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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0 · 고치 속 나비

찬 밤의 방황

전설의 메아리가 그들을 텅 빈 무대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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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속에서, 그가 나를 위해 노래해요."

"꿈속에서, 그가 내 곁으로 다가와요."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이건 또 꿈인 걸까요?"

핼러윈 전날 밤, 그리폰 서클 활동실.

한껏 그럴듯한 분위기로 꾸며진 활동실에선 괴담 대회가 한창이었다.

MDR

그리고... 바로 이게, <color=#FF0000>파사두</color>의 생전 영상 자료야. 인간의 관점으론 확실히 절세미녀라 할 수 있지.

내가 뮤지컬은 잘 모르지만, 노래는 정말 끝내준다 생각해.

마치 영혼을 울리는 감미로운 느낌이랄까? 뭐, 나한테 정말 영혼이 있다면 말이지만.

97식 산탄총

그래서, 이게 왜 어쨌는데? 우리 괴담 대회할 거라며?

MDR

거 성질도 급하셔, 지금 분위기 까는 중이잖아.

SuperSASS

그 파사두란 분과 관련된 괴담인가요?

MDR

Exactly!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할 괴담의 주인공이 바로 이 파사두야!

Spitfire

혹시, 그 극장의 유령 사건 말인가요?

MDR

오, 아는구나? 그래, 정확히 1년 전에 일어났던 극장의 유령 사건이지.

작년의 핼러윈 전날 밤, 어느 유명한 극장이 하룻밤 새에 홀라당 불타 버렸는데――

Spitfire

그 사건은 당시에 잡지며 신문이며 온갖 데서 대서특필해서 질리도록 봤어요. 그게 당신이 준비한 이야기라면, 전 먼저 실례할게요.

97식 산탄총

그럼 나도...

MDR

스토오옵!! 좀 기다려 봐, 그게 질리도록 보도된 건 나도 당연히 알지!

그런데도 이렇게 괴담 대회까지 열었다는 건, 남들은 모르는 뒷이야기가 있다는 거 아니겠냐고!

봐, 카메라도 뒀잖아! 이 MDR의 자존심을 걸고 스트리밍까지 진행 중이란 말이야.

97식 산탄총

허어, MDR이 진지한 표정인 거 보니 별일 아니진 않나 봐? 좋아, 한번 들어나 보자.

Spitfire

......

들어 보죠.

MDR

헤헤헤, 그럼 파사두의 이야기서부터 시작할까?

파사두는 아주~ 유명한 여성 뮤지컬 배우였지. 특히 "나비의 고치"란 작품의 주연으로 이름을 날렸어.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파사두의 인생도 "나비의 고치" 이야기와 비슷했다면 믿겨져?

SuperSASS

"나비의 고치"가 어떤 이야기인데요?

MDR

몰라. 공연하던 극장도 촬영 금지라서 영상 하나 안 남았다더라.

그리고 사실 이 얘기도 뮤지컬 덕후인 애한테서 들었거든.

하지만, 우리 Spitfire가 극장에 자주 가는 걸로 아는데?

Spitfire

적당히 요약해서 설명해드릴게요.

한 부부가 살던 황량한 농장에, 어느 날 기억을 잃은 여인이 나타났어요.

착한 부부는 그 여인을 받아 줘, 농장에서 함께 살게 됐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여인은 행동거지는 물론 얼굴마저 아내를 닮게 변해 가더니, 끝내는 거울처럼 똑같아졌어요.

그동안 아내는 점점 몸이 허약해져 갔고요.

그리고 어느 비 내리던 밤, 남편이 외출한 사이, 결국 그 여인이 아내를 덮치기에 이르렀어요.

MDR

오오... 그 다음엔?

Spitfire

아내가 필사적으로 가짜에 맞서 저항하던 도중, 남편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완전히 똑같이 생긴 두 여자가 엉겨붙어 싸우니, 남편도 대체 누가 누구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었죠.

결국 남편은 가짜를 알아보고 무찔렀지만, 자신도 큰 상처를 입고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겨우 목숨을 부지한 아내는 농장의 하인을 모두 불러 이 일을 설명했지만, 아내를 제외한 모두는 그 여자가 있었단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SuperSASS

아! 어떻게 그럴 수가...

97식 산탄총

뭐야, 그럼 그게 다 아내의 망상이었단 뜻이야?

기억상실증인 여인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고, 전부 아내가 자기 남편을 죽인 범행을 덮으려고 꾸며낸 자작극이었다고?

MDR

내 생각엔 아내의 자리를 빼앗으려던 가짜의 음모가 실패한 거 같은데?

다음 희생자를 찾으려고, 자신을 본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지운 거지.

하지만 어째선지 그 아내만 기억이 남았고.

SuperSASS

음... 그렇다면 사실은 가짜가 이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자던 한밤중에 가짜가 아내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다음, 관계자의 기억을 지웠다면요?

가짜가 하는 이야기는 전부 진실을 덮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고...

97식 산탄총

어째 파고들수록 뒤숭숭하네...

Spitfire

하지만 인형도 아니고, 어떻게 인간의 기억을 마음대로 지워요?

MDR

아무튼 되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네!

그래서 정답은 뭐야?

Spitfire

없어요, 열린 결말이니까요.

남편이 가짜를 없앴을 수도 있고, 살아남은 게 실은 그 가짜였을 수도 있고 , 전부 다 아내의 망상이었거나, 그냥 악몽이었을 수도 있죠.

남편이 외출했던 그날 밤 농장은 마치 번데기를 감싼 고치 같았고. 사람들은 마지막에 나비 한 마리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것만 봤지, 고치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어요.

SuperSASS

이해는 잘 안 되지만, 심도 있는 이야기네요...

MDR

역시 Spitfire가 잘 아는구나. 그럼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무대가 어딘지도 알겠네?

Spitfire

우리 기지 근처에 있었던 극장이잖아요.

MDR

딩동댕~ 그 버려진 극장이 바로 파사두가 자주 공연하던 데야.

전성기 때는 밤에 불이 꺼질 줄 몰랐고,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주변에 퍼졌다고 해.

하지만 영문 모를 화재 이후 그 극장은 통째로 버려졌지만, 다른 방식으로 화제가 됐지...

SuperSASS

선배가 말하기론, 거기서 귀신이 나온다고...

97식 산탄총

누군진 몰라도 다 너 겁주려고 한 소리지,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MDR

웬걸, 소문에 의하면 그 극장이 화재 이후 그대로 버려진 이유가 파사두의 원혼이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기 때문이래.

때마침 내리친 번개가 인형들의 얼굴을 비췄다.

MDR은 침을 꿀꺽 삼키고, 이야기를 이어 갔다.

MDR

이야기는, 파사두가 배우로서의 삶을 막 시작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지...

그 시절 그녀는 막 극장에 들어온 신인 배우였고, 뮤지컬에선 엑스트라만 맡았어.

하지만 꾸준한 훈련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파사두는 비중 있는 주연 역할도 맡는 명배우가 되었지...

SuperSASS

와아, 노력으로 목표를 성취했네요?

벌써부터 감명 깊은 이야기예요...

MDR

쉬잇,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구.

파사두는 그 재능과 뛰어난 미모 덕분에, 극장의 지배인 <color=#FF0000>알라</color>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됐어.

소속된 극장에서의 입지까지 다지면서, 삶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지.

97식 산탄총

그런데 대체 어쩌다 극장이 귀신의 집이 된 거야?

MDR

행복한 시간은 항상 짧은 법... 얼마 안 가 불행이 연이어서 파사두를 덮쳤어.

가장 먼저, 갑작스런 병환으로 더는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됐지.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에 목마른 배우였으니 만큼, 엄청난 충격이었을 거야.

그리고 그 때문일까, 알라가 점점 자신에게 소홀해져 가는 걸 느꼈어.

그 원인은 바로, 파사두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 여배우...

<color=#FF0000>제인 도</color>의 부추김 때문이었지!

Spitfire

..."제인 도"?

SuperSASS

파사두 씨, 엄청 비참한 인생을 살았네요...

97식 산탄총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뭐야 그게! 그러니까, 남편까지 가로챈 제인 도가 파사두를 죽였다고?

MDR

그건 아니야, 그 화재가 진압된 뒤의 현장엔 알라의 시신이 발견됐거든.

그런데 그날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극장이 한창 불타고 있을 때, 밖에서 파사두의 노래가 들렸대... 서서히 작아지다 끊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어.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파사두가 극장 안에서 죽어, 시신도 안 남은 유령이 되어 극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 믿고 있지...

그리고 제인 도도 완전히 화재 후 행방불명으로 다신 나타나지 않았어.

누가 말하기론, "나비의 고치" 이야기는 연극이 아닌 실화고, 제인 도가 바로 그 이상한 여인이고, 지금도 다음 목표를 찾고 있다고 해...

97식 산탄총

허 참... 화재는 그렇다 쳐도 뒷얘기는 허무맹랑――

그때, 방의 전등이 켜졌다.

MDR

우와아악!?

SuperSASS

꺄아아아악!!

Spitfire

...카리나 씨군요.

97식 산탄총

어우 깜짝이야! 놀라 까무러칠 뻔했잖아요 카리나 씨!

카리나

아... 미안 미안, 활동실 불이 꺼져 있길래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

MDR

지금 괴담 대회 중이니까 당연하지...

카리나

괴담? 그랬구나. 그런데 MDR...

너, 활동 신청 안 했지?

MDR

......아!

카리나

그럼 아쉽게 됐네.

활동실은 오늘 밤 스프링필드가 핼러윈 간식 파티를 연다고 예약했어.

이렇게 된 김에 너희도 그냥 파티에서 그 괴담 얘기를 계속하는 게 어때?

MDR

환한 데서 무슨 괴담 대회야!

...아 잠깐, 좋은 수가 떠올랐다.

MDR의 얼굴에 간사한 표정이 스쳤다.

MDR

제안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딴 데로 옮기면 되지?

카리나

다음엔 신청부터 하는 거 잊지 마.

잠시 후, 기지 어딘가의 텅 빈 창고.

97식 산탄총

이 구석까지 와서 뭐하게?

여기서 괴담 대회 계속하려는 거야?

SuperSASS

아까보단 분위기가 덜하지만, 여기도 괜찮은데요?

MDR

쯧 쯧 쯧, 이 MDR 님을 뭘로 보는 거야?

더 좋은 장소가 떠올라서 준비하려고 잠깐 여기에 들렀을 뿐이라고.

97식 산탄총

뭐? 야 잠깐, 설마 그 버려진 극장에서 가자는 건...

Spitfire

전 찬성이에요.

SuperSASS

네?!

MDR

그치~ 악령의 영역에서, 악령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더 스릴 있는 게 또 어딨겠어?

좋았어, 스트리밍 재개다! 괴기 극장 탐험 생방송!

이건 분명 대박 날 거야, 꺄하하하핫!!

97식 산탄총

......

SuperSASS

......꿀꺽.

MDR

왜, 쫄았어?

97식 산탄총

어... 그게,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는 건 역시 좀 위험하지 않나 싶어서...

그 말에 Spitfire가 대뜸 창고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하늘이 저버린 듯, 방금까지 쏟아지던 폭우는 거짓말처럼 멎은 상태였다.

Spitfire

일단 비는 멎었네요.

97식 산탄총

......

SASS, 너도 갈 거지...?

SuperSASS

네?! 저요...?

아, 잠깐, 호크 선배, 너무 꽉 붙잡지 마세요!

알았어요, 갈게요! 저도 갈게요!

MDR

오 예~ "특별 생방송! 그리폰 심령 탐험대!" 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