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노을빛
"해변에서 제일 재밌는 것이 나 잡아봐라~이지만 이번엔 조금 위험하네."
한편, 바닷가.
수오미가 조심조심 돌을 뒤집었다.
그러자 돌 밑에 숨어 있던 게들이 깜짝 놀라, 집게를 들어 위협했다.
......
혹시 우리 지휘관님 못 보셨어요?
야, 이상한 데다 시간 낭비하지 말아 줄래?!
정말이지, 지휘관은 대체 어디 숨은 거야? 다들 걱정하는데!
걱정 마. 아무리 꼭꼭 숨었더라도, 내 예리한 눈을 피할 순 없지.
다시 말하는데, 사육사 씨는 실종된 거지, 숨바꼭질하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다들 제발 정신 좀 똑바로 차리면 안 될까?
느긋하게 사탕이나 먹는 녀석한테 그딴 소리 듣기 싫거든!?
으으, 한참을 찾았는데 발자국도 안 보여... 무슨 좋은 수 없을까?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그때, 깊은 숲속에서 잇따른 총성이 들려왔다.
이 소리는?!
세르듀코프, 여기는 Five-seveN!
아무나 좋으니까 들리면 대답해. 이쪽에서 엄청난 걸 발견했어.
57? 방금 그 총성은 너희가 수색을 맡은 구역에서 난 소리야?
맞아, 지금 교전 중이야. 아까 우리의 휴가를 방해한 놈들이랑 한패인 것 같아.
놈들이 지휘관을 납치한 건 아닐까 싶은데.
그, 그럴 수도 있겠네...
물속에 빠진 것보다는 그게 나을지도...
너 지금 물에 빠진 것보단 이게 낫다고 생각했지?
하, 함부로 남의 마인드맵에 연결하지 마! 가만 안 둔다?!
그런 짓 안 하거든? 아무튼, 난 지금부터 지휘관을 구출하러 갈 거야.
그 어느 때보다 지휘관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질투하진 말아 줘~
......
당장 좌표 공유해! 우리도 가겠어!
툭.
WA2000이 신경질적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지금 숲속은 총알이 소나기처럼 빗발쳤지만, 도발에 성공한 Five-seveN은 잠시 그 희열을 만끽했다.
히히히, 질투하고 있네~
57 씨,역시 모두에게 좌표를 전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럴 땐 그냥 단숨에 달려들어서 놈들을 멋지게 해치우는 게 더 낫지 않아?
맞아 맞아, SPAS의 의견에 찬성~
네? 그, 그러시다면야...
Five-seveN는 싱긋 웃어 보이곤, 엄지로 자신의 마인드맵을 가리켰다.
다들 받았지? R93이 보낸 구조 요청 신호와 좌표야. 지휘관이 위험에 빠진 게 틀림없어.
우리의 임무는 빨리 여길 돌파해서, 그 공장 같은 곳에 가 지휘관을 구출하는 거야.
목표가 정해진 인형들은 학익진을 펼치면서 군수공장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공장의 정문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안에서 자율 병기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우와앗!? 하, 함정인가요?!
상관없어, 실력 좀 발휘해볼까!
잠깐 기다려! 무슨 소리 안 들려?
귀를 기울이니, 확실히 공장 내부로부터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
저, 저쪽이요!
88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거기엔 공장의 외부 계단과 연결된 비상구가 있었다.
그리고 문이 펑 날아가면서, 안에서 익숙한 3명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R93, P38... 아, 지휘관이다!
오, 지휘관은 무사해 보이네!
여기요~!
Five-seveN이 지휘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저쪽도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어머나, 겨우 잠깐 못 봤다고 엄청 반가운가 봐?
그게 아닌 거 같은데요? 어... "뒤를... 조심해"?
쿠웅! 비상구와 벽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벽이 통째로 뜯겨나갔고,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파편과 먼지를 뚫고 거대한 자율 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헉... 겨우 따라잡았...?!
저, 저건 또 뭐야!?
뭐긴, 널 저세상으로 보내 줄 물건이지.
그딴 농담 집어치우라고! 지휘관 어디 있어?
아직 저쪽에 계세요. 그런데...
적으로 인식한 것인지, 그 거대병기는 엄청난 도약력을 발휘해 펄쩍 뛰어올라, 그대로 인형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전에, 이 녀석부터 해치워야 지휘관을 구할 수 있겠네.
때마침 다른 인형들도 모두 도착해, 이 낡은 거대병기와의 교전이 시작됐다.
......
훗날, 나는 이 특별한 경험을 다시 회상할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무인도에 남아 있던, 예상치 못한 위협과 맞붙은 작전의 기억을.
쉽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위험천만했다.
완전히 파괴된 군수공장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난 세르듀코프에게 본부에 임무 완수 보고를 전달하도록 했다.
설마 이 버려진 섬에 60년 넘게 가동하는 군수공장이 있었다니, 누가 알았겠어요.
오래전 파산한 어느 군수업체가 처리도 안 하고 버린 거겠지. 우리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럼, 이번 임무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의뢰인에게 요구받은 대로 섬의 안전을 확보했으니까, 임무 성공이야.
이제 남은 건 우리 내부의 문제인데...
거기 너희 둘! 트레저 헌터 R93이랑 P38!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던 두 인형은,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
해가 서서히 지면서, 노을이 바다의 물결을 빨갛게 물들였다.
어렸을 적엔 벌써 하루가 끝나간다면서 아쉬워했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내일 기지로 복귀하기 전까지, 이번 휴가를 마무리할 시간으론 충분했다.
인형들은 다시 낮의 분위기로 돌아와, 백사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그릴과 식탁을 설치하고, 각자 기지에서 준비해 온 식재료와 음료수를 꺼냈다.
바닷가 바베큐 파티의 시작이었다.
아니, 누가 다 먹으라고 이렇게 잔뜩 준비했어?
아직 전부 차린 게 아닙니다만, 주인님은 드시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우와! 맛있는 게 잔뜩~! 잘 먹겠――꺅!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진 G28이 그대로 G36을 덮쳤다. 그 덕분에, G36이 야자 주스를 흠뻑 뒤집어쓰고 말았다.
아야야... 헉.
......
히이익!
죄송해요! 실수였어요오오!!
아, 도망갔네.
그런데, 잘 안 보였는데 누구였죠? 제가 놀라게 했나요?
그러게 안경 쓰고 다니라니까...
다른 한쪽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참치를 들쳐메고, NTW-20가 바닷가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참치를 구경하기 위해 모두가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후우. 이 정도 크기라면,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지?
와아!
흐~응...
솜씨가 제법인 건 인정해야겠네. 그런데, 이런 건 또 언제 잡았어?
......지휘관 찾으면서.
그 예리한 눈으로 낚시하고 있었냐!
와아, 이건 보통 월척이 아니네요.
큼직하게 썰어서 구이로 만들면 정말 맛있겠어요.
이런 물고기로는 찜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참에 해봐야겠네요. 97식이 좋아하겠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참치를 그렇게 요리하는 건 좀 아깝지 않을까요...
굽든 삶든 다 좋으니까 빨리! 빨리 칼! 당장 해체하자!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서 모두가 시끌벅적 떠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부러웠다.
적어도 P38은 그렇게 생각했다.
우으...
배고파?
아니야!
행운을 부르는 보물을 찾아내면 인기가 수직 상승할 줄 알았는데...
결국 보물이고 뭐고 없었잖아!
그래, 결국엔 전설일 뿐이었으니.
처음에 진짜라고 장담한 게 누군데!
......
그, 그렇다고 너무 속상해하진 마. 바꿔 생각하면, 마냥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
무슨 수확?
그러니까... 우리가 무단 행동으로 지휘관님을 위험에 빠뜨린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놓칠 뻔했던 잠재 위협을 발견한 공로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게 됐잖아~
바베큐 파티 참가 금지 처분인데 처벌이 왜 없어!
그리고, 보물에 정신이 팔려서 이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단 말이야...
실패야! 아이돌로서 대망신이야!
훌쩍... 확 그냥 아이돌 은퇴해 버릴까...
풉, 데뷔는 언제 했는데?
두 인형은 투덕대면서 백사장을 걸었다. 낮에 그토록 소란스럽던 바위를 지나니 떠들썩한 파티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제서야 풍경을 감상할 분위기가 되었다.
태양은 이제 반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는 벌써 별들이 반짝였다.
하지만 P38의 시선을 끈 건, 파도에 넘실대는 푸른 형광빛이었다.
어, 저건...?
R93! 저기, 저기 좀 봐!
뭔데?
와, 야광충이네? 실물은 처음 봐.
우와아... 엄청 예쁘다...
P38이 바닷가를 따라 달리자, 그녀가 밟는 곳은 더욱 파랗게 빛났다.
파도도 푸른 빛으로 물들어, 아직 완전히 지지 않은 노을과 겹쳐 더없이 화려한 경치를 자아냈다.
정했다!
여기가 오늘 P38의 무대야! 이따 지휘관님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 줘야지!
푸흡, 그럼 잘해봐.
후후후, 이번에야말로 슬럼프에서 벗어나 초☆인기 아이돌로 거듭나고 말겠어!
하하하하!!
빛나는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P38을 구경하며, R93도 보물 찾기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전설의 보물보단, 지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야말로 오늘 자신이 찾아낸 최고의 보물이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운이 그리 나쁘진 않았을지도.
......
......
쟤네들 정말 반성하고 있는 걸까?
그렇겠죠?
아무래도 너무 봐준 것 같네... 저래서는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넘어갈 거 아니야.
지휘관님...
입에 고기를 한가득 물고 그런 말 하시면 설득력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에휴... 이번은 눈감아 줘야지 뭐.
그만 돌아오라 해, 너무 놀다 지치면 안 되지.
저녁 파티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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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닷가.
수오미가 조심조심 돌을 뒤집었다.
그러자 돌 밑에 숨어 있던 게들이 깜짝 놀라, 집게를 들어 위협했다.
......
혹시 우리 지휘관님 못 보셨어요?
야, 이상한 데다 시간 낭비하지 말아 줄래?!
정말이지, 지휘관은 대체 어디 숨은 거야? 다들 걱정하는데!
걱정 마. 아무리 꼭꼭 숨었더라도, 내 예리한 눈을 피할 순 없지.
다시 말하는데, 사육사 씨는 실종된 거지, 숨바꼭질하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다들 제발 정신 좀 똑바로 차리면 안 될까?
느긋하게 사탕이나 먹는 녀석한테 그딴 소리 듣기 싫거든!?
으으, 한참을 찾았는데 발자국도 안 보여... 무슨 좋은 수 없을까?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그때, 깊은 숲속에서 잇따른 총성이 들려왔다.
이 소리는?!
<color=#00CCFF>세르듀코프, 여기는 Five-seveN!</color>
<color=#00CCFF>아무나 좋으니까 들리면 대답해. 이쪽에서 엄청난 걸 발견했어.</color>
57? 방금 그 총성은 너희가 수색을 맡은 구역에서 난 소리야?
<color=#00CCFF>맞아, 지금 교전 중이야. 아까 우리의 휴가를 방해한 놈들이랑 한패인 것 같아.</color>
<color=#00CCFF>놈들이 지휘관을 납치한 건 아닐까 싶은데.</color>
그, 그럴 수도 있겠네...
<color=#A9A9A9>물속에 빠진 것보다는 그게 나을지도...</color>
너 지금 물에 빠진 것보단 이게 낫다고 생각했지?
하, 함부로 남의 마인드맵에 연결하지 마! 가만 안 둔다?!
그런 짓 안 하거든? 아무튼, 난 지금부터 지휘관을 구출하러 갈 거야.
그 어느 때보다 지휘관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질투하진 말아 줘~
......
당장 좌표 공유해! 우리도 가겠어!
툭.
WA2000이 신경질적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지금 숲속은 총알이 소나기처럼 빗발쳤지만, 도발에 성공한 Five-seveN은 잠시 그 희열을 만끽했다.
히히히, 질투하고 있네~
57 씨,역시 모두에게 좌표를 전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럴 땐 그냥 단숨에 달려들어서 놈들을 멋지게 해치우는 게 더 낫지 않아?
맞아 맞아, SPAS의 의견에 찬성~
네? 그, 그러시다면야...
Five-seveN는 싱긋 웃어 보이곤, 엄지로 자신의 마인드맵을 가리켰다.
다들 받았지? R93이 보낸 구조 요청 신호와 좌표야. 지휘관이 위험에 빠진 게 틀림없어.
우리의 임무는 빨리 여길 돌파해서, 그 공장 같은 곳에 가 지휘관을 구출하는 거야.
목표가 정해진 인형들은 학익진을 펼치면서 군수공장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공장의 정문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안에서 자율 병기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우와앗!? 하, 함정인가요?!
상관없어, 실력 좀 발휘해볼까!
잠깐 기다려! 무슨 소리 안 들려?
귀를 기울이니, 확실히 공장 내부로부터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
저, 저쪽이요!
88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거기엔 공장의 외부 계단과 연결된 비상구가 있었다.
그리고 문이 펑 날아가면서, 안에서 익숙한 3명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R93, P38... 아, 지휘관이다!
오, 지휘관은 무사해 보이네!
여기요~!
Five-seveN이 지휘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저쪽도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어머나, 겨우 잠깐 못 봤다고 엄청 반가운가 봐?
그게 아닌 거 같은데요? 어... "뒤를... 조심해"?
쿠웅! 비상구와 벽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벽이 통째로 뜯겨나갔고,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파편과 먼지를 뚫고 거대한 자율 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헉... 겨우 따라잡았...?!
저, 저건 또 뭐야!?
뭐긴, 널 저세상으로 보내 줄 물건이지.
그딴 농담 집어치우라고! 지휘관 어디 있어?
아직 저쪽에 계세요. 그런데...
적으로 인식한 것인지, 그 거대병기는 엄청난 도약력을 발휘해 펄쩍 뛰어올라, 그대로 인형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전에, 이 녀석부터 해치워야 지휘관을 구할 수 있겠네.
때마침 다른 인형들도 모두 도착해, 이 낡은 거대병기와의 교전이 시작됐다.
......
훗날, 나는 이 특별한 경험을 다시 회상할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무인도에 남아 있던, 예상치 못한 위협과 맞붙은 작전의 기억을.
쉽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위험천만했다.
완전히 파괴된 군수공장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난 세르듀코프에게 본부에 임무 완수 보고를 전달하도록 했다.
설마 이 버려진 섬에 60년 넘게 가동하는 군수공장이 있었다니, 누가 알았겠어요.
오래전 파산한 어느 군수업체가 처리도 안 하고 버린 거겠지. 우리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럼, 이번 임무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의뢰인에게 요구받은 대로 섬의 안전을 확보했으니까, 임무 성공이야.
이제 남은 건 우리 내부의 문제인데...
거기 너희 둘! 트레저 헌터 R93이랑 P38!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던 두 인형은,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
해가 서서히 지면서, 노을이 바다의 물결을 빨갛게 물들였다.
어렸을 적엔 벌써 하루가 끝나간다면서 아쉬워했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내일 기지로 복귀하기 전까지, 이번 휴가를 마무리할 시간으론 충분했다.
인형들은 다시 낮의 분위기로 돌아와, 백사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그릴과 식탁을 설치하고, 각자 기지에서 준비해 온 식재료와 음료수를 꺼냈다.
바닷가 바베큐 파티의 시작이었다.
아니, 누가 다 먹으라고 이렇게 잔뜩 준비했어?
아직 전부 차린 게 아닙니다만, 주인님은 드시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우와! 맛있는 게 잔뜩~! 잘 먹겠――꺅!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진 G28이 그대로 G36을 덮쳤다. 그 덕분에, G36이 야자 주스를 흠뻑 뒤집어쓰고 말았다.
아야야... 헉.
......
히이익!
죄송해요! 실수였어요오오!!
아, 도망갔네.
그런데, 잘 안 보였는데 누구였죠? 제가 놀라게 했나요?
그러게 안경 쓰고 다니라니까...
다른 한쪽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참치를 들쳐메고, NTW-20가 바닷가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참치를 구경하기 위해 모두가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후우. 이 정도 크기라면,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지?
와아!
흐~응...
솜씨가 제법인 건 인정해야겠네. 그런데, 이런 건 또 언제 잡았어?
......지휘관 찾으면서.
그 예리한 눈으로 낚시하고 있었냐!
와아, 이건 보통 월척이 아니네요.
큼직하게 썰어서 구이로 만들면 정말 맛있겠어요.
이런 물고기로는 찜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참에 해봐야겠네요. 97식이 좋아하겠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참치를 그렇게 요리하는 건 좀 아깝지 않을까요...
굽든 삶든 다 좋으니까 빨리! 빨리 칼! 당장 해체하자!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서 모두가 시끌벅적 떠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부러웠다.
적어도 P38은 그렇게 생각했다.
우으...
배고파?
아니야!
행운을 부르는 보물을 찾아내면 인기가 수직 상승할 줄 알았는데...
결국 보물이고 뭐고 없었잖아!
그래, 결국엔 전설일 뿐이었으니.
처음에 진짜라고 장담한 게 누군데!
......
그, 그렇다고 너무 속상해하진 마. 바꿔 생각하면, 마냥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
무슨 수확?
그러니까... 우리가 무단 행동으로 지휘관님을 위험에 빠뜨린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놓칠 뻔했던 잠재 위협을 발견한 공로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게 됐잖아~
바베큐 파티 참가 금지 처분인데 처벌이 왜 없어!
그리고, 보물에 정신이 팔려서 이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단 말이야...
실패야! 아이돌로서 대망신이야!
훌쩍... 확 그냥 아이돌 은퇴해 버릴까...
풉, 데뷔는 언제 했는데?
두 인형은 투덕대면서 백사장을 걸었다. 낮에 그토록 소란스럽던 바위를 지나니 떠들썩한 파티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제서야 풍경을 감상할 분위기가 되었다.
태양은 이제 반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는 벌써 별들이 반짝였다.
하지만 P38의 시선을 끈 건, 파도에 넘실대는 푸른 형광빛이었다.
어, 저건...?
R93! 저기, 저기 좀 봐!
뭔데?
와, 야광충이네? 실물은 처음 봐.
우와아... 엄청 예쁘다...
P38이 바닷가를 따라 달리자, 그녀가 밟는 곳은 더욱 파랗게 빛났다.
파도도 푸른 빛으로 물들어, 아직 완전히 지지 않은 노을과 겹쳐 더없이 화려한 경치를 자아냈다.
정했다!
여기가 오늘 P38의 무대야! 이따 지휘관님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 줘야지!
푸흡, 그럼 잘해봐.
후후후, 이번에야말로 슬럼프에서 벗어나 초☆인기 아이돌로 거듭나고 말겠어!
하하하하!!
빛나는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P38을 구경하며, R93도 보물 찾기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전설의 보물보단, 지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야말로 오늘 자신이 찾아낸 최고의 보물이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운이 그리 나쁘진 않았을지도.
......
......
쟤네들 정말 반성하고 있는 걸까?
그렇겠죠?
아무래도 너무 봐준 것 같네... 저래서는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넘어갈 거 아니야.
지휘관님...
입에 고기를 한가득 물고 그런 말 하시면 설득력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에휴... 이번은 눈감아 줘야지 뭐.
그만 돌아오라 해, 너무 놀다 지치면 안 되지.
저녁 파티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