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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2 · 라이칸의 성역

라이칸·사냥의 서장

"한 걸음 내딛을수록, 뿌옇던 것들이 점점 또렷하게, 확실하게 보였다. 바로... 한데 뒤엉켜 싸우는 인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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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으며 하늘을 점점 붉게 물들여 가고 있었다.

그리고 서쪽 하늘에서 보름달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잠재의식 속 잔혹함과 욕망을 비추는 토템이.

Five-seveN

여기서는 그 누구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어. 신분을 정하는 이 카드를 집는 순간, 모든 행동이 실에 꿰인 꼭두각시처럼 그 피에 새겨질 거야.

어느 거 고를래?

FN-49

어...... 외, 왼쪽 카드요.

Five-seveN

심사숙고했어?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어, 달이 피로 완전히 붉게 물들기 전까진.

FN-49

......그, 그럼 오른쪽 걸로...

Five-seveN

정말로? 넌 피에 흐르는 광기에 취해 위장한 채로 친구들은 물론 스스로까지 속여야 하게 될 거야.

FN-49

에엑?! 우으... 대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오...

FAL

미안하지만 이건 남이 정해 줄 수 없어.

스스로 선택한 운명을 짊어지고, 자신의 선택을 감당해야 하는걸.

그리고 무력감과 광란의 충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하지.

Five-seveN

차가운 달빛이 골수까지 스며들어 피를 끓어오르게 하고, 배신의 불꽃을 지핀다...

아무튼 빨리 결정해, 운명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악운밖에 안 남아.

Five-seveN

――그치, 지휘관?

여러 쌍의 눈동자가, 시꺼먼 어둠과 왠지 모를 몽롱함을 뚫고 일제히 나를 향했다.

광기로 가득 차 번뜩이는 피처럼 붉은 눈동자들이, 나를 노려봤다.

FAL

<size=55><color=#FF4500>그치, 지휘관?</color></size>

FN-49

<size=65><color=#FF0000>그쵸, 지휘관님?</color></size>

MG4

<size=75><color=#990000>그렇죠, 지휘관님?</color></size>

으아아아악!!

지휘관

헉... 헉...

아니 무슨 꿈자리가 이리 사나워...?

어휴, 이게 다 카리나가 애들 데리고 "라이칸의 성역" 게임하러 가서야...

...지금쯤이면 다들 신나게 놀고 있으려나? 카리나한테 연락해 볼까.

삐삐——

카리나

<color=#00CCFF>부관 카리나는 현재 밤을 새며 작전보고서를 작성 중입니다. 급한 용무가 있다면 지휘관님께 연락해 주세요.</color>

지휘관

자동 답변? 나한테 연락하라니, 이 녀석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직접 가 봐야겠다.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아...

......

타타탕——!

지휘관

?!!

95식

피해요!

다급한 외침에 지휘관이 옆으로 피하기가 무섭게, 총탄 몇 발이 지휘관의 발이 있었던 자리에 작은 구덩이를 파냈다.

95식

괜찮으세요 지휘관님?! 안 다치셨어요!?

지휘관

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 게임하는 거 아니었어? 왜 총탄이 날아다니는데!?

95식

그게... 그건 카리나 씨한테 물어보시는 편이...

우선 놀란 가슴부터 쓸어내린 지휘관은 주위의 안전을 확인한 뒤 높다란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나와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현장으로 다가갔다.

한 걸음 내딛을수록, 뿌옇던 것들이 점점 또렷하게, 확실하게 보였다. 바로...

한데 뒤엉켜 싸우는 인형들이었다.

서서든 바닥에 엎어져서든, 인형들은 편을 갈라 서로 소리지르며 쥐어뜯고 치고받으며 싸워대고 있었다.

물론 그 "덩어리"만이 아니었다. 한쪽엔 조용히 대치 중이기만 한 두 인형도 있었으니, 바로 FAL과 Five-seveN이었다.

하지만 저 난리법석인 "덩어리"보다, 이 조용히 대치하는 둘의 분위기가 훨씬 더 살벌했다.

한 치의 방심 없이, 둘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상대를 노려보며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인형들

...지휘관? / 허니다! / 주인님...!

그때, 멀리 숨어서 사태를 관망하던 인형들이 지휘관을 발견하곤 구세주라도 본 듯 마구 손을 흔들었다.

PPD-40

지휘관! 잘 왔어, 이 정신나간 것들한테 비키라고 해! 빨리 FAL을 도와야――

C-MS

뭠마!!

NTW-20

적당히 하라고! 지휘관! 이 녀석들 좀 치워 줘!

고함인지 비명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외침이 사방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고...

상황을 대충 파악한 지휘관은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곧장 뒤로 돌아 내달렸다.

95식

어, 지휘관님? 그쪽은 돌아가는 길이에요!

지휘관

어 잘 있어 나는 못 본 걸로――

시도는 좋았지만, 곧바로 앞을 가로막은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카리나

<size=50>어서 오세요 지휘관님!</size>

왜 이제야 오셨어요,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size=50>역시 지휘관님은 세상에서 제에에에일 믿음직한 분이시라니까요!</size>

결국 지휘관은 도망칠 생각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

지휘관

...좋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부터 설명해 줄래?

카리나

아하하... 원래는 그냥 단순한 "라이칸의 성역" 게임이었는데요...

중간에 약간의 해프닝이 생겨서... 에헤헤...

DP-12

처음엔 모두 얌전하고 협조적이었는데...

첫날 보안관 선거 단계에서 [늑대왕]인 Five-seveN이 자폭해서 [예언자] FAL과 동귀어진하는 바람에 [기사]인 FN-49까지 탈락해버렸거든요.

G28

그전부터 엉망이었어! 늑대인간 팀이 첫날 밤에 [큐피드] G36을 죽이고 [마녀] 스프링필드가 [주민]인 WA2000을 독살했다고!

카리나

설명 듣다 지휘관님 머리 터지시겠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게임 시작하자마자 주민 팀이 처참한 피해를 입었어요.

물론 역전할 찬스도 있긴 했지만, 그... 거기서 사소한 사고가 일어났지 뭐예요.

덮어 뒀던 신분 카드 하나가 바람에 뒤집히는 바람에...

FAL

FN 소대는 전멸하고 마을주민 팀이 패배했지.

이게 다 Five-seveN 때문이야!

Five-seveN

이보세요 패션 테러리스트 씨, 우리 다른 팀이었거든?

[늑대왕]인 내가 짜증나고 거만한 [예언자]를 데리고 자폭하는 게 늑대인간 팀에게 최선의 전술이었는데 뭐 어쩌라고!

FAL

뭐 내가 좀 고고하긴 해도 비겁한 수작이나 쓰는 소인배보단 백배천배 낫거든?

Five-seveN

<size=50>이게 말 다했어!?</size>

둘이 또 달라붙기 직전있었다...

지휘관

<size=50>둘 다 그만!</size>

스프링필드, KAC! 쟤네 또 달라붙지 못하게 붙잡아!

Five-seveN

말리지 마 지휘관!

내가 몇 년이나 참아 왔지만 오늘은 진짜 못 참아!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Five-seveN

<size=55>오늘 결판을 낼 거라고!</size>

FAL

누가 할 소리! 언제 한번 제대로 혼 좀 내야겠다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잘됐네!

지휘관

......

FAL과 Five-seveN이 다시 서로 잡아먹을 기세로 기싸움을 하자, 지휘관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카리나

부하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것도 지휘관님의 본분이죠, 그쵸?

지휘관

<color=#A9A9A9>이런 건 끼어들지 않는 게 현명하다만...</color>

카리나

그리고 저는 지휘관님의 부관이니까, 어드바이스를 드리는 게 제 본분이죠?

지휘관

<color=#A9A9A9>...수상한데.</color>

카리나

그래서 말인데요, 게임 때문에 시작된 다툼이니 게임으로 끝내는 게 어떻겠어요?

지휘관

그래, 어디 들어나 보자.

카리나

마침 FAL과 Five-seveN은 각각 주민 팀과 늑대인간 팀의 리더니까, 두 팀으로 나눠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여름 대항전 축제를 여는 거예요!

KAC-PDW

오오! 그래서?

카리나

우선! 내가 지인짜 급하게 준비한 이 [선량함의 증표]와 [늑대들의 명패] 카드를 모두에게 나눠 줄게. 이걸 어떤 식으로든 지휘관님께 드리고 어필하도록 해.

그럼 지휘관님이 내게 오셔서, 받은 카드들로 오늘 여기 모인 17명에게 투표를 하실 거야!

최종적으로 최다 득표인 인형이 이번 "라이칸의 성역" 이벤트의 MVP가 되고, 그 인형이 소속된 팀도 자동으로 승리하게 된다~ 이 말씀!

카리나

FN 소대의 두 사람, 어떻게 생각해?

FAL

지휘관이 판단한다면야, 난 이견 없어.

Five-seveN

지휘관의 표를 얻는 거라면 확실하겠네!

지휘관

......응? 내 의견은 안 물어보니?!

카리나

OK~! 그럼 그렇게 하기로 결정!

지휘관

......

카리나

그럼 각자가 쓸 점포 자리는 내가 준비할게. 아 참, 형평성을 위해서 점포 주인도 내가 고를 거야!

다시 말하지만, 어필 수단은 뭐든 상관없어~

KAC-PDW

와우! 그럼 허니를 내 곁에 묶어둘 수도 있겠네!

Five-seveN 대장! 나도 참가할래!

PPD-40

FAL! 널 전력으로 응원하겠어! 나도 힘을 보탤 수 있게 해 줘!

카리나

으히힛... 지휘관님, 오늘 밤은 정말 떠들썩한 밤이 되겠는걸요~?

지휘관님이 누구한테 투표하실지 기대되네요!

생존이냐, 파멸이냐. 치열한 경쟁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