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평생의 이야기 Ⅳ
우리는 그저 다른 진영에 서있을 뿐. 모두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프로필■ NUSSRA234214676543274 디코딩...
2064년 11월 17일
날이 밝기 시작할 때 우리는 북쪽과 남서쪽에서 나는 총성과 포성에 잠에서 깼다. 포탄 한 발이 2km 밖에 떨어져 건물 한 채를 박살냈다.
많은 시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다들 겁에 질려 모스크바를 빠져나가려 했다.
"로마"는 우리 보고 교대 시간까지 계속 자고 있으라 했다. 그 말에 나는 바로 다시 잠들었다.
잠자리가 많이 불편했다, 꿈에서 장군님이 크렘린궁에서 연설하는 걸 봤던가? 잠 깨니까 다 잊어먹었다.
태양이 떠오르자 장갑차 부대가 한 줄로 서쪽에서 달려왔다. 우리 깃발을 달고 있었고, 총소리도 잠시 멈췄다.
조준경으로 저 형제 부대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경례를 붙였다.
라디오에선 일정 시간마다 장군님의 연설이 나온다. 우리는 이 나라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시민들은 집에 가만히 있고 함부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연설이었다. 안 그러면 책임질 수 없다는 말도 덧붙여주고.
물론 원문은 더 꼼꼼하지만 요약하면 이렇다는 거다.
다른 채널에선 다른 연설이 나온다. 예를 들면 모스크바 당국이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우리 보고는 빨리 항복해서 죄를 뉘우치라는 이런 말들.
몇몇 창문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사람이 보였다. 보나마나 사진이랑 동영상이 SNS에 올라갔겠지.
스마트 정보화 시대의 단점이 바로 이런 거다, 비밀 유지 난이도가 너무 높다.
혹시 내 여동생도 막 집에서 길거리의 군인들을 몰래 찍다가 엄마한테 국자로 맞으면서 지하실로 쫓겨나고 있지 않을까. 제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임무가 끝나면 휴가를 신청하고 집에 가서 며칠 정도 있다 올까. 같이 카드 놀이하던 형제들이 떠오르네.
"단티스카"한테서 새 명령이 안 내려와서, 우리는 계속 여기를 지켜야 했다. 정오가 되자 "로마"가 벙커에서 빠져나온 한 젊은이를 발견했다.
"로마"는 특등사수다. 큰 고통 없이 보내줬겠지.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위치도 들통났다.
신속하게 자리를 수습해서 다른 장소로 옮겼다.
하지만 해가 질 때까지 벙커에서 더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벙커는 아주 두꺼운 등딱지 같았다. 정면으로 쳐들어가 봤자 절대 이길 수가 없고, 안에 숨은 중요 목표들도 목숨 아까운 건 아는지 절대 안 나오려고 한다. 벙커버스터를 때려박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도저히 안 떠올랐다.
밤이 되자 다시 총소리가 요란해졌다. "단티스카"가 드디어 새 임무를 내렸다. 여긴 다른 인원에게 인수인계할 거니까 우리는 북쪽에 가서 지원하라고.
계속 잠복 임무를 시킬 줄 알았더니만, 설마 최전선을 도우라 할 줄은 몰랐다. 설마...
어찌됐든 까라면 까야지. 나는 군장을 정리했다.
"로마"가 그럼 남쪽은 어쩌냐고 물었다. "단티스카"는 남쪽 부대는 그냥 미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모두 이해하고 씨익 웃었다.
출발하기 전에 나는 서둘러 오늘 일기를 썼다.
"말랴르"가 나 보고 "라마니스트"보다 더 작가 같다고 놀렸다. 누가 요즘 일기를 쓰냐면서 말이다. 나는 웃으며 엿을 먹여주고 계속 적었다.
펜끝이 지면 위를 지나갈 때의 손맛이 정말 좋다. 하지만 이때 내 가슴엔 뭔가 미묘한 괴로움이 들었다.
옐로우존에서 임무를 수행할 땐 아무 주저 없이 총을 쐈다. 누가 적인지 명확하고, 나는 적을 해치워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나와 도시 북쪽의 그 동포들은 적인 걸까?
아니, 우리는 그저 서로 다른 진영에 섰을 뿐, 모두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그저 저들은 장군님 같은 상관을 못 만났고, 가식적인 사기꾼을 만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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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NUSSRA234214676543274 디코딩...
2064년 11월 17일
날이 밝기 시작할 때 우리는 북쪽과 남서쪽에서 나는 총성과 포성에 잠에서 깼다. 포탄 한 발이 2km 밖에 떨어져 건물 한 채를 박살냈다.
많은 시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다들 겁에 질려 모스크바를 빠져나가려 했다.
"로마"는 우리 보고 교대 시간까지 계속 자고 있으라 했다. 그 말에 나는 바로 다시 잠들었다.
잠자리가 많이 불편했다, 꿈에서 장군님이 크렘린궁에서 연설하는 걸 봤던가? 잠 깨니까 다 잊어먹었다.
태양이 떠오르자 장갑차 부대가 한 줄로 서쪽에서 달려왔다. 우리 깃발을 달고 있었고, 총소리도 잠시 멈췄다.
조준경으로 저 형제 부대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경례를 붙였다.
라디오에선 일정 시간마다 장군님의 연설이 나온다. 우리는 이 나라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시민들은 집에 가만히 있고 함부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연설이었다. 안 그러면 책임질 수 없다는 말도 덧붙여주고.
물론 원문은 더 꼼꼼하지만 요약하면 이렇다는 거다.
다른 채널에선 다른 연설이 나온다. 예를 들면 모스크바 당국이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우리 보고는 빨리 항복해서 죄를 뉘우치라는 이런 말들.
몇몇 창문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사람이 보였다. 보나마나 사진이랑 동영상이 SNS에 올라갔겠지.
스마트 정보화 시대의 단점이 바로 이런 거다, 비밀 유지 난이도가 너무 높다.
혹시 내 여동생도 막 집에서 길거리의 군인들을 몰래 찍다가 엄마한테 국자로 맞으면서 지하실로 쫓겨나고 있지 않을까. 제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임무가 끝나면 휴가를 신청하고 집에 가서 며칠 정도 있다 올까. 같이 카드 놀이하던 형제들이 떠오르네.
"단티스카"한테서 새 명령이 안 내려와서, 우리는 계속 여기를 지켜야 했다. 정오가 되자 "로마"가 벙커에서 빠져나온 한 젊은이를 발견했다.
"로마"는 특등사수다. 큰 고통 없이 보내줬겠지.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위치도 들통났다.
신속하게 자리를 수습해서 다른 장소로 옮겼다.
하지만 해가 질 때까지 벙커에서 더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벙커는 아주 두꺼운 등딱지 같았다. 정면으로 쳐들어가 봤자 절대 이길 수가 없고, 안에 숨은 중요 목표들도 목숨 아까운 건 아는지 절대 안 나오려고 한다. 벙커버스터를 때려박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도저히 안 떠올랐다.
밤이 되자 다시 총소리가 요란해졌다. "단티스카"가 드디어 새 임무를 내렸다. 여긴 다른 인원에게 인수인계할 거니까 우리는 북쪽에 가서 지원하라고.
계속 잠복 임무를 시킬 줄 알았더니만, 설마 최전선을 도우라 할 줄은 몰랐다. 설마...
어찌됐든 까라면 까야지. 나는 군장을 정리했다.
"로마"가 그럼 남쪽은 어쩌냐고 물었다. "단티스카"는 남쪽 부대는 그냥 미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모두 이해하고 씨익 웃었다.
출발하기 전에 나는 서둘러 오늘 일기를 썼다.
"말랴르"가 나 보고 "라마니스트"보다 더 작가 같다고 놀렸다. 누가 요즘 일기를 쓰냐면서 말이다. 나는 웃으며 엿을 먹여주고 계속 적었다.
펜끝이 지면 위를 지나갈 때의 손맛이 정말 좋다. 하지만 이때 내 가슴엔 뭔가 미묘한 괴로움이 들었다.
옐로우존에서 임무를 수행할 땐 아무 주저 없이 총을 쐈다. 누가 적인지 명확하고, 나는 적을 해치워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나와 도시 북쪽의 그 동포들은 적인 걸까?
아니, 우리는 그저 서로 다른 진영에 섰을 뿐, 모두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그저 저들은 장군님 같은 상관을 못 만났고, 가식적인 사기꾼을 만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