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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9 · 거룩한 밤 광상곡

선물 찬송가

선물을 가득 싣고 기지에 돌아온 지휘관, 그런데 그를 맞이한 것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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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기지의 정문 앞.

이른 아침 기지를 나섰던 지휘관이 선물 쇼핑을 마치고 싱글벙글하며 돌아왔다.

지휘관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하지? 이상하네...

12시간 전.

지휘관

카리나, 난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갈 테니까, 그럴싸하게 둘러대서 모두에겐 비밀로 해 줘.

모두에게 깜짝 선물을 줄 거야. 그러니 꼭 비밀을 지켜야 한다!

카리나

맡겨만 주세요, 지휘관님!

지휘관은 차곡차곡 쌓인 선물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지휘관

카리나가 잘 해줬겠지? 모두가 선물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되는걸...

기대감에 들뜬 지휘관이 문 앞에서 신분을 인증했다.

경비 시스템

<color=#FFFF00>어서 돌아오십시오, 지휘관님.</color>

기지 내로 진입해 본관의 자동문을 연 지휘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한쪽이 시커멓게 그을린 기지...

군데군데 그슬린 채 울고 있는 인형들...

새까맣게 타 버린 상자 더미들...

그리고...

지휘관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지휘관

ART556...? 왜 공중에 매달려 울고 있는 거야?

울상이 된 카리나가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카리나

지, 지휘관님...

지휘관은 충격으로 굳어 버렸고, 그대로 자동문이 닫혔다.

지휘관

내... 내가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구나, 헷갈려서 다른 기지로 와 버렸네...

하, 하하하... 그래, 그럼 그렇지. ART556이 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겠어?

그나저나, 이 기지의 지휘관은 참 재수가 없네! 기지가 무슨 열차포라도 맞은 것처럼...

마, 마중 나온 부관도 카리나랑 많이 닮았던데, 신기하네...

현실을 부정하며, 지휘관은 고개를 들어 기지의 식별 번호를 재차 확인했다.

지휘관

......

지휘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울상이 된 카리나도 다시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카리나

지... 지휘관님...

지휘관

<size=50>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size>

카리나의 기나긴 설명 끝에, 지휘관도 겨우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지휘관

그래... 그만, 모두 그만 울어. 나도 이해... 아니, 내가 더 참담한 심정이지만...

그래도 1년엔 한 번뿐인 크리스마스잖니. 다 함께 신나게 즐겨야지.

그래서... 나도 아침 일찍 나가서 선물을 사 왔어.

M21

M14...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지휘관이 선물을 사 왔다고 한 거 맞지?!

M14

응, 우리도 그렇게 들었어...!

모두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인 것을 본 지휘관은 목청을 가다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지휘관

오늘 장식할 크리스마스 트리랑, 모두에게 줄 선물도 가져왔어!

그러니까, 어서 정리하고 오늘 저녁에는 파티를 열자!

까맣게 그을린 기지에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오미

좋아!! 파티에서 내 최신 CD를 선보이겠어!!!

OTs-44

와아아아!!! 지휘관님 최고오오오!!!

콜트 리볼버

야호~!!! 콜라 보급이다아아!!!

RFB

최신 게임 패키지 맞지!? 그치!!?

스프링필드

이렇게까지 준비하시다니, 고생하셨어요 지휘관님.

지휘관이 막 한숨 놓으려는 순간, 긴급 통신이 들어왔다.

카리나

지휘관님! 철혈의 신호가 감지됐어요! 어, 엄청 가까워요! 바로――

WA2000

아――!!!

여태까지 매복 중이었던 디너게이트들이 일제히 몰려와, 지휘관이 가져온 선물 더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휘관이 반응하기도 전에 선물을 낚아채 달아나는 디너게이트들을 보며, 인형들은 불타버린 선물의 원한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휘관이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CZ75

잡아아아아아!!!

SVD

빌어먹을 고물놈들, 각오해라아아아!!!

그리폰 기지, 아키텍트의 수감실 앞.

디너게이트 한 마리가 뽈뽈 달려와, 갖고 있던 선물 상자 하나를 물건 투입구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싸움 소리를 눈치챈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아키텍트는 피식 웃으면서 그 선물을 집어 들었다.

아키텍트

헤헤... 정말 까먹지도 않고 매년 선물을 주는구나.

아쉽지만, 올해는 보답 선물을 못 주겠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기사님♪

그리폰 기지 인근의 구석.

게이저

<color=#00CCFF>이쪽은 볼일이 끝났다. 합류 지점에서 미리 기다리겠다.</color>

<color=#00CCFF>10분 안에 도착하도록.</color>

디스트로이어

뭐야, 넌 벌써 끝났어?!

으으,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내 디너게이트들의 신호가 전부 사라졌단 말이야...

게이저

<color=#00CCFF>예상대로군.</color>

게이저

<color=#00CCFF>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서둘러 철수해라. 꾸물거리다간 그리폰놈들에게 들켜서 그 바보 녀석의 룸메이트가 되고 말 거다.</color>

통신 종료.

디스트로이어

하, 하지만...

디스트로이어의 초조한 시선은 신호가 전부 사라진 레이더와 잔여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타이머를 오갔다.

디스트로이어

으아아... 어떡하지?

더는 시간이 없지만,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도 수확이 전혀 없잖아... 히잉...

디스트로이어는 땅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지휘관

응? 누가 이런 데서 울고 있는 거지?

디스트로이어는 울다 말고 황급히 가장 가까운 수풀 속으로 숨었다.

지휘관의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디스트로이어

망했다... 나도 그리폰한테 잡혀가는 거야...?

아키텍트처럼 망신당하기는 싫어...!

드리머가 알았다간 평생을 놀려먹을 거야...

차, 차라리 자폭을...!

지휘관은 이상한 모양으로 흔들리는 수풀 앞에 멈춰서, 쓴웃음을 지었다.

지휘관

하하... 어디서 온 인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보니 선물을 못 받았나 보구나.

마침 남는 선물이 하나 있으니, 여기다 두고 갈게.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말에 디스트로이어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거대한 디너게이트였을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뻐억!!

디스트로이어의 단단한 머리가 수풀 앞에 쪼그려 앉은 지휘관의 턱을 강타했다.

디스트로이어

메, 메리 크리스마스으으으!

기습적인 박치기에 지휘관이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디스트로이어는 선물 상자를 집어 들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합류 지점.

게이저

늦길래 네가 아키텍트에게 면회라도 간 줄 알았다.

디스트로이어

그 풍부한 상상력은 에이전트한테 변명할 때나 쓰라고.

게이저

......

그래서, 너도 결국 그렇게 바라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얻었군?

그럼 이제 귀환하자.

디스트로이어

응... 그런데, 자원을 이렇게 많이 소모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면 에이전트가...

게이저

걱정 마라.

게이저

정신이 들었을 땐 다 잊고 모를 테니.

디스트로이어

......

한편, 그리폰 기지 근처.

턱에 박치기를 맞고 정신을 못 차리던 지휘관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휘관

으으... 방금 그건 어느 기지에서 온 인형이지...

어휴, 크리스마스인데 오늘따라 나만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것 같네...

지휘관이 투덜대는 사이, 스프링필드가 지휘관을 찾아왔다.

스프링필드

지휘관님?

지휘관

응?

지휘관이 고개를 돌려 보니, 인형들은 이미 장식이 끝난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스프링필드

파티 준비가 끝났어요. 모두 지휘관님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FAL

지휘관, 목도리 고마워!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 지휘관도 패션 센스가 좋은 줄은 몰랐네?

G36

지휘관님! 선물 감사합니다! 엄청 마음에 들어요!

SVD

FAL, 가만히 좀 있어 봐. 상표 떼고 있잖아.

지휘관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박치기를 맞은 곳이 욱신거려 손으로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지휘관

응, 지금 갈게.

THE END.

...그리폰 지휘실.

카리나는 본부에 연락해 기지의 수리에 대해 보고하고 있었다.

카리나

네... 네네...

네, 비용 지불은 S09 구역 담당 지휘관님이 하실 거예요.

네, 저번과 같은 계좌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화기를 내리고, 카리나는 안도감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웃으면서 기지로 돌아오는 지휘관이 보이자, 카리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카리나

죄송해요, 지휘관님...

THE END...?

크리스마스 파티로 분위기가 달아오른 그리폰 기지.

모두가 각자 받은 선물을 자랑하는 와중, 위험한 그림자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생 중인 뮤직 플레이어에 드리웠다.

수오미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싱거운 노래만 틀다니...

오늘처럼 거룩하고 열정적인 날에는 그만큼 화끈한 노래가 어울린다고요!

수오미는 품속에서 커버가 시커먼 데스메탈 CD 앨범을 꺼내, 뮤직 플레이어에 집어넣었다.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오미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수오미

<size=60>FIRE――!!!</size>

Really, THE END.

...죄송해요, 아직 더 있어요.

...갑작스런 폭발에, G11이 드디어 잠에서 깼다.

G11

우웅... 뭐지...?

G11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G11

어어... 여기가 어디야...?

G11이 아직 졸린 눈을 끔뻑거리며 두리번댔다.

G11

응...? 그리폰 지휘관의 방이잖아...?

왜, 왜 내가 이런 데서 자고 있는 거지...?!

주위를 두리번대던 G11의 시선이, 영수증이 떠 있는 모니터에 고정됐다.

G11

뭐야 저 영수증은...? 엑, 금액이... 0이 뭐 이리 많아!?

서, 설마... 45 그 녀석이 드디어 날 지휘관한테 팔아 버린 거야?!

그때 문밖에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고, 화들짝 놀란 G11은 허겁지겁 창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했다. 차가운 눈밭에 발을 디딜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따듯한 품이 G11을 맞이했다.

HK416

<color=#87CEFA>G11?!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넘어질 뻔했잖아!</color>

G11

416! 으아앙― 다들 어디 갔던 거야――

UMP9

<color=#FFA500>헤이 잠탱이, 울음 뚝! 이게 뭐~게?</color>

HK416에게 안겨 엉엉 울던 G11이 눈물을 닦고 UMP9을 보니, 그녀의 손에는 오래전 절판됐던 "The Flying Dead"의 심해 좀비왕 피규어가 들려 있었다.

G11

우오옷?!

UMP45

<color=#8B4513>그 피규어 구한다고 얼마나 쓴지 알아? 네가 평생을 일해도 10분의 1도 못 갚을 가격이야, 물가 상승률이랑 희귀성까지 고려하면 더 비싸지고. 그러니까——</color>

UMP45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G11은 HK416의 등에 업혀 그녀를 꼬옥 안았다.

G11

어차피 갈 데도 없다구...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G11은 HK416의 등에 업힌 채로 피규어를 요리조리 살펴봤다.

G11

헤헤, 고마워... 메리 크리스마스...

Really really, THE END.

???

정말 끝이에요, 지휘관님.

???

정말이라니까요? 더 눌러도 없어요.

???

저희도 이제 크리스마스를 지낼 준비를 할 거예요. 그러니...

???

친애하는 지휘관님,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