보곤 머릿속에 한 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오, 오랜만이에요 J 요원. 전 여기에 외할아버지를 뵈러 왔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몸이 편찮으셔서 함께 산책을 못 하시겠다고 해서요. 혹시 시간 있어요? 잠깐 같이 걸을래요?
네? 제가요?
당신이랑요?
<color=#A9A9A9>땡땡이 칠 핑계가 이렇게 굴러오네?</color>
제가 여긴 처음 와봐서 길을 잘 모르거든요.
길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돼서요.
숙녀분이 화이트존에서 길을 잃었다면, 마땅히 안전하게 지켜드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