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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 합성곱 핵

불타는 고통의 바다

지금 이 순간 프랑크푸르트 전체가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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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20시 30분, 민주독일 텔레비전 DDR2의 생방송.

카터

<color=#00CCFF>2045년, 우리는 민주독일의 친우들과 함께 유럽의 적에 맞서 싸웠다.</color>

<color=#00CCFF>그 전쟁 이래 우리는 돈독한 우애를 다져 왔다.</color>

<color=#00CCFF>우리는 언제나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현재처럼 긴장된 국면을 타개하고자 노력하였다.</color>

<color=#00CCFF>그러나 평화를 향한 우리의 사랑, 인내, 절제는 나약함과 비굴함으로 비하당했다!</color>

<color=#00CCFF>우리의 존엄은 계속해서 짓밟혀왔다!</color>

<color=#00CCFF>"루크사트주의 합중국 연맹"의 건립을 추진하려 드는 배후 세력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소련의 정세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고, 나는 확신한다.</color>

<color=#00CCFF>"루크사트주의 합중국 연맹"이란, 우리의 적이 꾸민 지저분하고 잔인한 사기극에 불과하다. 놈들은 2033년 고인이 된 루크사트를 무덤에서 끌어내고, 민주독일과 신소련 인민의 몫이어야 할 이익을 갈취하여, 참된 인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color>

카터

<color=#00CCFF>놈들은 여전히 몸을 숨긴 채 음모를 꾸미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나는, 지금 그 세력이 프랑크푸르트에 모여있다고 확신한다</color>

<color=#00CCFF>이에, 우리는 모스크바와 프랑크푸르트에서 특수군사작전을 개시하였음을 선포한다.</color>

<color=#00CCFF>나는 여러분, 신소련과 민주독일의 모든 인민 여러분에게 엄숙히 약속한다. 우리는 절대, 결코,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다.</color>

<color=#00CCFF>우리의 행위는 정의로운 의거다!</color>

<color=#00CCFF>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이 비참한 고비를 함께 극복하자고,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color>

카터

<color=#00CCFF>신소련의 운명은 우리 신소련 인민의 손으로 결정한다.</color>

<color=#00CCFF>신소련의 군인은 언제나 이를 위해 준비해 왔다.</color>

<color=#00CCFF>우리는 우리의 결의를 곧 행동으로 옮겨, 조국의 철통같은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color>

<color=#00CCFF>인민 여러분이 우리를 지지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소련을 향한 충성이, 우리에게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힘을 줄 것이다.</color>

프랑크푸르트 제2경비단, 제77방공대대 예하 조기경보 레이다 초소.

밤하늘에 먹칠된 숲과 풀밭 사이에 자리잡은 레이다는 고개를 치켜든 거인처럼, 수많은 안테나로 이루어진 눈으로 가만히 저 하늘을 지켜봤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잠잠해야 할 터인 반사 주파수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레이다 상황실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스크린에 "미상 목표"로 표시된 붉은 반점들 한 무더기를 보며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레이다 초소 근무자A

보고, 레이다에 비행체 출현. 숫자는... 어, 엄청 많습니다!

레이다 초소 근무자B

이거 심상찮은데... 상부에 보고 올려, 빨리.

삐삐...

통신 연결.

제77방공대대 지휘부

<color=#00CCFF>여기는 제77방공대대 지휘부.</color>

레이다 초소 근무자A

여기는 제77방공대대 예하 조기경보 레이다 초소.

다수의 비행체가 동쪽 공역에 출현했다. 수도 방공권에서 거리 약 210km, 방위각 6도. 비행 방향은 현재 불명.

제77방공대대 지휘부

<color=#00CCFF>목표 제원 제공하라.</color>

레이다 초소 근무자A

레이다 반사 신호가 매우 혼란하여 교란 가능성 있음. 해당 비행체에 통신을 시도하였으나 응답 없음.

지금도 레이다에 신규 목표 포착 중, 총 700기 이상.

제77방공대대 지휘부

<color=#00CCFF>당측에서 각 대공 미사일 진지에 고지하여, 화력 관제 레이다로 목표를 조사하여 경고하겠다.</color>

<color=#00CCFF>본부의 명령이 있기 전까진 상대를 쫓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도록.</color>

제77방공대대 지휘부

<color=#00CCFF>추적을 유지하면서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를 공군 지휘본부로 제출하라.</color>

레이다 초소 근무자A

알았다.

몇 분 후, 프랑크푸르트 동쪽에 배치된 방공 미사일 진지에서 화기 관제 레이다가 잇따라 가동해 하늘의 목표 신호를 포착하려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갑자기 대기를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밤하늘에 숨어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저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했고, 발사된 미사일들은 소리보다 빨리 대지에 내리꽂혔다.

격렬한 폭발이 일었고, 대공 미사일 진지는 불바다가 되었다.

운 좋게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당직 인원은 사력을 다해 피습 정보를 제77방공대대 지휘부로 전송했다.

102대공병

<color=#00CCFF>본부! 본부 응답하라! 제102 대공 미사일 진지가 불명의 적에게 공격받았다!</color>

<color=#00CCFF>대공 미사일과 레이다 파손 심각! 사상자 현재 확인 중!</color>

그리고 긴급 보고를 받은 지휘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조기경보 레이다 쪽에서도 긴급 보고가 쇄도했다.

레이다 초소 근무자A

<color=#00CCFF>보고! 동측 공역의 목표군 소실! 새로운 목표군이 남측 공역에 출현!</color>

<color=#00CCFF>이, 이미 수도 방공권을 돌파했다!</color>

제77방공대대 지휘부

전자 기만이었나...! 제기랄!

즉시 공군사령부에 연락해! 침공이다! 정체불명의 무장 세력이 공습 중! 이미 코앞까지 왔다!

화이트존, 벌침 시스템의 데이터 센터.

이곳은 단조롭게 웅웅대는 기계음만 빼면 공기마저 조용했다.

바깥 세상이 뒤집어지더라도 이곳만은 무사태평할 것이랑 생각이 들 정도로.

Q

......

기다리는 동안, Q는 이곳에 들어온 시간을 가늠하며 지상의 현황을 짐작했다. 하지만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로 덮인 이곳에서 그녀가 감지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삑 소리가 나며 메모리 카드의 붉은 빛이 초록색으로 변하자, Q는 메모리 카드를 뽑고 수위를 지나쳤다.

수위는 담담히 경례하며 경계가 삼엄한 데이터 센터를 유유히 떠나는 Q를 배웅했다.

잠시 후.

넓은 로비를 가로질러 온 Q는 슈타지 본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리고 통신기를 꺼내 내부 암호화 채널에 연결했다.

K

<color=#00CCFF>프랑크푸르트 공습 정보 공유 완료.</color>

<color=#00CCFF>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중.</color>

Q

원인이 뭐였는지 알아보니까 프랑크푸르트의 방공 시스템이 작동을 안 했더라, 그리고 그 태반이 카터네 반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박살났고.

그런데 아직 놈들의 지상 부대가 발견되지 않았네...

K

<color=#00CCFF>폭격기가 그렇게 많은데 아무런 예보도 없었다...?</color>

<color=#00CCFF>설마, 경비단이 움직이지 않은 겁니까?</color>

Q

글쎄? 경비단장 쿰 소장이 지금 국방위원회에다 보고하는 중이야.

지금 막 국방위원회가 육군 사령부에 타전해서 전시 태세 발령하고 국경 부대의 작전 행동을 허가했어.

K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울릭 주석은 이미 출발했습니다, 현재 프랑크푸르트로 이동 중.</color>

Q

그쪽도 대응할게.

통신을 끄고 Q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여전히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Q를 태운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 향했다. 그럴수록 대지의 진동이 점점 선명하게 전해져 와, Q는 지금 자신이 전장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하늘 위로 독수리떼 같은 전투기들이 프랑크푸르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도를 감싸던 방공망에 틈새가 벌어지자, 그 수많은 엔진들은 포효하며 고요했던 밤하늘을 어지럽히고, 도시를 들썩였다.

틈새를 뚫고 몰려드는 이들의 맨 앞에 선 것은 제555전자전 편대. 선두의 대장기는 레이다의 예측 좌표를 주시하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제555전자전 편대 대장기

"매 둥지"의 지시 확인. 각기, 탐지 구역 외곽에 디코이를 투하하라.

지시를 받은 호위기들이 일제히 폭장창을 열어 디코이를 투하했다.

하늘에 흩뿌려진 디코이들은 바로 가동해 전투기인 것처럼 레이다 반사 면적을 위장해, 지상의 레이다가 "적의 신호"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고고도에 있는 초계기 콜사인 "매 둥지"가, 순식간에 지상의 레이더 주파수를 여럿 포착했다.

매 둥지

<color=#00CCFF>지상 방공 레이다의 모델, 전파 매개변수 및 좌표 상세 동기화 완료. 각 편대는 계획에 따라 지상 타격 개시하라.</color>

제676공대지 편대

<color=#00CCFF>수신.</color>

기체를 기울여 방향을 틀기 전, 조종석의 캐노피 너머로 시꺼먼 지상에 눈부신 불꽃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같은 시각, 사전에 지정된 다른 위치에서도 불꽃이 일었다.

제676공대지 편대

매 둥지, 여기는 676편대. 대레이다 미사일 투하를 완료했다. 지금부터 복귀하겠다.

연이은 폭발의 굉음에 모든 방공 레이다 진지가 고작 몇 분만에 궤멸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매 둥지

<color=#00CCFF>각 공습 편대 주목, 여기는 매 둥지.</color>

<color=#00CCFF>프랑크푸르트 방공 전력의 배치 정보와 피아식별 정보 코드를 공유한다.</color>

<color=#00CCFF>다음 우선 타격 목표는 적 공군 사령부, 공군 기지, 공항 활주로, 통신 시설, 공공 도로, 철도 및 교량이다.</color>

매 둥지

<color=#00CCFF>호위 편대에 전달, 공군 예비 공항의 위치를 파악했다. 군사 목표가 현재 이동 중.</color>

<color=#00CCFF>정찰 보고로 적기 이륙을 확인. 모든 목표를 격추하여 아군 폭격기를 엄호하라.</color>

각 편대

<color=#00CCFF>——양호.</color>

명령이 떨어지자 더 많은 전투기들이 진형을 길게 펼쳤다.

무수한 전투기로 짠 거대한 그물이, 밤하늘 아래 야명주가 반짝이는 마인강가에 던져졌다.

지금, 프랑크푸르트가 불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