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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 합성곱 핵

네 평생의 이야기 Ⅲ

이건 천성이다. 인류는 영원히 진심으로 단결할 수가 없다. 진정으로 뭉치는 건 오직 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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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년 11월 16일

사람들이 길거리에 시위하러 나와서, 전쟁을 반대하고 단결과 평화를 호소했다.

칫, 말만 가지고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세계 대전이 세 번씩이나 터졌겠냐?

나는 요란법석한 인파 속을 빠져나와, 대원들과 함께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정오. "단티스카"가 와서 보급품을 좀 주고 불쌍한 "라마니스트" 녀석을 데려갔다.

"단티스카"는 오늘 오후 작전에 변동이 있다고 말했다. 장군님이 그 인간들과 담판을 지을 셈이니 여기 임시 거점을 잘 지키며 벙커 출구로 빠져나오는 놈들을 다 쏴죽이라고.

오전의 임무가 축구 시합을 연속으로 한 100판 뛴 느낌이었다면, 지금 임무는 완전 난로 옆에서 카드 놀이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보너스 게임이었다.

그 겁쟁이들은 진작에 얼이 빠졌고, 모스크바 길거리엔 다 우리쪽 사람들밖에 없는데 벙커에서 고개라도 내밀까?

두더지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장군님이 지금 그 인간들한테 무슨 말씀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제일 앞줄은 총사퇴해라? 영원히 루련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맹세해라? 우리 파벌 사람들에게 권력을 넘겨라?

뭐어, 나라면 그렇게 요구할 거다. 신소련이 루련에 가입하지만 않으면 누가 올라가든 다 똑같다.

하지만 루련에 들어간다면... 흥, 그 인간들이 자기가 팔려가는 것도 모르고 돈다발이나 세고 있는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루련은 항상 단결하라, 단결하라고 소리친다. 단결해서 거대 정부를 세운다고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순 개소리다.

이 세상에는 민족이 세 자릿수에, 인구는 열 자릿수나 된다. 생존이 걸린 곤경 앞에서는 누구든지 자기부터 챙기기 마련이다. 그건 천성이다. 그러니 인류가 정말로 단결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다.

진정으로 단결하는 건 오직 돈뿐이다.

그 재벌들은 서로 똘똘 뭉쳐서 싱글벙글하며 모든 무역 장벽을 뚫어버릴 거다. 정부 권력도 더는 통제하지 못할 거고, 놈들은 거리낌 없이 세계 시장을 가지고 놀며 지구의 신이 되려 할 거다.

놈들이 신의 자리에 등극한 뒤엔, 이런저런 계급을 만들고 일반인들을 각종 신분으로 쪼개서 자기들끼리 대립하고 싸우고 욕하게 만들겠지. 놈들이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 아무도 진짜 문제점이 뭔지 눈치채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날 신소련 사람이 다른 나라 말을 하고, 다른 나라 문자를 쓰고, 다른 나라 역사를 배우고 그러면, 신소련은 완전히 죽어버리는 거다.

루련은 겉으론 인민을 위한다고 지껄이지만, 우리나라와 민족의 근간을 파헤치려 하고 있다.

슬픈 것은 많은 이들이 당장 눈앞의 빵에만 정신이 팔려, 루련만 만들어지면 천하가 태평해지고 만사가 해결될 줄 안다는 거다. 전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