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밤 광상곡
EP.2019 · 거룩한 밤 광상곡

철혈의 그린치

열심히 선물을 준비하는 그리폰 인형들은 창밖에 철혈이 음모를 꾸미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겠죠...

-35-1-1First → -35-1-2End

1 / 106
전체 대사 보기 (103줄)

철혈 기지의 창고.

물자를 점검하고 있던 디스트로이어는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디스트로이어

2년 전의 오늘이었지, 다 함께 파티를 열었던 게...

작년엔... 에이전트가 선물을 나눠줬는데...

올해는... 올해는 아무것도 없어...

디스트로이어가 창고 벽에 설치된 AI 시스템을 가동했다.

디스트로이어

야,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어울리는 음악 좀 틀어 봐.

철혈 뮤직

환경에 알맞은 곡을 검색 중... 21세기 초의 유명 영화의 OST, "마지막 왈츠"를 재생합니다.

<color=#FF1493>♬♬♬ ♩~♪ ♬♬♬ ♩~♪</color>

안 그래도 우울했던 디스트로이어는 음악의 첫음절을 듣자마자 더욱 우울해졌다.

디스트로이어

하아... 음악 꺼, 짜증 나.

괜한 짜증을 내며 음악을 끈 디스트로이어는, 다시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디스트로이어

아아... 나도 크리스마스 즐기고 싶다...

...15분 전.

디스트로이어

<size=25>그래서 말인데... 에이전트, 올해 크리스마스 일정은 뭐야?</size>

에이전트

크리스마스?

우리의 현 사정이 어떤지 알고서 그러는 것이냐?

디스트로이어

에이 숨기지 말고~ 지금은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살짝만 말해 주라, 응? 아무한테도 안 말할게.

에이전트

후우...

널 한가하게 두지 말았어야 했구나.

여기 이 목록을 가지고 창고로 가서, 물자를 점검하거라.

크리스마스 일정 같은 걸 논하고 싶다면, 먼저 지금 우리의 형편부터 파악하고 난 뒤에 해 주길 바란다.

디스트로이어

하아아아아아...

아니 뭐, 에이전트의 말이 맞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역시 엄청 억울하단 말이지...

드리머

어머나~ 에이전트가 드디어 맛이 갔구나? 하고많은 애들을 놔두고 너한테 물자 점검을 시키다니.

아, 생각해 보니 보유 물자가 많지도 않았구나. 바보라도 셀 수 있겠네.

디스트로이어

...지금 나더러 바보라는 거야?

드리머

딱히 너라고 콕 집어 말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바보를 자처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방금 들어온 정찰 보고에 의하면 그리폰 녀석들은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더라.

디스트로이어

뭐어?! 우리 부품을 주워다 쓸 정도로 빈곤한 놈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고!?

드리머

걔네 지휘관은 동이 트자마자 장을 보러 기지를 나선 모양이야.

드리머

우리야 파티를 열 여력이 안 되지만, 캐럴이라도 들으면서 분위기를 낼 수는 있겠지.

드리머가 AI 시스템을 가동했다.

드리머

크리스마스니까 어울리는 곡 좀 틀어 봐.

철혈 뮤직

환경에 알맞은 곡을 검색 중...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생합니다.

<color=#FF1493>“We wish you a merry Christmas~”</color>

<color=#FF1493>“We wish you a merry Christmas~”</color>

<color=#FF1493>“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color>

이번에도 디스트로이어는 화를 내며 다시 AI 시스템을 꺼 버렸다.

드리머

화가 많이도 쌓였나 보네.

흐음... 어떻게 이용해 먹을 수 있으려나...

드리머가 잔머리를 굴리던 중, 갑자기 디스트로이어가 눈을 번쩍였다.

디스트로이어

나, 가서 정찰하고 올게. 어차피 오늘은 따로 배정받은 일도 없어.

운이 좋으면, 이 허전한 창고를 채울 만한 걸 노획할 수 있을지도 몰라.

드리머

어머, 네가 웬일이니? 바보가 임무를 자처하는 날이 올 줄이야.

디스트로이어

거봐, 역시 날 바보 취급하고 있잖아!

그때, 밖에서 대화를 엿듣던 게이저가 불쑥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게이저

그리폰 기지를 정찰하러 갈 셈이지?

바보 혼자 보내기엔 걱정되니, 나도 같이 가마.

디스트로이어

깜짝이야, 너 엿듣고 있었어?! 그런 주제에 뭐가 그렇게 당당해!?

그리고, 누구보고 바보라는 거야!

게이저

바보한테 바보라 했지.

그럼 10분 뒤, 기지 후문에서 보자.

디스트로이어

야――!!!

드리머

올해 크리스마스는 지루할 줄 알았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한편, 그리폰 기지.

???

<color=#8B4513>지휘관에게는 미리 말해 뒀어. G11을 부탁해, 카리나.</color>

<color=#8B4513>우린 필요한 물자를 수집하러 갔다 올 테니까.</color>

???

<color=#87CEFA>어차피 잠만 잘 게 뻔하니까, 못생기고 무거운 짐 하나 맡았다고 생각하세요.</color>

???

<color=#FFA500>G11은 여기서 실컷 자렴, 일어나면 크리스마스 선물이 눈앞에 있을 거야♪</color>

다른 인형들의 눈을 피해, 카리나는 G11을 지휘관의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G11을 보니 무언가 번뜩 떠오른 카리나는, 옷장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옷을 꺼내 G11에게 입혔다.

카리나

헤헤, 저번 크리스마스 선물을 두고 갔더라!

아직도 딱 맞네, 다행이다. 덕분에 나도 올해 선물은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돈도 절약하네♪

G11

후응... 크리스마스...

선물... 후헹...

잠꼬대하는 G11을 뒤로하고, 카리나는 인형들이 잔뜩 모인 로비로 향했다.

카리나

메리 크리스마~스!! 다들 즐겁게 보내고 있어?

카리나

정말 즐거운 날이지만...

안타깝게도, 지휘관님께 갑작스런 일이 생겨서 기지 밖으로 나가셨어...

그 말을 들은 인형들이 웅성댔다.

OTs-44

으으, 지휘관님이... 왜 하필 오늘...

스프링필드

분명 아주 중요한 일이어서겠죠. 그렇지 않으면 분명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거예요.

WA2000

흥,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야? 나,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SVD

흐음... 지휘관도 없겠다, 창고에서 술을 마음껏 꺼내다 마셔도 되겠네?

수오미

이 야만인들이, 감히 지휘관님이 없는 틈을 타서 몰래 술을 마실 생각을 해요?

콜트 리볼버

오, 싸움이야? 그럼 결투로 정해야지! 이긴 사람은 내가 상으로 콜라 줄게!

CZ75

뭐야, 결투야?

그러고 보니, 아직 NZ75 녀석이랑 결판을 못 냈는데...

아멜리

갑자기 엄청 떠들썩해졌어...

왁자지껄 떠드는 인형들을 보며, 카리나는 이마를 짚었다.

카리나

커흠! 모두 조용!

비록 이번 크리스마스는 지휘관님과 함께 할 수 없게 됐지만...

올 한 해 열심히 일한 서로를 축하하면서 신나게 즐기자!

카리나는 일부러 살짝 뜸을 들인 다음, 인형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카리나

그런고로! 지금부터 "제1회 그리폰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이벤트"를 시작하겠어!

깜짝 이벤트에 인형들이 다시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다.

카리나

선물 교환에 관한 안내문은 서버에 업로드했으니까 미리 확인해 줘.

쉽게 말하자면, 모두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서 지정된 장소에 두면, 그 선물들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길 거야.

그리고 선물을 준비한 인형은 무작위로 번호표를 뽑아 해당하는 선물을 가져가는 거야!

카리나

어때, 재밌을 것 같지?

뭐가 됐든 선물을 받는다는 말에 인형들은 환호했고, 카리나도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나

응 응, 그리고 여기서 서프라이즈!

사실 지휘관님도 떠나시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준비하셨어! 과연 누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콜트 리볼버

오오~! 분명 날 위한 1년 치 콜라일 거야!

RFB

아니야! 나한테 줄 최신 게임 한정판 패키지겠지!

아멜리

음... 그럼 아까 터진 단추를 선물로 해야지.

수오미

저번엔 지휘관님께 입문자용 CD를 드렸으니, 이번엔...

WA2000

선물 준비라니 정말 귀찮네... 그래도 이렇게 된 거, 진지하게 준비해야겠어.

스프링필드

그럼 여러분, 선물을 준비하고 다시 모이도록 해요.

그리폰 기지 인근의 구석.

게이저

그래서... 정찰에 나선 이유가 고작 그리폰이 크리스마스에 뭘 하는지 구경하려는 거였냐?

디스트로이어

네가 그런 말 해봤자거든?

배신자 아키텍트 녀석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주자고 이 고생을 하는 것도 꼴불견이라고 생각해.

게이저

...임무 중 쓸데없는 말은 삼가도록.

전방을 주시해라. 그리폰의 쥐새끼들이 구멍에서 나온다.

그리폰 기지 정문 앞.

스프링필드

후우, 청소 끝.

MG5가 한숨을 쉬면서 눈이 쌓인 바닥에 축 늘어진 인형을 일으켜 세웠다.

MG5

일어나, 겨우 잔챙이 몇 기 처리한 것 가지고 맥이 빠져서 되겠어?

OTs-44

그럼 이제부터 선물을 준비하면 되는 거죠?

M14

헤헤, 우린 선물 뭐로 할지 벌써 정했어요!

M21

그래? 뭔데 뭔... 아니다, 내가 맞춰 보는 게 재밌겠지?

CZ75

난 어째 뭘 해도 Spitfire의 선물을 뽑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지...

콜트 리볼버

난 그냥 내가 아끼는 콜라 컬렉션으로 하려고. 과연 뭘 받게 될까?

RFB

난 네 콜라만 아니면 뭐든 됐어...

게이저와 디스트로이어는 그리폰 인형들이 수다 떠는 광경을 근처에서 엎드린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디스트로이어

들었어, 게이저?

쟤네들... 선물 교환 이벤트란 걸 한대.

그게 뭐 하는 거야? 재밌어 보이는데...

게이저

......

디스트로이어

아, 혹시 선물을 준비하기만 하면 참가할 수 있는 거야?

그럼 나도――

신이 나서 뛰쳐나가려던 디스트로이어는 게이저의 꿀밤을 맞고 눈에 얼굴을 처박았다.

게이저

하여간, 정신줄을 놓고 다니는 녀석이 또 있었군...

디스트로이어는 툴툴대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때마침 그리폰 인형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디너게이트가 그녀의 눈에 들었다.

OTs-44

와, 이 디너게이트 귀엽다~ 일도 도와주네~

WA2000

외외로 쓸모가 있단 말이지...

M21

다 개조된 거지만, 혹시 스파이로 잠입한 녀석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려나? 하하하!

M14

M21 또 이상한 농담 하네...

디스트로이어

오호... 게이저, 나 지금 끝내주는 계획이 떠올랐어.

같은 시각...

그리폰 기지의 굴뚝 위.

ART556

와아~ 다들 선물 준비하느라 열심이네!

어휴, 일일이 선물 고르고 포장하고, 시시한데 말이야...

ART556은 바쁘게 움직이는 인형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명쾌한 해답을 냈다.

ART556

그래, 크리스마스엔 역시 선물을 훔치는 괴도가 짱이지! 하하하!

그렇게, 즐거운 파티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