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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6 · 합성곱 핵

네 평생의 이야기 Ⅵ

오늘은 내 평생 가장 길었던 싸움이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게도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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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NUSSRA245324578906541 디코딩...

2064년 11월 19일

하늘에서 종이가 마구 쏟아졌다. 항복 권유 삐라였다.

그놈들은 우리를 "카터에게 현혹된 애국 장병"이라 정의하고는, 우리가 항복하고 잘못만 뉘우친다면 즉시 전역해서 무기를 반납하고 일반인 신분으로 떠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이딴 건 군화에 묻은 빨간 슬러시를 닦는데 안성맞춤이지.

겨울이 정말 춥다, 아버지가 구워준 소고기 피자가 그리워졌다.

정말 웃긴다. 일반인 신분? 루련의 통치에 순종하는 일반인이 되라고?

우리의 조국을, 우리의 문화를 저버리고, 양계장의 닭처럼 그냥 먹고 자고 하라는 거냐?

KCCO에 들어간 첫날부터 나는 이제 다시는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미 그날부터, 언제 죽게 될지는 모르지만 무엇을 위해 죽게 될지는 알고 있었다.

새벽이 되자 또 군대가 잔뜩 몰려왔다. 내 총은 고기도 구울 수 있을 만큼 달아올라서 나는 "로마"의 총을 가져갔다.

"로마"는 내 옆에 누워있고 그의 견장은 내 안주머니에 있다.

"말랴르"와 "로마" 모두 좋은 형제였다. 우리는 함께 수많은 위기를 넘겼었다. 옐로우존의 폐허에서, 번화한 도시에서 우리는 등을 서로에게 맡기고 임무를 몇 번이고 완수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모두 죽었다. "로마"의 머리통은 완전히 박살났고, 나는 그의 총을 들고 발악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싸워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해가 뜰쯤에 "단티스카"가 드디어 후퇴 명령을 내렸다.

나는 가슴이 철렁해져 물었다, 장군님은요?

"단티스카"는 자신도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그저 살아있는 사람은 다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우리는 모스크바 교외로 철수했다, 차에는 아직 다친 형제 세 명이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라마니스트"가 어딨는지 물었고, "단티스카"가 주머니에서 "라마니스트"의 견장을 꺼냈다.

"단티스카"는 거점이 완전히 쑥대밭이 됐고, 놈들은 주변 민간인들이 다치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밀고들어왔다고 말했다.

뒷 자리의 형제가, 대체 우리가 어째서 진 건지 물었다. 분명 한동안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단티스카"는 잠깐 침묵하다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는 졌다, 그냥 그렇게 된 거다.

그렇다, 그냥 그렇게 됐다. 우리는 우리 조국을 구하지 못했다.

모스크바가 백미러 속에서 점점 멀어지며, 점점 작아져갔다. 무언가가 내 영혼에서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과 연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러면 그들이 받을 해코지를 줄일 수 있겠지...

차라리 아버지가 나를 잔뜩 욕하고 호적에서 파버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구석엔 또 안 그랬으면 하는 내가 있다.

피곤하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지독한 싸움이었다.

그런데 나는 수치스럽게도 살아남았다.

전장에서 죽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