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이
건반이 눌리고 폐허에 과거의 환영이 떠오르며 노랫소리가 썰렁한 극장에서 영원함을 묻는다.
……
"우리 사랑, 저 소나무처럼 영원토록 푸르리라 하진 않았죠."
"바다처럼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하진 않았죠."
"그래도, 조금만이라도 기억하신다면..."
"잠시 머무를 때, 저를 떠올려 주세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서, 파사두는 노래하며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은 허공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버려진 극장, 혼란이 가라앉은 뒤.
다 끝났어요.
선배, 홀로그램 사라졌으니까 의자 밑에서 나오세요.
...파사두 귀신 갔어?
네, Spitfire 선배가 극장의 제어 시스템을 껐어요.
호크 선배! 얼른 일어나세요!
97식 산탄총도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지만, 놀란 가슴에 아직도 토끼눈이었다.
선배도 참...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요.
파사두는?!
사라졌어요.
귀신이 아니라 홀로그램이라니까요...
어... 그러니까, 극장의 귀신의 정체는 그냥 제어 시스템 고장이었다고?
시시해애...
보자마자 울고불고 질질 짜던 게 누구더라...
사돈 남 말하시네!
그렇게 단순하진 않은 것 같아요.
뭐야, 또 돌아왔어?!
그게 아니라, 방금 시스템을 해킹할 때 조작 기록을 하나 찾았어요.
확인해보니, 날짜가 바로 1년 전의 오늘이에요.
네? 그렇다면 그 화재와 관계 있는 거에요?
화재의 원인은 아니어도, 다른 것과는 관계가 있을지도요.
이 조작 기록은 화재 발생 약 15분 후에 남겨졌는데, AH400 가정용 인형 모델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의식 데이터를 업로드, 제어 시스템의 AI를 덮어씌우려 시도했어요.
하지만 기록으로 봐선 업로드는 도중에 중단됐네요.
왜 업로드가 끊겼을까요?
우리 중에서 화재 당시 극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MDR뿐이죠.
혹시 짐작 가는 거 없나요?
AH400? 그거 엄청 낡은 모델 아니야?
그리고 파사두 사건에 인형이 있었단 얘기는 없었는데...
지금 봤는데, 이 극장은 인형을 뮤지컬 배우로 기용하는 걸 금지했대.
그런 규정도 있군요...
MDR, 그 이야기 마저 해 주세요.
알았어, 끝까지 다 얘기하면 뭔가 떠오르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네.
MDR은 다시 스트리밍 설비를 켰다.
헤이헤이 시청자 친구들! 방송 재개야!
방금 유령이 쫓아오는 바람에 대응하느라 방송을 끌 수밖에 없었어, 정말 미안해.
상황도 정리됐으니, 다시 이 극장의 이야기를 계속하자구...
제인 도가 자기 얼굴을 파사두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이 성형했단 데까지 얘기했지?
난 한숨 잘래, MDR 이야기 다 끝나면 깨워 줘.
네? 호크 선배...?
알라가 파사두를,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출중한 재능을 얼마나 사랑했는진 아무도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했지.
파사두가 병이 깊어질수록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또 그녀가 빠진 극장도 타격을 입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때마침 제인 도가 나타나서, 다정하고 상냥하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줬으니... 알라가 점점 파사두를 멀리하게 된 건 당연한 결과겠지?
SASS, 주변을 살펴보러 갈 테니 중요한 부분에서 불러 주세요.
잠깐, 나도 갈래.
에에...
Super SASS는 스트리밍에 몰두 중인 MDR을 돌아봤다.
으으... MDR 선배, 죄송해요!
결국 Super SASS도, Spitfire와 97식 산탄총의 뒤를 따랐다.
무대 뒷편.
Spitfire는 MDR의 스트리밍 채널을 켜, 그녀의 재잘대는 해설을 들으며 다른 두 인형들과 함께 극장 내부를 수색했다.
Spitfire 너, 그 인형이 아직도 여기 있다 생각하는 거지?
네?! 그, 그럼 그 인형이 아직 살아있는 거에요...?
그건 모르겠지만, 당시 언론 보도 중에서 극장 안에서 가정용 인형이 발견됐단 기사는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당시 극장의 불길은 시작된 지 약 20분쯤 후에 가장 크게 타올랐다고 해요.
그런 화재 속을, 가정용 인형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사히 빠져나왔을 리 없다고 봐요.
굉장한 발견이라도 했나 했더니만...
어느 매스컴이 가정용 인형의 생사를 신경쓰겠어? 끽해야 우리 그불게 같은 데서 잡소문이나 퍼지겠지 뭐.
인간이 가정용 인형의 생사에 관심 갖지 않는 건 상관없어요. 하지만 같은 인형으로서, 동족에 대한 공감을 잃어선 안 돼요.
공감하지 못하는 종족은 멸망할 뿐이에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나도 당연히 그 인형이 어떻게 됐는지 신경쓰여서 따라온 거라고.
저도요. 그 인형이 정말 아직도 이 극장 안에 있을까요?
위험을 무릅쓰고 불타는 극장 안으로 뛰어든 건, 분명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겠죠...
불 난 와중에 뭐가 중요하다고...
누굴 구하려 했을 수도 있죠. 파사두 씨라든가...
네?!
다들 알다시피, 파사두는 알라를 만나기 전까진 홀로 자취 생활을 했어.
자취하는 사람은 대부분 야무지고 독립성도 강해서 뭐든 스스로 하려 해서, 다른 사람한테 잘 기대지 않지.
그래서 파사두는 아무리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도 참으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제인 도는 정반대의 타입이었지. 알라한테 기대면서, 진심으로 그를 사모했다 해.
내가 보기엔 파사두가 사람한테 기대는 쪽인 거 같은데
맞아, 파사두 다큐멘터리도 보니까 요리 실력 꽝이었다던데?
생전에 알라랑 같이 인터뷰했을 때도 계속 지 남편한테 꼽주더라
케흠... 아무튼, 알라는 파사두와 제인 도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했다~ 이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제인 도가 파사두랑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자, 알라는 남은 이성마저 무너지고 말았지.
진짜 파사두만 사라진다면 제인 도가 파사두를 대신할 수 있을 테고...
그럼 "파사두"는 언제까지고 다정하고 상냥한 아내로 남고, 극장에도 다시 "파사두"의 노래가 울려 퍼질 거라 생각했어.
와오, 쩐다
알라 씨, 생전에 사람이 아주 참해 보였는데 설마 그랬으려고!
하지만 다들 대충 들었다시피, 파사두는 알라와 제인 도의 계획을 눈치챘고...
자신도 따로 계획을 꾸몄――
그때, 다시 한번 갑자기 바람이 불어 MDR의 망토를 펄럭였다.
응? 또 뭐... 어라?
SASS?
Spitfire?
호크...?
뭐야, 다 어디 갔어?!
제 생각엔... 그 인형은 파사두 씨를 구하려고 불타는 극장으로 뛰어든 게 맞다고 봐요.
아마 파사두 씨가 알라 씨와 결혼한 뒤 구입했겠죠.
하지만 AH400은 꽤 오래된 모델이잖아요?
파사두 씨와 알라 씨의 결혼 생활이 그렇게 길진 않았어요.
방금 MDR이 파사두는 줄곧 혼자 살았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다들 대충 들었다시피, 파사두는 알라와 제인 도의 계획을 눈치챘고...
자신도 따로 계획을 꾸몄――
MDR의 스트리밍이 갑자기 끊겼다.
...방송이 멈췄네요.
이 녀석은 왜 또 중요한 타이밍에 말을 끊어? 사람 답답하게 진짜!
파사두가 꾸민 계획인 뭔데? 시원하게 말 좀 하란 말이야!
호크 선배, 진정하세요...
이곳의 신호가 나쁜 모양이에요. 일단 계속해서 여길 수색해 보죠.
하지만 여기 죄다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뿐이지, 아무것도 없는걸! 괜시리 분위기만 오싹하게 뭐야...
파사두 씨의 방에 있던 옷장도 텅 비었어요.
여긴 역시 단서랄 만한 게 없는 것 같네요. 소품실을 찾아봐요.
세 인형은 무대 뒷편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후, 겁에 질린 MDR이 뒤늦게 무대 뒤로 달려왔다.
SASS! Spitfire! 호크! 얘들아아아!!
다 어디 갔어!? 놀래키지 말고 빨리 나와――!!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설마, 내가 방송하는 동안 귀신이 하나씩 잡아간 거야...?
다 잡혀가서... 이제 나만 남은 거야...?
안 돼, 안 돼! 빨랑 통신 받아 이 녀석들아!!
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렸다.
히이이익!?
......
호, 호크지?! 숨어서 놀래킬 속셈이지!?
자자자장난치지 말고 얼른 나와!
......
도, 도망칠 생각일랑 마셔, 지금 잡으러 간다!
소리의 근원을 찾으러, MDR은 어둠 깊숙이로 뛰어들었다.
한편, 소품실.
과거에 여기 있던 소품들은 이제 얼마 없었다. 과거 그리폰이 기부한 물자 상자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다 깔끔하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여기도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도 찾아낸 게 아주 없지는 않네요. 예전에 카리나 씨가 지역 경제 부흥 자선 활동이라면서 시끄러웠던 거, 기억해요?
그때 인근의 극장을 재건한다고 우리한테서 기부품을 모집했는데, 꿀꺽한 게 아니라 정말 여기로 보냈네요.
어... 그건 확실히 의외네.
이렇게 찾아봐도 안 보이니, 아무래도 그 가정용 인형은 화재가 진화된 뒤에 치워진 모양이에요.
그 인형의 주인이 소체를 잘 수습했으면 좋겠네.
낡은 모델의 인형이 주인을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다니, 정말 대단한 용기야...
무사히 수복받았다면 더 좋겠어요...
...뭔가 이상해요.
뭐가요?
Spitfire가 중단된 MDR의 스트리밍 영상을 돌려 보았다.
그 가정용 인형의 정체에 대해서, 좀 과감한 추측이 떠올랐어요.
파사두의 대기실.
빨리 나와!! 언제까지 숨바꼭질할 셈이야!?
......
다 들었어! 여기 숨었구나!
MDR이 옷장을 활짝 열어봤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하하... 정말 꼭꼭 숨었네... 이 옷장 뒤구나?!
MDR이 옷장을 냅다 옆으로 밀쳤다.
밀쳐 넘어진 옷장 뒤엔 놀랍게도 숨겨진 방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엔, 미약한 불빛을 받으며 한 인형이 누워 있었다.
호크지? 호크 맞지? 왜 그런 데 드러누웠어?
SASS랑 Spitfire는 어딨고?
한숨 놓은 MDR은 그 인형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일으켜세웠다.
하지만 인형은 대답이 없었다.
뭐야, 아주 곯아떨어졌네?
번쩍!
번개가 치자, 비로소 그 인형의 모습이 MDR에게 뚜렷하게 보였다.
시꺼멓게 탄 소체에 얼굴도 반쯤 녹아내리고, 드레스도 그을음에 넝마가 된... 끔찍한 모습이었다.
냐야아아아아아아악!!!
제 생각엔, 그 인형이 바로 제인 도가 아닐까 싶어요.
뭐야?! 그럴 리가!
인형이 어떻게 인간 배우의 자리를 빼앗아!?
하지만 그렇다면 이야기의 아귀가 맞아떨어져요. 어떻게 제인 도가 얼굴을 파사두 씨와 똑같이 만들고 바로 공연을 재개했는지까지도요.
하지만 현존하는 인물의 외모를 모방한 인형은 불법이라며?
그것도 상당한 중죄일 텐데...
그렇기에 파사두 씨와 알라 씨 외의 누구에게도 제인 도의 존재를 밝힐 수 없었던 거겠죠.
그렇다면 왜 극장의 직원들 모두가 제인 도를 기억 못하는지도 설명돼요.
아예 제인 도를 본 적 없으니까요. 설령 보고 얘기까지 나눴더라도 그게 제인 도인지 전혀 몰랐을 거예요.
그렇다면, 파사두 씨는 처음부터 제인 도를 알고 있었단 뜻이네요.
자기가 직접 만들어낸 존재니까...
냐아아아아아——
MDR의 처절한 비명이 무거운 분위기를 깼다.
MDR 선배예요!
또 파사두가 나타났나?!
복도 쪽에서 들렸어요!
MDR 선배!
지금 갈게요!
......
MDR!
MDR 선배!
비명소리를 쫓아온 세 인형들도 비밀의 방을 발견했고, MDR은 방의 구석에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누워 있는 인형의 잔해도 찾아냈다.
후에엥... 인혀엉... 인형이...
......
야 MDR, 그리폰의 전술인형으로서 쪽팔리지도 않냐?
Spitfire는 그 인형의 잔해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AH400 가정용 인형. 찾았어요, 제인 도예요.
무, 머머머 뭐어? 이 인형이 제인 도라고?!
Spitfire 선배가, 제인 도는 사실 파사도 씨의 인형이 아닐까 추측했어요.
병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인형을 불법 개조해서 자기 대신 공연하게 만드려고요.
그런데, 왜 이런 데에 버려진 거죠?
화재 당일 공연한 사람이... 제인 도였다면?
잠깐 잠깐! 그럼 사건 자체가 꼬여버리잖아!
그럼 진짜 파사두는 어디로 갔는데?! 으아아, 복잡해서 마인드맵이 터질 거 같아...!
MDR, 화재 사건의 경위를 말해 주세요.
잠깐 정리 좀 하고... 응, 소문에 따르면 파사두는 알라와 제인 도의 음모를 눈치챘어.
그래서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이 극장에서 죽기로 결심했대.
자신이 무대에 오를 차례가 되자, 무대에 불을 지른 거지.
계획이 틀어지자 제인 도는 바로 도망쳤고, 알라는 갑자기 후회심이 들어서 파사두를 구하려고 했지만...
관객들과 극장 직원들 모두가 대피했지만, 파사두와 알라는 끝까지 극장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
그 이야기서, 파사두와 제인 도를 바꿔봐요.
엑... 그럼 제인 도가 공연 도중 무대에 불을 질렀고, 알라는 제인 도를 구하러 갔고...
다른 사람들은 다 대피했지만 제인 도와 알라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충 그럴듯하긴 한데, 그럼 파사두는?
가정용 인형이 인간을 해칠 수 있어?
불가능하죠...
당장으로선 전부 우리의 추측에 불과해요.
이 인형의 마인드맵에 접속하면,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오우, 나이스 아이디어!
헤이, 시청자 친구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사건에 새로운 전개가 발생했어!
극장의 숨겨진 방에서, 인형의 잔해를 찾았다구!
이 방은 뭘까? 이 인형은 또 뭘까? 설마 이 인형이 모습을 감췄다는 제인 도일까? 파사두 사건과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모두 채널 고정! 우리 함께 이 인형의 마인드맵에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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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랑, 저 소나무처럼 영원토록 푸르리라 하진 않았죠."
"바다처럼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하진 않았죠."
"그래도, 조금만이라도 기억하신다면..."
"잠시 머무를 때, 저를 떠올려 주세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서, 파사두는 노래하며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은 허공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버려진 극장, 혼란이 가라앉은 뒤.
다 끝났어요.
선배, 홀로그램 사라졌으니까 의자 밑에서 나오세요.
...파사두 귀신 갔어?
네, Spitfire 선배가 극장의 제어 시스템을 껐어요.
호크 선배! 얼른 일어나세요!
97식 산탄총도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지만, 놀란 가슴에 아직도 토끼눈이었다.
선배도 참...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요.
파사두는?!
사라졌어요.
귀신이 아니라 홀로그램이라니까요...
어... 그러니까, 극장의 귀신의 정체는 그냥 제어 시스템 고장이었다고?
시시해애...
보자마자 울고불고 질질 짜던 게 누구더라...
사돈 남 말하시네!
그렇게 단순하진 않은 것 같아요.
뭐야, 또 돌아왔어?!
그게 아니라, 방금 시스템을 해킹할 때 조작 기록을 하나 찾았어요.
확인해보니, 날짜가 바로 1년 전의 오늘이에요.
네? 그렇다면 그 화재와 관계 있는 거에요?
화재의 원인은 아니어도, 다른 것과는 관계가 있을지도요.
이 조작 기록은 화재 발생 약 15분 후에 남겨졌는데, <color=#FF0000>AH400 가정용 인형</color> 모델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의식 데이터를 업로드, 제어 시스템의 AI를 덮어씌우려 시도했어요.
하지만 기록으로 봐선 업로드는 도중에 중단됐네요.
왜 업로드가 끊겼을까요?
우리 중에서 화재 당시 극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MDR뿐이죠.
혹시 짐작 가는 거 없나요?
AH400? 그거 엄청 낡은 모델 아니야?
그리고 파사두 사건에 인형이 있었단 얘기는 없었는데...
지금 봤는데, 이 극장은 인형을 뮤지컬 배우로 기용하는 걸 금지했대.
그런 규정도 있군요...
MDR, 그 이야기 마저 해 주세요.
알았어, 끝까지 다 얘기하면 뭔가 떠오르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네.
MDR은 다시 스트리밍 설비를 켰다.
헤이헤이 시청자 친구들! 방송 재개야!
방금 유령이 쫓아오는 바람에 대응하느라 방송을 끌 수밖에 없었어, 정말 미안해.
상황도 정리됐으니, 다시 이 극장의 이야기를 계속하자구...
제인 도가 자기 얼굴을 파사두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이 성형했단 데까지 얘기했지?
난 한숨 잘래, MDR 이야기 다 끝나면 깨워 줘.
네? 호크 선배...?
알라가 파사두를,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출중한 재능을 얼마나 사랑했는진 아무도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했지.
파사두가 병이 깊어질수록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또 그녀가 빠진 극장도 타격을 입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때마침 제인 도가 나타나서, 다정하고 상냥하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줬으니... 알라가 점점 파사두를 멀리하게 된 건 당연한 결과겠지?
SASS, 주변을 살펴보러 갈 테니 중요한 부분에서 불러 주세요.
잠깐, 나도 갈래.
에에...
Super SASS는 스트리밍에 몰두 중인 MDR을 돌아봤다.
으으... MDR 선배, 죄송해요!
결국 Super SASS도, Spitfire와 97식 산탄총의 뒤를 따랐다.
무대 뒷편.
Spitfire는 MDR의 스트리밍 채널을 켜, 그녀의 재잘대는 해설을 들으며 다른 두 인형들과 함께 극장 내부를 수색했다.
Spitfire 너, 그 인형이 아직도 여기 있다 생각하는 거지?
네?! 그, 그럼 그 인형이 아직 살아있는 거에요...?
그건 모르겠지만, 당시 언론 보도 중에서 극장 안에서 가정용 인형이 발견됐단 기사는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당시 극장의 불길은 시작된 지 약 20분쯤 후에 가장 크게 타올랐다고 해요.
그런 화재 속을, 가정용 인형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사히 빠져나왔을 리 없다고 봐요.
굉장한 발견이라도 했나 했더니만...
어느 매스컴이 가정용 인형의 생사를 신경쓰겠어? 끽해야 우리 그불게 같은 데서 잡소문이나 퍼지겠지 뭐.
인간이 가정용 인형의 생사에 관심 갖지 않는 건 상관없어요. 하지만 같은 인형으로서, 동족에 대한 공감을 잃어선 안 돼요.
공감하지 못하는 종족은 멸망할 뿐이에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나도 당연히 그 인형이 어떻게 됐는지 신경쓰여서 따라온 거라고.
저도요. 그 인형이 정말 아직도 이 극장 안에 있을까요?
위험을 무릅쓰고 불타는 극장 안으로 뛰어든 건, 분명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겠죠...
불 난 와중에 뭐가 중요하다고...
누굴 구하려 했을 수도 있죠. 파사두 씨라든가...
네?!
다들 알다시피, 파사두는 알라를 만나기 전까진 홀로 자취 생활을 했어.
자취하는 사람은 대부분 야무지고 독립성도 강해서 뭐든 스스로 하려 해서, 다른 사람한테 잘 기대지 않지.
그래서 파사두는 아무리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도 참으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제인 도는 정반대의 타입이었지. 알라한테 기대면서, 진심으로 그를 사모했다 해.
<color=#FA8072>내가 보기엔 파사두가 사람한테 기대는 쪽인 거 같은데</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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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FA9A>생전에 알라랑 같이 인터뷰했을 때도 계속 지 남편한테 꼽주더라</color>
케흠... 아무튼, 알라는 파사두와 제인 도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했다~ 이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제인 도가 파사두랑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자, 알라는 남은 이성마저 무너지고 말았지.
진짜 파사두만 사라진다면 제인 도가 파사두를 대신할 수 있을 테고...
그럼 "파사두"는 언제까지고 다정하고 상냥한 아내로 남고, 극장에도 다시 "파사두"의 노래가 울려 퍼질 거라 생각했어.
<color=#8A2BE2>와오, 쩐다</color>
<color=#B8860B>알라 씨, 생전에 사람이 아주 참해 보였는데 설마 그랬으려고!</color>
하지만 다들 대충 들었다시피, 파사두는 알라와 제인 도의 계획을 눈치챘고...
자신도 따로 계획을 꾸몄――
그때, 다시 한번 갑자기 바람이 불어 MDR의 망토를 펄럭였다.
응? 또 뭐... 어라?
SASS?
Spitfire?
호크...?
뭐야, 다 어디 갔어?!
제 생각엔... 그 인형은 파사두 씨를 구하려고 불타는 극장으로 뛰어든 게 맞다고 봐요.
아마 파사두 씨가 알라 씨와 결혼한 뒤 구입했겠죠.
하지만 AH400은 꽤 오래된 모델이잖아요?
파사두 씨와 알라 씨의 결혼 생활이 그렇게 길진 않았어요.
방금 MDR이 파사두는 줄곧 혼자 살았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다들 대충 들었다시피, 파사두는 알라와 제인 도의 계획을 눈치챘고...
자신도 따로 계획을 꾸몄――
MDR의 스트리밍이 갑자기 끊겼다.
...방송이 멈췄네요.
이 녀석은 왜 또 중요한 타이밍에 말을 끊어? 사람 답답하게 진짜!
파사두가 꾸민 계획인 뭔데? 시원하게 말 좀 하란 말이야!
호크 선배, 진정하세요...
이곳의 신호가 나쁜 모양이에요. 일단 계속해서 여길 수색해 보죠.
하지만 여기 죄다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뿐이지, 아무것도 없는걸! 괜시리 분위기만 오싹하게 뭐야...
파사두 씨의 방에 있던 옷장도 텅 비었어요.
여긴 역시 단서랄 만한 게 없는 것 같네요. 소품실을 찾아봐요.
세 인형은 무대 뒷편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후, 겁에 질린 MDR이 뒤늦게 무대 뒤로 달려왔다.
SASS! Spitfire! 호크! 얘들아아아!!
다 어디 갔어!? 놀래키지 말고 빨리 나와――!!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설마, 내가 방송하는 동안 귀신이 하나씩 잡아간 거야...?
다 잡혀가서... 이제 나만 남은 거야...?
안 돼, 안 돼! 빨랑 통신 받아 이 녀석들아!!
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렸다.
히이이익!?
......
호, 호크지?! 숨어서 놀래킬 속셈이지!?
자자자장난치지 말고 얼른 나와!
......
도, 도망칠 생각일랑 마셔, 지금 잡으러 간다!
소리의 근원을 찾으러, MDR은 어둠 깊숙이로 뛰어들었다.
한편, 소품실.
과거에 여기 있던 소품들은 이제 얼마 없었다. 과거 그리폰이 기부한 물자 상자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다 깔끔하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여기도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도 찾아낸 게 아주 없지는 않네요. 예전에 카리나 씨가 지역 경제 부흥 자선 활동이라면서 시끄러웠던 거, 기억해요?
그때 인근의 극장을 재건한다고 우리한테서 기부품을 모집했는데, 꿀꺽한 게 아니라 정말 여기로 보냈네요.
어... 그건 확실히 의외네.
이렇게 찾아봐도 안 보이니, 아무래도 그 가정용 인형은 화재가 진화된 뒤에 치워진 모양이에요.
그 인형의 주인이 소체를 잘 수습했으면 좋겠네.
낡은 모델의 인형이 주인을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다니, 정말 대단한 용기야...
무사히 수복받았다면 더 좋겠어요...
...뭔가 이상해요.
뭐가요?
Spitfire가 중단된 MDR의 스트리밍 영상을 돌려 보았다.
그 가정용 인형의 정체에 대해서, 좀 과감한 추측이 떠올랐어요.
파사두의 대기실.
빨리 나와!! 언제까지 숨바꼭질할 셈이야!?
......
다 들었어! 여기 숨었구나!
MDR이 옷장을 활짝 열어봤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하하... 정말 꼭꼭 숨었네... 이 옷장 뒤구나?!
MDR이 옷장을 냅다 옆으로 밀쳤다.
밀쳐 넘어진 옷장 뒤엔 놀랍게도 숨겨진 방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엔, 미약한 불빛을 받으며 한 인형이 누워 있었다.
호크지? 호크 맞지? 왜 그런 데 드러누웠어?
SASS랑 Spitfire는 어딨고?
한숨 놓은 MDR은 그 인형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일으켜세웠다.
하지만 인형은 대답이 없었다.
뭐야, 아주 곯아떨어졌네?
번쩍!
번개가 치자, 비로소 그 인형의 모습이 MDR에게 뚜렷하게 보였다.
시꺼멓게 탄 소체에 얼굴도 반쯤 녹아내리고, 드레스도 그을음에 넝마가 된... 끔찍한 모습이었다.
<size=50>냐야아아아아아아악!!!</size>
제 생각엔, 그 인형이 바로 제인 도가 아닐까 싶어요.
뭐야?! 그럴 리가!
인형이 어떻게 인간 배우의 자리를 빼앗아!?
하지만 그렇다면 이야기의 아귀가 맞아떨어져요. 어떻게 제인 도가 얼굴을 파사두 씨와 똑같이 만들고 바로 공연을 재개했는지까지도요.
하지만 현존하는 인물의 외모를 모방한 인형은 불법이라며?
그것도 상당한 중죄일 텐데...
그렇기에 파사두 씨와 알라 씨 외의 누구에게도 제인 도의 존재를 밝힐 수 없었던 거겠죠.
그렇다면 왜 극장의 직원들 모두가 제인 도를 기억 못하는지도 설명돼요.
아예 제인 도를 본 적 없으니까요. 설령 보고 얘기까지 나눴더라도 그게 제인 도인지 전혀 몰랐을 거예요.
그렇다면, 파사두 씨는 처음부터 제인 도를 알고 있었단 뜻이네요.
자기가 직접 만들어낸 존재니까...
냐아아아아아——
MDR의 처절한 비명이 무거운 분위기를 깼다.
MDR 선배예요!
또 파사두가 나타났나?!
복도 쪽에서 들렸어요!
MDR 선배!
지금 갈게요!
......
MDR!
MDR 선배!
비명소리를 쫓아온 세 인형들도 비밀의 방을 발견했고, MDR은 방의 구석에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누워 있는 인형의 잔해도 찾아냈다.
후에엥... 인혀엉... 인형이...
......
야 MDR, 그리폰의 전술인형으로서 쪽팔리지도 않냐?
Spitfire는 그 인형의 잔해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AH400 가정용 인형. 찾았어요, 제인 도예요.
무, 머머머 뭐어? 이 인형이 제인 도라고?!
Spitfire 선배가, 제인 도는 사실 파사도 씨의 인형이 아닐까 추측했어요.
병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인형을 불법 개조해서 자기 대신 공연하게 만드려고요.
그런데, 왜 이런 데에 버려진 거죠?
화재 당일 공연한 사람이... 제인 도였다면?
잠깐 잠깐! 그럼 사건 자체가 꼬여버리잖아!
그럼 진짜 파사두는 어디로 갔는데?! 으아아, 복잡해서 마인드맵이 터질 거 같아...!
MDR, 화재 사건의 경위를 말해 주세요.
잠깐 정리 좀 하고... 응, 소문에 따르면 파사두는 알라와 제인 도의 음모를 눈치챘어.
그래서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이 극장에서 죽기로 결심했대.
자신이 무대에 오를 차례가 되자, 무대에 불을 지른 거지.
계획이 틀어지자 제인 도는 바로 도망쳤고, 알라는 갑자기 후회심이 들어서 파사두를 구하려고 했지만...
관객들과 극장 직원들 모두가 대피했지만, 파사두와 알라는 끝까지 극장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
그 이야기서, 파사두와 제인 도를 바꿔봐요.
엑... 그럼 제인 도가 공연 도중 무대에 불을 질렀고, 알라는 제인 도를 구하러 갔고...
다른 사람들은 다 대피했지만 제인 도와 알라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충 그럴듯하긴 한데, 그럼 파사두는?
가정용 인형이 인간을 해칠 수 있어?
불가능하죠...
당장으로선 전부 우리의 추측에 불과해요.
이 인형의 마인드맵에 접속하면,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오우, 나이스 아이디어!
헤이, 시청자 친구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사건에 새로운 전개가 발생했어!
극장의 숨겨진 방에서, 인형의 잔해를 찾았다구!
이 방은 뭘까? 이 인형은 또 뭘까? 설마 이 인형이 모습을 감췄다는 제인 도일까? 파사두 사건과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모두 채널 고정! 우리 함께 이 인형의 마인드맵에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