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윌리엄, 너에게 사랑 가득한 선물을 가져왔단다..."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대형 홀, 후방 대기실.
윌리엄은 조용히 장막 뒤에 앉아 훈장 수여식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거드름 피우길 좋아하는 훈작사가 기획한 일이었다.
형식주의가 오랜 세월 인류 문명에서 도태되지 않은 이유는 그 필요성 때문이다. 그가 이미 그 늙은이들에게 루련의 새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졌음에도 이런 허례허식을 하는 이유였다. 필요하니까.
그래서, 윌리엄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않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이해했다. 이래야만 진정으로 저들에게 "자기네 사람"이 되니까.
하지만 윌리엄이 보기에, 저들이 꾸민 이 훈장 수여식에서 진정으로 상을 받는 건 바로 저들이었다.
자신이라는 상을, 저들이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정에도 없었던 이 훈장 수여식은 역시 그에게 있어 조금 좌불안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딴 자질구레한 일은 없었어야 했다.
대역이야 얼마든지 가능한데, 최소한 직접 오지는 말걸.
하지만, 겨우 그딴 것으로 훈작사의 체면을 구길 필요는 없었다.
노크 소리가 울렸다. 훈장 수여식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윌리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며 간단히 용모를 다듬었다. 그리고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홀의 장막 뒤로 걸어가 마지막 준비를 했다.
이어서, 루크사트주의 연맹의 전우, 발라드 폰 오버슈타인 훈작사의 훈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맞춰, 윌리엄은 천천히 단상에 올랐다.
무수한 플래시가 그의 얼굴을 향해 번쩍였고, 단상 아래에선 우레와 같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단상 아래서 열광하는 무리를 내려다보며, 윌리엄은 그들의 표정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을 향했을, 굽신거림과 아첨으로 가득한 모습.
하지만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은 길가의 한 포기 잡초가 되어 모두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반면, 그는 안팎으로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거머쥐었고, 오버슈타인 가문의 영광을 한몸에 받는 후예가 되었다.
본디 그의 생물학적 부친의 것이었던 영광이, 전부 눈치 빠르게 그의 것이 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서야 "루돌프에게 복수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물리적으로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완전히 그를 대체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복수였다.
게다가... 부친의 세력도 모두 제거했으니까.
다시 그 시꺼먼 문을 열고 들어가 한 줄로 나란히 무릎 꿇고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윌리엄은 15년 전 끝없는 어둠의 끝에서 토막난 누나의 참상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그 창고에서 나오고부터 아버지 오버슈타인에게 복수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몇 년이나 참았다.
몰리도가 그를 똑같은 방식으로 토막냈을 때 그는 흡족하게 웃었고, 니토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년 동안 오버슈타인의 명령을 직접 받아 따른 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창고로 잡아오라고.
그들의 직계 친족까지 포함해서.
사랑하는 내 동생, 드디어 해냈구나...
그런 네 모습이, 누나는 정말 기뻐...
누나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누나...
가렴... 가서,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
누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으니까...
다 괜찮아...
루니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윌리엄은 사적인 감정에 젖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 사람 앞으로 걸어가 간을 보듯 걷어찼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니토가 의중을 읽고 그 사람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겼다.
히익! 도, 도련님! 제발 살려 주세요! 저는 어르신과 한 마디도 섞은 적 없습니다!
새빨간 거짓말.
흥, 덩치만 커가지고... 내 최고의 장점이 뭔지 알아?
이... 인자하시고 친절하시다...?
그 말에 윌리엄이 콧방귀를 뀌었다.
기억력이야.
보디가드는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져,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네 얼굴 기억해, 네가 한 말도 전부.
15년 전, 나를 끌고 가서 방에 던져 넣은 보디가드 대장이 바로 너였어.
그리고, 고개를 들어 사람들 중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를 가리켰다.
뒤에서 셋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캘린. 루시를 해부하라 지시한 건 저 년이었지.
오버슈타인이 날 감금했을 때 봤던, 직원 명단에 등록된 연구소 인원들을 다 기억해. 너희의 얼굴도, 보직도, 다 말할 수 있어.
살려 주세요, 도련님! 저희는 그저 어르신의 명령에 따른 거예요!
저희도 어쩔 수 없었다고요!
그렇겠지, 너희는 잘못 없지. 그런데 왜 애원을 해? 응?
너희 말대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잖아. 나에게 대항한다는 의지도 없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너희는 모두 무고하다고 할 수 있지...
그 말에 애원하던 연구원의 얼굴에서 환희와 안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그럼, 살려 주시는 건가요? 제 아이랑 아내도――
이봐 아저씨,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지?
윌리엄이 손을 내밀어 손톱을 세웠다.
여러분, 손톱이 피부 위를 훑고 지나가면 뭐가 남을까?
윌리엄이 오른손으로 왼팔을 한 번 스윽 긁었지만, 당연히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정답은, 아무것도 안 남는다... 하지만 그건 거시적인 관점에서야.
미시적인 관점에선, 물체끼리 접촉한다면 아무리 약했어도 미세하게 흔적이 남기 마련이야...
나쁜 예감이 든 한 명이 항변하려고 몸을 움직이기가 무섭게 니토에게 목을 움켜잡혔다.
비록 너희에게 직접 나를 거역할 뜻은 없었어도, 너희가 한 짓은 이런 미세한 자국과 똑같아.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
그리고 나는 기억력만 좋은 게 아니라, 눈도 엄청 밝거든.
그 한 마디에 이 자리의 모두가 새파랗게 질려 애원하고 울부짖어, 연구소 안이 삽시간에 절망으로 가득차 버렸다.
너희 모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이 창고 안에서 대대로 썩어 문드러지도록 해. 너희의 몸뚱이를 구성하는 모든 입자가 양성자 붕괴를 일으키고 빅 프리즈를 맞이할 때까지.
정말 유감이야. 너희에게는 신세계로 향할 입장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구세계에서 무기징역을 받아야 해서.
그 말을 남기고 윌리엄은 창고에서 나갔고, 니토가 문을 닫았다.
연구소의 사무실로 들어온 그는 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분재가 담겨 있었다.
다만, 이 분재는 푸른 잎사귀가 아니라 피가 철철 흐르는 살덩어리가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는 무성한 나뭇가지가 아니라, 잘게 썰린 수급이 걸려 있었다. 다름아닌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의 머리였다.
너도 마찬가지야, 오버슈타인...
너한테 죽음은 오히려 자비지...
너무 걱정은 마, 고작 토막났을 뿐인걸. 내가 감쪽같이 조립해 줄게... 뉴런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말이야.
네가 누나한테 한 것처럼, 나도 너를 알뜰살뜰하게 써먹어 줄 테니까.
하지만 그 전에 누나의 수술부터 해야 해.
그러니 지금은 얌전히 분재로 있으라고.
오버슈타인의 몰골을 다시 떠올리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윌리엄은 계속해서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저들의 성의와 시선에 호응할 수 있었다.
이것도 다, 신세계에서 자리를 가지기 위한 필수 절차니까.
때문에 지금 그에게는 저 쓰레기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일 여유가 있었다.
이어서 각계 대표들과의 악수 시간. 윌리엄은 옆에 서서 기다렸다.
이젠 여유도 다 떨어져서 저 쓰레기들과 손을 맞잡았다간 두드러기가 날 것 같았지만, 이것도 다 의례적인 행사다.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오버슈타인 훈작사. 앞으로 좋은 협력 관계가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예, 물론이죠.
한 명씩 악수할수록 점점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도 그는 남들에게 안 보이도록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조정했다.
......
바로 그때였다. 시끌벅적한 어중이떠중이들 사이에서 몹시나 날카로운, 실체가 있는 것만 같은 곧은 시선이 그를 향했다.
비록 전장은 누빈 전사는 아니어도 직감은 그에 못지 않게 예리했기에, 그는 그 시선을 느꼈다.
......
윌리엄은 작위적인 미소를 얼굴에 고정시킨 채, 시선을 사람들 너머의 후드 모자에 가려진 눈과 마주했다.
또 그년이었다.
...진짜 배우는 법을 모르는군, 지저분한 머저리가.
뭐... 뭐라고요?
나는 오로지 너에게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경계선에서 돌아왔다.
네가 종언을 맞이할 때까지, 나는 눈을 감지 않아.
비허가 인형을 발견했다! 무장한 비허가 인형이다!
VIP를 보호해! VIP를 보호해라!
목숨을 내놔라, "윌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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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의 어느 대형 홀, 후방 대기실.
윌리엄은 조용히 장막 뒤에 앉아 훈장 수여식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거드름 피우길 좋아하는 훈작사가 기획한 일이었다.
형식주의가 오랜 세월 인류 문명에서 도태되지 않은 이유는 그 필요성 때문이다. 그가 이미 그 늙은이들에게 루련의 새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졌음에도 이런 허례허식을 하는 이유였다. 필요하니까.
그래서, 윌리엄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않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이해했다. 이래야만 진정으로 저들에게 "자기네 사람"이 되니까.
하지만 윌리엄이 보기에, 저들이 꾸민 이 훈장 수여식에서 진정으로 상을 받는 건 바로 저들이었다.
자신이라는 상을, 저들이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정에도 없었던 이 훈장 수여식은 역시 그에게 있어 조금 좌불안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딴 자질구레한 일은 없었어야 했다.
대역이야 얼마든지 가능한데, 최소한 직접 오지는 말걸.
하지만, 겨우 그딴 것으로 훈작사의 체면을 구길 필요는 없었다.
노크 소리가 울렸다. 훈장 수여식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윌리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며 간단히 용모를 다듬었다. 그리고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홀의 장막 뒤로 걸어가 마지막 준비를 했다.
이어서, 루크사트주의 연맹의 전우, 발라드 폰 오버슈타인 훈작사의 훈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맞춰, 윌리엄은 천천히 단상에 올랐다.
무수한 플래시가 그의 얼굴을 향해 번쩍였고, 단상 아래에선 우레와 같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단상 아래서 열광하는 무리를 내려다보며, 윌리엄은 그들의 표정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을 향했을, 굽신거림과 아첨으로 가득한 모습.
하지만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은 길가의 한 포기 잡초가 되어 모두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반면, 그는 안팎으로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거머쥐었고, 오버슈타인 가문의 영광을 한몸에 받는 후예가 되었다.
본디 그의 생물학적 부친의 것이었던 영광이, 전부 눈치 빠르게 그의 것이 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서야 "루돌프에게 복수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물리적으로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완전히 그를 대체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복수였다.
게다가... 부친의 세력도 모두 제거했으니까.
다시 그 시꺼먼 문을 열고 들어가 한 줄로 나란히 무릎 꿇고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윌리엄은 15년 전 끝없는 어둠의 끝에서 토막난 누나의 참상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그 창고에서 나오고부터 아버지 오버슈타인에게 복수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몇 년이나 참았다.
몰리도가 그를 똑같은 방식으로 토막냈을 때 그는 흡족하게 웃었고, 니토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지난 20년 동안 오버슈타인의 명령을 직접 받아 따른 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창고로 잡아오라고.
그들의 직계 친족까지 포함해서.
사랑하는 내 동생, 드디어 해냈구나...
그런 네 모습이, 누나는 정말 기뻐...
누나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누나...
가렴... 가서,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
누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으니까...
다 괜찮아...
루니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윌리엄은 사적인 감정에 젖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 사람 앞으로 걸어가 간을 보듯 걷어찼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니토가 의중을 읽고 그 사람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겼다.
히익! 도, 도련님! 제발 살려 주세요! 저는 어르신과 한 마디도 섞은 적 없습니다!
새빨간 거짓말.
흥, 덩치만 커가지고... 내 최고의 장점이 뭔지 알아?
이... 인자하시고 친절하시다...?
그 말에 윌리엄이 콧방귀를 뀌었다.
기억력이야.
보디가드는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져,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네 얼굴 기억해, 네가 한 말도 전부.
15년 전, 나를 끌고 가서 방에 던져 넣은 보디가드 대장이 바로 너였어.
그리고, 고개를 들어 사람들 중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를 가리켰다.
뒤에서 셋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캘린. 루시를 해부하라 지시한 건 저 년이었지.
오버슈타인이 날 감금했을 때 봤던, 직원 명단에 등록된 연구소 인원들을 다 기억해. 너희의 얼굴도, 보직도, 다 말할 수 있어.
살려 주세요, 도련님! 저희는 그저 어르신의 명령에 따른 거예요!
저희도 어쩔 수 없었다고요!
그렇겠지, 너희는 잘못 없지. 그런데 왜 애원을 해? 응?
너희 말대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잖아. 나에게 대항한다는 의지도 없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너희는 모두 무고하다고 할 수 있지...
그 말에 애원하던 연구원의 얼굴에서 환희와 안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그럼, 살려 주시는 건가요? 제 아이랑 아내도――
이봐 아저씨,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지?
윌리엄이 손을 내밀어 손톱을 세웠다.
여러분, 손톱이 피부 위를 훑고 지나가면 뭐가 남을까?
윌리엄이 오른손으로 왼팔을 한 번 스윽 긁었지만, 당연히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정답은, 아무것도 안 남는다... 하지만 그건 거시적인 관점에서야.
미시적인 관점에선, 물체끼리 접촉한다면 아무리 약했어도 미세하게 흔적이 남기 마련이야...
나쁜 예감이 든 한 명이 항변하려고 몸을 움직이기가 무섭게 니토에게 목을 움켜잡혔다.
비록 너희에게 직접 나를 거역할 뜻은 없었어도, 너희가 한 짓은 이런 미세한 자국과 똑같아.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
그리고 나는 기억력만 좋은 게 아니라, 눈도 엄청 밝거든.
그 한 마디에 이 자리의 모두가 새파랗게 질려 애원하고 울부짖어, 연구소 안이 삽시간에 절망으로 가득차 버렸다.
너희 모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이 창고 안에서 대대로 썩어 문드러지도록 해. 너희의 몸뚱이를 구성하는 모든 입자가 양성자 붕괴를 일으키고 빅 프리즈를 맞이할 때까지.
정말 유감이야. 너희에게는 신세계로 향할 입장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구세계에서 무기징역을 받아야 해서.
그 말을 남기고 윌리엄은 창고에서 나갔고, 니토가 문을 닫았다.
연구소의 사무실로 들어온 그는 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분재가 담겨 있었다.
다만, 이 분재는 푸른 잎사귀가 아니라 피가 철철 흐르는 살덩어리가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는 무성한 나뭇가지가 아니라, 잘게 썰린 수급이 걸려 있었다. 다름아닌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의 머리였다.
너도 마찬가지야, 오버슈타인...
너한테 죽음은 오히려 자비지...
너무 걱정은 마, 고작 토막났을 뿐인걸. 내가 감쪽같이 조립해 줄게... 뉴런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말이야.
네가 누나한테 한 것처럼, 나도 너를 알뜰살뜰하게 써먹어 줄 테니까.
하지만 그 전에 누나의 수술부터 해야 해.
그러니 지금은 얌전히 분재로 있으라고.
오버슈타인의 몰골을 다시 떠올리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윌리엄은 계속해서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저들의 성의와 시선에 호응할 수 있었다.
이것도 다, 신세계에서 자리를 가지기 위한 필수 절차니까.
때문에 지금 그에게는 저 쓰레기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일 여유가 있었다.
이어서 각계 대표들과의 악수 시간. 윌리엄은 옆에 서서 기다렸다.
이젠 여유도 다 떨어져서 저 쓰레기들과 손을 맞잡았다간 두드러기가 날 것 같았지만, 이것도 다 의례적인 행사다.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오버슈타인 훈작사. 앞으로 좋은 협력 관계가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예, 물론이죠.
한 명씩 악수할수록 점점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도 그는 남들에게 안 보이도록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조정했다.
......
바로 그때였다. 시끌벅적한 어중이떠중이들 사이에서 몹시나 날카로운, 실체가 있는 것만 같은 곧은 시선이 그를 향했다.
비록 전장은 누빈 전사는 아니어도 직감은 그에 못지 않게 예리했기에, 그는 그 시선을 느꼈다.
......
윌리엄은 작위적인 미소를 얼굴에 고정시킨 채, 시선을 사람들 너머의 후드 모자에 가려진 눈과 마주했다.
또 그년이었다.
...진짜 배우는 법을 모르는군, 지저분한 머저리가.
뭐... 뭐라고요?
나는 오로지 너에게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경계선에서 돌아왔다.
네가 종언을 맞이할 때까지, 나는 눈을 감지 않아.
비허가 인형을 발견했다! 무장한 비허가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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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내놔라, "윌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