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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2 · 라이칸의 성역

사냥꾼의 영역

"맑은 달빛 속, 사냥꾼들의 심야 토크가 서서히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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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은 바닷가.

한껏 떠들썩한 점포들 사이로 높이 걸린 등불들이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몽환경 같았다.

DP-12

안녕하세요~ 거기 가는 멋진 지휘관님~

DP-12가 노상 점포 옆에 몸을 기댄 채, 느긋한 목소리와 요염한 미소로 지휘관에게 손을 흔들었다.

DP-12

저희의 "심야 이야기 모임"에 끼지 않으실래요?

지휘관

심야 이야기 모임?

DP-12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멋진 달빛 아래서 차례대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랍니다.

오늘은 4식과 NTW를 초대했는데, 한 명만 더 있으면 소모임을 가지기 적당한 4명으로 맞출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한참이나 있었지만 오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지휘관님까지 절 거절하진 않으시겠죠?

지휘관

어... 내 형편없는 이야기 실력으로도 괜찮다면야.

DP-12

그야 물론이죠.

고마워요, 지휘관님.

DP-12는 능청스럽게 지휘관에게 팔짱을 끼곤 귀한 손님 모시듯 점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4식

지, 지휘관 나리?!

정말로 지휘관 나리를 모셔오다니, 참으로 굉장하오 DP-12 양!

DP-12

후훗, 과찬이에요.

NTW-20

...여기 앉아라, 지휘관.

지휘관

어... 고마워.

지휘관은 점포 안에 가득한 잡동사니들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어째선지 묘하게 저기압인 NTW-20 옆자리에 앉았다.

DP-12

그럼~ 제18회 심야 이야기 모임을 시작합니다~

4식

오오~!

NTW-20

......응.

NTW-20은 억지로 입꼬리를 움직여 웃곤 다시 저기압 모드가 되어버렸다.

DP-12

그럼 누구부터 시작할까요...

아하, 모처럼 오셨으니 지휘관님부터 하시겠어요?

지휘관

어떤 이야기든 상관없어?

4식

그럼요.

동화나 우화, 신화, 전설 같은 거라면 더욱 좋고요.

지휘관은 턱을 괴고 잠시 고민했다.

그러던 중, 점포의 배경에 그려진 낙서에서 "사냥꾼"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그래, 그게 좋겠다.

그럼 사낭꾼 이야기를 할게.

DP-12

"사냥꾼" 점포에서 사냥꾼 "이야기"라...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쵸, NTW?

NTW-20

......

무시당한 DP-12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휘관

흠흠... 그럼 시작할게.

지휘관

아주 오랜 옛날, 여기서 머나먼 땅의 어느 조용한 마을의 전설이야.

그 마을에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 살고 있었지.

사냥꾼과 그의 아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여운 딸.

화목한 세 가족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행복은 어느 날 갑작스레 툭 깨져버렸어――

NTW-20

<color=#A9A9A9>맞아! 깨져버렸어!</color>

<color=#A9A9A9>젠장, 왜 하필 내가 사냥꾼인데! 와 하필 나를 고른 거야!?</color>

<color=#A9A9A9>내가 이런 단체 활동 싫어하는 거 알면서——</color>

NTW-20이 갑자기 이를 갈며 불같이 화를 냈다.

4식

엑, NTW 양?

NTW-20

――아... 미안해, 지휘관. 기분 나쁜 일이 떠올라서...

계속해.

지휘관

으, 응.

크흠...

그날, 하늘엔 보름달이 아주 크게 떠 있었어.

사냥꾼은 아내와 딸에게 다녀오겠다 인사한 뒤 마을 외곽의 산골짜기에 순찰하러 갔지.

그 골짜기는 무척 조용해서, 소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파도 소리처럼 들릴 정도였――

NTW-20

<color=#A9A9A9>파도... 이 섬에서 바이크로 파도치는 바닷가를 달릴 계획이었는데...</color>

<color=#A9A9A9>그런데 왜 여기 붙잡혀서 이딴 답답하고 재미없는 놀이에나 어울려야 하는 거냐고...</color>

NTW-20의 손아귀에서 음료수 캔이 우그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DP-12

자 자, 진정하고 기분 풀어요 NTW.

우선 지휘관님의 이야기부터 끝까지 듣자고요.

NTW-20

아... 미, 미안해...

또 짜증나는 일이 떠올라서...

정말 미안해 지휘관, 이야기 계속해.

지휘관

......

어흠...

어디까지 했더라?

4식

고, 골짜기에선 소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파도 소리처럼 들릴 정도라고...

지휘관

아 그래그래.

한밤중의 골짜기 사이에 커다란 보름달이 걸려서,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어.

그리고 사냥꾼이 그 사이를 가로지르던 그때...

지휘관

갑자기 메아리치는 날카로운 짐승의 포효!

사냥꾼이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보통 늑대보다 100배는 더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들렸어!

4식은 화들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지휘관

달빛에 희미하게 비친 그 괴물의 모습은——

머리는 늑대이고, 날카로운 앞발 발톱도 자랐지만... 하반신은 인간처럼 우뚝 서있었어.

그것이 바로 전설 속에 흉포하기로 유명한 늑대인간——"라이칸"이었지!

소문에는——

NTW-20

<color=#A9A9A9>라이칸... 그놈의 라이칸...!</color>

NTW-20의 손의 음료수 캔은 결국 악력을 버티지 못해 폭발하며 탄산수를 흩뿌렸다.

지휘관은 침착하게 얼굴에 묻은 음료수를 닦아내고, 누가 봐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 NTW-20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휘관

NTW?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화났어?

NTW-20

......아... 하아...

정말 미안해, 지휘관.

오늘은 기분 나쁜 일이 너무 많았어서, 그게 자꾸 떠오르니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은 것 같아...

지휘관

들어 줄게, 말해 보렴.

그 말에 DP-12와 4식이 눈빛을 교환하곤 NTW-20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NTW-20은 부끄러워서인지 울분 때문인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NTW-20

지휘관, 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이냐면...

어제 오후, 난 4식과 DP-12와 함께 오늘 밤 바닷가를 산책하기로 약속했어.

지휘관

응? 잠깐만.

다른 애들이랑? 너 혼자서가 아니라?

DP-12

네, 저와 4식 양이 같이 이야기 소재도 모을 겸 바람 쐬러 가자고 꼬셨거든요.

NTW 양은 친절하게도 그 자리서 바로 승낙해 줬고요.

지휘관

그랬구나...

알았어, 계속해.

NTW-20

우리의 계획은 완벽헀어.

필수용품과 탐색에 필요할지도 모를 도구도 준비하고, 내 바이크도 만전의 상태로 점검했지.

그런데 오늘 낮 카리나가 대뜸 전체 메시지로 [라이칸의 성역] 게임에 꼭 참가하라지 뭐야, 사람이 모자라다면서...

지휘관

<color=#A9A9A9>남 일 같지가 않네...</color>

NTW-20

아무리 그래도 오래 걸리진 않겠지 싶어서 부탁을 받아 줬다만...

게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가 그 녀석들이 싸우기 시작하더니, 전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고...!

지휘관

혼란을 틈타 빠져나올 순 없었어?

NTW-20

하아...

그게 문제였어.

말싸움을 벌이던 누군가가 "힘으로 해결하자"고 외쳐서 다들 자세를 잡더군.

그래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빠져나가려 했지만...

지휘관

했지만...?

NTW-20

누군가가...

한데 엉켜 싸우던 녀석들 중 하나가, 팔만 쑥 뻗어서 나를 붙잡고 안 놔 줬어!

난 어떻게든 뿌리치려다 무게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만화도 아니고, 내가 넘어지자마자 그 뭉텅이가 굴러오더니 나까지 집어삼켰어.

지휘관

눈덩이처럼...

살짝 상상만 해도 끔찍한 장면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지휘관은 얼른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 소름 돋는 광경을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지휘관

...힘들었겠구나. 지금은 괜찮니?

NTW-20

글쎄. 소체 표면에 상처가 8곳 나고, 내부 부품이 6개 손상되고, 머리카락 열몇 가닥 정도 뽑힌 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긴 해.

지휘관

......

...물은 내가 다 미안해지네.

NTW-20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지휘관.

지휘관

......

NTW-20

마침내 네가 나타나서 드디어 그 난장판이 수습되나 했어.

그런데, 안 그래도 강한 녀석들의 승부욕을 카리나가 더 부추기는 바람에...!

이렇게 점포까지 세워서는 네 투표로 승부를 내려는 꼴이 됐다고! PPD는 날 억지로 이 점포의 주인으로 앉히고!

하기 싫다, 선약이 있다는데도 무시하면서 "사냥꾼의 본분을 다해야지"라면서...!

NTW-20는 울분을 삭이려는 듯 말하다 말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었다.

DP-12

지휘관님도 PPD 양의 성격 아시죠?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끝을 봐야만 성이 차잖아요.

저희도 그녀에게 몇 번이고 항의했지만...

이 점포가 주민팀 중에서 득표수가 가장 높아야만 NTW 양을 조기퇴근시켜 주겠다고 엄포를 놓지 뭐예요.

지휘관

또 억지 부리다니 PPD답다고나 할까...

좋아, 내가 대신 가서 잘 얘기할――

NTW-20

<size=50>절대 안 돼!</size>

NTW-20이 버럭 소리지르며 일어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지휘관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지휘관

어우 깜짝이야... 아니 왜?

NTW-20

왜냐면... 이건 녀석이 내게 던진 도전장이니까.

지금 가서 사정하면 항복이나 다름없어!

지휘관

너도 참 지기 싫어하는구나.

드라이브 약속보다 영문 모를 승부가 더 중요하단 거니?

NTW-20

지휘관, 이건 절대 단순한 승부가 아니야. 부탁이니 나를 도와줘.

4식

그렇사옵니다 지휘관 나리! 사냥꾼의 승리가 곧 주민 팀의 승리이옵니다!

이 중대한 일을 놔두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DP-12

그렇게 된 일이에요, 지휘관님.

지휘관

알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았으니까...

여기 놀이 꺼내, 이따 NTW한테 투표해 줄게.

NTW-20

정말 고마워 지휘관!

4식

나리 나리, 부디 소녀도 잊지 마시옵소서!

소녀도 팀을 위해 공헌하고 싶사옵니다!

NTW-20

잠깐, 그럼 내 표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

4식

응? ...아! 그런 뜻이 아니오 NTW 양! 소녀는 그저――

NTW-20

그저 뭐?

4식과 NTW-20는 그렇게 투덕대기 시작했다.

그 둘을 지켜보는 지휘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DP-12

지휘관님, 제게도 한 표 예약해 주시겠어요?

이렇게 고생해서 모셔왔는데 말이죠~

지휘관

하하하... 알았어, 약속할게.

DP-12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지휘관님♪

DP-12가 은근슬쩍 지휘관에게 다가오더니, 다른 둘이 보지 못하도록 몰래 "늑대들의 명패"를 지휘관의 옷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선 배시시 웃으며 다시 지휘관에게 팔짱을 끼었다.

지휘관에게 왠지 모를 익숙한 위화감이 든 것도 바로 그때였다.

지휘관

...잠깐 타임.

너희 여기서 심야 이야기 모임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 말에 세 인형들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동시에 굳었다.

DP-12

아, 아하하하... 오늘은 달이 참 밝네요!

4식

나리! 소녀가 시시시신작 만화를 가져왔는데 보시겠사옵니까!?

NTW-20

어... 그게...

게, 게임 준비 다 됐어! 당장 시작할까?!

어떻게든 얼버무리며 주의를 돌리려는 세 인형들에, 지휘관의 입에선 또다시 한숨이 뱉어졌다.

지휘관

어휴 참 잔머리들 하고는...

이번만 봐주는 거다!

NTW-20

아...! 응!

NTW-20, "사냥꾼의 영역"을 오픈한다!

……