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
방부제
지휘실 내부.
권한을 얻은 P7은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아, 오늘 기지 내부 인원들의 행적의 홀로그램 영상을 구성했다.
휴우, 겨우겨우 권한을 얻었네... 나중에 꼭 지휘관한테 자랑할 거야!
아무튼 범인도 참 지독하네! 전염병으로 우리 기지를 무너뜨리려 하다니!
우리 어쩌면 그리폰을 구한 걸지도 몰라. 안 그래, KSVK?
으윽!
뒤에서 들려온 둔탁한 소리에 P7가 뒤를 돌아봤을 때, KSVK는 이미 쓰러진 뒤였다. 그리고 지휘실의 문 앞에는 P7을 향해 총을 겨눈 P90이 서 있었다.
너너너...?
걱정 마, 기절시켰을 뿐이야.
그것보다 P7, 기지의 경보 시스템을 파괴하다니 무슨 짓이야?
P7은 KSVK에게 했던 변명을 그대로 다시 말하려던 와중, 지휘 콘솔에서 구성되던 중인 홀로그램을 흘깃 보곤 그대로 얼어붙었다.
감시 카메라 영상에서 자신을 미행하던 그림자는 다름 아닌 P90이었다.
P7은 충격에 빠졌고, P90은 여전히 총을 겨눈 채 천천히 다가왔다.
......
P90이 걸음을 멈췄다.
응? 나한테 총을 겨누다니... 무슨 뜻이야?
너... 너였구나...!
오늘 오후 내내 슬금슬금 날 미행하던 녀석이!
널 미행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 마! 다들 난리인 전염병도 네가 한 짓이지?!
녹화 영상 다 봤어, 감염자가 나타났던 구역에는 항상 네가 있었어! 우연이라고 얼버무릴 생각 마!
그야 당연히 우연이지! 내, 내가 왜 전염병을 퍼뜨리겠어?! 생사람 잡지 마!
그러는 너야말로, 손의 그 이상한 반점은 뭔데?
이건 실수로 물감이 묻은――
너도 감염자였구나, P7. 설마... 이번 전염병 사태의 근원은 너 아니야?
그래서 증거인 녹화 영상들을 인멸하려고, 지휘실에 몰래 들어온 거지!
너, 너야말로 헛소리하지 마!
널 붙잡아서 지휘관한테 데려가겠어!
누가 할 소리!
...같은 시각.
철혈 거점.
특별 수사대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알케미스트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흥, 정말 끈질긴 쥐새끼들이군.
다시는 그리폰의 조무래기들에게 지지 않아... 다른 녀석들보다는 좋은 비명을 들려 달라고.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겠죠!
얼간이들... 전염병을 퍼뜨린 게 나라고 철석같이 믿다니.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 혼돈으로 가득한 생각은 당장 버리는 것이 좋을 거다.
얼간이 같은 너희들의 그 멍청한 모습도, 보고 있자니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군.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알기는 하나?
인형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덤벼들다니 말이야.
소중한 동료를 구하려는 마음을 철혈이 이해할 리가 없겠죠.
그래...?
흥, 철혈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폰이 여길 발견할 일도 없었겠지.
그게 무슨 뜻이지...?
아무 뜻도 없어...
그저... 우리는 서로의 공통점을 인정하길 싫어할 뿐이라는 거지.
......
헛소리는 이제 충분해요!
웰로드 씨, 가요! 오늘을 저 녀석의 두 번째 제삿날로 만들어 주겠어요!
...잠시 후, 철혈 거점.
헉... 헉... 후훗... 아무래도, 더미 소체라서 제 성능이 안 나오나 보군...
Spitfire는 총구를 무릎을 꿇은 알케미스트의 미간에 대었다.
부상을 입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진 알케미스트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당당했다.
이제... 끝이에요.
......
삐이——!
흠흠... 어... 긴급 공지를 전달할게!
......
Spitfire가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나, 갑작스레 들어온 통신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화상 통신에서, P90은 P7의 목덜미를 잡아 들고 있었다.
통신 다 연결됐겠지? 그럼 지금부터 P7이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줘.
우이씨, 내려놓기나 해!
커흠... 그러니까... 이번 전염병 사태는 말이지... 전부 오해로 인한 일이야...
그 말에, 철혈 거점의 일행은 할 말을 잃었다. Spitfire는 총을 내리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웰로드와 서로를 마주 봤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알케미스트는 폭소를 터뜨렸다.
오늘 아침에 말이야... 그러니까 해 뜬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키우는 디너게이트를 시켜서 카리나의 화장품을 하나 슬쩍했어. SuperSASS의 몸에 좀비처럼 얼룩을 칠하려고...
이야,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완벽한 계획이었다니까! 며칠 전부터 카리나가 외출할 거란 정보를 입수했고, 외출 전에 화장하는 것도 확인했고!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지. 화장품을 그냥 탁상 위에 내버려 두고 갔으니까. 물론 서랍에 넣고 잠갔더라도 꺼냈을 테지만!
그리고 내 디너게이트 군단을 보내서 옷 속과 수건에 그걸 잔뜩 묻혔지! 도중에 TAC50한테 들킬 뻔하긴 했지만.
그런데 SASS 녀석, 평소에 입는 옷을 안 입고 핼러윈 분장을 했지 뭐야! 임무 나가는데 쓸데없이 옷차림에 신경이나 쓰고, 흥! 얼굴은 제대로 닦지도 않는 주제에!
P7, 요점만 말해!
아, 알았어...
아무튼, SuperSASS가 아무것도 모르고 멀쩡하게 임무에 나가길래 무지 실망했어. 게다가 실수로 내 손에 묻은 화장품이 지워지질 않아서 그냥 버렸는데——
타앙! Spitfire가 맨땅에 총을 한 방 쏘았다.
통신기 너머의 P7은 그 소리에 기겁하면서 P90에게 통신기를 넘겼다.
어... 나머진 내가 설명할게.
P90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마저 설명했다.
사실, 내가 그때 P7이 디너게이트에게 지시를 내리는 걸 봤어. SASS한테 장난치는 건 못 봤지만.
그리고 초소 경계하러 갔는데, 너무 지루한 거 있지? 그래서 가던 중에 P7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그 버려진 화장품을 회수해서, 드론들한테 똑같은 지시를 내렸어...
그나저나 그 화장품, P7이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놨더라! 구석에 숨어서 겨우겨우 정리한 다음에, 지령을 짜서 드론 여러 대에 염료를 나눠 줬지.
비행 경로도 엄청 신경 썼다고! 기지 전체를 커버하고 목표를 발견하는 즉시 돌진해서 염료를 뿌리도록! P7은 이 정도까진 못할——
그, 다, 음, 엔?
그, 그그그 다음엔 웰로드의 부사수로 함께 초소 경계 임무를 섰지... 그때부터 웰로드의 말투를 따라 하느라... 드론을 까맣게 잊어... 버렸...
P90은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철혈 거점에는 웃다 지친 알케미스트의 숨소리와 미약한 전류의 노이즈만이 들릴 뿐이었다.
웰로드와 Spitfire는 어이가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니까... 전염병 바이러스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고, 75 언니도 멀쩡했고, 전부... 카리나 씨의 화장품이었단 거예요?
으응... 맞아...
P90의 목소리는 이제 모기 소리 같았다.
P7... P90... 두 사람 모두...
으으... 잘못했어 Spitfire 언니... 히익, 주먹 쥐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려...
철혈 거점도 침묵에 빠졌다. 알케미스트도 그저 히죽거리기만 하며 이 난리극을 구경했다.
P90, 네가 털어놓는 편이 좋을 거라며...
네가 있는 대로 죄다 털어놔서 그렇잖아...
솔직하게 말하면 좀 봐줄 거라 생각했지...
나도 Spitfire가 이렇게 화낼 줄은 몰랐어...
두 사람... 작게 말하면 안 들릴 줄 알아요?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후후후... 너희의 소동도 다 끝난 것 같으니, 난 이만 가볼―― 윽.
일어나려던 알케미스트의 어깨를, 웰로드가 붙잡아 눌렀다.
이번 소동에서, 네놈이 결백하단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네놈의 이름이 알케미스트인 이상, 나중에 다른 바이러스를 퍼뜨릴지도 모를 일이지.
어떨까, Spitfire? 이대로... 생포해서 기지로 끌고 가 연구하는 건.
찬성이에요.
반대는 안 할게...
연구? 그거 좋지~
하지만, 돌아가서... P7, P90, 두 사람은 따로 할 일이 있어요.
......
핼러윈의 깊은 밤.
그리폰 기지.
게시판에 댓글이 줄줄이 달린 글이 나타났다. 언제나 그렇듯, 게시자는 MDR이었다.
"헤헤헤, 모두의 귀염둥이 MDR이 단독 촬영한 이 사진을 보시라! 저녁에 드론으로 어쩌다 보니 찍게 된 사진이야! 잘 봤으면 추천 세게 박으시라고!"
"올해도 소란스러웠던 핼러윈, 이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MDR이 진실을 파헤친다! 댓글로 중계할 거니까 끼어들지 말고——”
......
그 게시글의 마지막에 첨부된 사진은 인형 5명이 각양각색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알케미스트마저도 여전히 거만한 미소였고, 이 점이 Spitfire의 신경을 건드린 듯했다. 물론 그런 점이 MDR의 글에 뜨거운 반응을 몰고 왔다.
"특별 수사대에 감동했다. 소중한 이들을 잘 지켜냈구나..."
"P7 저 멍청이는 배우질 못하넼ㅋㅋㅋ 장난은 어설픈 시점에서 이미 실패한 거얔ㅋㅋㅋㅋㅋ"
"어휴 정말, 이런 난리를 일으키고 뭐야! 사부님을 두 번 다시 못 보는 줄 알았잖아..."
"그런데 잡아 온 건 좋다 쳐도, 알케미스트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점술에 도움이 되려나 모르겠네"
"아, 연금술! 연금술 좋지! 내 금고를 순도 100% 금괴로 꽉꽉 채워 달라 해야겠다!"
...자정.
지휘실의 패닉룸.
이봐! 밖에 아무도 없어!? 나 좀 내보내 줘! 벌써 12시 지났잖아! 핼러윈 끝났다고!
이야~, 패닉룸 하나는 정말 잘 만들었네. 목청이 터져라 외쳐대도 아무도 모르다니.
아키텍트... 너 정말 포로 맞아?
누가 아니래? 아~ 오늘은 정말 재밌었어! 아직 아무도 날 다시 가두러 오지 않고 말이야. 이 자유로운 느낌이 정말 좋다~
실망하진 않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심술부릴 줄 알았거든.
흥, 난 그렇게 사사건건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고.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노는 것도 좋잖아?
그나저나, 너는 아무래도 핼러윈이 완전히 끝난 뒤에나 찾으러 올 거 같네.
하아... 패닉룸에 통신 설비 안 넣게 한 사람 누구야...
저기, 아무나 불러서 나 좀 내보내 달라고 할 수 있어? 이 빚은 카리나에게 말해 줄 테니까!
히히히, 그럼... 어서 내게 빌어 봐, 그리폰의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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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실 내부.
권한을 얻은 P7은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아, 오늘 기지 내부 인원들의 행적의 홀로그램 영상을 구성했다.
휴우, 겨우겨우 권한을 얻었네... 나중에 꼭 지휘관한테 자랑할 거야!
아무튼 범인도 참 지독하네! 전염병으로 우리 기지를 무너뜨리려 하다니!
우리 어쩌면 그리폰을 구한 걸지도 몰라. 안 그래, KSVK?
으윽!
뒤에서 들려온 둔탁한 소리에 P7가 뒤를 돌아봤을 때, KSVK는 이미 쓰러진 뒤였다. 그리고 지휘실의 문 앞에는 P7을 향해 총을 겨눈 P90이 서 있었다.
너너너...?
걱정 마, 기절시켰을 뿐이야.
그것보다 P7, 기지의 경보 시스템을 파괴하다니 무슨 짓이야?
P7은 KSVK에게 했던 변명을 그대로 다시 말하려던 와중, 지휘 콘솔에서 구성되던 중인 홀로그램을 흘깃 보곤 그대로 얼어붙었다.
감시 카메라 영상에서 자신을 미행하던 그림자는 다름 아닌 P90이었다.
P7은 충격에 빠졌고, P90은 여전히 총을 겨눈 채 천천히 다가왔다.
......
P90이 걸음을 멈췄다.
응? 나한테 총을 겨누다니... 무슨 뜻이야?
너... 너였구나...!
오늘 오후 내내 슬금슬금 날 미행하던 녀석이!
널 미행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 마! 다들 난리인 전염병도 네가 한 짓이지?!
녹화 영상 다 봤어, 감염자가 나타났던 구역에는 항상 네가 있었어! 우연이라고 얼버무릴 생각 마!
그야 당연히 우연이지! 내, 내가 왜 전염병을 퍼뜨리겠어?! 생사람 잡지 마!
그러는 너야말로, 손의 그 이상한 반점은 뭔데?
이건 실수로 물감이 묻은――
너도 감염자였구나, P7. 설마... 이번 전염병 사태의 근원은 너 아니야?
그래서 증거인 녹화 영상들을 인멸하려고, 지휘실에 몰래 들어온 거지!
너, 너야말로 헛소리하지 마!
널 붙잡아서 지휘관한테 데려가겠어!
누가 할 소리!
...같은 시각.
철혈 거점.
특별 수사대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알케미스트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흥, 정말 끈질긴 쥐새끼들이군.
다시는 그리폰의 조무래기들에게 지지 않아... 다른 녀석들보다는 좋은 비명을 들려 달라고.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겠죠!
얼간이들... 전염병을 퍼뜨린 게 나라고 철석같이 믿다니.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 혼돈으로 가득한 생각은 당장 버리는 것이 좋을 거다.
얼간이 같은 너희들의 그 멍청한 모습도, 보고 있자니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군.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알기는 하나?
인형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덤벼들다니 말이야.
소중한 동료를 구하려는 마음을 철혈이 이해할 리가 없겠죠.
그래...?
흥, 철혈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폰이 여길 발견할 일도 없었겠지.
그게 무슨 뜻이지...?
아무 뜻도 없어...
그저... 우리는 서로의 공통점을 인정하길 싫어할 뿐이라는 거지.
......
헛소리는 이제 충분해요!
웰로드 씨, 가요! 오늘을 저 녀석의 두 번째 제삿날로 만들어 주겠어요!
...잠시 후, 철혈 거점.
헉... 헉... 후훗... 아무래도, 더미 소체라서 제 성능이 안 나오나 보군...
Spitfire는 총구를 무릎을 꿇은 알케미스트의 미간에 대었다.
부상을 입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진 알케미스트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당당했다.
이제... 끝이에요.
......
삐이——!
<color=#00CCFF>흠흠... 어... 긴급 공지를 전달할게!</color>
......
Spitfire가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나, 갑작스레 들어온 통신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화상 통신에서, P90은 P7의 목덜미를 잡아 들고 있었다.
<color=#00CCFF>통신 다 연결됐겠지? 그럼 지금부터 P7이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줘.</color>
<color=#00CCFF>우이씨, 내려놓기나 해!</color>
<color=#00CCFF>커흠... 그러니까... 이번 전염병 사태는 말이지... 전부 오해로 인한 일이야...</color>
그 말에, 철혈 거점의 일행은 할 말을 잃었다. Spitfire는 총을 내리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웰로드와 서로를 마주 봤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알케미스트는 폭소를 터뜨렸다.
<color=#00CCFF>오늘 아침에 말이야... 그러니까 해 뜬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키우는 디너게이트를 시켜서 카리나의 화장품을 하나 슬쩍했어. SuperSASS의 몸에 좀비처럼 얼룩을 칠하려고...</color>
<color=#00CCFF>이야,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완벽한 계획이었다니까! 며칠 전부터 카리나가 외출할 거란 정보를 입수했고, 외출 전에 화장하는 것도 확인했고!</color>
<color=#00CCFF>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지. 화장품을 그냥 탁상 위에 내버려 두고 갔으니까. 물론 서랍에 넣고 잠갔더라도 꺼냈을 테지만!</color>
<color=#00CCFF>그리고 내 디너게이트 군단을 보내서 옷 속과 수건에 그걸 잔뜩 묻혔지! 도중에 TAC50한테 들킬 뻔하긴 했지만.</color>
<color=#00CCFF>그런데 SASS 녀석, 평소에 입는 옷을 안 입고 핼러윈 분장을 했지 뭐야! 임무 나가는데 쓸데없이 옷차림에 신경이나 쓰고, 흥! 얼굴은 제대로 닦지도 않는 주제에!</color>
P7, 요점만 말해!
<color=#00CCFF>아, 알았어...</color>
<color=#00CCFF>아무튼, SuperSASS가 아무것도 모르고 멀쩡하게 임무에 나가길래 무지 실망했어. 게다가 실수로 내 손에 묻은 화장품이 지워지질 않아서 그냥 버렸는데——</color>
타앙! Spitfire가 맨땅에 총을 한 방 쏘았다.
통신기 너머의 P7은 그 소리에 기겁하면서 P90에게 통신기를 넘겼다.
<color=#00CCFF>어... 나머진 내가 설명할게.</color>
P90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마저 설명했다.
<color=#00CCFF>사실, 내가 그때 P7이 디너게이트에게 지시를 내리는 걸 봤어. SASS한테 장난치는 건 못 봤지만.</color>
<color=#00CCFF>그리고 초소 경계하러 갔는데, 너무 지루한 거 있지? 그래서 가던 중에 P7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그 버려진 화장품을 회수해서, 드론들한테 똑같은 지시를 내렸어...</color>
<color=#00CCFF>그나저나 그 화장품, P7이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놨더라! 구석에 숨어서 겨우겨우 정리한 다음에, 지령을 짜서 드론 여러 대에 염료를 나눠 줬지.</color>
<color=#00CCFF>비행 경로도 엄청 신경 썼다고! 기지 전체를 커버하고 목표를 발견하는 즉시 돌진해서 염료를 뿌리도록! P7은 이 정도까진 못할——</color>
<b>그, 다, 음, 엔?</b>
<color=#00CCFF>그, 그그그 다음엔 웰로드의 부사수로 함께 초소 경계 임무를 섰지... 그때부터 웰로드의 말투를 따라 하느라... 드론을 까맣게 잊어... 버렸...</color>
P90은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철혈 거점에는 웃다 지친 알케미스트의 숨소리와 미약한 전류의 노이즈만이 들릴 뿐이었다.
웰로드와 Spitfire는 어이가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니까... 전염병 바이러스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고, 75 언니도 멀쩡했고, 전부... 카리나 씨의 화장품이었단 거예요?
<color=#00CCFF><size=30>으응... 맞아...</size></color>
P90의 목소리는 이제 모기 소리 같았다.
P7... P90... 두 사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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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 거점도 침묵에 빠졌다. 알케미스트도 그저 히죽거리기만 하며 이 난리극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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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작게 말하면 안 들릴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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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너희의 소동도 다 끝난 것 같으니, 난 이만 가볼―― 윽.
일어나려던 알케미스트의 어깨를, 웰로드가 붙잡아 눌렀다.
이번 소동에서, 네놈이 결백하단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네놈의 이름이 알케미스트인 이상, 나중에 다른 바이러스를 퍼뜨릴지도 모를 일이지.
어떨까, Spitfire? 이대로... 생포해서 기지로 끌고 가 연구하는 건.
찬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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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아가서... P7, P90, 두 사람은 따로 할 일이 있어요.
......
핼러윈의 깊은 밤.
그리폰 기지.
게시판에 댓글이 줄줄이 달린 글이 나타났다. 언제나 그렇듯, 게시자는 MDR이었다.
<color=#CA8EFF>"헤헤헤, 모두의 귀염둥이 MDR이 단독 촬영한 이 사진을 보시라! 저녁에 드론으로 어쩌다 보니 찍게 된 사진이야! 잘 봤으면 추천 세게 박으시라고!"</color>
<color=#CA8EFF>"올해도 소란스러웠던 핼러윈, 이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MDR이 진실을 파헤친다! 댓글로 중계할 거니까 끼어들지 말고——”</color>
......
그 게시글의 마지막에 첨부된 사진은 인형 5명이 각양각색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알케미스트마저도 여전히 거만한 미소였고, 이 점이 Spitfire의 신경을 건드린 듯했다. 물론 그런 점이 MDR의 글에 뜨거운 반응을 몰고 왔다.
"특별 수사대에 감동했다. 소중한 이들을 잘 지켜냈구나..."
"P7 저 멍청이는 배우질 못하넼ㅋㅋㅋ 장난은 어설픈 시점에서 이미 실패한 거얔ㅋㅋㅋㅋㅋ"
"어휴 정말, 이런 난리를 일으키고 뭐야! 사부님을 두 번 다시 못 보는 줄 알았잖아..."
"그런데 잡아 온 건 좋다 쳐도, 알케미스트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점술에 도움이 되려나 모르겠네"
"아, 연금술! 연금술 좋지! 내 금고를 순도 100% 금괴로 꽉꽉 채워 달라 해야겠다!"
...자정.
지휘실의 패닉룸.
이봐! 밖에 아무도 없어!? 나 좀 내보내 줘! 벌써 12시 지났잖아! 핼러윈 끝났다고!
<color=#00CCFF>이야~, 패닉룸 하나는 정말 잘 만들었네. 목청이 터져라 외쳐대도 아무도 모르다니.</color>
아키텍트... 너 정말 포로 맞아?
<color=#00CCFF>누가 아니래? 아~ 오늘은 정말 재밌었어! 아직 아무도 날 다시 가두러 오지 않고 말이야. 이 자유로운 느낌이 정말 좋다~</color>
실망하진 않네?
<color=#00CCFF>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color>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심술부릴 줄 알았거든.
<color=#00CCFF>흥, 난 그렇게 사사건건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고.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노는 것도 좋잖아?</color>
<color=#00CCFF>그나저나, 너는 아무래도 핼러윈이 완전히 끝난 뒤에나 찾으러 올 거 같네.</color>
하아... 패닉룸에 통신 설비 안 넣게 한 사람 누구야...
저기, 아무나 불러서 나 좀 내보내 달라고 할 수 있어? 이 빚은 카리나에게 말해 줄 테니까!
<color=#00CCFF>히히히, 그럼... 어서 내게 빌어 봐, 그리폰의 지휘관~♪</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