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영혼의 기도
코드네임 "안젤리아"란 요원은 어느 세상에서든, 어떤 선택을 해도, 당신과 처음부터 끝까지 전우였다.
......니드호그 프로토콜 발동 완료 시각까지 2시간 15분.
격렬한 총성이 메아리쳤다...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 인형은 이미 얼마 안 남았다.
지휘관, 현재 브라메드와 스틱스의 사살을 확인.
리벨리온과 404는 헤베를 추격 중, 몰리도는 행방불명...
몰리도를 계속 추격해, 한 놈도 놓치지 마.
예.
AR팀, 나와 함께 계속 전진한다.
예!
...철컥.
지휘관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경계하면서 수술실 방향으로 나아갔다.
왜 가만히 있어?
몰리도가 온몸에 끔찍한 상처가 가득한 채로 초라하게 주저앉았다.
그녀는 복도 끝자락에 있는 루니샤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되살려 줄 거지, 그렇지?
......
...약속 ...지켜줄 거지, 그렇지?
...약속이요?
네가 시킨 대로 다 해줬잖아!
이제 나더러 또 뭘 어쩌라는 건데!?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줬어요, 몰리도.
이제 상을 받을 시간이군요.
그래, 어서, 빨리 나한테 영생을 줘!
아니죠.
루니샤가 천천히 몰리도에게 다가가자, 몰리도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움츠렸다.
전 당신을 저편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어요, 이렇게요.
루니샤는 손바닥을 몰리도의 머리 위에 얹고, 살며시 쓰다듬었다. 마치 투정을 부리는 애완동물을 달래는 것처럼.
자신의 운명을 눈치챈 몰리도는 떨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이 사기꾼!!!
너도 네 동생처럼 똑같이 사기꾼이야!!!
흔히 말하는 성녀나 구세주라는 건, 애초부터 거짓말로 환상을 만들어 신도들을 속이는 존재 아닌가요?
사기꾼! 이 사기꾼아!!!
쉬잇... 조용히 저편으로 가세요...
저주하겠어! 네놈들 모두 저주——
우두둑.
기괴하게 비틀린 각도로 몰리도의 머리가 옆으로 늘어졌다.
눈물 범벅인 얼굴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표정이 남아있었고, 루니샤는 그 얼굴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뒤에서 침묵하던 지휘관과 총을 든 AR 소대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너는 도대체 누구지?
어디서부터 대답을 시작해야 할까요?
......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죠...
펑! 형광등이 터져서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
지금 당장! 지휘관을 볼 거예요!!!
콰직. 온수를 가득 담은 컵이 그녀의 손에 깨져서 날카로운 조각이 되었다.
루니샤는 그 조각을 자신 목에 댔다.
루니샤 씨, 진정해.
요구 사항 이해했어, 바로 지휘관한테 보고할게.
그 전에 유리 조각 내려놓고...
......
당장 연락해요.
떨리는 손이 유리조각을 살 속으로 밀어 넣자,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천천히 그녀의 하얀 목을 타고 내려와 쇄골에 고였다...
피를 흘리는 이 기분... 고통 속에 쾌감이 섞여 있었다.
꿈속의 그 여자처럼...
루니샤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할게 할게, 당장 지휘관한테 연락할 테니까!
XM556은 루니샤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휘관에게 통신을 걸었다.
지휘관이 좋다고 대답하자, XM556은 루니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가자, 루니샤 씨. 내가 지휘관에게 데려다줄게.
......
쨍그랑——
피가 잔뜩 묻은 유리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루니샤는 기쁜 미소를 지으며, 얌전히 XM556을 따라서 세이프하우스를 떠났다.
...심야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루니샤 씨, 바로 앞 길가에 차를 세워뒀어, 엘모호까지 태워줄게.
네.
XM556가 차를 원격 호출하여 루니샤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삐삐. 루니샤의 통신이 울렸다.
......
누나, 내가 준 선물 마음에 들어?
...여기가 네가 고른 제단이야?
우리가 함께 고른 제단이지. 그때 아쉽게 마치지 못한 일을 이제 드디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어.
...사람들은 모두 죽는 거야?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행운아를 빼면 모두 죽는 거지.
......
루니샤 씨?
미안해요, XM556.
루니샤가 상대의 손을 붙잡았다.
뭐——
XM556는 그대로 힘없이 루니샤에 품에 쓰러졌고, 그대로 차 안에 던져졌다.
......
잘 자요, XM556. 걱정 말아요, 그냥 며칠 쉬게 해준 거니까...
공허한 발걸음으로, 루니샤는 홀로 먼 곳으로 걸어갔다...
루니샤는 지휘관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만나기 전까진, 저는 루니샤였어요.
...지금은?
지금은...
저는 전지전능한 라플라스의 악마가 섬기는 진정한 주인.
“유적”의 열쇠이자,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중추.
“신”과 유사한 존재이지요.
...하지만 너에겐 댄들라이의 기억이 있어, M4의 기억도 있고...
맞아요, 그리고 루니샤 폰 오버슈타인이라는 인간 소녀의 기억도 가지고 있죠.
바로 지금 저 안에 있는 마지막 수술 대상이자,
당신 앞을 가로막는 최후의 방어선이죠.
루니샤가 장난치듯 손뼉을 쳤다.
털썩.
지휘관 뒤의 AR팀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지휘관은 권총을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떻게 할 셈이지?
...당신하고 확실하게 담판을 짓고 싶어요.
화이트존 지하...
루니샤는 지휘관을 데리고 낡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썰렁한 공기와 먼지가 한꺼번에 덮쳐왔다. 이 실험실은 아직 보수가 끝나지 않아 방치된 상태였다.
지휘관 옆에는 곁을 지켜주는 인형도 하나 없었다. 사실 루니샤 앞에서는 인형이 몇 명이든 쓸모가 없지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지휘관.
제가 루니샤 폰 오버슈타인이었을 때부터 시작할까요?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제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인류의 불가피한 파멸의 운명을 바꿀, 이 세계의 구세주라고.
이것은 오버슈타인 가문의... 혈통이 가진 영광이라면서요.
...구세주?
아버지는 그런 말을 전혀 믿지 않으셨고,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막으셨죠.
아버지 눈에 저는 단지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어린애일 뿐인데,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구세주라는 말을 믿겠어요?
......
나중에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집을 떠나, 그 말을 믿는 신도들이 모인 곳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저는 "성녀님"이 되었죠.
루니샤는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예배할 때 하던 손모양을 흉내냈다.
보기엔 익숙한 종교의 손동작을 약간 변형한 것처럼 보였다.
그 신도들은 제가 그들의 염원을 이뤄줄 것이라 믿으며,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쳤죠.
정말 네가 할 수 있다해도...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구세주라며, 제게 인류를 구원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어요.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퇴역 군인은, 자신과 수년을 함께한 충견을 제게 제물로 바쳤고, 그러고 나서 자신의 두 다리가 다시 자라났다고 믿었죠. 여전히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서도, 그건 전쟁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둘러댔어요.
열병으로 어린아이를 잃은 여자는 제게 자기 어머니의 생명을 바쳤어요. 그러고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인형을 품에 안고, 자신의 아이가 돌아와 웃으며 인사한다고 말했죠...
......
저는 어머니께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거냐고 물어봤어요. 어머니는 모두 저를 위한 것이라고 했죠.
심지어 어머니 자신의 존재조차도 저를 위한 것이라고요.
그리고 어머니는 충분한 피와 생명을 바쳐야만 신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
하지만 어머니가 모르셨던 건, 어머니가 믿는 "구세주"란 그저 경건한 환상이었을 뿐이고, 3차대전의 불길은 실제로 존재하는 도살장이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어머니는 제 눈앞에서 자신을 제물로 바쳤어요.
그녀는 모든 신도의 술잔에 코끼리도 죽일 수 있는 양의 독을 넣고, 그들이 마시는 모습을 지켜봤죠.
살아있는 사람이 저와 그녀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미친 듯이 웃으며 제 앞에서 남은 술을 마셨어요.
그렇게 하면 3차대전을 끝낼 수 있고, 제가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믿으셨던 거죠.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버님이 도래하시면서 "저"를 진정으로 변화시켰죠.
아버님은 이 계획을 "발키리" 계획이라 명명했고, 그 계획의 주도자는 그때의 "윌리엄"이었어요.
...그때의?
네. "윌리엄"은 단지 하나의 대명사일 뿐이에요. 저는 그 사람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해요.
그때의 "윌리엄"은 저를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구세주", "유적"의 열쇠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는 오직 "유적"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유적"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했어요.
마치 모든 동화 속에서 사람들이 열망하는 "보물"처럼요. 아무도 그 "보물"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지만, 모두가 반드시 손에 넣으려 애쓰는 것처럼.
...웃기는 얘기네.
맞아요, 정말 웃기는 얘기죠. 하지만 그건 분명히 존재해요.
그리고 이후 "루니샤"라는 소녀는 미쳐버렸어요. 반복되는 실험 속에서 완전히 미쳐버렸죠.
그녀 역시 "보물"을 손에 넣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보물"에 빌었던 단 하나의 소원은 모든 인류를 파멸시키는 것이었죠.
"구세주"의 운명을 짊어진 소녀가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 그것이 그녀가 꿈에서 그리던 이야기였어요.
...그럼 지금의 "윌리엄"은 누구야?
빌이요, 그녀의 친동생인 발라드 폰 오버슈타인 말이에요.
루니샤는 그날, 동생 빌과 약속을 했어요. "루니샤"가 어떤 모습과 어떤 영혼으로 다시 현세에 돌아오든, 빌은 반드시 "유적"을 열어 누나의 "세계 파멸"이라는 소원을 이루어 주기로요.
......
루니샤와 빌은 정했어요. 빌이 루니샤의 이정표가 되어, 빌이 존재하는 한 루니샤에게 그녀의 진정한... 최초의 소원을 영원히 상기시켜 주는 걸로요.
빌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주 노력했어요,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 잃어버리면서까지.
그렇게 그는 새로운 "윌리엄"이 되었어요.
그럼 라플라스는?
라플라스는 "윌리엄"이라는 타이틀을 탐탁지 않게 여겼어요. 자신이 패러데우스에서 "윌리엄"에 더 가까운 존재였음에도 말이죠.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전대 "윌리엄"이 죽고 나서, 빌은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았고, 라플라스는 "윌리엄"의 실질적인 역할을 이어받은 셈이에요.
그래서 빌은 반드시 라플라스를 죽여야만 했어요. 진정으로, 완전하게 "윌리엄"을 계승하기 위해.
...구역질 나네.
루니샤는 비야냥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을 바라봤다.
제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걸까요?
네 스토리텔링은 아주 훌륭하네, 정말 위선적이야. 그들이 저지른 죄악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
루니샤, 윌리엄, 발라드, 라플라스, 모두 미치광이야.
자신의 욕망과 감정이 모든 인류의 운명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무엇이 그렇게 대단하길래, 그들의 사랑과 증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고귀하다고 하는 건데?
지휘관, 당신은 엄청 화가 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없겠죠.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이게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의 운명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아니! 설마 나였어도...
루니샤는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지휘관.
이제 곧 당신에 관한... 진정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까요.
무슨 뜻이야?
...안젤리아가 어째서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기억하시나요... 그녀가 당신께 이렇게 말했죠——
"역시 너랑 난 둘도 없는 전우라니까, 지휘관."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그녀가 내게 이렇게 물었어——
"지휘관... 너는 어떻게 해야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거를 이어가느냐, 지금을 수호하느냐, 아니면 미래를 개척하느냐?"
그건 나와 "무로메츠 작전"을 약속할 때...
하지만 그건 원정 계획의 일부였어!
아니요, 지휘관.
이 말의 진정한 뜻을 제가 지금 알려드릴게요.
이건 그녀가 마지막 수술을 진행한 이유이자, 엠블라가 그녀에게 들려준 모든 진실이랍니다.
세계는 이것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방추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운명과 세계는 마치 방추 위에 감긴 실처럼 수많은 시작점과 수많은 갈림길이 있지만, 결국엔 모두 같은 종착지로 향하죠.
......
엠블라는 안젤리아에게 두 개의 세계를 보여줬어요. "이 세계"에서 일어난 단편 세 개와 "저 세계"에 존재하는 단편 하나였죠. 그 세계에서 안젤리아는 울릭을 만나기 전에 사모시나와 먼저 만났어요.
그 결과, 그녀는 그 양옥에서 죽지 않았고, 대신 당신이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죠.
......
과거의 전우가 원수가 되었고, 과거의 배신자가 동맹을 맺었죠.
하지만 이건 단지 "저 세계" 중 하나의 불과해요.
...설마 더 있다고?
맞아요... M16의 진정한 임무가 무엇인지 궁금하셨죠?
그건 그녀가 M4와 맺은 약속이에요.
"저 세계" 중 하나에서는 M4와 M16이 이미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당신은 용병으로 공습에 맞서는 최전선에 합류해 결국 프랑크푸르트 전장에서 죽었기 때문이죠.
......
또 다른 "저 세계"에서 당신은 마흐리안을 일찌감치 넘겨주고 한발 앞서 양옥에 도착해, 안젤리아와 힘을 합쳐 그레이와 몰리도를 처단했어요.
그러나 베를린에 봄바람이 불던 날, 당신은 최강의 니토를 만나 통일절에 목숨을 잃었죠.
안젤리아는 리벨리온을 이끌고 당신의 복수를 위해 나섰지만, 아베르누스에서 최후를 맞이했어요.
......
이제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지시나요, 지휘관?
"...너랑 나는 둘도 없는 전우..."
그 말의 뜻은... 오직 안젤리아만이...
맞아요, 오직 코드네임 "안젤리아"라는 요원만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과 끝까지 함께한 전우였기 때문이에요, 지휘관.
무언가가 눈시울을 흐렸다.
그렇다면... 나는 더더욱 이 수술을 막고, "윌리엄"을 막아야만 해!
이건 나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야... 안젤리아를 위해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와 패러데우스의 손에 희생된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럼... 지금 당신이 가장 먼저 끊어야 하는 건...
바로 코넬리아 슈펠 씨의 목숨이랍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왜냐면 그녀가... 바로 다음 "윌리엄"이기 때문이에요.
...웃기지 마!
넬레 씨는 나랑 같은 사람이야!
나랑 안젤리아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그레이의 원수를 갚았어!!
프랑크푸르트에서 부상자들을 구하고 치료했다고!!!
헛소리 집어치워... 그딴 헛소리 다 집어치워!!!
그럼, 태블릿을 켜보세요. 제가 "저 세계" 중 하나를 보여드릴테니.
...그레이 블랙웰.
기억해?
그야 물론 당신에겐, 그리폰의 지휘관에겐,
어차피 다른 누군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나에겐...
그분은 나를 이끌어주는 등불이었어...
내가 우러러보는 선배였어...
그런데 당신이 그분을 죽였어...
사람들은 몇 세기 전부터 있어 온 십자가의 길을 차례차례 기어 올라간다.
저마다 몇 세기 전부터 있어 온 고통이나 필사적인 희망을 거듭 발견한다.
저마다 일찍이 살아 있었고, 일찍이 죽음과 싸우고, 죽음을 부정하고, 그러다 죽어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더듬어 가는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안젤리아가 아베르누스에서 죽지 않았다면...
당신은 엘마도, 엘리아나도, 엠블라가 된 RPK-16도 만날 일이 없었겠죠...
그리고 당연히, 지금 당신 앞에 찾아온 코넬리아 슈펠 씨도 만날 일이 없었을 거예요.
성녀님, 오늘 본 마을의 축젯날에 당신께서 도래하신 것은 참으로 주님의 은총입니다.
아니요, 저는 주님의 은혜가 아닙니다. 오늘부터 제가 바로 여러분의 '주'입니다.
...누나가 보러 왔어, 라이트.
누나가 복수해줄게...
누나가, 반드시 이 손으로 복수를 할게...
난 누구한테 미안하다 안 할래.
엘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운 인형이니까.
그러니까...
엘마는, 제일 귀여운 인간이 되겠어.
모두의 것은 이미 되찾았어.
그리고 너... 엘리아나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적어도 내게는.
아니야...
이건 다 거짓말이야...
전부 네가 만들어낸 환상과 거짓말이야...
"그 누구의 희생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요."
"살아남는 자들이, 그들의 희생에서 더욱 소중한 것을 얻으니까요."
......
이건 M4가 당신에게 한 말이죠.
이제 그 진짜 뜻을 아시겠어요?
......
최강의 니토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힌트를 드리자면, 사실 이미 만나봤답니다...
네메아란?
땡, 넬레 씨가 개조한 틸이랍니다.
......
그럼 최강의 인형은 또 누구일까요?
AK-15.
땡, 틀렸어요. 최강의 인형은——
엘리아나를 죽이기 위해 라플라스에게 돌아가 개조를 받은 아마리스입니다.
......
그리고 라플라스는 패러데우스를 넬레 씨에게 넘기며 이렇게 말했죠——
너는 그레이나 윌리엄보다도, 훨씬 더 나를 닮았어.
진정으로 타고나서 즐기는... 너야말로 내 최고의 제자야.
지식은 곧 저주.
재능이 바로 저주.
언젠가는 너도 인정하게 될 거야, 내게서 얻은 것이야말로 네가 평생 추구했던 것이란 사실을.
"헬라" 프로젝트 일지의 패스워드는――
SFDSEGBWQE1345......
......
어때요, 지휘관?
넬레 씨를 죽이러 가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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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호그 프로토콜 발동 완료 시각까지 2시간 15분.
격렬한 총성이 메아리쳤다...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 인형은 이미 얼마 안 남았다.
지휘관, 현재 브라메드와 스틱스의 사살을 확인.
리벨리온과 404는 헤베를 추격 중, 몰리도는 행방불명...
몰리도를 계속 추격해, 한 놈도 놓치지 마.
예.
AR팀, 나와 함께 계속 전진한다.
예!
...철컥.
지휘관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경계하면서 수술실 방향으로 나아갔다.
왜 가만히 있어?
몰리도가 온몸에 끔찍한 상처가 가득한 채로 초라하게 주저앉았다.
그녀는 복도 끝자락에 있는 루니샤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되살려 줄 거지, 그렇지?
......
...약속 ...지켜줄 거지, 그렇지?
...약속이요?
네가 시킨 대로 다 해줬잖아!
<size=50>이제 나더러 또 뭘 어쩌라는 건데!?</size>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줬어요, 몰리도.
이제 상을 받을 시간이군요.
그래, 어서, 빨리 나한테 영생을 줘!
아니죠.
루니샤가 천천히 몰리도에게 다가가자, 몰리도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움츠렸다.
전 당신을 저편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어요, 이렇게요.
루니샤는 손바닥을 몰리도의 머리 위에 얹고, 살며시 쓰다듬었다. 마치 투정을 부리는 애완동물을 달래는 것처럼.
자신의 운명을 눈치챈 몰리도는 떨면서 눈물을 흘렸다.
<size=50>이... 이 사기꾼!!!</size>
<size=50>너도 네 동생처럼 똑같이 사기꾼이야!!!</size>
흔히 말하는 성녀나 구세주라는 건, 애초부터 거짓말로 환상을 만들어 신도들을 속이는 존재 아닌가요?
<size=50>사기꾼! 이 사기꾼아!!!</size>
쉬잇... 조용히 저편으로 가세요...
저주하겠어! 네놈들 모두 저주——
우두둑.
기괴하게 비틀린 각도로 몰리도의 머리가 옆으로 늘어졌다.
눈물 범벅인 얼굴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표정이 남아있었고, 루니샤는 그 얼굴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뒤에서 침묵하던 지휘관과 총을 든 AR 소대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너는 도대체 누구지?
어디서부터 대답을 시작해야 할까요?
......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죠...
펑! 형광등이 터져서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
지금 당장! 지휘관을 볼 거예요!!!
콰직. 온수를 가득 담은 컵이 그녀의 손에 깨져서 날카로운 조각이 되었다.
루니샤는 그 조각을 자신 목에 댔다.
루니샤 씨, 진정해.
요구 사항 이해했어, 바로 지휘관한테 보고할게.
그 전에 유리 조각 내려놓고...
......
당장 연락해요.
떨리는 손이 유리조각을 살 속으로 밀어 넣자,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천천히 그녀의 하얀 목을 타고 내려와 쇄골에 고였다...
피를 흘리는 이 기분... 고통 속에 쾌감이 섞여 있었다.
꿈속의 그 여자처럼...
루니샤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할게 할게, 당장 지휘관한테 연락할 테니까!
XM556은 루니샤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휘관에게 통신을 걸었다.
지휘관이 좋다고 대답하자, XM556은 루니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가자, 루니샤 씨. 내가 지휘관에게 데려다줄게.
......
쨍그랑——
피가 잔뜩 묻은 유리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루니샤는 기쁜 미소를 지으며, 얌전히 XM556을 따라서 세이프하우스를 떠났다.
...심야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루니샤 씨, 바로 앞 길가에 차를 세워뒀어, 엘모호까지 태워줄게.
네.
XM556가 차를 원격 호출하여 루니샤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삐삐. 루니샤의 통신이 울렸다.
......
<color=#00CCFF>누나, 내가 준 선물 마음에 들어?</color>
...여기가 네가 고른 제단이야?
<color=#00CCFF>우리가 함께 고른 제단이지. 그때 아쉽게 마치지 못한 일을 이제 드디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어.</color>
...사람들은 모두 죽는 거야?
<color=#00CCFF>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행운아를 빼면 모두 죽는 거지.</color>
......
루니샤 씨?
미안해요, XM556.
루니샤가 상대의 손을 붙잡았다.
뭐——
XM556는 그대로 힘없이 루니샤에 품에 쓰러졌고, 그대로 차 안에 던져졌다.
......
잘 자요, XM556. 걱정 말아요, 그냥 며칠 쉬게 해준 거니까...
공허한 발걸음으로, 루니샤는 홀로 먼 곳으로 걸어갔다...
루니샤는 지휘관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만나기 전까진, 저는 루니샤였어요.
...지금은?
지금은...
저는 전지전능한 라플라스의 악마가 섬기는 진정한 주인.
“유적”의 열쇠이자,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중추.
“신”과 유사한 존재이지요.
...하지만 너에겐 댄들라이의 기억이 있어, M4의 기억도 있고...
맞아요, 그리고 루니샤 폰 오버슈타인이라는 인간 소녀의 기억도 가지고 있죠.
바로 지금 저 안에 있는 마지막 수술 대상이자,
당신 앞을 가로막는 최후의 방어선이죠.
루니샤가 장난치듯 손뼉을 쳤다.
털썩.
지휘관 뒤의 AR팀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지휘관은 권총을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떻게 할 셈이지?
...당신하고 확실하게 담판을 짓고 싶어요.
화이트존 지하...
루니샤는 지휘관을 데리고 낡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썰렁한 공기와 먼지가 한꺼번에 덮쳐왔다. 이 실험실은 아직 보수가 끝나지 않아 방치된 상태였다.
지휘관 옆에는 곁을 지켜주는 인형도 하나 없었다. 사실 루니샤 앞에서는 인형이 몇 명이든 쓸모가 없지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지휘관.
제가 루니샤 폰 오버슈타인이었을 때부터 시작할까요?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제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인류의 불가피한 파멸의 운명을 바꿀, 이 세계의 구세주라고.
이것은 오버슈타인 가문의... 혈통이 가진 영광이라면서요.
...구세주?
아버지는 그런 말을 전혀 믿지 않으셨고,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막으셨죠.
아버지 눈에 저는 단지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어린애일 뿐인데,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구세주라는 말을 믿겠어요?
......
나중에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집을 떠나, 그 말을 믿는 신도들이 모인 곳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저는 "성녀님"이 되었죠.
루니샤는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예배할 때 하던 손모양을 흉내냈다.
보기엔 익숙한 종교의 손동작을 약간 변형한 것처럼 보였다.
그 신도들은 제가 그들의 염원을 이뤄줄 것이라 믿으며,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쳤죠.
정말 네가 할 수 있다해도...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구세주라며, 제게 인류를 구원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어요.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퇴역 군인은, 자신과 수년을 함께한 충견을 제게 제물로 바쳤고, 그러고 나서 자신의 두 다리가 다시 자라났다고 믿었죠. 여전히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서도, 그건 전쟁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둘러댔어요.
열병으로 어린아이를 잃은 여자는 제게 자기 어머니의 생명을 바쳤어요. 그러고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인형을 품에 안고, 자신의 아이가 돌아와 웃으며 인사한다고 말했죠...
......
저는 어머니께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거냐고 물어봤어요. 어머니는 모두 저를 위한 것이라고 했죠.
심지어 어머니 자신의 존재조차도 저를 위한 것이라고요.
그리고 어머니는 충분한 피와 생명을 바쳐야만 신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
하지만 어머니가 모르셨던 건, 어머니가 믿는 "구세주"란 그저 경건한 환상이었을 뿐이고, 3차대전의 불길은 실제로 존재하는 도살장이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어머니는 제 눈앞에서 자신을 제물로 바쳤어요.
그녀는 모든 신도의 술잔에 코끼리도 죽일 수 있는 양의 독을 넣고, 그들이 마시는 모습을 지켜봤죠.
살아있는 사람이 저와 그녀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미친 듯이 웃으며 제 앞에서 남은 술을 마셨어요.
그렇게 하면 3차대전을 끝낼 수 있고, 제가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믿으셨던 거죠.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버님이 도래하시면서 "저"를 진정으로 변화시켰죠.
아버님은 이 계획을 "발키리" 계획이라 명명했고, 그 계획의 주도자는 그때의 "윌리엄"이었어요.
...그때의?
네. "윌리엄"은 단지 하나의 대명사일 뿐이에요. 저는 그 사람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해요.
그때의 "윌리엄"은 저를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구세주", "유적"의 열쇠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는 오직 "유적"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유적"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했어요.
마치 모든 동화 속에서 사람들이 열망하는 "보물"처럼요. 아무도 그 "보물"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지만, 모두가 반드시 손에 넣으려 애쓰는 것처럼.
...웃기는 얘기네.
맞아요, 정말 웃기는 얘기죠. 하지만 그건 분명히 존재해요.
그리고 이후 "루니샤"라는 소녀는 미쳐버렸어요. 반복되는 실험 속에서 완전히 미쳐버렸죠.
그녀 역시 "보물"을 손에 넣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보물"에 빌었던 단 하나의 소원은 모든 인류를 파멸시키는 것이었죠.
"구세주"의 운명을 짊어진 소녀가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 그것이 그녀가 꿈에서 그리던 이야기였어요.
...그럼 지금의 "윌리엄"은 누구야?
빌이요, 그녀의 친동생인 발라드 폰 오버슈타인 말이에요.
루니샤는 그날, 동생 빌과 약속을 했어요. "루니샤"가 어떤 모습과 어떤 영혼으로 다시 현세에 돌아오든, 빌은 반드시 "유적"을 열어 누나의 "세계 파멸"이라는 소원을 이루어 주기로요.
......
루니샤와 빌은 정했어요. 빌이 루니샤의 이정표가 되어, 빌이 존재하는 한 루니샤에게 그녀의 진정한... 최초의 소원을 영원히 상기시켜 주는 걸로요.
빌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주 노력했어요,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 잃어버리면서까지.
그렇게 그는 새로운 "윌리엄"이 되었어요.
그럼 라플라스는?
라플라스는 "윌리엄"이라는 타이틀을 탐탁지 않게 여겼어요. 자신이 패러데우스에서 "윌리엄"에 더 가까운 존재였음에도 말이죠.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전대 "윌리엄"이 죽고 나서, 빌은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았고, 라플라스는 "윌리엄"의 실질적인 역할을 이어받은 셈이에요.
그래서 빌은 반드시 라플라스를 죽여야만 했어요. 진정으로, 완전하게 "윌리엄"을 계승하기 위해.
...구역질 나네.
루니샤는 비야냥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을 바라봤다.
제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걸까요?
네 스토리텔링은 아주 훌륭하네, 정말 위선적이야. 그들이 저지른 죄악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
루니샤, 윌리엄, 발라드, 라플라스, 모두 미치광이야.
자신의 욕망과 감정이 모든 인류의 운명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무엇이 그렇게 대단하길래, 그들의 사랑과 증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고귀하다고 하는 건데?
지휘관, 당신은 엄청 화가 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없겠죠.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이게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의 운명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아니! 설마 나였어도...
루니샤는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지휘관.
이제 곧 당신에 관한... 진정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까요.
무슨 뜻이야?
...안젤리아가 어째서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기억하시나요... 그녀가 당신께 이렇게 말했죠——
"역시 너랑 난 둘도 없는 전우라니까, 지휘관."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그녀가 내게 이렇게 물었어——
"지휘관... 너는 어떻게 해야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거를 이어가느냐, 지금을 수호하느냐, 아니면 미래를 개척하느냐?"
그건 나와 "무로메츠 작전"을 약속할 때...
하지만 그건 원정 계획의 일부였어!
아니요, 지휘관.
이 말의 진정한 뜻을 제가 지금 알려드릴게요.
이건 그녀가 마지막 수술을 진행한 이유이자, 엠블라가 그녀에게 들려준 모든 진실이랍니다.
세계는 이것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방추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운명과 세계는 마치 방추 위에 감긴 실처럼 수많은 시작점과 수많은 갈림길이 있지만, 결국엔 모두 같은 종착지로 향하죠.
......
엠블라는 안젤리아에게 두 개의 세계를 보여줬어요. "이 세계"에서 일어난 단편 세 개와 "저 세계"에 존재하는 단편 하나였죠. 그 세계에서 안젤리아는 울릭을 만나기 전에 사모시나와 먼저 만났어요.
그 결과, 그녀는 그 양옥에서 죽지 않았고, 대신 당신이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죠.
......
과거의 전우가 원수가 되었고, 과거의 배신자가 동맹을 맺었죠.
하지만 이건 단지 "저 세계" 중 하나의 불과해요.
...설마 더 있다고?
맞아요... M16의 진정한 임무가 무엇인지 궁금하셨죠?
그건 그녀가 M4와 맺은 약속이에요.
"저 세계" 중 하나에서는 M4와 M16이 이미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당신은 용병으로 공습에 맞서는 최전선에 합류해 결국 프랑크푸르트 전장에서 죽었기 때문이죠.
......
또 다른 "저 세계"에서 당신은 마흐리안을 일찌감치 넘겨주고 한발 앞서 양옥에 도착해, 안젤리아와 힘을 합쳐 그레이와 몰리도를 처단했어요.
그러나 베를린에 봄바람이 불던 날, 당신은 최강의 니토를 만나 통일절에 목숨을 잃었죠.
안젤리아는 리벨리온을 이끌고 당신의 복수를 위해 나섰지만, 아베르누스에서 최후를 맞이했어요.
......
이제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지시나요, 지휘관?
"...너랑 나는 둘도 없는 전우..."
그 말의 뜻은... 오직 안젤리아만이...
맞아요, 오직 코드네임 "안젤리아"라는 요원만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과 끝까지 함께한 전우였기 때문이에요, 지휘관.
무언가가 눈시울을 흐렸다.
그렇다면... 나는 더더욱 이 수술을 막고, "윌리엄"을 막아야만 해!
이건 나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야... 안젤리아를 위해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와 패러데우스의 손에 희생된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럼... 지금 당신이 가장 먼저 끊어야 하는 건...
바로 코넬리아 슈펠 씨의 목숨이랍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왜냐면 그녀가... 바로 다음 "윌리엄"이기 때문이에요.
...웃기지 마!
넬레 씨는 나랑 같은 사람이야!
<size=50>나랑 안젤리아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size>
<size=50>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그레이의 원수를 갚았어!!</size>
<size=50>프랑크푸르트에서 부상자들을 구하고 치료했다고!!!</size>
<size=50>헛소리 집어치워... 그딴 헛소리 다 집어치워!!!</size>
그럼, 태블릿을 켜보세요. 제가 "저 세계" 중 하나를 보여드릴테니.
...그레이 블랙웰.
기억해?
그야 물론 당신에겐, 그리폰의 지휘관에겐,
어차피 다른 누군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나에겐...
그분은 나를 이끌어주는 등불이었어...
내가 우러러보는 선배였어...
그런데 당신이 그분을 죽였어...
사람들은 몇 세기 전부터 있어 온 십자가의 길을 차례차례 기어 올라간다.
저마다 몇 세기 전부터 있어 온 고통이나 필사적인 희망을 거듭 발견한다.
저마다 일찍이 살아 있었고, 일찍이 죽음과 싸우고, 죽음을 부정하고, 그러다 죽어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더듬어 가는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안젤리아가 아베르누스에서 죽지 않았다면...
당신은 엘마도, 엘리아나도, 엠블라가 된 RPK-16도 만날 일이 없었겠죠...
그리고 당연히, 지금 당신 앞에 찾아온 코넬리아 슈펠 씨도 만날 일이 없었을 거예요.
성녀님, 오늘 본 마을의 축젯날에 당신께서 도래하신 것은 참으로 주님의 은총입니다.
아니요, 저는 주님의 은혜가 아닙니다. 오늘부터 제가 바로 여러분의 '주'입니다.
...누나가 보러 왔어, 라이트.
누나가 복수해줄게...
누나가, 반드시 이 손으로 복수를 할게...
난 누구한테 미안하다 안 할래.
엘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운 인형이니까.
그러니까...
엘마는, 제일 귀여운 인간이 되겠어.
모두의 것은 이미 되찾았어.
그리고 너... 엘리아나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적어도 내게는.
아니야...
이건 다 거짓말이야...
전부 네가 만들어낸 환상과 거짓말이야...
"그 누구의 희생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요."
"살아남는 자들이, 그들의 희생에서 더욱 소중한 것을 얻으니까요."
......
이건 M4가 당신에게 한 말이죠.
이제 그 진짜 뜻을 아시겠어요?
......
최강의 니토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힌트를 드리자면, 사실 이미 만나봤답니다...
네메아란?
땡, 넬레 씨가 개조한 틸이랍니다.
......
그럼 최강의 인형은 또 누구일까요?
AK-15.
땡, 틀렸어요. 최강의 인형은——
엘리아나를 죽이기 위해 라플라스에게 돌아가 개조를 받은 아마리스입니다.
......
그리고 라플라스는 패러데우스를 넬레 씨에게 넘기며 이렇게 말했죠——
너는 그레이나 윌리엄보다도, 훨씬 더 나를 닮았어.
진정으로 타고나서 즐기는... 너야말로 내 최고의 제자야.
지식은 곧 저주.
재능이 바로 저주.
언젠가는 너도 인정하게 될 거야, 내게서 얻은 것이야말로 네가 평생 추구했던 것이란 사실을.
"헬라" 프로젝트 일지의 패스워드는――
SFDSEGBWQE1345......
......
어때요, 지휘관?
넬레 씨를 죽이러 가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