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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 합성곱 핵

네 평생의 이야기 Ⅴ

이건 조국을 구할 마지막 기회다. 신소련이 새로 태어나는 게 아니면, 신소련과 함께 순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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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년 11월 18일

"말랴르"가 죽었다, 시체를 수습해주지도 못했다.

해 질 무렵, 우리는 건물 옆에 붙어서 남서쪽으로 후퇴하면서 드론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널 때 엄폐물이 없어서, "말랴르"는 결국 날아든 드론에 터져 죽었다.

원래 실력으론 충분히 피할 만했는데, 낮에 있던 작전 때문에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반응 속도가 느려졌었던 모양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긴 말은 "빨리 도망쳐"였다.

갑작스런 이별은 너무 많이 겪어봤고, 이번엔 슬퍼할 새도 없었다. 집합 지점이 도시 서쪽에 있고, 아직 5km나 남았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거기에 도착해야 했다.

나는 "말랴르"의 견장을 가져갔다. "로마"가 계속 그 빌어먹게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을 욕했다.

"말랴르"의 아내가 볼고그라드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고, 애는 아직 3살이다. 대체 이 소식을 가족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집합 지점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깜깜해졌다.

겨울은 춥지만, 들판에 비하면 도시의 바람은 많이 약하고 도로도 평평하다. 막 저승사자에게 쫓기는 것만 아니면 나름 행군할 맛이 난다.

집합 지점에 사람이 꽤 많이 있었다. 다 익숙한 얼굴들이다. 몇 명 안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라마니스트"가 붕대를 칭칭 감은 꼴이 조금은 웃겼다. 그래도 며칠 전보다 기색은 좋아졌다.

내 손의 피묻은 견장을 보더니 "라마니스트"는 "말랴르"가 죽을 때 많이 괴로웠냐고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뭐라 말할까 했지만,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로마"랑 같이 배식처에 갔다. 다행히도 아직 따끈한 보르시가 남아있었다.

밥 먹던 중 "로마"의 눈물이 국그릇에 떨어졌다. 솔직히 수염 수북하고 우락부락한 남정네가 저렇게 질질 짜는 건 꼴불견이라 생각했지만, 다들 못 본 척해줬다.

나는 빵 한 조각을 집어서 마구 국물에 적셨다.

밤에 회의가 열렸다. "단티스카" 말론 상황이 안 좋은 듯하다.

지금 장군님은 크렘린궁에서 마지막 담판을 짓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 안 하고, 당연히 잘못을 고칠 생각도 없고, 다른 전사들을 꼬드겨 우리와 싸움을 붙이고 있었다.

도시 남쪽의 부대는 우리 상황이 안 좋아지자 바로 양동에서 전면 공격으로 전환했고, 우리의 부담도 부쩍 늘어나 버렸다.

다들 원성을 터뜨렸지만 "단티스카"가 바로 쓸데없이 화내지 말라고 말렸고, 전장 상황을 분석하며 대응책을 구상했다.

딱 보면 알다시피, 담판이 실패하면 오늘 밤의 싸움은 처절한 섬멸전이 될 것이다.

지도로만 보면 아직 우리가 약간 우세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우세를 살려 빠르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다른 지역에서 몰려드는 군대를 상대할 수가 없다.

"단티스카"는 장군님이 모두에게 결정을 내리라 했다고 말했다. 지금 빠지면 장군님이 목돈도 주고 옐로우존으로 안전하게 보내주겠다고.

나는 장군님께서 병사들을 아끼시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제안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역시나 아무도 빠지지 않았다. 오늘까지 살아남은 건 모두 충성스럽고 용감한 전사들이다, 내가 그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이건 조국을 구할 마지막 기회다. 신소련을 다시 태어나게 하지 못한다면 신소련과 함께 생매장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