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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 양자요동

「하늘에 반짝이는 모든 것이 별」

세계를 구하기 전에 먼저... "루니샤의 죽음"을 지켜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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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 █일 ███ ████

“......”

나는 형체 없는 거울 위에서 깨어났다.

겹쳐진 거울 속에 비친 건 나의 얼굴이 아니라 겹쳐 있는 그림자들.

——정원 안에는, "루니샤"란 이름의 소녀의 발끝까지 내려온 치맛자락이.

——비 오는 밤에는, "M4A1"이란 이름의 전술인형 손에서 깜빡이는 총열 덮개가.

——고철 사이에선, "엘리사"란 이름의 엘더 브레인이 깨어나며 회로에 흐르는 전류가.

그리고,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나를 다시 원점으로 떠밀었다.

나는 루니샤.

????

......

나는 M4A1.

????

......

아니면, 그 누구도 아닐지도.

나는 "나"다.

루니샤

...아아.

루니샤

이것이 네가 알려주고 싶던 거니?

지휘관

댄들라이?

댄들라이

......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사람.

지휘관

여긴 어디야? 우리 왜 여기 있어?

분명 엘모호의 심문실에서... 설마, 윌리엄 짓이야?

댄들라이

저도 당신만큼 현재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어요.

상대방은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 내 기억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떠올랐다.

평범해.

평범해.

정말... 평범하기 그지 없어.

지휘관

...여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어?

댄들라이

어쩌면 일주일, 어쩌면 10년이 지났을지도요.

지휘관

지금 유치한 농담이나 할 때가 아니야.

생김새도 평범.

체격도 평범.

성격조차도 흔해 빠졌다.

별다른 흥미를 전혀 일으킬 수 없는 인물상이다.

지휘관

너 먼저 깨어났어?

댄들라이

네.

지휘관

우릴 여기로 끌고 온 게 누군지 봤어?

댄들라이

누가 우리를 여기로 끌고 왔는지는 몰라요. 다만, 저번에 이 문이 열렸을 때 들어온 자들은 분명히 윌리엄 수하의 연구원들이었어요.

지휘관

윌리엄... 놈들이 무슨 짓을 했어?

댄들라이

저를 실험실로 데려가서... 그 다음은 기억이 안 나요.

지휘관

......

...이것만 다를 뿐이다.

...오직 이 점 하나만 다른 사람과 다르다.

댄들라이

수술 자국은 여기 있어요.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시선이 그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왔다.

댄들라이

보실래요?

이 사람의 눈동자는 마치 별처럼 밝게 빛난다.

이해할 수가 없다. 거짓말과 배신으로 가득한 썩어빠진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눈동자를 품고 있을 수 있는지.

지휘관

...아니.

일단은 여기서 탈출한 다음에 검사해보자.

내 예상대로, 이런 어설픈 농담에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는 훨씬 더 친절하고 재치 있는 사람이었는데.

지휘관

엘모호에 연락 가능해?

댄들라이

아뇨, 여긴 신호가 완전히 차단됐어요.

지휘관

......

지휘관은 일어서서 문으로 다가가 가볍게 두드려 두께를 가늠해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안쓰럽게 보였다.

지휘관

여기로 바깥이 보여!

...도대체 왜일까?

댄들라이

정말이네요. 이 틈새로 빠져나가시려고요?

어째서,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몇 번이고 빌을 막을 수 있었을까?

지휘관

해봐야지.

어째서,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그토록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댄들라이

앗...

지휘관

댄들라이?!

어째서...

댄들라이

지휘관님... 빨리 탈출하세요...

저는 됐으니까...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내 기억과 행동, 사고와 감정까지 어지럽힐 수 있는 걸까?

지휘관

그런 소리 마!

나는... 그 해답을, 알고 싶다.

████년 █월 █일 ███ ████

루니샤

......

청아한 목소리

그래서, 답은 얻었어?

루니샤

지휘관은, 용감한 사람이야.

하지만 용감할 뿐이기만 한 사람이야.

다른 세계에선 다른 결말이 존재해. 대부분 상황에서, 지휘관은 수많은 이들처럼 죽음을 피하지를 못해.

어쩌면 지휘관은 영웅이 돼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이 세계에 영웅은 필요 없어. 이 시대도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고.

청아한 목소리

더 간단히 요약할 수도 있어.

루니샤

......

청아한 목소리

"이상주의자".

지휘관, 안젤리아, 그리고 무수한 "그들".

루니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청아한 목소리

여신의 힘은 결코 전능하지 않아.

세계는 여전히 그들의 것이야.

루니샤

......

......

지휘관

그러니까... 지금 너는 M4구나.

M16이 그렇게 찾던 M4...

반드시 돌아오겠다 약속했던... M4A1.

루니샤

맞아요.

이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돌아온, M4A1이에요.

지휘관은 눈앞의 소녀를 바라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 주변에 가시덩굴처럼 가득했던 경계심이 바람에 날아간 것처럼 사라졌다.

지휘관은 처음에, M4가 이 소체에 강림했을 때 AR15가 한순간에 그녀를 알아챘던 것을 떠올렸다.

바로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지휘관

...난 지금 이해가 잘 안 돼. 너, 아니면 그녀... 너희가 하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무슨 내기를 한 거야? 내가 여기에 도달할지? 내가 과연 너를 죽일 수 있을지? 아니면 내가... 포기할지 안 할지에 건 내기야?

지휘관

너를 한 줄로 이어준 마지막 돌이라는 건 대체 뭐고?

루니샤

......

루니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휘관님. 중요한 건 당신이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예요.

지휘관

아니, 안 돼.

지휘관의 대답은 여전히 아무 주저가 없었다.

지휘관

...보고 싶었어, M4. AR팀 모두가 널 그리워했어.

하지만 우리는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명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아무리 너라도 나를 막을 순 없어.

루니샤

......

루니샤는 눈을 감으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루니샤

저도 알아요.

지휘관

이럴 가능성도 이미 본 거야?

루니샤

아뇨, 볼 필요가 없는걸요.

당신은 저의 지휘관님이시고, 저는 당신의 M4A1이잖아요.

루니샤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사이였다면, 제가 여기에 나타나지도 않았겠죠.

루니샤

당신을 말릴 수 없다는 건 알아요. 제가 어떤 이유나 핑계를 대도 당신의 결의를 꺾을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루니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엄숙해졌다.

루니샤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으신가요?

지휘관

대가라고?

루니샤

윌리엄을 죽인다면 당신은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실 건가요?

지휘관

당연하지.

지휘관에게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루니샤

...알겠어요.

루니샤는 천천히 지휘관에게 다가갔다.

까치발을 들어 지휘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녀의 것이 아닌 눈으로 지휘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수많은 것들이 보였다.

루니샤

그 사명을 마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반드시... 제가 말하는 대로 하세요.

지휘관

...무슨 말이야?

그놈은 바로 안에 있어, 너만 비키면 내가 들어갈 수 있어.

그러면 여기서 전부 끝낼 수 있다고.

루니샤

안 돼요.

루니샤의 눈빛은 몹시 단호했다.

루니샤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이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에요.

제가 약속할게요. 반드시... 희망의 종착지에 다다르시게 될 거라고.

루니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지휘관

......

지휘관은 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게 루니샤든, 지금 이... 스스로를 "M4A1"이라 부르는 존재든.

그들은 이미 예전의 그들이 아니다. 아무리 이해할 수 없어도, 공감할 수 없어도, 상상할 수 없어도, 인정해야만 한다.

그들은, 이미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지휘관

...이게 루니샤가 하는 말이었으면 아마 무시했을 거야.

하지만...

지휘관

난 너를 믿을게, M4.

그 말을 들은 소녀의 미소가 조금 더 짙게 입가에 묻어났다. 지휘관이 기억하던 모습처럼 화사하게.

M4A1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지휘관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되지?

M4A1

...방법은 간단해요. 방금 루니샤가 알려줬죠?

M4는 지휘관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고는, 뒤로 천천히 몇 걸음 물러났다.

M4A1

먼저,

"루니샤의 죽음"을 지켜보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