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중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투표함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둠이 드리운 바닷가를 저 위의 보름달이 비추니, 저 요란한 소음도 몽롱하게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히죽이는 이 요망한 눈웃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카리나, 바른대로 말해. 대체 "라이칸의 성역" 게임 중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난리인 거야?
쉬~잇, 게임에 참여하신 이상 규칙을 따르셔야죠.
반칙하면 못써요!
얘가 진짜, 애들이 편 갈라서 대판 싸우기까지 했잖아!
또 작전보고서 쓰느라 바빴다고 넘어가려 하기만 해 봐!
어휴, 그렇다니까요? 써야 할 작전보고서가 어쩜 그리 많은지...
그래도 다 부관으로서 당연한 일이잖아요, 너무 칭찬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게 칭찬이냐!
너 자꾸 말 돌리면 나 확 그냥 파업해 버린다?
네에? 이렇게 공평한 업무 분담이 또 어딨다고 그러세요? 잡무는 제가 처리하고, 지휘관님은 인형들 관리하시고.
아 참, 제가 또 애들 몇 명한테 새 옷을 준비해 줬거든요? 영수증은 내일 지휘관님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이히힛!
......
덤으로 귀띔해드리는데요, 아직 방문 안 하신 점포가 잔뜩이에요. 모두가 지휘관님의 환심을 사려고 열심히 준비한 건데~
그런데 이러다 구경도 안 하시면 다들 속상해서 컨디션이 저하되겠죠? 그럼 돌아가서도 일에 집중 못하고, 그게 돌고 돌아서 또 지휘관님 속을 썩이겠죠~?
우리 휴가 나온 거 아니었냐고...
그야 물론 휴가 나왔죠~ 하지만 지휘관님은 일하기랑 일하러 가기가 그냥 일상이잖아요.
그리고 사원들 간의 화목한 관계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도 지휘관님의 일상 중 하나죠?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이럴 줄 알고 스페셜 멀티샷 에스프레소를 준비해 뒀으니까요. 이것만 마시면 20시간 연속으로 일해도 하나도 안 졸리고 "일 너무 좋다! 야~ 신난다!"란 생각밖에 안 들어요!
하 하 하, 네가 날 웃겨 죽이려는구나.
아무튼 그렇게 됐―― 어? FAL이랑 Five-seveN, 여긴 무슨 일이야? 지휘관님은 지금 열심히 투표 중이셔. 아이, 진짜래두!
......
조급해하실 거 없어요 지휘관님, 투표함은 제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밤이 깊어지고, 밝은 보름달이 저 하늘 높이 걸렸다.
그리고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카리나의 유쾌한 목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우히히히... 모두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각 후보 인형들 모두가 여러분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어요!
간만에 엄청 즐거워 보이네.
지휘관이 카리나의 점포 안으로 들어와, 품에 한아름 들고 있던 카드를 몽땅 붉은 투표함에 넣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지휘관님!
멋진 밤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는데, 경쟁은 끝도 없이 치열해지고 있네요!
지금 투표수로 선두를 달리는 건 누구야?
지금 말예요?
히히히... 한번 맞혀 보세요.
지휘관이 투표 결과를 확인하려는데 그걸 굳이 알아맞혀 봐야 해?
언제 왔는지 FAL이 지휘관 바로 뒤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카리나가 대뜸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더니 지휘관을 점주 자리로 끌어당겼고, 한손의 검지를 입술을 대면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오해는 마, 지휘관. 승패에 눈 뒤집힌 거 아니니까.
하지만 상대가 어지간히 교활해야지...
그래서 투표 현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서 와봤어.
FAL은 자신이 이 점포의 주인장인 것마냥 안팎을 샅샅이 살펴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리나의 붉은 투표함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녕 지휘관, 카리나.
어라? FAL?
흐응~? 우리 하늘 같은 대장님이 여긴 무슨 용무시래?
이번엔 Five-seveN이 점포 입구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FAL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고, 고개도 번쩍 들어 한껏 도도한 자태를 취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Five-seveN.
무슨 꿍꿍이길래 날 여기까지 미행했을까?
미행하긴 누가?
지나가다 마침 보이길래 들어와본 건데?
Five-seveN의 웃는 얼굴에도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니...
지휘관과 카리나는 시선을 교환하며, 함께 타들어 가는 도화선의 냄새를 느꼈다.
...지휘관, 카리나.
지금 표 앞서는 거, 늑대인간 팀이지?
지휘관이 직, 접, 말해잖아. "우리"한테 표 많이 줄 거라고.
또 되도 않는 헛소리 하네.
지휘관은 우리 49의 기사 징크스를 해결해 주려고 주민 팀에게 투표하기로 약속했어.
그렇지 지휘관?
어...
그건...
헤헹~ 봐, 지휘관이 대답을 피하잖아!
최종 발표 때 망신당하기 전에 그냥 미리 기권하는 게 어때, 대장?
너어...!
얘들아 지지지진정해!
투표 결과는 여전히 집계 중이니까 기다리는 동안 다른 점포들 구경하러 다녀오는――
내놔.
――응?
그 투표함 내놔!
내가 오늘 이 년한테 똑똑히 가르쳐 줘야겠어, 내가 이끄는 팀은 언제나 무적이란 걸!
FAL이 돌연 손을 쭉 뻗어 테이블에 놓인 투표함에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상자에 닿으려는 순간...
카리나가 잽싸게 투표함을 끌어안아 몸을 뒤로 던졌고, 마침 거기 있던 지휘관과 정통으로 부딪혔다.
우당탕!
그리고 그 충격으로 투표함에서 카드가 10장 넘게 튀어나와 허공에 흩날렸다.
아잇 그거 이리 내라니까!
카리나가 투표함을 끌어안은 채 놀라운 순발력으로 요리조리 FAL의 손을 피하는 모습이 마치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장수 같았다.
다만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다.
히히히... 그래, FAL 말고 나한테 내놔!
으엑, Five-seveN 너까지?!
앗, 우왓, 두, 둘 다 그만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리자, 지휘관은 한숨을 푹 쉬며 상황을 정리하러 다가갔다.
그만 그만! FAL, Five-seveN! 카리나 그만 괴롭히고――
――응?
그때, 손 하나가 얇고 튼튼한 태블릿을 슬쩍 지휘관의 옷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그와 동시에, 카리나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돌려 윙크했다.
지휘관님! 여긴 제게 맡기시고! 어서 해야 할 일을 하러 가세요!
으아아 안 돼앳~! 둘 다 그만 좀 해, 또 표 쏟아지겠어――!
또 한 번 카드들이 촤르륵 흩날렸다.
마치 일부러 던진 미끼처럼.
모두가 카드를 줍느라 정신없는 사이를 틈 타, 카리나가 고개를 홱 돌려 이번엔 진지한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어온 지휘관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뜻을 바로 이해했다.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지휘관은 곧장 뒤돌아 뒷문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잠시 후.
헉... 헉...
아무도 안 쫓아오지...?
지휘관은 가쁜 숨을 고르면서도 혹시 몰라 계속 주위를 살폈다.
이쪽을 바라보는 눈이 없음을 재차 확인하고서, 지휘관은 조용히 아까 받은 그 태블릿을 켜보았다.
삐익.
아니나 다를까, 카리나가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멋진 밤이에요 지휘관님!
놀라지 마시라, 사실은 실시간 투표 집계 시스템이 있었답니다! 이 태블릿으로 확인 가능하세요!
굉장하죠? 대단하죠? 이 정도면 보너스 받아도 될 정도 아닌가요~?
......
하지만 주의하세요, 지금 보시는 집계는 최종 결과가 아니니까요.
결과를 바꾸고 싶으시다면, 마음에 둔 인형에게 꾸준~히 투표해 주세요!
전체 대사 보기 (65줄)
어둠이 드리운 바닷가를 저 위의 보름달이 비추니, 저 요란한 소음도 몽롱하게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히죽이는 이 요망한 눈웃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카리나, 바른대로 말해. 대체 "라이칸의 성역" 게임 중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난리인 거야?
쉬~잇, 게임에 참여하신 이상 규칙을 따르셔야죠.
반칙하면 못써요!
얘가 진짜, 애들이 편 갈라서 대판 싸우기까지 했잖아!
또 작전보고서 쓰느라 바빴다고 넘어가려 하기만 해 봐!
어휴, 그렇다니까요? 써야 할 작전보고서가 어쩜 그리 많은지...
그래도 다 부관으로서 당연한 일이잖아요, 너무 칭찬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게 칭찬이냐!
너 자꾸 말 돌리면 나 확 그냥 파업해 버린다?
네에? 이렇게 공평한 업무 분담이 또 어딨다고 그러세요? 잡무는 제가 처리하고, 지휘관님은 인형들 관리하시고.
아 참, 제가 또 애들 몇 명한테 새 옷을 준비해 줬거든요? 영수증은 내일 지휘관님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이히힛!
......
덤으로 귀띔해드리는데요, 아직 방문 안 하신 점포가 잔뜩이에요. 모두가 지휘관님의 환심을 사려고 열심히 준비한 건데~
그런데 이러다 구경도 안 하시면 다들 속상해서 컨디션이 저하되겠죠? 그럼 돌아가서도 일에 집중 못하고, 그게 돌고 돌아서 또 지휘관님 속을 썩이겠죠~?
우리 휴가 나온 거 아니었냐고...
그야 물론 휴가 나왔죠~ 하지만 지휘관님은 일하기랑 일하러 가기가 그냥 일상이잖아요.
그리고 사원들 간의 화목한 관계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도 지휘관님의 일상 중 하나죠?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이럴 줄 알고 스페셜 멀티샷 에스프레소를 준비해 뒀으니까요. 이것만 마시면 20시간 연속으로 일해도 하나도 안 졸리고 "일 너무 좋다! 야~ 신난다!"란 생각밖에 안 들어요!
하 하 하, 네가 날 웃겨 죽이려는구나.
아무튼 그렇게 됐―― 어? FAL이랑 Five-seveN, 여긴 무슨 일이야? 지휘관님은 지금 열심히 투표 중이셔. 아이, 진짜래두!
......
조급해하실 거 없어요 지휘관님, 투표함은 제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밤이 깊어지고, 밝은 보름달이 저 하늘 높이 걸렸다.
그리고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카리나의 유쾌한 목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우히히히... 모두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각 후보 인형들 모두가 여러분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어요!
간만에 엄청 즐거워 보이네.
지휘관이 카리나의 점포 안으로 들어와, 품에 한아름 들고 있던 카드를 몽땅 붉은 투표함에 넣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지휘관님!
멋진 밤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는데, 경쟁은 끝도 없이 치열해지고 있네요!
지금 투표수로 선두를 달리는 건 누구야?
지금 말예요?
히히히... 한번 맞혀 보세요.
지휘관이 투표 결과를 확인하려는데 그걸 굳이 알아맞혀 봐야 해?
언제 왔는지 FAL이 지휘관 바로 뒤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카리나가 대뜸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더니 지휘관을 점주 자리로 끌어당겼고, 한손의 검지를 입술을 대면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오해는 마, 지휘관. 승패에 눈 뒤집힌 거 아니니까.
하지만 상대가 어지간히 교활해야지...
그래서 투표 현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서 와봤어.
FAL은 자신이 이 점포의 주인장인 것마냥 안팎을 샅샅이 살펴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리나의 붉은 투표함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녕 지휘관, 카리나.
어라? FAL?
흐응~? 우리 하늘 같은 대장님이 여긴 무슨 용무시래?
이번엔 Five-seveN이 점포 입구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FAL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고, 고개도 번쩍 들어 한껏 도도한 자태를 취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Five-seveN.
무슨 꿍꿍이길래 날 여기까지 미행했을까?
미행하긴 누가?
지나가다 마침 보이길래 들어와본 건데?
Five-seveN의 웃는 얼굴에도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니...
지휘관과 카리나는 시선을 교환하며, 함께 타들어 가는 도화선의 냄새를 느꼈다.
...지휘관, 카리나.
지금 표 앞서는 거, 늑대인간 팀이지?
지휘관이 직, 접, 말해잖아. "우리"한테 표 많이 줄 거라고.
또 되도 않는 헛소리 하네.
지휘관은 우리 49의 기사 징크스를 해결해 주려고 주민 팀에게 투표하기로 약속했어.
그렇지 지휘관?
어...
그건...
헤헹~ 봐, 지휘관이 대답을 피하잖아!
최종 발표 때 망신당하기 전에 그냥 미리 기권하는 게 어때, 대장?
너어...!
얘들아 지지지진정해!
투표 결과는 여전히 집계 중이니까 기다리는 동안 다른 점포들 구경하러 다녀오는――
내놔.
――응?
그 투표함 내놔!
내가 오늘 이 년한테 똑똑히 가르쳐 줘야겠어, 내가 이끄는 팀은 언제나 무적이란 걸!
FAL이 돌연 손을 쭉 뻗어 테이블에 놓인 투표함에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상자에 닿으려는 순간...
카리나가 잽싸게 투표함을 끌어안아 몸을 뒤로 던졌고, 마침 거기 있던 지휘관과 정통으로 부딪혔다.
우당탕!
그리고 그 충격으로 투표함에서 카드가 10장 넘게 튀어나와 허공에 흩날렸다.
아잇 그거 이리 내라니까!
카리나가 투표함을 끌어안은 채 놀라운 순발력으로 요리조리 FAL의 손을 피하는 모습이 마치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장수 같았다.
다만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다.
히히히... 그래, FAL 말고 나한테 내놔!
으엑, Five-seveN 너까지?!
앗, 우왓, 두, 둘 다 그만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리자, 지휘관은 한숨을 푹 쉬며 상황을 정리하러 다가갔다.
그만 그만! FAL, Five-seveN! 카리나 그만 괴롭히고――
――응?
그때, 손 하나가 얇고 튼튼한 태블릿을 슬쩍 지휘관의 옷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그와 동시에, 카리나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돌려 윙크했다.
지휘관님! 여긴 제게 맡기시고! 어서 해야 할 일을 하러 가세요!
으아아 안 돼앳~! 둘 다 그만 좀 해, 또 표 쏟아지겠어――!
또 한 번 카드들이 촤르륵 흩날렸다.
마치 일부러 던진 미끼처럼.
모두가 카드를 줍느라 정신없는 사이를 틈 타, 카리나가 고개를 홱 돌려 이번엔 진지한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어온 지휘관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뜻을 바로 이해했다.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지휘관은 곧장 뒤돌아 뒷문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잠시 후.
헉... 헉...
아무도 안 쫓아오지...?
지휘관은 가쁜 숨을 고르면서도 혹시 몰라 계속 주위를 살폈다.
이쪽을 바라보는 눈이 없음을 재차 확인하고서, 지휘관은 조용히 아까 받은 그 태블릿을 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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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카리나가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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